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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보기 2 (얼라이언스, 안두인-겐-투랄리온) : http://www.inven.co.kr/board/wow/1896/35294?name=nicname&keyword=Syur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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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부몰락지대

 

안두인 린은 마치 비명을 지르는 공허의 수하들이 그의 뒤를 따라오기라도 하는 듯이 빠르게 말을 타고 달렸다. 하늘에서는 천둥이 그의 말이 밟굽을 땅에 세게 부딪치듯이 땅에 우르르 내려 부딪혀왔다. 말은 안두인을 태우고 상처입은 서부몰락지대의 평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의 충실한 친구이자 첩보단장인 쇼 외에는 아무도 그를 쫓고 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안두인에게 상관없었다. 어둠이 그의 발 끝을 할퀴고 있었고, 안두인은 어둠을 앞지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당분간이라도. 적어도 한 순간이라도.

 

폐하! 국왕 폐하! 젠장, 제 말의 말굽이 다 닳겠어요!” 마티아스 쇼의 목소리는 하늘의 천둥 소리와, 말들의 소움 사이에서 겨우 들려왔다. 안두인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혀를 차며 단심(안두인의 말 이름)을 더욱 재촉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더더 빠르게. 안두인은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그 어디에서도. 멀리서, 파편과 힘의 탑이 농지의 낮은 언덕에서 수정처럼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짙어지는 구름이 땅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그의 머리 위에서 가까이 흘러가자 안두인은 그것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안두인은 서부몰락지대가 그렇게 급격하게 변한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대격변은 격렬했고, 젊은 남자의 향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부몰락지대는 그의 어린 시절 깊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들을 정리 해놓은 것만 같았다. 그 때 그는 시험도 제대로 치루지 않은 소년이었다. 지금의 그는 칼날처럼 연마된 기분이었다.

 

그 시험받지 않은 소년은 어떤 것은 영원하게 남아있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는 그런 믿음이 그저 어린 아이의 희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떤 것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 어떤 도시도 무너질 수 있었고, 적도 때때로 동맹이 되며, 심지어 친구가 되기도 한다. 냉소주의는 낙관주의보다 더 많은 지혜를 품을 수 없었다.

 

폐하!”

 

그는 마침내 늬우치며 숭배마의 고삐를 부드럽게 잡아당기고, 장엄한 백마는 느린 걸음으로 속도를 낮춰 첩보단장이 자리를 잡고 자기 옆으로 걸어올 수 있도록 도왔다. “죄송해요.” 안두인은 그의 눈 앞을 가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젖히고 한숨을 쉬었다. “당신의 늙은 몸에게는 힘든 일이었겠군요.” “저한테 경주를 하겠다고 말씀하시진 않으셨잖습니까.” 쇼가 툴툴거렸다. 안두인의 놀림에도 불구하고, 조금 지치긴 했지만 아직 건장하고 노련한 나이 든 남자는 숨이 차지도 않았다. “공정한 알림만 있었어도 제가 페하를 먼지 속에서 울게 만들었을 겁니다.”

 

글쎄요.” 안두인은 엘윈숲의 강 너머에 있는 숲으로 향하기 위해 말을 돌렸다. “시험 해봐야 알겠는데요?” “그래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기 전에 먼저 왜 미친 사람처럼 말을 몰았는지 말씀해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뒤에 남겨져서 고귀한 목을 꺾이시는 일만 하시면 됩니다.(경주하다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농담조로 표현한 것)” 쇼는 안두인에게 거칠게 굴었고, 그의 목소리도 매일 아침 톱밥으로 가글을 한 것처럼 거칠었다. 그러나 그 거칠고 밀어붙이는 태도는 안두인에게 위안을 주었다. 궁정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왕 앞에서 절을 하고 굽신거리며 무언가를 뜯어내려고 할 때, 쇼는 그의 앞에서 꼿꼿하게 서 있었다.

 

머리 위의 구름들이 모여 폭우를 쏟아내려고 했지만 안두인은 숙련된 기수로서 여유롭게 안장에서 뛰어내리며 다가오는 비를 무시했다. 단심은 하얀 갈기를 뒤척이고 이를 갈며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왕은 주머니에서 사과 몇 조각을 꺼내 말에게 먹이면서, 머리 쪽으로 다가갔다. 말의 고삐가 삐뚤어져 있었다. 안두인은 말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코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 고삐를 고친 후 말의 눈 사이 이마 부분을 쓰다듬었다.

