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쌩뚱맞다고 생각되는 질문을 하나 던질테니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해볼래?

니네들 혹시 뉴스에서 '파업중인 근로자들' 이라는 표현을 들어본적 있냐?

아마도 내 기억으로는 '파업중인 노동자들' 이라는 표현은 봤어도, "파업중인 근로자들"

이란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는거 같아.

 

'파업중인 노동자' 들과 '파업중인 근로자들'...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파업중인 - 근로자들'... 저 문장에서 근로자들이라는 단어가 왠지 낮설다고 느껴지지 않냐?

왜냐면 이나라 언론들의 아이덴티티에 비춰보면 파업에는 '노동자'라는 단어를 조합하는게 

적절하거든.

 

근로자나 직장인 혹은 노동자.

근로자는 - 건전하고 긍정적인... 의 동의어이고, 노동자는 뭔가 불만이 가득 찬 부정적이고

과격한...의 동의적 표현으로 통용되거든. 또한 한국의 언론 환경은 대중들에게 지속적으로

이런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키지.

 

보통의 경우에는 근로자 직장인이라고 부르다가 꼭 파업과 관련된 경우에는 노동자라고

칭하는 것. 때문에 근로자나 직장인은 대단히 긍정적이거나 순치된 대상으로서의 호칭이고,

노동자는 = 파업 = 과격. 폭력. 불법. 집단이기주의 등의 동의어로서의 한국적 표현이란말야.     

 

그렇다보니 한국에서는 대화 도중에 노동자와 근로자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혹시나 상대에게 어필하는데 있어서 뭔가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낌으로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며 선택적으로 단어를 사용한다든지, 단어 선택에 따라 

서로의 정치사회적인 성향과 정체정을 탐색하기에 까지 이르게 되어버리는... 죠지오웰의

동물농장에서와 같은 블랙코메디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지.

 

내 말이 지나친 비약이라 생각 된다면, 혹시 어디서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 "xxx기업 

노동자로 근무합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이... 왠지 상대에게 어필하는데 있어서 부적절한

것 같이 느껴지고, 부정적인 인상을 주지 않을까 고려해 본 경험은 없는지 생각들 해봐.

만약 이런 경험이 있다면 언론 환경에 세뇌된 결과로... 반사적인 자기 검열을 해버린 것

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고... 

 

내 말이 미심쩍으면 언론들에서 각각 어떤 경우에 근로자 직장인 혹은 노동자라는 단어를

차별적으로 활용하는지 한번 눈여겨 보라고.

 

 

조금만 확장해보면 예컨대 이런 문제들이지.

노동자들이 파업하면?  '파업으로 인하여 모처럼 만에 되살아 난 경제활성화 불씨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건희나 정몽구가 수조 원을 탈세하고 재판을 받으면? '한편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처벌이

잇따르면서 구속 상태에 있는 대기업 오너들의 투자 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곧바로

경제살리기에 위협을 초래함으로 기업인들에 대한 지나치게 엄정한 법 집행은 경제살리기

관점에서 도움이 안된다는 시각들이 많습니다'

 

이게 내가 만들어 낸 말 같냐?

황교안과 최경환이가 직접 했던 말들이고, kbs9시 뉴스에서 고대로 앵커 멘트로 나왔었던

말들이야.

 

국민기본권을 공권력을 동원해 말살하려고 하는 부당한 국가 폭력과, 이에 맞서는 국민들의

저항권 행사... 이 둘의 충돌 사이에서 폭력 자체에만 촛점을 맞추는 것 또한, 이나라 언론들

의 가증스러운 물타기지. 대체 이 폭력이 왜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폭력의 원인제공자들

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이, 그저 땡전 뉴스들이 보도해주는 내용들을 그냥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면서 '폭력적인 광우뻥 좀비' 운운하는 자들이야말로 제도 언론 환경에 

세뇌되어버린 진정한 좀비들이지. 

 

 

그리하여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하는 일상의 흔한 대화속에서도 이데올로기적 갈등과

대립은 촘촘히 박혀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일테고,

더구나 그걸 글로 옮기는 일이라면, 내가 무심코 던지는 화두나 표현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심각한 반발로 읽혀질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가며 글을 써야하지 않나... 싶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