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입니다. 게임업계의 일원으로서 2013년을 돌이켜 보니 좋았던 일도 있었지만, 아쉽고 서러웠던 일도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온갖 규제와 탄압이 게임산업 위로 쉴 새없이 쏟아지며 업계를 괴롭혔고, 게임사도 한층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수나 합병 혹은 분할, 심지어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며 발버둥 친 한 해였습니다.

가시밭길 같은 2013년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한 성과를 기록 했습니다. 올 한 해 게임산업은 국내 콘텐츠 수출액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3조 원 규모의 수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300억 원 정도의 영화 산업을 훌쩍 뛰어넘는 대단한 성적입니다. 이 기록만 보더라도 게임은 '아이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탈선의 지름길'이라는 낙인보다는 '국내 문화 콘텐츠 산업의 주체'라는 호칭이 더 적절한 한 해였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힘없이 웅크리고 있었다면, 2014년 갑오년에는 힘찬 말처럼 달려봅시다. 활짝 웃어봅시다. 지난 한 해동안 우리가 걸어온 가시밭길과 쌓아온 성과를 다시 한 번 돌이켜보고, 경험을 발판 삼아 새롭게 뛰어보자는 취지에서 2013년 게임업계를 흔들었던 10대 뉴스를 준비해 봤습니다.


2014년 갑오년, 말처럼 힘차게 달려가는 게임업계를 기대합니다.

▲ 내년에도 화이팅! (스크린샷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1. 2013년, 시작과 끝은 모두 '규제'였다…게임중독법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2013년의 처음과 끝을 뜨겁게 달궜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게임중독법'입니다. 시작은 지난 1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과 국회의원 17명이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이었습니다. 셧다운제 적용 시간을 늘리고 업계의 매출 1%를 강제 징수해 인터넷중독 치유 부담금으로 활용하자는 이 법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의 과몰입 현상에 대한 책임을 가정이나 정부가 아닌 게임업계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법률안으로 한창 시끌벅적하던 때에 또 강력 펀치가 내리 꽂혔습니다. 지난 4월 30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과 14인의 국회의원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일명 '게임 중독법'은 1월에 발의한 '손인춘 법'에서 더 나아가 게임을 술이나 도박, 마약과 동급인 '위험 요소'로 분류하며 4대 중독물 중 하나로 낙인찍어 업계의 분노를 샀습니다. 6월에는 한 술 더 떠 콘텐츠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의 5%를 산업진흥을 위한 부담금으로 징수하겠다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위 법안들이 발의되자 게임업계 종사자는 물론 게이머들까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K-IDEA)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국내 게임 종사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모임인 '게임 개발자 연대'나 영화-음악-만화 등 각종 문화단체가 힘을 모은 '게임규제개혁공대위'가 구성되었습니다. 여기다 게임을 즐기는 연예인들이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식인들이 TV 프로그램과 SNS에서 '중독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처럼 2013년은 숱한 규제 속에도 큰 목소리 한 번 안내던 업계가 한 마음으로 단합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위원회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 국회 심의는 2014년으로 연기된 상태입니다. 공청회를 비롯해 심사절차가 많이 남은 만큼 당장은 한 숨 돌렸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때도 아닙니다. 2014년까지 짊어가야 할 커다란 짐, 게임 업계의 똑부러지는 대응을 기대해봅니다.




2. 어디로 가야 하오…갈팡 질팡했던 PC방 금연법



올 한 해 게임업계는 '중독'이라는 헤비급 펀치 버티기도 힘들었는데, 비껴 들어오는 훅도 연이어 맞으며 휘청였습니다. 2012년 4월 예고되어 올해 6월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던 'PC방 금연법' 역시 중독법 발의와 같은 시기에 터졌습니다. PC방 입장에서 '금연법'의 시행은 곧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었습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PC방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흡연 게이머들의 방문이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할 테고, 이는 곧 매장의 존폐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었죠. 게임업계도 비슷한 입장이었습니다. PC방 산업은 게임업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데다, PC방에서 나오는 매출도 꽤 크기 때문에 금연법 시행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PC방 업주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금연화 자체만이 아니었습니다. 형평성 때문이었죠. 2012년 4월부터 2013년 6월까지 PC방 업계에 주어진 전면 금연 유예기간은 약 1년 2개월 정도로, 가게 규모 150㎡ 이상의 음식점 및 주점, 카페 등 타 업종에게 주어진 유예기간 2년에 비해 터무니 없이 짧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었습니다. 또한, 지원금 하나 없이 점주가 자비로 별도의 흡연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PC방과 달리, 타 업종의 경우 150㎡ 규모 이상만 되면 정부 보조금이 지원된다는 것도 불공평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에 PC방 연대는 유예기간을 더 늘려줄 것을 항의하며 보건복지부와 강하게 부딪쳤습니다. 처음엔 강경하던 보건복지부도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12월 31일까지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만큼은 PC방 내 흡연이 적발돼도 점주에게 부과되는 과태료(500만 원)는 없었습니다. 다만 흡연자에게는 1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었습니다.

