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축구의 비극

오늘도 페랑이는 업무시간을 마치고 BOQ(숙소) 헐레벌떡 뛰어왔다. 목을 주욱 빼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말이다.

그걸 본 김병장이 애들 앞에서
“하여튼 저 병신샛기는 개찐따같은게 소대장으로와서 어휴”

그러자 오상병이
“ㅋㅋㅋㅋ 그만하시지말입니다. 사회에서도 괴롭힘 받았을텐데
여기서 관심장교되면 저희 곱게 전역 못합니다”

대체적으로 부대 내 분위기는 이런 상황이라 페랑이는
업무 마치고 잽싸게 빠져나올수 밖에 없었다.

전에 괜히

“얘들아 우리 축구 안할래?”

했다가 김병장이

“그럼 골키퍼나 하시지 말입니다.”

페랑이는 바로 익숙한듯 오른손을 머리통 뒤로 갖다대고

“아.. 응”

그렇게 골키퍼만 하다가 7:0 으로 졌다.

자기 편 공격 진영 저 멀리서 “개병신 같은 샛기야”

라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지만, 내심 추스리고

괜시리 귀를 파며 얼핏들린 거 처럼 내숭도 부렸다.

그렇게 경기가 끝나고 페랑이는 늠름해보이려고

“소대장이 많이 부족했으니 PX 내가 쏠게”

라고 하자마자 병사들은 그동안 못 샀던 물품들을

구비하고 쏠랑 나가버리고 PX병의 차가운 말한마디가

들려왔다. 278만원입니다.

전화를 걸어야했다. 엄마한테.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