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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30 00:47
조회: 10,102
추천: 1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24023번째포효
겨울이 다가오면 너한테서 나던 은은한 담배냄새가 너와 함께 피어 오른다.
소개팅으로 만난 넌, 처음부터 나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했다. 넌 내 이상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우리가 들리던 모든 가게의 종업원들에게 꾸벅꾸벅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내가 말할 땐 시선을 한 번도 흐트리지 않고 나만 바라봐주던 모습이, 내 고민에 마치 네 일인양 하루종일 고민해 조심스레 해답을 내놓는 모습이 좋아서 너의 손을 잡았었다. 넌 사귀고 나서도 그 모습을 단 한 번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너가 어쩌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담배얘기로 돌아가자면, 난 솔직히 흡연자를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빠도, 오빠도 담배를 피우지만 비흡연자인 내 입장에서 그 담배냄새가 늘 좋을린 없었다. 너도 당연히 담배를 피우지 않을거라 생각해 물어보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너가 흡연자란 사실을 알게 된건 너에게 비밀로 하고 너의 학교에 놀러갔을 때였다. 너가 공부하던 열람실이 어디냐 물은 뒤, 왜 묻냐는 너의 질문에 이리저리 둘러댄 뒤 너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들고 몰래 건물 앞으로 가던 중이였다.
밖에 있던 흡연구역에 가만히 서서 담배를 피우던 너가 선명하다. 겨울철 입김과 섞여 공중으로 흩날리는 담배연기가 또렷하게 보였다. 너에게서 한 번도 담배냄새를 맡지 못했고, 라이터조차 본 적이 없는데. 솔직히 털어놓자면 그건 나름의 충격이었다. 담배를 다 피운 넌,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린 뒤 습관처럼 주위를 쓱 둘러보다 나와 눈이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넌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그대로 얼음이 돼버렸다. 카페에 앉아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 너가 밉다기보단 귀여웠다. 어떻게 나랑 만날 땐 참았냐고, 냄새가 나지 않았냐 물었다. 넌 되게 엉뚱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널 만나는 날 담배를 피우고 가?'
넌 날 만나는 날엔 아침부터 나와 헤어질 때까지 절대 담배를 손에 대지 않았다고 했다. 어쩌면 너가 그토록 좋아하던 향수 때문에 어제의 네 담배냄새 역시 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꽤 오랜 시간동안 흡연자였던 너가 참았다는 말에 나름 기특했다. 한 가지 더 안 사실은, 넌 무조건 왼손으로만 내 손을 잡았다. 오른손으로 담배를 태우는 네 습관때문에 혹시라도 내 손에 냄새가 묻어날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쩔쩔매는 네 모습도 역시 귀여웠다. 끊겠다고 다짐하는 너에게 굳이 그러지는 말라했다. 금연하겠다고 고생하는 아빠와 오빠의 모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도 너는 절대 나에게 담배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1년을 넘게 만나는 시간동안 어떻게 그랬는지 신기하다. 문득 네 담배냄새가 궁금하면 너랑 만나기로 하지 않은 날 몰래 널 찾아가면 됐다. 그리고 너의 오른손을 잡으면 됐다. 넌 화를 내곤 했지만 계속 징징대는 날 말리진 않았다. 네 손에서, 코트 소매 끝에서 나는 그 은은한 담배항은 널 생각하게 했고 날 위한 네 노력을 생각나게 했다. 실제로 넌 날 만나는 동안 굉장히 흡연량을 줄였다고도 했으니 말이다. 특히 소매 끝에서 나는 향수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이면 뭐랄까, 섹시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렇게 날 두근거리게 하는 냄새가 났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종일 네 오른손을 잡고 다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내 손에서는 너의 향수와, 체취와, 그 담배냄새가 알맞게 섞여 계속 코를 킁킁거리게 했다. 그럼 너가 마음 속으로 찾아오는 듯 했다. 키스를 하면 바로 냄새가 난다는데, 몰래 찾아온 날엔 넌 절대로 입을 맞춰주지 않았다. 그 다음날 만나면 누구보다 달콤하게 입을 맞춰줬기 때문에 괜찮긴 했다.
두번의 겨울을 같이 보낸 후 우리는 벚꽃이 질 때 같이 헤어졌다. 벚꽃이 땅으로 떨어질 때 우리관계 역시 같이 사그라졌다.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계속 용서를 구했지만 넌 고개를 저었다. 그 이후로 우린 연락을 하진 않았다. 대신 담배를 피우는 내 친구, 동기, 선배, 후배, 가족을 보면 너가 몰래 생각났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독한 연기가 신기했다. 너에게서 나는 냄새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몇 달 전에는 호기심에 친구에게 담배를 빌려 처음으로 피워봤다. 켁켁거리는 기침과 함께 담배를 내던졌다. 넌 이렇게 아픈걸 뭐하러 피우는 걸까 또 궁금해져 괜시리 눈물이 났다.
얼마 전엔 친구의 강요로 소개팅에 나갔다. 너가 그랬듯 상대는 날 꽤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그 상대는 종업원에게 인사를 하지도 않고, 메뉴판을 늦게 가져왔던 그에게 인상을 찌푸리고, 늘 두 손을 모아 카드를 건넸던 너와 달리 한 손으로 카드를 툭 던졌다. 무엇보다 밥을 다 먹어갔을 때 그가 자랑스럽게, '아, 전 흡연 안해요. 나름 자랑거리에요 하하' 라며 멋쩍게 말을 건넸더니 난 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페를 가자는 그에게 죄송하단 말을 건네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흡연자를 찾는다는 건 아니었는데, 담배를 싫어하는데, 왜 그랬을까. 이미 답을 아는 질문을 던져본다.
