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주변기기를 통틀어 일컫는 ‘게이밍 기어’는 다양한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아이템은 단연 ‘키보드’다. PC 기반 게임을 즐기는 데 필수불가결인 입력장치인 데다 최신 IT 기술이 더해지면서 디자인과 기능, 성능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급격한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스위치를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는 마니아들의 소장품을 넘어 이제 게이머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체리 사의 스위치 특허가 만료되고 저렴한 호환 스위치가 대거 등장하면서 현재 기계식 키보드 시장은 중흥기를 맞고 있다.

 


▲제닉스 타이탄 마크7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의 종류에 따라 그 특성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마니아 중에는 스위치 종류가 다른 2개 이상의 기계식 키보드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많이 저렴해졌다고는 해도 기계식 키보드는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여전히 비싼 편이다. 또 생각보다 부피가 큰 편이라 2개만 있어도 책상 위가 가득 차고 보관할 장소도 마땅찮다.

제닉스의 새로운 기계식 키보드 ‘타이탄 마크7(TITAN Mark VII)’은 평소 다양한 종류의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고는 싶지만, 비용이나 보관 문제가 부담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기존 타이탄 시리즈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은 타이탄 마크7

제닉스 타이탄 마크7은 기존 제닉스의 인기 키보드인 ‘타이탄’ 시리즈와 거의 같은 디자인을 채택했다. 알루미늄 소재의 메탈 상판과 키 스위치가 절반가량 노출된 ‘비키스타일’ 디자인 등 전체적인 형태는 물론, 메탈 상판의 꺾인 각도나 장식 형태의 구조물까지 기존 타이탄 시리즈를 빼다 박았다. 키 배열마저도 US 104키 방식이기 때문에 외모만으로 구별하기 어렵다.

▲특유의 알루미늄 메탈 상판과 스위치가 노출된 비키스타일도 그대로 유지했다.

키캡도 기존 타이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이중사출 방식이다. 투명도가 다른 플라스틱 소재를 2중으로 사출해 만든 이중사출 키캡은 각인(키캡의 표기 글자)이 반영구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모델부터 쭉 이어진 제닉스 타이탄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다.


▲이중사출 키캡을 쓴 것도 기존 타이탄 시리즈와 같지만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한 것이 다르다.


다만 기존 타이탄 시리즈가 저렴한 멤브레인 방식 키보드였다면 이번 ‘타이탄 마크7’은 고급형 기계식 키보드라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즉 외모만 비슷할 뿐 속은 전혀 다른 제품인 셈이다. 높은 내구성과 반응의 정확성, 특유의 타건감과 타건음 등 기계식 키보드만의 장점은 멤브레인 방식이 따라올 바가 못 된다.

그런데 기존 타이탄 시리즈는 물론, 현재 국내에 출시된 모든 기계식 키보드 제품들과 차별화된 ‘타이탄 마크7’만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키캡 뿐만 아니라 핵심인 ‘스위치’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퀵 스와프 시스템(Quick Swap System)’을 채택한 것이다.

▲함께 제공되는 리무버로 스위치를 쉽게 빼낼 수 있다.

 

일반 기계식 키보드는 스위치가 기반에 납땜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스위치를 교체하려면 100여 개에 달하는 스위치 하나하나 납땜을 녹여 떼어내야 한다. 초보자는 거의 불가능한 작업이며, 전문 기술자에게도 번거롭고 귀찮은 작업이다. 차라리 같은 디자인에 다른 스위치를 쓴 키보드를 하나 더 사는 게 속 편하다.

반면, 타이탄 마크7은 키 스위치 자체를 쉽게 분리해서 교체할 수 있다. 납땜 대신 꽂았다가 뺄 수 있는 소켓 기판을 사용함으로써 초보자도 불과 십여 초 만에 스위치 하나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손쉬운 스위치 교체를 위해 납땜이 아닌 소켓 방식 기판을 사용했다.

방법도 간단하다. 먼저 동봉된 키캡 리무버로 키캡을 제거하고, 역시 동봉된 금속제 스위치 리무버를 사용해 스위치의 고정부 잠금을 눌러서 풀어준다. 그 상태 그대로 들어 올리면 스위치가 쏙 빠진다. 그리고 교체하려는 다른 종류의 스위치를 그 자리에 대신 꽂고, 다시 키캡을 끼우면 끝이다.

▲원하는 종류의 전용 스위치를 그냥 꽂기만 하면 교체가 완료된다.

