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정령을 키우지도 않는 제가 정령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된 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정게 지기님께서 강경하게 관리하겠다고 하신 마당에 글을 쓰게 되어 좀 불안한 마음도 있습니다만

마이나불님의 '정령이 어디가 오버인가'라는 '질문글'에 답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리플로 달려고 했으나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따로 뺐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래 '하이브리드'라는 속성을 가진 캐릭터는 밸런스를 맞추기가 힘든 캐릭터입니다.

조금만 좋게 해 놓으면 사기캐가 되고, 또 조금만 칼질을 하면 이도 저도 아닌 똥망캐가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와우 같은 게임에서도 하이브리드 캐릭터들은 패치 할 때마다 성능에 변동이 생기게 되는. 꽤나 미묘한 캐릭터입니다.

 

테라에서의 하이브리드 캐릭터인 정령사를 보겠습니다.

 

사실 정령사가 이름만 '정령'사이지 사실은 그냥 '힐러' 임은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그리고 이 정령사는 다른 mmorpg의 힐러 클래스가 가지고 있는 스킬들을 모조리 다 가지고 있습니다.

 

HP회복/MP회복/정화/부활/버프/디버프/매즈/예약부활/텔레포트/소환

 

아이온으로 치면 호법성과 치유성의 장점을 한 캐릭터가 다 가지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죠.

그리고 그냥 있는 수준을 넘어 상당히 효율이 좋습니다. 정령사의 스킬중에 정령 소환 빼고(...)

'이건 너무 구려서 안 써' 라는게 없지요? 오히려 너무 좋아서 전부 쓰다보니 마나가 모자라서

힘들 지경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를 보겠습니다.

 

사실 테라의 사제는 스펙만 놓고 보면 그렇게 나쁜 캐릭터는 아닙니다.

HP회복/정화/부활/버프/매즈/소환

 

아주 노멀하고도 클래식한 '힐러' 캐릭터죠.

그런데 정령사와는 달리 스킬 효용이 힐과 버프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좋지 못합니다.

결국 사제가 주력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은 시작할 때 버프 한 번 돌리고 힐 하는 것 밖에는 없지요.

 

자, 일단 여기서. 똑같은 힐러 클래스인데 정령사가 우월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패널티가 없다시피 하는 것이 첫번째 밸런스 오버 이유입니다.

 

물론 힐 양 자체는 사제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 테라라는 게임에서 그렇게 많은 힐 양이 필요하지도 않을 뿐더러 정령사가

힐 양이 모자란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사제에 비해 힐 양이 딸리는 게 아니죠.

결국 스펙의 플러스마이너스 차이가 실제 플레이에서 메꿔지기는 커녕 격차를 가져오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스펙상으로는 사제가 스킬 수는 적을지언정 힐 양이 많기 때문에 힐에서만큼은 + 포인트로 정령과의 격차가 줄어들지만, 실제 플레이를 해 보면 그 +포인트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0으로 취급되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얘기죠.

 

그러면 정령사 분들께서는 '정령사의 마나 부족'을 지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나가 너무 모자라서 실제로는

플레이시에 그걸 전부 쓰는건 불가능하다구요. (실제로 불가능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심하게 불가능하지는

않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적어도 정령사는 그 스킬들을 자신의 재량에 맞게, 혹은 파티원들의 요구나 던전의 특성에 맞게 조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제는? 아예 '불가능' 하죠. 여기서 사제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사제를 기피하고 정령사만 데려가려고 하는

타 직업 사람들이 생깁니다. 사제를 데려갔을시에 얻는 이득이 정령사와 비교해 '아예 없기'때문이죠.

 

보통 이렇게 같은 계열의 클래스가 둘 이상이라면, 각 직업이 파티에 들어감으로써 생기는 장점이 차별화가 되어야 하는데 사제는 그냥 '힐만주는 기계' 정령사는 '힐도 물론 가능하고 플러스로 모든게 가능한 만능'이니까요.

아니 정령이 힐량 작고 해서 공격형(?) 보조 캐릭터라면 적어도 힐량많은 사제는 안전하기라도 해야지;

회피기가 없어서 어째 사제가 포함된 파티가 더 위험하니 대체 어쩌란 말인지...ㅠㅠ

 

마이나불님께서는 보조스킬은 그냥 보조스킬일 뿐이고 그게 직업의 특성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의 정령사는 혼자서 그 많은

(다른 게임이었다면 보통 둘 이상의 클래스가 나눠 가지고 있었어야 할 스킬들을) 혼자 다 가지고 있고 효율마저 좋단 말이죠?

 

격수도 아닌 힐러 클래스에서 보조스킬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모르시는군요.

힐러가 보조스킬이 좋아야지 그럼 공격 스킬이 좋아야 합니까?;;;

 

지금 법사유저들이 광역대미지분산 때문에 투덜투덜 하면서도 '신속의 계약' 하나 보고 만렙 찍는다는 소리를 하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황금미궁과 아카샤에서 사제기피/정령우대 현상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저 '인던의 밸런스'문제 이지 캐릭터 문제는 아니다. 특정 인던에서 정령이 좋은 것일 뿐. 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는 테라라는 게임의 시스템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판단입니다.

