안녕하세요, 저는 메이플을 좋아하는 한 평범한 유저입니다. 메이플 자체는 해적 나오기 전부터 해봤으니까 꽤 오래  했는데, 그땐 나이가 너무 어렸어서 그냥 찍먹 수준이었습니다. 학업 이슈로 인해 몇 년 접기도 하고 하다가, 5차 때부터 본격적으로 빠지게 되어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제 소개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차치하고, 메벤뿐만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에서 항상 뜨거운 감자인 '인게임 경제'에 대해 언젠가 심도 깊은 논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요.


 이번에 다시 메소값 얘기로 시끌시끌한 김에, 대규모 경제 패치가 뜨기 전에 한 번 제 지식을 최대한 살려서 글도  연재해 보고 토론도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나름 머리 쓰는 거엔 자부심이 있어서요.

 본편은 총 4부작으로 계획하고 있고, 이 글은 서론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목요일 테섭 뜨기 전까지 완주하는 게 목표라 나머지 글도 열심히 퇴고를 거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결정석 너프하자', '쌀값 방어해라', 뭐 이런 이분법적이고 원초적인 주장을 하려는 건 아니구요, 신창섭 지지 선언 이런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단지 공개된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하고 분석해서, 현 김창섭 체제 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 패치들에 대해 나름의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설명을 해보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서, 마지막에는 제 사견을 담아서, 앞으로 메이플 경제가 어떤 식으로 바뀌어 나갈 것 같은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언을 한 마디 해볼까 합니다.

 특히 기존 많은 경제 관련 분석글들을 메타분석해본 바로는, 일반화나 이분법적 사고, 그리고 넥슨의 입장 등 핵심적인 요소들을 빠뜨린 글들이 많더라구요. 또한 통일된 용어가 없어서 서로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데도 싸우는 그런 웃지 못할 경우도 정말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기존 분석글들의 아쉬운 점들을 보완해서 작성해보았습니다.

 또한 금융공학적, 경제학적인 심화 버전도 따로 준비하고 있는데 저번에 테스트를 해보니 인벤이 markdown이나 TeX 문법을 지원 안해서 수식을 일일이 이미지로 첨부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건 조금 더 다듬어서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AI 딸깍 아니고 한 줄도 빠짐없이 직접 적었습니다.

 각종 비판 및 반박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활발히 댓글 남겨주시면 더욱 영양가 있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벤에 장문을 적어보는 게 처음이라 가독성 이슈가 있을 수 있습니다 ㅎㅎ...

0. 용어의 통일

 편의상 일부 용어를 사전에 통일하고 갑니다.

 디렉터는 호칭을 떼고 강원기, 신창섭으로 부르겠습니다. (김창섭으로 하니 맛이 안 살아요)

 1억 메소당 원화 가격은 '현금 시세'로, 1억 메소당 메이플포인트 가격은 '메포 시세'로, 이 둘을 함께 얘기할 때에는 '메소값'이라고 하겠습니다.


 메소값이 떨어졌다는 것은 같은 메소로 받을 수 있는 현금이나 메포가 줄었다는 뜻이고, 이를 메소가 절하됐다고 표현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현금 시세가 1500에서 1400으로 떨어지면 메소가 원화에 대해 절하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현금 시세와 메포 시세가 커플링되어 있으나 두 시세가 다르게 움직일 경우 현금 기준과 메포 기준을 구분해서 적겠습니다.

 또한 표현에 있어서 다음을 엄밀히 구분합니다.

 메소 순발행 증가는 수량의 변화입니다. 대표적으로 매주 보스/사냥에 의해 공급되는 메소가 있습니다.

 메소의 원화·메포 대비 절하는 통화 사이의 교환가격(환율) 변화입니다.

 게임 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메소로 표시한 재화·서비스 가격의 변화입니다. 직접적으로는 다조나 템값 등의 상승, 간접적으로는 몬파, 에던 보너스 등 메포 컨텐츠의 메소 표시 가격 변화 등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는 연결될 수 있지만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메소나 메포가 아닌 재화가 갖는 현금 가치는 '현금 환산 가치'로,

 메포 시세가 현금 시세보다 높은 비율( {메포시세-현금시세}/{현금시세}*100% )은 '메포 프리미엄'으로,

 골드 주화 1개당 메소 시세는 '주화값'으로(실버와 브론즈는 골드 주화 단위로 환산, 예를 들어 실버 1개 = 골드 0.1개),

 현금 시세는 디코 거래 서버 시세를, 메포 시세는 공식 메소 마켓을, 주화값은 메스피에 보존된 관측 자료를 기준으로 합니다.