과태료는 없었지만, 계도기간 동안 점주들은 가게에 별도의 흡연실과 환기 시설의 설치라는 과제를 떠안았습니다. PC방 점주 대부분이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자영업자인 상황에서 지원금 하나 없이 시설 설치 비용을 모두 부담하기는 사실상 힘든 일이어서 계도기간 적용이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이나 다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거기다 계도 기간 적용 이후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에서 단속을 진행했음에도 적발된 흡연자는 고작해야 25명 정도여서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계도기간이 거의 다 끝나가는 12월 초, 기존 금연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또 다른 법안이 갑자기 발의되어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9일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흡연 여부를 사업주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증진법을 일부 개정하자며 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기존 법안에 비해 강제성이 상당히 약화되었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계도 기간동안 큰 비용을 들여 별도의 흡연시설을 마련한 PC방 점주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금연법이 완전히 폐지된 상태도 아니라 보건복지부 및 관련 단체들의 반발 우려도 있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심사 대기중인 상태이며, 오늘(31일)까지는 계도기간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PC방 업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직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전세계를 물들인 녹색과 파란색…차세대 콘솔 대전



6~7년간 소식이 없던 신형 콘솔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동시에 발표되며 대결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소니의 'PS4'와 MS의 'Xbox ONE' 사이의 불꽃튀는 배틀은 꽤나 흥미진진했습니다. '차세대 콘솔 대전'이라 불린 이 대결은 그간 잠잠한 콘솔계에 녹색과 파란색의 거센 해일을 몰고 왔습니다.

콘솔대전의 스타트는 소니가 먼저 끊었습니다. 2월 말 뉴욕에서 Playstation Meeting 2013을 열고 PS4의 스펙과 독점 타이틀 라인업을 발표하며 MS를 향한 선전포고를 날렸습니다. 이에 질세라 MS도 게임기 이상의 기능을 지닌 종합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 'Xbox ONE'을 5월에 공개했습니다. 가격 및 출시일, 상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부 정보만 듣기에도 두 콘솔 기기 모두 상당한 스펙(올해 공개된 닌텐도의 Wii U에 비하면 더더욱)을 보유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비슷비슷한 평가를 받던 두 콘솔 사이의 형세가 6월의 미국 게임 쇼 E3 2013에서부터 조금씩 변했습니다. 소니와 MS가 각자의 기기 정보를 자세히 공개한 E3 컨퍼런스가 모두 끝난 후 웃는 자는 소니였습니다. 많은 게이머들이 499달러의 가격에 중고 판매를 제한한 Xbox ONE보다는, 399달러에 중고 판매 허용 등 편의성이 보장된 PS4에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첫 대결 끝에 패배의 아픔을 얻은 MS는 인디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적용을 발표하고, 소셜요소 및 키넥트 기능을 강화하며 지적받은 약점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1월이 되었습니다. 15일에는 PS4가, 일주일 후에는 Xbox ONE이 출시되었습니다. PS4는 출시 당일 북미 지역에서만 100만 대 이상 판매되었고, Xbox ONE도 24시간 만에 13개 국가에서 100만 대 이상이 판매되며 호각지세를 보였습니다. 한편, 아직 한국에서는 PS4만 발매된 상태로, Xbox ONE은 내년 중 판매될 예정입니다. 아직 승패가 완벽하게 가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느 쪽이 승리하던 간에 올 한 해 벌어졌던 차세대 콘솔 대전은 유물 취급받던 콘솔업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4. 활기차게, 활기차게! 정치인 협회장의 등장과 인식의 변화…e스포츠의 대중화