 

실제로 만렙이 풀리기 전에 심심찮게 나오던 글 중에서는 '던전에서의 몬스터들이 더 세져서 사제의 많은 힐이 빛을 보게 해야 사제가 좋아진다' 라고 주장하던 글들이 꽤 있었습니다. 지금 사제가 가지고 있는 확실한 정령대비 이점은 '힐량' 이니까요.

그리고 정령게시판에서도 만렙던전 나와서 피가 팍팍 깎이면 정령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게 아니냐? 라는 글도 많았었구요.

 

하지만 실상은 어떻습니까?

 

결과적으로. 정말 보스들이 세져서 창기사도 대미지를 감당 못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제가 필요하던가요? 아니죠.

오히려 더 확실하게 정령사가 더 파티에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테라라는 게임의 '논타겟팅'이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애초에 '반드시 맞아야만 하는' 공격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한 방 맞으면 딸피에요? 그럼 피하거나 사전에 방지(매즈)하면 됩니다. 와우나 아이온처럼 무조건 피가 깎이기 때문에 큰 힐이 필요하다-가 아니란 말이죠. 맞고나서 사후작업(힐) 하는것 보다, 맞지 않거나 아예 사전 작업을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이고, 그것이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그것이 테라가 아이온같은 기존의 mmorpg와 차별화 되는 점이기도 하구요.

 

결국. 힐량이 많은 사제가 정령보다 낫거나 동등할 수 있는 던전은 나올 수 없다는 이야기죠.

 

아니면 아예 반대로 던전 난이도를 확 낮춰서 매즈나 가드/회피 따위 하지 않고 닥돌해도 던전을 깰 수 있는 난이도가 되어야 '뭐 사제 데리고 가도 상관없지' 라는 인식이 생기는데... 그럼 대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할까요...(...) 그건 리니지 이지 테라라고 할 수 없죠. 지금도 황금미궁이 몬스터들 대미지만 무식하게 세지 패턴도 기존 몹과 동일하고 별 거 없다고 폭풍같이 까이고 있는데; (실제로 만렙 전까지는 그래도 사제가 파플을 그럭저럭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령 데리고 가나 사제 데리고 가나 불편함의 차이지 난이도의 차이는 아니니까요)

 

개발진이 와우 수준으로 다양하고 난이도 높은 던전을 만들었다간 힐밖에 할 수 없는 사제는... 그냥 캐삭해야 합니다.

지금도 그냥 '쿨타임 짧은 부활주문서' 인데 말이죠;

 

 

 

그리고 추가하자면, 이렇게 정령사 하나로 인해서 던전의 난이도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것 자체가 오버 밸런스인 두 번째 이유입니다. 축복해제/섬광탄/그리고 즉시 시전의 매즈기로 인하여 보스를 바보만드는게 가능하니까요. 매즈기를 많이 써서 생기는 이속감소는 텔레포트로 보완할 수 있구요. 정말 따져보면 따져볼수록 '완벽하게 다루기 까다롭다', '마나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는 것 외에는 단점이 아예 없는 캐릭터가 정령사입니다. 그리고 저 두가지는 오히려 사람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지요. 괜히 조작 난이도가 별 다섯개인게 아니잖아요? 그만큼 컨트롤의 재미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던전에서 좋은데 PVP에서마저 탑 클래스에 든다는 것이 세번째 이유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직접 해 본것은 아니라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못합니다만 대충 보니 결투에서도 전장에서도 정령사가 매우 좋다고 하더군요. 보통 이렇게 PVE에서 좋은 캐릭터가 PVP에서도 좋은 경우는 별로 없는데;

 

 

지금 대충 캐릭터들의 스펙과 사람들의 반응을 봤을 때 대표적인 사기. 혹은 좋은 캐릭터로 꼽히는 캐릭터가

바로 정령사와 궁수인데요.

이 두 캐릭터는 둘 다 장점은 매우 많고 단점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통 캐릭터는 장단점이 딱 하고 나와야 하는데 단점으로 꼽을만한게 ....음...별로 없죠.

정령사는 정령이 구리다는거랑(...) 궁수는 광역스킬이 적다는 것 정도?

그런데 여기서 궁수는 혼자 좀 좋다고 해서 던전 난이도에 심하게 영향을 준다던가 하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그냥 '좋은 캐릭터' 수준인데 반해 정령사는 혼자서 게임의 난이도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좋기 때문에 개발자들도

오버 밸런스라고 한겁니다.

 

저는 솔직히 사제가 매즈기 선딜이 너무 긴거랑 정화 쿨 타임 너무 긴거; 회피기 없는거 빼고는

그렇게까지 구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나회복 시켜주는 스킬 같은거 사제가 가지고 있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하지만 이때까지 많은 게임을 해 본 경험으로, 정령사라는 캐릭터는 굳이 사제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너무 완벽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그렇고, 테라 내에서 봤을 때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너프되어야 한다! 뭐 그런건 아니구요. 서두에서도 썼지만 이런 하이브리드 캐릭터는 패치 잘못하면 진짜 똥망하기 때문에 그냥 지금에선 어쩔수 없지... 하는 입장입니다만

 

대체 어디가 오버밸런스냐? 라고 물으신다면 정말 할 말 많습니다. 오버 맞습니다 맞고요....

 

그래봤자 인터뷰 보면 그렇게 너프같은건 과하게 할 생각이 없는거 같으니 그렇게 쉴드 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