 또한 명목상 1메포는 현금 1원을 기준으로 하되, 캐시 충전 시 상품권 할인 등에 따른 실제 비용 차이는 1부에서 자세히 반영합니다.

 추가로 설명이 필요한 용어는 괄호로 적겠습니다.


1. 플레이 가치의 정의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신창섭도 아는, 메이플의 핵심이 바로 '플레이 가치 보존'이죠. 이 플레이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너무나 다양하다 보니, 서로 다른 개념을 하나의 플레이 가치라고 뭉뚱그려 얘기하면서 키배도 많이 열리고 늘 떡밥이 활활 타는 것 같습니다.


 MMORPG에서는 크게 돈을 투자하거나, 시간을 투자하거나, 두 가지 큰 틀로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메이플도 크게 다르지 않죠.


 저는 '메소값이 떨어지더라도 플레이 가치는 보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메소값이 떨어지는 건 상관없다'는 아닙니다.


가 령 메포 시세가 2500에서 2000으로 떨어지면, 똑같은 보돌을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메포가 20% 감소하므로 당연히 플레이 보상이 줄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메포로 바꿔서 몬파도 돌고 에던 보너스도 받고 해야 하는데 얻을 수 있는 절대적 메포 양이 감소했으니까요.

 반대로 이 상황에서, 메소 마켓을 통해 메소를 구매하려는 유저는 같은 메포로 더 많은 메소를 확보할 수 있고, 현 메이플스토리는 메소로 모든 강화를 실행할 수 있으니 똑같은 메포를 투자해서 더 많은 강화 시도를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성장 부담이 줄어든 것입니다. 물론 확정 강화가 아니기에 메포를 더 쓴다고 성장이 보장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강화의 랜덤성은 여기서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즉 메소값 하락이라는 같은 현상을 두고도 한쪽에서는 플레이 가치의 훼손이라고 느낄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금 효율의 향상을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둘 중 하나가 겜알못이라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잖아요? 이처럼 같은 경제 변화 양상에서도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갈리니 서로 예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의 경제도 그러하듯이요.

 물론 실제 메이플 경제는 이 예시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우리 맨날 농담으로 "30만 결사대는 든든하다는 거임" 하는데, 진짜 든든한 정도의 규모거든요? 가격만 놓고 보면 리니지 이런 게 있겠지만 거래량, 참여 인구 수를 모두 고려하였을 때는 이 정도 경제 규모를 갖는 게임이 없습니다. 그러니 고려할 변수도 많아지고 운영진이 정책 효과 및 부작용을 예상하기 어려운 것도 이해가 갑니다.

 "나는 현금 거래 일절 안 하는데 왜 쌀값을 신경써야됨?"이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우리가 플레이로 획득한 재화 자체가 다른 장비 구매, 강화, 메포 확보의 수단이 되고, 현금 시세와 메포 시세가 서로 연결되어 움직이다 보니 현금 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현금 시세가 플레이 가치 측면에서 중요한 거죠. 몬파 에던같은 간단한 예시만 봐도 그렇구요. 똑같은 논리로 현금 시세를 신경쓴다고 해서 무조건 악성 쌀숭이인 것도 당연히 아닙니다. 

 직접 현금화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플레이해야 얼만큼의 과금을 대신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게임 재화를 얼마나 구매할 수 있는가, 이게 모두 현금 시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 현금 시세가 게임 경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플레이 가치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첫 번째는 교환가치입니다. 보스를 돌고 재획을 해서 얻은 메소와 템을 다른 재화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의 문제를 의미합니다. 메소마켓 환율, 현금 시세, 템값, 다조값, 이런 여러 시세들이 이 가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표입니다.

 두 번째는 성장가치입니다. 같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 때, 내가 얼마나 더 강해지고 어떤 추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얻은 재화의 현금 환산 가치나 템값이 떨어지고 하더라도, 원하는 콘텐츠적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크게 줄어들었다면 성장 경험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몇 년 전에 비해 동일 환산으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도 더 많아졌고, 또 그 환산까지 도달하는 것도 더 쉬워졌잖아요? 이걸 성장가치가 향상된 것으로 보겠다는 겁니다. 