 

제가 처음 말을 배우던 아주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저를 마구간으로 데려가서 첫 번째 조랑말을 주셨어요. 얼룩이(Dappled). 신사(Gentle). 열세뼘(Thirteen hands). 전 아버지께 왜 말을 손으로 재냐고 물어봤죠.” 안두인은 먼 기억을 더듬으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버지는 씩 웃으며 모른다고 하더니 마부에게 알고 있냐고 소리 쳤아요. 아무도 왜 그런지는 알지 못했죠. 마부는 당황했을 거에요. 그 가엾은 소년은 나랑 그렇게 나이가 많이 차이나지 않았거든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그의 이름은 마빈이었던거 같아요.”

 

쇼는 여전히 안장에 앉아 있었고, 그의 표정은 갑자기 먼 옛날을 떠올리는 듯 했다. “전 그를 모릅니다.” 하지만 안두인은 쇼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 알고 있었다. 쇼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쇼는 분명 마빈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어떤 전쟁에서, 오크의 도끼나 포세이큰의 독이 발린 단검에 죽었을 것이다. 아니면, 대격변에 의해 집이 무너졌고, 집이 무너지면서 그도 땅 아래에 삼켜졌을지도 모른다.

 

안두인은 씁쓸한 생각들을 밀어내고 말을 꺼냈다. “전 충격 받았어요. 저의 아버지, 스톰윈드의 국왕이 신하들의 앞에서 자신의 무지함을 인정하다니. 제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그 다음에 아버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쇼는 고개를 저으며 모른다는 의사를 표했다. “오직 멍청이만이 자신이 모든 것의 전문가인줄 착각하지.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노력한단다.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두 사람은 잠시 침묵을 유지하고, 폭풍우가 비수 언덕을 지나 북쪽으로 떠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분은 섬기기엔 힘든 왕이였지만, 섬긴다는 도전을 이루고나면 만족감이 확실했습니다. 이런 건 다른 지도자들에게는 보기 힘든 면이죠.” 그러자 안두인이 정곡을 찔린 듯 움찔했다. “아야.” "물론 폐하를 섬기는 것도 만족감이 있습니다. 단지... 조금 더 힘들다고나 할까요.“ 쇼는 그저 웃는 기색만 갖추면서 대답했는데, 그것은 여태껏 첩보단장이 보인 미소 중 가장 의미심장했다. ”힘든 것에 대한 적절한 예시를 들자면, 폐하는 제 질문을 피하고 계시죠.“

 

아니, . 전 대답하고 있었어요.” 안두인은 왼손으로 단심의 고삐를 느슨하게 풀고, 오른손으로는 숲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너머로는 안개 낀 먼 거리에서 스톰윈드의 첨탑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오늘, 전 제 한계를 인정하게 됬어요. 오늘은.. 오늘은...” 안두인은 무익하게 말을 더듬으며 어떤 단어를 찾아내려고 했다. 힘들었다? 그 단어로는 모든 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낙담했다? 분했다?

 

참담했다.

 

티란데와 말퓨리온은 놀드랏실로 도망쳐야만 했고, 그가 보낸 편지들은 모두 읽히지 못했다. 그날 아침 편지 배달부는 그가 그들에게 보낸 편지를 뜯지 않은 채 그대로 돌려줬다. 안두인이 단호하게 놀드랏실로 돌아가 다시 편지를 전하라고 단호하게 말하자 남자는 더욱 떠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안두인이 인간과 나이트엘프 사이의 분열을 다시 고쳐놓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려 해도, 그 편지의 존재만으로도 안두인은 실망감을 느꼈다.

 

그들이 분노하는 것에 대해 원망할 수는 없지만, 안두인은 그들이 굳건하게 단결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의 통치 하에 있던 스톰윈드가 불에 타버린다면 그는 용서를 쉽게 할 수 있을지, 아니 용서를 할 수는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살딘 농장 바로 서쪽에 연기가 피어올라왔다. 나무가 쪼개지는 독특한 소리와 남자의 비명소리가 아니였다면 같이 들려오는 천둥 소리 때문에 천둥으로 오인했을 것이다.

