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에 매달렸던 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학업'이라는 구실로 삶의 다른 모든 것이 합리화되던 시절. 무척이나 싫었다. 반항하고 싶었다. 하지만 딱히 시도해 볼만한 일탈도 마땅치 않았다. 기껏해야 '아버지가 사다두신 술이나 몰래 가져다 마셔볼까' 생각할 뿐. 모르긴 몰라도, 게임에 빠져보기로 결심한 배경에는 그 단순한 성격도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상고머리에 여드름 투성이였던 고등학생은 대학생이 됐다. 어느새 군대를 다녀왔고, 여전히 노는 게 우선이었던지라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어찌됐든 대학 졸업장도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2014년 새해를 맞이한 날, 문득 반항기 충만하던 시절 즐기던 게임들이 생각났다. 어쩌면 나를 게임계로 이끄는데 영향을 줬을지도 모를 이름들. 그 당시로부터 10년이 지났으니, 그들도 10살 내지는 그 이상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여전히 살아있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그런 게임들을 찾아보고 싶었다. '게임이나 실컷 하자'는 생각으로 잔뜩 삐뚤어지려던(?) 당시, '신작'이라는 타이틀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름들. 철부지 고등학생이 20대 후반 사회초년생이 되는 동안의 세월을 함께 보내온 게임들. 그 리스트를 뽑아보면서 탄성을 자아낸 이름도 꽤 있었다. 아마도 '이게 벌써 10년이나 됐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둘러볼 게임들은 2014년 중 10주년을 맞이하는 것들을 순차적으로 추린 것이다. 오픈베타와 정식 서비스의 간격이 다소 짧았던 게임들은 오픈베타 시점을 기준으로, 간격이 비교적 길었던 게임들은 정식 서비스 시기를 기준으로 했음을 미리 밝힌다.

※ 실제로 10주년을 맞이하는 게임은 더 많으며, 분량 관계상 일부만 추린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각 게임명을 클릭하시면 해당 게임의 내용을 곧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1. 프리프 (Flyff, Fly for Fun) -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날으는 마법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로맨틱 MMORPG'. 비행 시스템과 공중전, 그 시초라 할 수 있는 '프리프'가 10살을 앞두고 있는 첫 번째 주자다. 2004년 1월에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얼마 후면 10주년이 되는 셈.

'프리프'는 본래 이온소프트에서 개발했으며, 큐로드가 퍼블리싱을 맡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5년 4월, 이온소프트 측에서 국내 및 해외의 모든 판권을 회수하고 자체 서비스 체제를 구축했다. 개발 위주의 조직을 개편, 보강해 완전한 독자노선을 채택한 것.

대개 홀로서기를 시도한 뒤에는 한동안 쓴 맛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리프는 2006년 2007년 동안 11번째 대규모 업데이트를 비롯해 게임엔젤과의 채널링 계약 체결 등 좋은 소식들을 꾸준히 전해왔다.

특히 글로벌 성과는 탄탄대로였다. 2008년 홍콩 및 마카오 지역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2009년 3월 베트남 지역 계약 체결 및 7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실시했다. 5월에는 넷이즈와 손잡고 중국에서도 OBT를 시작했다. 여기에 2009년 게임스컴을 통해 러시아 진출을 이뤄냈으며, 이듬해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같은 달 인도 계약, 7월 인도네시아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폭넓은 발판을 완성했다.

2010년에는 이온소프트와 엔플레버가 합병해 '갈라랩'으로 재출발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프리프'는 갈라랩에서 직접 개발 및 서비스를 담당해왔으며, 현재까지 총 20회 가까이의 대규모 글로벌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개인적인 평을 하자면,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던져 성과를 거둔 게임이 아닐까 한다. 지금이야 흔한 소재라지만, 10년 전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비행 탈 것'과 '공중전'을 메인으로 삼는다는 발상은 상당히 참신했을 테니까.