 세 번째가 다들 많이 놓치는 부분인데요. 바로 '지금 쌓고 있는 성취가 앞으로도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신뢰가치입니다. 지금 이뤄둔 성장, 투자한 돈과 시간이 다음 업데이트에서도, 그 다음 업데이트에서도 어느 정도는 기능할 것이다 라고 기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과거 메이플 운영진이 가장 많이 훼손했던 가치이기도 합니다(ㄱ-). 이 게임이 내 성취를 앞으로도 훼손하지 않을 것인가? 훼손하더라도 예상이 가는 정도의 훼손일 것인가? 이런 가치를 의미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관점은 신창섭이 나우를 비롯한 공식 방송에서 해온 설명과도 부합합니다. 2024 1월 나우에서 큐브 메소화와 함께 '플레이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고자 한다'고 하고, 2024 4월 나우에서 '메소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게임 경제와 아이템 가치에 맞물려 있다'고 설명한 것, 그리고 2026 1월 나우에서 '내가 플레이한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라는 게 되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한 것은 모두 이 세 가치가 분리 불가능한 문제라는 걸 제시하고 있는 거죠.


2. 겜겜봐, 분수에 맞게 질러라 담론


 물론 전업 쌀숭이가 아니라면 게임을 경제성만 보고 하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러한 점에서 '게임은 게임으로 봐라'라는 말이 저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여가 생활에 돈을 쓰는 거니까 그 돈을 회수한다거나 플레이로 현금을 창출한다거나 이런 쪽이 메인이면 안 된다는 것에도 적극 동의하고, 게임 플레이 자체가 주는 재미와 즐거움이 가장 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메이플스토리 장비값이 비싼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야 워낙에 익숙하고 템값들이 전부 메소로 표시되다보니 뭐 500억 600억 쉽게 얘기하지만, 흔히 끼는 22칠흑조차 부위당 수십만 원 꼴인 거고 그런 부위가 한두 부위도 아닌 게임이잖아요. 쁘띠 리니지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격이 유지되는 이유는 뭘까요? 어떻게 수요와 공급이 이런 높은 가격에서 맞아떨어진 채 장기간 주차할 수 있는 걸까요? 대부분은 다시 팔아서 회수할 수 있으니까 그 정도 거금을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아이템이 갖는 교환가치, 그리고 나중에도 그 가치가 어느 정도는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가치가 반영돼 있는거죠. 이번 연재에서는 최대한 언급을 안 하고자 하지만, 이게 가장 크게 논란이 되었던 것이 바로 리퐁대전이죠('본섭은 거대한 폰지사기' 글 아시는 분들은 아마 이해하실 겁니다).

 한편, 늘 이런 템값, 쌀값 관련 떡밥이 올라오면 '분수에 맞게 질러라'라는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그 '분수'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당히 자의적이라는 겁니다.

 가장 간단한 예시로, 메이플에 50 정도는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한 사람은 300을 먼저 쓸 여유가 있고 나중에 250을 회수할 것으로 예상하니 300을 쓰고, 다른 사람은 처음부터 50만 쓰고 회수는 나중에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러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 합니다. 마치 정치 섹션 댓글을 보는 것처럼 서로 네가 모자라니 네가 ㅄ이니 하면서 감정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죠. 근데 전자는 회수 후 남는 비용을, 후자는 처음 지출한 돈을 자기가 쓸 수 있는 '분수'로 생각하는 겁니다. 


3. 플레이 가치를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강원기 시절 메이플이 정말 미개했다는 건 모두가 공감하실 건데, 아마 댓글로 '그 긴 거' 많이 달아주시겠지만 플레이 리워드 측면에서도 참 문제가 많았습니다. 특히 이때는 최상위 유저들의 골수를 빨아먹는 게임이었습니다. 가장 단편적인 예시로 당시 진듄더 팟격 스펙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돈과 진듄더 분배금을 보면요(물론 그만큼 물욕 리턴이 크긴 했습니다).