겨울이 가득해, 하- 입김을 불어보면 너처럼 나도 입에서 연기같은게 나온다. 넌 여전히 담배를 피울까 궁금하기도 하다.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중에 혹시 너가 있을까, 넌 우리 학교가 아닌데도 혹시 놀러오지는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 그 쪽을 쳐다보게 된 것이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너가 보고 싶다. 향수와 섞인 네 담배냄새가 그립다. 내 손에서는 이제 핸드크림 냄새만 나는데, 너의 향이 같이 섞였으면 좋겠다. 가끔 네 꿈을 꾸면 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너가 사라지곤 한다. 그럼 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곤 한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낸 것처럼,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너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라는 연락이 오길 기다리는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서 난 오늘 핸드폰을 키고 너에게 연락할거다. 이미 할 말은 생각했다.
#24648번째포효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없었다.
너에게 보낼 연락은 이미 생각을 해놨었다. 헤어진 전 연인 사이에 가장 흔한 말, 잘 지내? 라는 그 세 글자가 어찌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다행히도 조마조마한 내 마음을 비웃듯이 넌 5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답장을 해줬다.
'나야 잘 지내지, 넌 요새 뭐하고 지내?'
내가 뭘 하고 지내는지는 사실 너무 진부해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대외활동 하나, 인턴 준비하는 것 하나, 그 외에는 서서히 다가오는 졸업에 대한 고민. 그런데 왠지 너가 나의 근황을 물어봤을 때, 난 그 순간만큼은 너무 바쁜 사람이 돼버렸다. 만나서 말하자고, 카톡으로 하기엔 너무 할 말이 많다고. 난 그렇게 너에게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을 한거다. 넌 나에게 언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나, 사실은 너에게 연락을 보낸 날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아무런 일정이 없었다. 사실 이것도 거짓말이겠지, 어떤 일정이 있었든 널 다시 보고, 다시 듣고, 다시 맡기 위해서는 취소했을테니까.
'미안한데, 나 크리스마스에만 시간이 돼. 너 약속 없으면 그 날 한 번 볼 수 있을까?'
너와 내가 연인 관계였을 때는 20분을 넘지 않던 답장이,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1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너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 나도 그 날 마침 약속이 없어. 우리 자주 가던 네 동네 카페에서 보자.'
그 날 하루종일 내 마음에는 너의 향기가 벅차올랐다. 그 날 꿈에서는 너가 담배연기 사이로 사라지는게 아니라 담배연기를 헤치고 나에게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너가 날 볼때마다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그 달콤한 향수냄새를 흘리며 반겨줬던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늘 자주 갔던 카페에서 만났다. 크리스마스 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크리스마스가 될 그 날, 손을 마주 잡지는 않았지만 테이블을 마주보고 너의 얼굴을 내 눈에 담았다. 넌 여전히 그 향수냄새와 담배냄새가 섞인, 날 치명적으로 파고들어 결국엔 눈물을 머금게 하는 그 향기를 풍겼다. 갑자기 눈물을 한 방울 뚝- 하고 흘린 날 보고 넌 쩔쩔매며 휴지를 가져와 나에게 조심스레 내밀었다. 차가운 커피를 한 모금 하고 나서야 나는 진정을 하고 너와 근황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먼저한 질문은 뻔했다.
'아직도 담배 펴?'
그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다가 난 결국 너에게 말을 꺼냈다. 내가 그 때 저지른 잘못, 이제는 용서했냐고. 이제 날 봐도 밉지 않냐고. 또 고개를 저을거냐고. 넌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널 완전히 용서했다면 그건 거짓말일거야. 그런데, 처음에는 그 거짓말조차 하기 싫었는데 이제는 거짓말쯤, 할 수 있을 것 같아. 난 그래.'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날 한 번 더 보겠다는건가, 더이상 고개를 저을 일이 없다는걸까. 우리는 너가 그 말을 하고 난 이후로 아무 말도 없었다. 이미 커피는 사라진 얼음잔의 얼음만을 뒤적거릴뿐.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우리는 1시간 넘도록 얼음과 같이 생각을 휘저었을 것이다. 서로의 눈만 봐도 고민하고 있다는걸 알 수 있는 사이니 말이다. 이제 헤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을 꺼낸건 너였다. 난 미련을 가득 묻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넌 문득 내 이름을 부르고 몇 초동안 말이 없었다.
'우리 1월 1일에 또 볼까?'
난 튕기는 것 없이, 당기는 것 없이 너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날 보자고, 우리 그 날은 둘 다 좋아하는 초밥을 먹으러 가자고, 라라랜드를 보러 가자고, 술도 한 잔 하자고, 난 그렇게 10초동안 너와 1월1일에 할 계획을 세운거다. 넌 살짝 웃더니 나에게 일찍 만나야겠다고 말했다. 우린 그렇게 헤어지고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난 그날 밤 또 똑같은 꿈을 꾸었다. 넌 연기를 헤치고 나와 날 꽉 안아주었다. 넌 내 귀에 대고 용서하겠다고, 이제 우리 다시 사랑해보자고, 담배 역시 절대 널 만날 때 피지 않겠다고. 난 그만 너 품안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그 다음날 실제로 내 눈에도 약간의 눈물이 아롱거렸다. 그런데 그 눈물은 달콤하고, 행복했다.
난 이번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맛보지는 못했다. 대신 난 선물을 받은 것이다. 너의 향기를 다시 맡을 수 있는 선물, 너가 날 만날 때 담배를 피지 않는 그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선물, 내가 다시 네 맘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선물.
우리는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소개팅이 끝난 후 너가 쭈뼛쭈뼛 영화를 보러가자고 말을 건넨 것처럼, 내가 너의 열람실을 몰래 찾아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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