최근 국내에서의 프리프는 잠잠한 편이다. 하지만 해외 기반은 여전하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일본, 브라질, 대만, 중국, 태국, 홍콩, 필리핀, 베트남, 러시아, 칠레, 인도, 인도네시아까지 전세계 총 16개국에서 서비스 중.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오는 실적만 놓고 봐도 앞으로 몇 년간은 거뜬히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 건즈 온라인 (Gunz The Duel) - 예나 지금이나, 난 그저 영화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라네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넷마블에서 서비스를 맡은 3인칭 시점의 액션 게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액션들을 게임에서도 실현해보자'는 슬로건이 인상적이었다. 벽타기라든가 고공 덤블링 등 일명 '폼 나는' 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발상 자체는 호평할 만하다. 2월 OBT를 거쳐 3월 초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직후에 동시접속자 5만 명을 돌파한 것을 보면 당시 반응이 어땠을지 대략 짐작이 된다.

소위 말하는 '오픈빨'이 잠잠해진 뒤에는 다소 '주춤'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건즈는 1년 이상이 지난 2005년 7월 동시접속자 6만 명 돌파, 네이버 전체검색순위 4위를 기록하는 등 휘청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당시와 지금의 게임시장 판도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쉽게 받을 수 있는 성적표는 아니다.

물론 과거는 과거일 뿐. 현재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게임 중 하나다. 복잡한 조작법과 레벨제로 인한 유저 간 격차가 주된 이유로 보이며, 여기에 몇몇 운영 상의 문제들이 거론되면서 과거에 비해 국내 유저 수는 대폭 줄어든 상황.

올해 상반기에 몇 차례 이벤트 진행, 캐시 아이템 업데이트 등이 있긴 했지만 그리 무게감 있는 소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교적 최근 이슈로는 2012년 8월 공개된 AOS 방식의 '전격전' 모드를 꼽을 수 있겠다.

현재 미국, 일본,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이어가는 중이며, 2010년까지는 국내에서도 꾸준한 업데이트 및 이벤트를 진행한 기록이 있다. 하지만 2011년 중남미 지역 16개국과 대만, 홍콩, 마카오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 이후로는 해외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3. 팡야 (Pangya) - 수학? 물리학? 직접 해보니 참~ 쉽죠?




'캐주얼 온라인 골프게임'을 지향하고 있지만, 사실은 물리와 수학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며 뒤통수를 치는 게임. 좀 더 깊게 플레이하는 사람 중 "팡야를 잘 하기 위해서는 탄도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학문적으로 참 바람직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랜덤 요소가 없고 변수들을 파악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편. 아주 잠깐만 배우면 곧잘 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한 번 보기도 힘든 기록들이 난무한다는 건 조금 에러 요소다. 뭐, 그런 아쉬운 점을 고려하더라도 골프를 소재로 한 게임으로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04년 11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고위 의원들이 '팡야'를 이용한 온라인 골프 회동에 참석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또, 당시 프로게이머 빅4로 거론되던 임요환, 홍진호, 최연성, 강민이 팡야를 이용해 한판 승부를 벌인 적도 있다. 이만하면 그 당시에 어느 정도의 주목을 받았을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오픈 초창기부터 일본에 진출해 현지 일 매출 1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냈으며, 2005년에 일본 내 인기게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태국, 인도네시아, 북미, 중국, 필리핀,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하며 명실공히 글로벌 타이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12월에는 PSP 버전 '판타지 골프 팡야 포터블'을 정식으로 발매했다. 콘솔 버전의 발매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 타이틀은 세계적인 게임웹진 IGN에서 '2009년 올해의 PSP 스포츠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9년 한빛소프트에서 엔트리브소프트 직접 서비스로 이관됐으며, 2010년부터 팡야 코리아 컵, 월드 챔피언십 등을 개최하면서 저변을 넓히려 노력하는 중. 게임 내 경제 인플레이션과 유저 간 격차로 인해 형성된 진입장벽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작년 12월 추가된 신 캐릭터 '스피카'가 전세계 20만 생성을 달성하면서 전세계 시장에서는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4. 마비노기 (Mabinogi) - 다른 MMO와는 다르다! 다른 MMO와는...




현존하는 게임 중 생활형 컨텐츠의 최강자를 꼽으라면 꼭 거론될 수밖에 없는 '마비노기'. 베타 시절까지 합산하면 이미 10주년을 넘었지만, 베타와 정식 서비스 사이의 간격이 꽤 긴 편이라서 정식 서비스 시기인 2004년 6월을 기준으로 잡아 이번 리스트에 올렸다.

