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공개 서비스 시작 이래, 한국 리전은 유독 기형적인 '전쟁(PvP) 서버 쏠림 현상'을 겪어왔다.

북미·유럽 등 해외 리전에서는 일반(PvE) 서버가 높은 인구 비중을 차지하며 최상위 레이드 경쟁의 큰 축을 담당한 반면, 한국에서는 초기부터 전쟁 서버만을 '진짜 와우'로 치부하고 일반 서버를 '초식 서버'나 '반쪽짜리 게임'이라며 내려치는 풍조가 뿌리내렸다.


그러나 한국 전쟁 서버의 역사가 증명한 실상은 대등하고 명예로운 진영 간 전투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즈샤라 서버 등 특정 진영으로 인구가 극단적으로 편중되면서 필드 PvP의 균형은 일찍이 무너졌고, 다수 진영이나 고레벨 유저가 퀘스트 중인 소수·저레벨 유저를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학살'과 '시체 지키기(꼬장)'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결국 본섭에서는 2018년 《격전의 아제로스》 확장팩을 기점으로 일반·전쟁 서버의 물리적 구분이 폐지되고 선택형 '전쟁 모드'로 통합되었다.

하지만 2019년 《와우 클래식》 출범으로 과거의 서버 구분이 부활하고, 명예 시스템 도입 직후 무차별적인 필드 통제와 학살 사태가 재현되면서 구시대적인 서버 우월주의 또한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방적인 괴롭힘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왜곡된 태도다.

무분별한 저레벨 학살과 게임 진행 방해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일부 전쟁 서버 우월주의자들은 "스스로 동의해서 전쟁 서버에 들어온 것 아니냐"며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이는 군대, 운동부, 직장 내 부조리나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의 적응 부족 탓으로 치부하고, "친구끼리 장난친 것뿐인데 왜 예민하게 구느냐"며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가해자 중심의 '일진 논리'와 맞닿아 있다.


이들은 자신이 부당한 폭력의 정당화 기제를 답습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그저 게임일 뿐"이라는 변명 뒤로 숨는다.

심지어 고충을 토로하는 유저들에게 트라우마 운운하며 위하는 척 빈정거리기까지 한다.

타인의 시간을 일방적으로 망가뜨리며 우월감을 확인하려는 미성숙한 태도이자, 현실에서는 아무런 내세울 것 없는 서버 선택 하나에 과몰입해 강자라도 된 듯 꺼드럭거리는 허세에 불과하다.


게임의 본질은 각자의 성향에 맞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 있다.

소모적인 필드 방해와 조롱 대신 던전 공략과 협동, 세계관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 일반(PvE) 서버를 선택한 플레이어들의 방식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