 강원기 체제의 메이플은 앞서 언급한 세 가치 중에서 교환 가치, 그중에서도 아이템의 현금 환산 가치 보존을 가장 우선시했다고 봅니다. 물론 당시에는 큐브가 현금과 직접 연동이 되어 있긴 했지만, 강원기 체제는 성장가치를 별로 중요시하지 않았죠. 레헬른~모라스 폐사구간 해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실 겁니다. 신뢰가치 훼손은 뭐... 에휴...

 그런 점에서 김창섭 체제의 메이플은 교환가치의 보존 자체는 메이플의 레거시, 유산이자 핵심으로 인정하고 최대한 보존해주려고 노력하되(나우에서도 직접 수차례 언급했음), 성장가치와 신뢰가치의 비중을 크게 늘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챌섭과 제네 패스로 이어지는 대규모 완화, 성장 가속, 유입 친화적 패치이죠.

 반면 작년 10월 결정석 너프 때 여론이 최악이었던 이유는 뭘까요? 저는 이것도 결국 신뢰가치의 훼손이라고 봅니다. 렌 너무 예쁘고 챌섭도 재밌고, 성장체감 엄청나고, 제네패스 질러서 해방도 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란디스에서 계단식 성장 해보려고 하니까 그 유저들이 대거 존재하는 핵심 구간을 너프해버렸잖아요. 그러니 신뢰가치가 가장 크게 훼손된 거고, 내가 여기서 더 투자하더라도 똑같이 칼질하겠네 하는 불신이 자리 잡은 것이 크다고 봅니다. 이 결정석 칼질 사태에 대해서는 3부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이렇듯 운영 정책을 평가할 때에도 어떤 가치를 지키고 어떤 가치를 희생하는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메소 공급을 줄이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여러분도 아는 것처럼 결정석 대폭 칼질하면 되죠. 어느 구간을 너프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결정석 깎고 성장 가속까지 없애버리면 그게 바로 강원기 메이플입니다. 쌀먹이나 작업장이 아닌 정상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의 허들을 급격히 높이는 것이 과연 플레이 가치 보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반대로 성장 완화가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것도 아닙니다. 투자한 결과물이 예상 밖의 패치로 급격히 무의미해지고, 앞으로의 보상과 성장 곡선도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뉴비나 유입 유저 역시 언젠가는 '기존 유저'가 되고, 지금의 성장 가속과 지원을 바탕으로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오늘부터 쌓아 나갈 성취가 미래에도 의미를 가지고 기능할 것'이라는 신뢰가 필요합니다.

 제 생각에 뉴비, 유입 친화 성장 경험 개선과 기존, 고스펙 유저의 교환가치 보존 이 두 가지는 어느 한쪽이 무조건 희생해야 하는 관계가 아닌, 양립 가능한 관계입니다.

 신규 유저가 몇 년 전과 똑같은 성장구간을 똑같은 시간 동안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게임에 쌓인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뒤늦게 시작한 사람이 다른 유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경로도 조정되어야 합니다. ‘나는 이렇게 고생했으니 너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기준만으로는 새로운 유저가 들어올 이유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유입이 멸종하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날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존 유저가 쌓아온 것을 단순히 오래된 것이니 희생해도 된다고 취급해서도 안 됩니다. 성장 완화가 진행되더라도 기존 성취를 활용할 다음 목표가 있어야 하고, 정책 변화의 폭과 속도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장비의 과거 고점 가격을 지켜달라는 요구와, 합리적으로 계획한 투자를 예고 없이 무력화하지 말라는 요구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내일모레 테섭에서 300제 장비를 기습 출시하거나, 레전 상위 잠재를 기습 출시하거나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요.

 결국 새로 들어온 유저가 성장해야 기존 유저와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 거래할 상대도 늘어납니다. 동시에 기존 성취가 계속 기능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새로 들어온 유저도 더 투자하며 성장할 이유가 생깁니다. 유입만 늘리고 정착할 이유를 없애서도 안 되고, 기존 가치만 지키다가 진입할 길을 막아서도 안 됩니다.


4. 운영사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메이플, 넥슨은 결국 이익을 내야 하는 사기업 서비스입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게임을 계속 운영하려면 수익성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유저가 게임사 입장을 왜 고려해야 하냐'잘못된 주장입니다. 게임사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요구만 해서는, 게임사가 그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테니까요. WWE 걸고 여론을 험악하게 만드는 협박이야 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어야죠.