공개 당시 마비노기의 강점이라면 단연 '생활형' 컨셉. 전투 위주의 MMORPG들과는 말 그대로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염색이라든가, 체형 변화, 작곡이나 노래 등 소소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컨텐츠. 그리고 노 잡&올 스킬 시스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기기 위한 조건으로는 충분했다.

2005년 차이나조이에 참가해 최우수상격인 '금깃털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이를 토대로 일본, 대만, 중국, 북미 등 글로벌 게임시장에도 진출했다. 서비스 5주년 째인 2009년에는 역대 동시접속자 최고 기록인 5만 명을 넘어 한 차례 이슈가 됐으며, 같은 해 연말 즈음에 유럽 시장에도 발을 딛었다.

작년과 올해, 게임시장에는 불안정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마비노기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올해에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의 뉴스를 쏟아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을 추려내자면, 먼저 올해 4월 있었던 '행복 프로젝트' 이벤트를 들 수 있다. 마비노기 유저들 중 실제 결혼까지 골인한 커플들을 대상으로 한 공식 이벤트라서 이목을 끌었던 것. 이들에게는 게임 내 액세서리로 사용할 수 있는 풍선 아이템과 '에린에서 만나 결혼한'이라는 1차 타이틀이 주어졌으며, 결혼했다는 소식이 게임 내 상단에 일정시간 공지되는 혜택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7월에 있었던 '마비노기 마비시키기' 이벤트도 이색적이었다. 동시접속자 수를 늘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실제 이벤트 진행 후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을 전했으니, 이벤트를 기획한 의도는 달성한 게 아닐까.

이외에도 하반기에는 할로윈 파티 컨텐츠, 스피드 레이싱 '이리아 창공 가르기 대회' 등이 있었으며, 가장 최근 일본 크립톤 퓨처 미디어와의 제휴를 통한 하츠네 미쿠 프로모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비노기만큼 개성이 뚜렷한 게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하드 유저들 수도 상당하며, 공식 홈페이지나 관련 커뮤니티에도 꾸준한 게임관련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는 편. 이 정도면 적어도 10주년이 정식 발표될 때까지는 안정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5. 십이지천 (十二之天, Twelve Sky) - 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 아니, 끝나선 안 된다.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무협 소재 게임을 꼽으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아에리아 게임즈에 의해 2007년 9월 북미 CBT를 시작, 10월에 오픈 베타를 실시했다. 북미에서는 3년째가 되던 2010년 공식 종료됐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십이지천은 초창기 기가스소프트(GigasSoft)에서 개발했으며, KTH에서 운영하던 게임포털 올스타(Allstar)를 통해 서비스됐다. 2006년과 2007년에는 '천하제일 비무대회'를 개최하는 등 무협 RPG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기가스소프트는 2009년 사명을 알트원(ALT1)으로 바꾸며 해외시장까지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명이 변경된 후에도 한동안 십이지천의 퍼블리싱은 올스타가 맡았으며, 2011년 10월 31일부로 기존 계약이 끝나면서 알트원게임즈가 직접 서비스를 맡게 됐다.

알트원게임즈의 직접 서비스 체제 겨울 시즌, 신년, 가정의 달 등에 맞춰 업데이트나 이벤트를 선보였으며, 약 2년 후인 2013년 10월 SG그룹의 게임사업을 담당하는 SG데이타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연말을 향해 가던 지난 19일, SG데이타는 가산동 사옥에서 게임포털 런칭 프로모션 행사와 함께 십이지천 시리즈의 향후 업데이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십이지천의 업데이트 내용으로는 레벨 확장과 업그레이드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신규 장비, 그리고 새로운 사냥터가 있었다. 또한, 사망 페널티 강화로 게임에서의 긴장감을 더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이는 자칫 유저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강수로 볼 수 있다.



6. 스페셜포스 (Special Force) - 전 특수부대원입니다. 하지만 수영은 못 하죠.




'카르마 온라인'에 이은 드래곤플라이의 두 번째 FPS 타이틀이로, 카르마에서 사용했던 엔진의 개량 버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사실상 현재 PC방 순위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현역 FPS 게임 중에는 가장 고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많은 PC방의 좌석을 점령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중위권 즈음에 있는 상태. 다만, 실제 PC방 점유율은 서든어택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 아직도 장르 내에서의 영향력은 남아있다.