 

이를 반복하면 약간의 시간 투자만으로도 키보드 일부 또는 전체의 스위치를 모두 교체할 수 있다. 또 이를 응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키만 다른 스위치로 바꾸는 ‘스위치 커스터마이즈’도 가능하며, 고장 난 스위치도 쉽게 교체할 수 있다. 물론 처음 살 때 기본 스위치와 다른 종류의 스위치는 따로 사야 한다.

▲직접 스위치 종류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4종의 스위치 샘플을 제공한다.


게다가 타이탄 마크7에는 청축과 적축, 갈축과 흑축 4종의 스위치 샘플이 하나씩 기본으로 동봉되어 있다. 덕분에 하나씩 종류별로 미리 테스트해 볼 수 있으며, 필요한 스위치만 살 수 있어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일단 청축은 기계식 스위치 특유의 ‘찰칵’하는 타건음과 경쾌한 타건감이 특징이며, 갈축은 청축의 ‘찰칵’하는 타건음이 없어 조용하고 타건감도 좀 더 부드럽다. 흑축은 누를 때 걸리는 것 없이 쑥 들어가지만 탄성이 좋아 쫀득한 타건감을 제공하며, 적축은 흑축과 비슷하지만 탄성이 훨씬 약해 가벼운 타건감을 제공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스위치 종류는 직접 눌러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원하는 스위치로 쉽게 교체하거나 '스위치 커스터마이즈'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스위치 브랜드는 기존의 체리와 카일에 이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오테뮤(Otemu) 스위치를 사용했다. 다만 쉽게 탈착할 수 있도록 구조가 조금 변경되어 있으므로, 제닉스가 별도로 판매하는 교체용 스위치 외에는 다른 브랜드 스위치는 교체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스위치 교체형이지만 화려한 RGB LED 효과까지 제공한다.


 

타이탄 마크7은 스위치 교체형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형형색색의 RGB 컬러 LED까지 적용했다. 다만 기존의 LED 기계식 키보드와 다르게 스위치 위가 아니라 안쪽 기판에 LED가 붙어있다.

컬러 LED 효과도 멤브레인 방식 타이탄 제품에서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기본 제공하는 LED 효과 종류만 10여 종에 달하며, 일부 효과는 색상이나 이동 방향까지 변경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인 LED 효과는 수십여 종이나 다름없다.

▲원하는 키에 원하는 LED 색상을 지정할 수 있는 '커스텀 모드'를 적용한 모습

 

게다가 사용자가 원하는 키에만 LED 백라이트를 지정할 수 있는 ‘커스텀 모드’를 7개까지 만들어 저장할 수 있다. 하드웨어 방식이라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 없으며, 키보드 자체에 저장되기 때문에 다른 PC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물론 저장된 LED 설정을 한 번에 초기화도 가능하다.

다만, 이론상 1000만여 색 이상을 표현할 수 있는 RGB LED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탄 마크7에서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색상은 미리 지정된 8가지 색상에 불과하다. 하드웨어 방식으로는 R/G/B 3원색을 각각 세밀하게 조절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사로 고정하는 방식의 전용 손목받침대도 제공한다.

타이탄 마크7은 하드웨어 방식의 매크로 기능도 제공한다. F1~F8의 총 8개 키에 사용자가 원하는 매크로를 짜 넣을 수 있으며, 역시 하드웨어 방식이기 때문에 키보드 자체에 직접 저장된다.

물론 ‘게이밍 키보드’에 필요한 무한 동시 입력 기능과 안티 고스트 기능, 윈도 키 잠금 기능 등도 빠짐없이 갖췄으며, 음량을 조절하거나 음소거 상태를 켜고 끌 수 있는 간단한 멀티미디어 제어 기능도 제공한다. 거의 기계식 키보드로써 제공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하나에 담은 셈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혼자서 4개의 다른 키보를 쓰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제닉스 타이탄 마크7

기계식 키보드로서는 거의 풀 스펙의 제품이다 보니 타이탄 마크7의 가격은 제닉스의 키보드 중에서는 다소 비싼 10만 원 초반대다.

그러나 타이탄 마크7은 현재 국내 출시된 키보드 중에서는 유일하게 ‘스위치 교체 기능’을 제공한다. 키보드 하나를 새로 사는 것보다 저렴한 스위치 세트만 따로 사면 사용 느낌이 전혀 다른 키보드로 ‘변신’이 가능하다. 즉 하나의 제품으로 최대 4종류의 기계식 키보드를 구입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게이밍 키보드로서의 기본기와 부가 기능도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LED 효과도 빠지지 않았다. 즉 좋다는 것은 다 갖춘 기계식 키보드의 ‘종합 선물 세트’다.


기분이나 취향에 따라 매번 다른 스위치의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픈 키보드 마니아나 게이머라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제품인 셈이다.



 

출처 : 미디어잇(www.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