 

방금 무슨 소리였죠?” 안두인은 중얼거렸다. 그는 뒤에서 투덜거리는 쇼와 함께 소란과 연기를 향해 돌진했다. “조심하십시오.” 나이 든 첩보요원이 말했다. “매복일 수도 있습니다.” “저들은 제 백성이고, 제가 다스리는 땅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폐하의 적들이 그걸 이용해서 접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안두인은 헛간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괴로워했고, 신하가 괴로워하는 것을 힘없이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그들은 개방된 들판에 도착했고, 사람의 높이만큼 둥글게 쌓여있는 건초 더미를 보았다. 닭들은 그들이 접근하자 도망쳤다. 삐죽삐죽한 기둥에 말의 고삐를 걸어 말이 도망가지 못하게 한 뒤, 안두인과 쇼는 부서진 울타리의 틈을 통해 들판으로 들어갔다. “폭발 사고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안두인은 속도를 높였다, 높아지는 목소리는 점점 선명하게, 더 많이 들렸다. 그와 동시에 변화하는 바람과, 숨막히는 연기가 안두인과 쇼를 에워쌌다. 안두인은 눈을 깜박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헛간 지붕 위에 무엇이 남아있는지 보려고 했다. 열띤 논쟁 속에서, 헛간 지붕은 무너져있었고, 그 곳에는 세 남자가 열띤 논쟁을 벌이는 것이 보였다.

 

가장 키가 큰 사람은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더러웠다, 폭발로 인한 파편이 그의 수염에 걸려있었다. 다른 두 남자들은 평범하게 손으로 만들어진 농부의 옷을 입고, 노동에 메마른 얼굴은 잔디에 찔리고 얼룩져있었다. “야고, 이 빌어먹을 얼간아! 내가 헛간에서 머물러도 된다고 했지 미친 실험을 해도 된다고는 안 했잖냐!” 거리가 더 가까워지고 연기가 흩어질수록, 안두인은 두 농부가 가족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명은 아버지였고, 한 명은 아들이었다. 아들은 마치 아버지를 축소한 것마냥 붉은 수염도 똑같았으며 단지 흰 머리가 조금 더 적었을 뿐이었다. 나이 든 농부는 야고에게 주먹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들려오는 칼이 칼집에서 뽑히는 소리에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칼날 그 자체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아주 돌처럼 굳어버린 마티아스 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칼은 칼집에서 뽑히지 않았다. 아마도 소리만으로도 농부를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사분들.” 안두인은 손을 들며 부드럽게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나요?” “저 자식은 신사가 아니오!” 농부가 고함쳤다. “저 자식은 술에 쩔어서 내 헛간에서 빌어먹을 밀주를 양조하려 했소. 내 지붕을 보시오! 저걸 고치는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지 알고나 있소?”

 

그는 자신이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깨닫는 데에 잠시 걸렸지만, 그는 존경심을 담아 고개를 숙이는 가장 일반적인 인사를 보였다. 반면에, 그의 아들은 시트처럼 하얗게 변했다. “야고씨의 관점으로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요.” 안두인은 대답했다. 그는 반응이라고는 왕의 발치 아래에 큰 소리로 침을 뱉는 것 외에는 하지않는 야고를 향해 돌아섰다. 안두인이 돌아서는 것만으로도 야고는 놀라 쓰러질 뻔했고, 그 탓에 그의 딸꾹질은 스톰윈드 성에 다다를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불에 탄 나무와 밀주 냄새는 야고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숨길 수 없는 에일 악취를 감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저기요.” 자신의 메마른 침을 삼키며 남자는 흐리멍텅하게 말했다. “제가 할 이야기는 저것 뿐이오. 제게 세상에 남은 건 저것 뿐이오. 내 뼈, 내 피, 내 담즙. 아무것도.. 난 아무것도 없소.” 그의 눈은 순간적으로 커졌고, 그의 얼굴은 그을린 자국 사이로 붉어졌다. “아무것도.” 그는 갑자기 어설프게 안두인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미 쇼는 그를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빛처럼 첩보대장은 왕 앞으로 뛰어들었다. 쇼는 칼을 칼집에서 반쯤 꺼낸 채, 주정뱅이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내가 너라면 멈출거다.” 쇼는 으르렁거렸다. “죽이시오. 당신의 칼을 쓰시오.” 야고는 씩씩거리며 말했다. 쇼의 어깨 너머로, 안두인은 눈물이 고인 충혈된 그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보면 볼수록, 어딘가 낯익었다. “난 거기 있었소! 난 포세이큰 여왕이 그녀의 백성들을 쏴죽일 때 거기에 있었단 말이오!” 안두인은 야고의 다리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것을 바라보며 얼어붙었다. 검은 색의 티끌들이 마치 검은 눈처럼 공기 중에 자리 잡았다.