▲ 한국팀 SKT T1 K팀이 우승한 시즌 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정치계 인사가 게임을 보는 시각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한 켠에서는 '마약' 이라 칭했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대중 문화'라 불러주었죠. 예전부터 게임업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민주당 전병헌 의원(현재 원내 대표)는 1월 29일,한국 e스포츠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며 e스포츠의 대중화에 발벗고 나섰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정치인이라 살짝 어색함은 있었지만 곧 사그라들었습니다. 전병헌 협회장은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정책 지원을 약속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등 '정치인'의 입장이 아닌 '게임인'으로 활동하며 업계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인기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주축으로 하는 e스포츠 산업은 그야말로 활기를 찾았습니다. 정예 선수 5명으로 이뤄진 한국 팀이 LoL 올스타전에서 우승했고, 이어 진행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또 다시 한국 팀인 SKT T1 K팀이 우승컵을 따내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중국에서 열린 WCG에서도 CJ 블레이즈가 우승을 차지하며 '코리안 롤'이 최고라는 걸 국내외로 증명해 보였죠. 여기에 LoL 시즌 4 롤드컵의 한국 개최 소식까지 들려오며 국내 e스포츠 업계는 경사에 경사를 맞았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 뿐만 아니라, 다소 침체되었던 스타크래프트 2를 비롯해 그간 주목받지 못한 e스포츠 종목들에도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부담없는 협회 가입 조건과 지원안을 마련해 프로리그의 재도약을 꾀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e스포츠의 신규 종목인 월드오브탱크 국내리그(WTKL)는 초반 흥행에 성공하며 자리를 잡았고, 초반엔 존재감이 희미했던 도타 2도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해외 프로선수가 한국 팀에 입단하는 등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에는 넥슨 아레나 e스포츠 스타디움도 개관하며 e스포츠 장이 한층 더 확대되었습니다.

e스포츠의 성장과 더불어 대중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프로게이머하면 '우승하지 못하면 컵라면만 먹어야 하는 불쌍한 직업' 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즈음은 '공인'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e스포츠 경기 직관 역시 '마침 시간이 남아돌고 어짜피 무료니 빈 자리나 메꿔 줄게'가 아니라, 입장권을 유료로 구매하고 사전에 좌석을 예매하는 등 한층 더 성숙해진 관람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대신 책임도 무거워졌습니다. 몇몇 선수들은 좋지 않은 과거나 부적절한 언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팬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한 아마추어 게임단은 돈을 받고 게임을 대신 해주는 '대리랭크'를 자행해 출전 정지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고, 경기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던 팀은 실격처리되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은 사건들로 인해 선수들의 인성 및 태도도 중요해져 정기적으로 실행되던 소양교육도 내년에는 더욱 확대될 예정입니다.




5. 천 만 다운로드도 이제는 예삿일, 모바일게임 시장의 폭풍 성장



올해는 그간 꾸준히 발전해 오던 모바일게임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한 '격변의 해'이기도 합니다. 국내 점유율 70% 이상으로 명실공히 최고의 소셜플랫폼인 '카카오톡' 과 시너지를 내며 천 만 다운로드는 예삿일처럼 넘기는 게임이 많아진데다, 기존의 캐주얼 성향에서 벗어나 '이게 정말 모바일게임이야?' 할 정도로 수준 높은 미들코어 및 하드코어 타이틀도 연이어 출시되었습니다.

2013년 모바일게임 트렌드를 잘 잡아낸 기업은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그 중 넷마블은 올 한 해 '다함께 차차차'를 비롯해 '다함께 퐁퐁퐁', '모두의 마블' 등 천 만 다운로드 타이틀을 무려 3개나 출시했고, 또 다른 히트 타이틀 '몬스터길들이기'로 201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위메이드 역시 역대 최단기간인 12일 만에 천 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윈드러너'로 올 한 해 마음껏 날아올랐죠. 애니팡으로 유명한 개발사 선데이토즈는 컴투스, 게임빌에 이은 세 번째 코스닥 상장 모바일게임사가 됐습니다. 여러모로 풍년입니다.