스페셜포스를 대표하는 대사를 꼽으라면 단연 "전방 수류탄!"이다. Fire in the hole! 이라는 대사의 로컬라이징 버전으로, FPS 장르의 독보적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서든어택의 '수류탄 투척!'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대사. 예전 한 친구는 수류탄을 던져야할 상황이 왔을 때 어떤 대사를 먼저 외치느냐에 따라 '스포파'와 '서든파'로 편 가르기를 하기도 했다.

특징으로는 '물에 닿으면 죽는다'는 뭔가 비현실적인 설정을 꼽을 수 있다. 타이틀 이름은 '특수부대'인데 '수영을 못 한다'고 하니 아리송할 만도 하다. 이를 두고 인터넷 상에는 '물이 아니라 염산'이라는 식의 우스갯소리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또 한 가지 특징은 프레임(frame per second) 최적화다. 대개 FPS 장르에서는 60프레임을 이상적으로 보는데, 스페셜포스는 항상 30프레임 안팎으로 나타난다는 것. 아무리 고사양의 PC에서 돌려도 30프레임을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가히 지상최고의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라는 농담을 하곤 한다고.

한때 총기 밸런스의 지나친 편향으로 M4A1, AK74, PSG-1 등 몇몇 총기들로 정형화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으며, 최근에는 서서히 다른 총기들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는 평이 많다. 2010년에는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로스트사가'에 프리미엄 용병 '스페셜포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올해 이슈로는 지난 8월 진행했던 SF 하이파이브 마스터즈 7번째 시즌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대구와 부산 지역에서 클랜 파티를 열기도 하며 충성도 높은 유저들에게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이번 달 초에는 TvN 드라마 '푸른거탑 리턴즈'의 말년병장 최종훈 변신 캐릭터 등 대중성을 지향하는 컨텐츠를 선보이는 등 힘을 되찾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는 중이다.



7. 카트라이더 (Kart Rider) - "캐릭터 머리가 커서 차가 안 나가는 거 같아요"




2004년 크레이지 아케이드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선보인 레이싱 게임. '캐주얼 레이싱'이라고 장르에 온라인 플랫폼으로 조건을 내건다면 거의 반사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독보적인 타이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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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장르긴 하지만, 리얼리티보다는 캐릭터성을 강조했으며 캐주얼함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포지셔닝은 살짝 다르다. 오픈 이후 매 시즌 새로운 테마를 선보이고, 새로운 모드를 추가하는 등 자신들만의 방향성 부분은 확실히 해왔다.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2005년 12월 세기천성과 계약을 맺고 2006년부터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동시접속자 수 5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감마니아와 계약을 맺고 2007년 1월부터 대만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8년 6월에는 태국의 게임배급사 Good Game과 계약 체결 후 10월에 정식 진출, 2009년 6월 러시아 진입, 2012년 퍼블리셔 크레온을 통해 인도네시아 입성 등 전세계적으로도 다양하게 발을 뻗어왔다. 다만, 2012년 5월 진출했던 일본에서는 9월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난항을 겪기도 했다.

2010년 한국, 중국, 대만 3개국에 레볼루션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기존까지 유지되던 라이선스 시스템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채널 입장 시 라이선스를 요구하던 것과 상위 라이선스를 가진 유저가 하위채널에 입장할 때 페널티를 부여하는 시스템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11년 6~7월경 이루어졌던 '월드 카트 챔피언십' 업데이트는 레이싱 본연의 방향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전'에 초점을 뒀다. 당시 인터뷰에서는 기존과 부스터 게이지 채우는 방식을 달리 한 크래쉬 모드를 강조하기도 했다.

2012년 6월경에는 새로운 브랜드 네임인 카트라이더 2.0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UI 리뉴얼, 1024x768 해상도 지원(기존 800x600) 등 시스템적인 변화. 이어서 2013년 4월 패치에서는 기존에 무제한으로만 판매되던 캐시 아이템을 기간제와 병행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으며, 6월에는 강화를 폐지하는 등 시스템적인 개선을 선보여왔다.