 다만 어떤 BM이나 정책이 게임경제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가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운영진이 수익을 얻는 것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변화의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지원과 수익화를 통해 특정 행동을 유도해놓고, 이후 경제에 문제가 생기자 그 규칙에 따라 플레이한 유저들끼리 누구의 보상을 깎을지 말지 싸우는 상황은 건강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작용을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운영진을 비난하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지금의 신창섭 체제가, 추후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경제 부문에 한해 꽤나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정책을 조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보상을 줄여야 할 수도 있는 거죠.

 중요한 것은 그 조정의 근거와 방식입니다. 무엇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무엇이 달랐고, 어떤 유저가 어떻게 손해와 이익을 보았고, 정책 변경 이후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인게임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발언이나 일부 그래프 자료만으로 조정을 정당화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걸 운영진도 인지해야 합니다. 


5. 결론과 다음 글 예고


 앞으로 메이플 나우 내용이나 홈페이지 공지 등의 내용을 많이 인용할 텐데요.

 운영진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과 그 정책에 찬성하는 것은 구분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올 법한 정책을 예측하는 것과, 제가 바라는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구분하구요.

 유저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구간에 주차하거나, 여러 캐릭터를 키우거나, 심하게는 타서버 배럭, 다계정 양산 등을 선택하는 행동은 주어진 비용과 보상에 대한 합리적인 반응일 수 있습니다. 어떤 행동이 많아졌다면 그 이용자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한 선택들이 모여서 경제에 문제가 생겼다면,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그 선택을 유도한 규칙입니다. 특정 이용자 집단에 이름을 붙이고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규칙이 바뀌면 또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선택이 나타날 테니까요. 물론 그런 비정상 유저를 옹호하려는 건 아닙니다. 

 이런 기준 하에 먼저 큐브 사태 이후의 주요 경제 관련 변경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메소를 직접 지급하거나 삭제한 패치뿐 아니라, 메포의 쓰임새를 바꾼 패치, 성장시간을 단축한 패치, 거래와 생산의 접근조건을 바꾼 패치까지 함께 볼 생각입니다.

 1부에서는 큐브 사태 이후의 주요 경제 패치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메소와 메포, 현금시장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지 경제학적으로 분석해봅니다.

 2부에서는 이 구조를 아즈모스 사태에 적용합니다. 운영진의 목적과 대응도 당시의 제도와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봅니다. 

 3부에서는 2025년 여름 어셈블 이후의 메소값 변동을 다룹니다. 신규 유입과 성장 지원이 처음에는 어떤 수요를 만들고, 시간이 지난 뒤에는 어떤 생산 능력을 만드는지 보겠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검밑솔 칼질도 이 흐름 안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4부에서는 N만 꿀통론, 특정 구간 주차와 보스돌이, 결정석 제한 등 요즘 핫한 토픽을 다룹니다. 여기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전망과 제언을 담고, 이번 9월 나우에서 나올 경제 패치의 방향도 예측해보려고 합니다.

 제목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저는 메소값이 떨어져도 플레이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판단은 성장 속도, 플레이 보상, 기존 자산의 변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성장해서 누릴 수 있는 추가 콘텐츠들이 정말 재미를 줄 수 있는가(이런 점에서 챔피언 레이드, 아즈모스는 정말 쓰레기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벨로나는 GOAT)를 함께 보아야 내릴 수 있겠죠.

 신규 유저에게는 따라갈 길이 있어야 하고, 기존 유저에게는 쌓아온 것을 활용해 더 나아갈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운영사는 그 둘이 계속 플레이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구요. 저는 여태까지 신창섭 체제 하에서의 경제정책이 이 세 가지를 함께 충족하는지 보려고 합니다.

 메이플은 시즌제 게임이 아닙니다. 아이템 값이 싼 게임도 아닙니다. 상당히 헤비한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수십만 유저들이 방학마다 찾아오고, 30만 결사대는 늘 든든하게 버텨줍니다. 이런 유저들에게, 큐브 사태, 환불 사태급 사고가 아니면 항상 신뢰가 유지될 것이라는 배째라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신창섭도 늘 신뢰 회복과 유지를 얘기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유저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기존 가치를 보존하고, 유입을 이끌어내고, 본인들의 수익 창출을 함께 해낼 수 있는 그 균형점으로 가는 길, 그리고 지금까지의 정책은 그 방향으로 얼마나 잘 작동했는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