 

아라시.. 난 거기로 갔소. 난 거기 있었소. 우리 윌머.. 월머는 거기 있었소. 그는.. 그들처럼 변했소. 몸이 썩어있었고, 이상했지만 그는 여전히 월머였소. 여전히.. 여전히 내가 아는 최고의 남자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소.” 야고는 다시 분노에 사로잡혔고, 안두인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 질렀다. “당신은 여왕을 멈출 수 있었소. 당신은 그들을 살려낼 수 있었소...” 쇼는 조심스럽게 야고의 손을 내렸다.

 

국왕님께 그런식으로 대하지 말도록.” “국왕? 국왕?” 야고는 반쯤 미친듯한 높은 목소리로 웃었다. “당신은 내 왕이 아니오. 아마 멍청이들의 왕일테지.” 안두인은 억지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쇼를 옆으로 밀어냈다. “전 괜찮아요, .” 그리고 안두인을 무릎을 꿇었다, 떨려오는 무릎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 실패에 대해, 그 날에 대해 느끼는 수치심을 숨기기 위해서. 그는 포세이큰, 언데드가 된 자들과 남겨진 인간 가족들 간의 만남을 위해 좋은 의도로 그 곳에 갔다. 그들은 서로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포세이큰의 여왕이자 이제는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을 실바나스 윈드러너가 자신들의 백성을 죽이기 전까지는. 그녀는 재회한 후 사랑하는 인간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고 싶어하던 백성들을 처형했다. “정말 미안해요, 야고.” 안두인은 말했다. “-” 자고는 안두인을 세게 밀친 다음 간신히 일어서서 들판으로 몇 걸음 달려나갔다. 쇼가 재빨리 그를 체포하려고 몸을 돌렸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는 팔을 벌린 채로 얼굴부터 땅으로 엎어졌다. 그는 알레리아 윈드러너의 뾰족한 가죽 부츠에서 겨우 한 치정도 떨어진 곳에 쓰러졌다.

 

안두인은 그녀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어떤 말도 그녀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지만, 그 순찰대원은 어찌됐든 자신만의 독특한 이동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부츠로 쓰러진 남자를 쿡 찔러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숨은 붙어있군.” “그것 참 다행이오.” 농부는 무미건조하게 중얼거렸다. 농부가 쇼에게 지붕이 망가졌다고 투덜거리는 동안 안두인은 결연하게 알레리아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저걸 어떻게 지불해야합니까? 야고는 자기 앞으로 땡전 한 푼도 없단 말입니다.” “정찰대장 다누빈에게 말해보십시오.” 쇼는 차갑게 대답했다. “아마 다누빈이라면 당신에게 지붕의 상태를 봐줄 수리공을 보내줄 겁니다.” “물론입죠.” 농부는 투덜거렸다. “그가 잘도 그래 주겠죠..” 안두인은 머리 근처에서 멈추어 쓰러진 남자의 몸 너머로 알레리아를 응시했다. “빨리 오셨군요.” 안두인은 숨이 막히는 듯 말했다.

 

안두인은 야고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 넘어갈 의도는 없었지만, 알레리아의 등장은 야고의 고통과 모든 면에서 관계가 있었다. 물론, 왕국의 모든 문제는 중요하지만 말이다. 실바나스를 찾는 가장 시급한 입무를 위해 파견한 알레리아가 이렇게나 빨리 올 것이라고는 왕은 예상하지 못했다. 윌머는 실바나스가 저지른 무수한 범죄의 희생자중 하나일 뿐이었고, 그를 죽게 만든 살인마는 발견되어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안두인은 알레리아의 팔을 잡고 들판에서 먼 곳으로 떠나, 지루해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말들의 뒤로 돌아왔다. “일찍 오셨다는 건, 좋은 징조가 있다는 뜻인가요?” 그는 압박했다. 알레리아의 정교하고 창백한 얼굴은 후드에 반쯤 가려져있었지만, 안두인은 그녀의 긴장된 입술선에서 실망의 감정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 걸으면서 시선을 땅으로만 향하고 있었고, 그녀의 몸은 말할 수 없을정도로 경직된 것처럼 보였다. “아니요.” 알레리아는 속삭였다. 그저 단 한 마디에 그녀의 목소리는 감정에 받쳐 갈라졌다. 그녀는 피곤하고, 헬쑥해보였다. 짙게 드리운 눈그늘이 그녀의 공허한 눈을 더 밝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아니요, 국왕이시여. 그대에게 전해드릴 좋은 소식은 오늘 없습니다.” 그들은 울타리에 도착했다. 안두인이 대들보를 하나 움켜쥐고 비틀자 오래되고 지친 목재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안두인은 이 대들보를 박살내버리고 싶었다. 꺾어버리고 싶었다. 분노가 치밀어오자 안두인은 알레리아가 거기서 무엇을 봤을지 두려운 듯 눈을 감았다. “제 여동생은 탁 트인 평야에서 가로지르며 뛰어다니는 더러운 멧돼지같은게 아닙니다.” 알레리아는 안두인에게서 물러나 팔짱을 꼈다. 망토 아래의 팔은 녹색과 금색으로 이루어진 갑옷으로 무장되어있었다. “실바나스는 교묘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어두운 힘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숨기죠.”