최근 캐주얼 장르 전체가 통합된 경쟁구도가 보이기 때문일까. 비교적 튼튼한 입지를 자랑하던 카트라이더는 또다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BI '카트라이더 2014'를 제시하고 홍보모델로 '형돈이와 대준이'를 기용한 것이 그 출발점이다. 10주년이라는 단어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기. 카트라이더는 국내 시장의 불안정함 위에서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을 거듭하는 중이다.



8. 열혈강호 온라인 (熱血江湖, Yulgang Online) - 존명! 흑풍회가 캐리하겠습니다




전극진, 양재현 작가의 만화 원작을 토대로 한 무협 소재 MMORPG의 대표작. KRG소프트에서 개발했으며, 엠게임이 퍼블리싱을 맡아 2004년 11월 25일 오픈했다. 당시 5만여 명의 가입자가 몰리며 전 채널이 마비되는 등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2004년 12월 양재동에서 열렸던 '매니아 페스티벌'에 온라인 게임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극진, 양재현 작가의 팬 사인회와 더불어 양재현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를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2005년에는 회원 수 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연말에 열린 '제 10회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과 국내 인기상 2관왕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지스타 현장에서 열린 '게임음악회'에서 중국판 주제곡 '천수(泉水)'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전성기에 해외에서의 성과도 만만치 않았다. 대만, 일본, 중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인기게임 상위권으로 꼽히거나 동시접속 수 신기록 등 의미있는 지표를 얻은 것. 2007년 하반기부터 중국 측 퍼블리싱을 담당한 CDC게임즈 측과 분쟁이 발생해 한때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2011년 초 연장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매듭을 지었다.

올해 6월에는 유럽 31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대형 성과를 올렸다. 영국의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인 게임즈-마스터즈닷컴(Games-Masters.com)과의 계약을 통해 영국, 독일, 스페인, 프랑스를 포함한 31개국 서비스를 진행하게 된 것.

코믹풍의 그래픽을 채택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재가 동양 무협이기 때문에 엠게임 측은 현지화에 신중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상적으로 현지화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했을 때 10주년이 되는 올 하반기 즈음에 열혈강호 온라인의 유럽 진출 소식을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9.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WoW) - Lok Tar Ogar! 피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햇수를 세어보면서 꽤 오래 됐다고 생각은 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를 처음 접하던 순간의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니 좀 더 확 와 닿았다.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필생의 과업으로 치부되곤 하는 수능. 그 하루의 시험을 위해 수 년을 매달려야 했던 시기에 WoW를 접한 것은 크나큰 영향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구구절절한 이유는 다 제쳐두고, 그만큼 아제로스에서의 시간은 재미있었으니까.

사실, 실제 WoW의 국내 상용화는 2005년이다. 하지만 오픈베타를 시작한 시기가 2004년 말이고 정식 서비스와의 간격이 그리 길지 않았던 만큼 사실상 10주년을 맞이하는 게임 리스트로 올려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국내보다 한 발 앞서 북미에서의 정식 서비스 시기가 2004년이기도 했고.

많은 게이머들이 게임 역사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음을 인정하는 타이틀. 일부 유저들은 리니지와 더불어 국내 게임시장의 한 세대를 이끈 게임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만큼 WoW를 즐기고 영향을 받은 게이머들이 많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시절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유저가 즐기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WoW의 최근 소식 중에서 핫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새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일 것이다. 2007년 1월 불타는 성전, 2008년 11월 리치왕의 분노, 2010년 12월 대격변, 2012년 9월 판다리아의 안개까지. 그간 확장팩들이 출시된 기간을 살펴보면 대략 1년 10개월에서 2년 사이의 간격을 두고 있다. 이 간격을 토대로 해보면 적어도 WoW의 10주년 즈음에는 새로운 확장팩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는 추측도 어느 정도 아귀가 맞는다.

가장 최근 확장팩이었던 판다리아의 안개가 상당히 엇갈린 평을 받은 바 있고, 이 기간 동안 전세계적으로 유저 수가 많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WoW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던 게이머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 하나를 되새겨본다. 블리즈컨2013 인터뷰에서 제이 알렌 브렉이 했던 "판다리아의 안개는 쉬어가는 확장팩이었다"는 말이 진정 현실로 이루어지길.



10. 프리스타일 (FreeStyle) - 주석이 부릅니다. "모두 같이 거리로 Hook Up! 공 하나가 모두를 묶어!"




'길거리 농구'를 컨셉으로 조이시티에서 개발한 타이틀. 개발 초기 KTH의 포털 '파란게임'에서 퍼블리싱을 맡았으나, 2006년 4월 해당 계약이 종료되자 '프리스타일 2006'이라는 이름으로 단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이때 5:5 풀코트 모드를 함께 선보임으로써 새로운 BI에 발맞춘 변화를 꾀했다.

해외 서비스 사례를 보면, 먼저 2005년 서비스 1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중국 OBT를 꼽을 수 있다. 이후 2006년 4월에 비방디(Vivendi)와 손잡고 북미지역 서비스를 준비했으며, 1년 간의 현지화 작업 끝에 2007년 4월 북미 오픈베타를 진행했다. 2008년 11월에는 러시아 시장에도 진입했으며, 2010년 6월에는 크레온과 협력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2008년 KTH 올스타와 채널링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으며, 나이키와 공동 제휴 이벤트를 진행했다. 2009년 7월 한게임과도 채널링 계약 체결하고, 두 달 뒤인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편, 2009년부터는 중국 상해에서 세계대회인 프리스타일 월드컵(FSW)을 개최해왔다. 그리고 2011년 8월, 중국지역 퍼블리셔 T2E와 재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로열티 대폭 상승이라는 분석이 제시되기도 했다.

프리스타일에서 으뜸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스타마케팅 측면이다. 2008년 원더걸스, 2009년 카라, 2010년 f(x)와 무한도전 멤버, 2011년에는 3월에 티아라, 7월에 포미닛, 12월에 소녀시대 캐릭터 업데이트를 단행하는 등, 적극적인 스타 프로모션이 무엇인지를 앞장서서 보여줬다고 하겠다.

2012년 8월에는 5:5 풀 코트 모드 이후 선보이는 신규모드 '쇼타임'이 업데이트됐다. 전용 맵 쇼타임 라이브홀에서 플레이, 피버 게이지를 모아 6점 슛을 쏠 수 있는 모드로, 역전의 묘미를 좀 더 살릴 수 있게 하려는 의도를 반영했다.

2013년 6월에는 개발사 'JCE'가 '조이시티'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그 직후 엔트리브소프트와의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조이시티 측은 서비스 관련 사항은 엔트리브에 맡기고 '프리스타일'의 신규 컨텐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픈 시점이 12월이기 때문에 프리스타일의 정확한 10주년은 아직도 한참 남긴 했다. 10주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린 기대치를 생각해볼 때, 신규 컨텐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발표는 다시 돌아올 12월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닐까 한다.






문득, 작년 이맘때 나돌던 종말론이 생각난다. 고대 마야의 달력에 2012년 12월까지밖에 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이야기, 오래 전부터 관측되던 운석이 충돌 직전이라는 이야기, 주역에 기록된 마지막 날이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이야기... 뭐, 결과적으로 멀쩡히 새해를 맞이한 것을 보면 그간 몇 차례 있었던 지구종말론들과 다르지 않은 해프닝이었지만 말이다.

한없이 어렸던 시절에는 "그때는 이런 일도 있었지"라는 이야기들을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해프닝들을 겪을 때면 가끔 '미래의 누군가에게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 하나를 더 얻었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업계에서도 '힘들다'고 말하는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미래의 누군가에게 웃으면서 전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 정도로 남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최근, 게임의 평균수명이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종종 보인다. 이런 시점인만큼 '장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임들을 살펴보는 것도 꽤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번 기회에 다루지 못한 게임도 많고, 리스트에 올린 게임에 관해서도 미처 언급하지 못한 이슈도 꽤 있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지면 하나에 담아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할까. 다만, 적어도 지금의 시장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업계 내외부적으로 불거진 문제들이 수없이 많은 요즘이다. 다가오는 2014년에 바라는 것은 하나. 보다 희망적인 이야기, 반가운 소식들이 많았으면 하는 것. 굳이 글로써 언급하지 않아도, 게임업계 종사자들과 게임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않을 소망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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