 

하지만 당신은 제가 아는 가장 훌륭한 사냥꾼이에요.” 안두인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전 당신이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신은 실바나스를 가장 잘 알잖아요, 알레리아. 당신은 우리에게 가장 큰 희망이었어요.” 쇼는 말없이 그들과 합류했고, 그의 시선은 공허엘프를 향하고 있었다. 잠시동안, 그 누구도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폭풍우가 초원을 향해 질주하면서 바람을 광란으로 빠져들게 휘저었다. 작은 뿔엄니멧돼지 무리들은 놀라서 끼익거리며 들판으로 달려나갔다. 그리핀 한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오르며 감시의 언덕으로 향했다. 아직도 목재는 삐걱거리며 부르르 떨리는 안두인의 손아귀에 잡혀있었다, 그리고 안두인은 아직도 그 목재를 부러뜨리고 싶었다. 무언가를 깨뜨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들은 군단을 이겨냈다. 아제로스에 죽음과 불벼락을 쏟아붓는 살게라스의 공포를 이겨냈다. 그러나, 그들은 인내해야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군단의 손에 죽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느조스에 의해 타락했고, 광기의 굴레에 갇혔을까? 그럼에도, 고대신조차 그들의 힘에 쓰러졌다. 그러나, 한 여인... 한 여인만은 정의의 심판을 피해갔다. 그녀를 찾는 일은 아주 하찮은 일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많은 대가를 치러도 불가능한 일임이 증명되고 있었다.

 

우린 계속 수색하겠습니다.” 알레리아는 자존감을 굽히며 말했다. “실바나스는 영원히 숨어있을 수 없습니다.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내야만 할 거에요. 그리고 그녀가 나타나면, 실바나스는 적들의 전폭적인 힘에 압도당할 겁니다.” 안두인은 천천히 눈을 떠, 금발의 엘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그의 어두컴컴한 기억 속에서 불쾌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언젠가, 알레리아가 실바나스가 느조스에게 대항하도록 내버려둬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자매, 베리사는 그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안두인에게 그 의견은 터무니 없었다. 당연하게도 피는 아직도 물보다 짙었다. 그들은 자매인 실바나스의 용기를 믿을 권리가 있었다. 게다가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하지만 안두인은 거절했다. 그녀의 힘은 의심할 수 없었지만.. 하지만 지금 그녀는.. 쇼가 그의 이름을 불렀던 것 같지만, 안두인은 기억 속의 어두운 힘에 사로잡혀 있었다. 왜 알레리아는 그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어떻게 그녀는 실바나스 윈드러너라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에게 기회를 줄 만큼 눈이 멀어있을 수 있는거지? 그리고 지금은 가장 명백한 그녀의 임무를 실패해왔다, 바로 그녀의 여동생을 쫓고 그녀를 심판받게 하는 일. 그녀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의 차가운 눈빛이 무한한 공허의 신비로움보다 그 이상의 것을 감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알레리아가 나에게 충성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지? 알레리아를 우리의 편에 두는 것은 위험하고,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었을까? 어리석고, 무모한 위험.. 마치 아라시 고원에서 실바나스를 믿었던 것처럼. 순진해 빠진 소년왕이 뱀의 말을 믿었을 때처럼... 아니야. 알레리아는 여러번 자신을 증명해왔으며, 그녀는 진실을 말했다- 실바나스는 단순한 사냥감이 아니었다. 추격은 계속 될 것이고, 그는 왕으로서 그들의 승산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해야한다.

 

그것의 그의 의무이니까.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하지만, 안두인은 그 한계에 도달해서는 안 된다. 아직은. 지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울타리의 기둥은 뚝 부러졌다. 마치 해결해야만하는 다른 일들처럼. 또다른 길고, 긴 고쳐야만 하는 것들의 연장선. “이리로 오세요.” 안두인은 둘에게 등을 돌리며 조용히 말했다. “강풍이 들어닥칠거에요. 다음에는 어떻게 접근할지 스톰윈드로 가서 결정하도록 하죠. 실바나스는 쉬지 않을거에요, 그러니 우리도 그래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