개발사도 성장했지만, 시장도 전년보다 훨씬 성장했습니다.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던 카카오 캐주얼 게임이 예전만큼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개발사들은 꾸준히 즐길 수 있는 미들코어 및 하드코어 게임으로 눈을 돌리며 장르의 다변화가 이뤄졌습니다. 밀리언아서를 시작으로 TCG 및 카드배틀게임이 유행하고, MO, MMORPG와 같은 실시간 네트워크 게임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 전년 대비 한층 풍성해진 게임 풀을 보였습니다. 게이머들의 선택권 역시 한층 확대되었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3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모바일게임 시장은 1조 2천 억 원을 기록하며 작년보다 51.4%나 더 성장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율도 어느덧 80%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해 한 해 꾸준히 성장해 온 모바일게임 산업, 내년에는 어떤 대단한 기록을 써내려 갈지 궁금해집니다.




6. 열정만으로도 먹고 살 만 하잖아? 일러스트 계의 어두운 면, 팝픽 사태



열정페이, 갑의 횡포...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우리네 앞 마당에서도 자행되고 있었습니다. 올 초 밀리언아서를 시작으로 일러스트의 비중이 높은 TCG나 SNG와 같은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끌자, 전문 업체가 개발사와 계약해 일러스트 작업을 대신 진행하는 외주 문화가 업계에 자리잡았습니다. 이즈음 '팝픽 사태' 이 터졌습니다. 전(前) 직원들의 SNS를 통해 밝혀진 노동력 착취와 저작물 불법 도용으로 얼룩진 이 사태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팝픽은 국내 대표 일러스트 전문 외주 제작사 겸 일러스트 아카데미이며, 예비 일러스트 작가가 꿈을 키워가는 커뮤니티인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방사)' 카페를 운영하는 등 일러스트 계에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 회사였습니다. 열악한 국내 일러스트 시장을 개선하고 일러스트 작가의 꿈을 키우겠다고 호언하던 팝픽이 뒤에서는 학생들과 작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더라는 소식은 업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팝픽의 팀장과 대표가 연이어 방사 카페에 사과문을 올렸으나 "결과는 비록 이렇지만, 우리의 의도는 좋았다" 라고 변명하기 바쁜 내용은 오히려 더 큰 분노를 이끌어냈습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일러스트 작가인 정준호와 흑요석은 팝픽 대표를 크게 나무랐고, 부당한 처우에 화난 예비 일러스트 작가 및 주변 사람들은 팝픽의 횡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블레이드앤소울' 작업을 담당한 탑 일러스트 작가 김형태 AD, 밀리언아서의 일러스트 작가 꾸엠(KKUEM), 흑요석 등 많은 업계 사람들이 '팝픽대책위원회' 에 참여하고 민,형사 소송 비용 모금을 위해 펀딩을 진행하거나 팝픽 프로젝트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죠.

문제되었던 팝픽은 6월 30일자로 폐업했지만 잔상은 계속 남았습니다. 폐업한 팝픽의 대표 이름과 같은 주소가 등록된 일러스트 제작사와 아카데미가 등장했고, 팝픽이 여전히 이름만 변경한 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아 공분을 샀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지급 고료 문제 해결 및 부당한 처우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받아 내기 위한 민사·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화려한 일러스트 뒤에 가려진 작가들의 아픔, 2014년에는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는 업계문화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7. 뭉쳐도 살 수 있지만, 흩어져도 살 수 있다…인수와 합병, 그리고 분할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도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더 몸집을 불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게임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분사를 선택한 기업도 있습니다.

지난 10월, 모바일게임 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인수 발표가 있었습니다. 게임빌이 컴투스의 주식을 매입해 2000년 초반 피처폰 시절부터 이어져왔던 경쟁구도가 허물어지고, 모바일게임업계의 양대 산맥이 하나로 합쳐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매입하던 2012년 이래 가장 큰 업계 인수 소식이었습니다.

게임빌은 컴투스의 전체 지분 중 21.37%를 인수, 컴투스의 최대 주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후 지난 19일, 15년 간 컴투스를 전두지휘하던 박지영 대표는 물러나고 게임빌의 송병준 대표가 컴투스 대표로도 선임되며 두 기업은 더 이상 경쟁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로 새롭게 손잡았습니다. 두 기업은 양사간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 내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게임이 NHN으로부터 독립해 NHN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간판을 걸고 공식 출범한다는 발표도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8월 1일 부로 자산 규모 1조 원의 독립 게임사가 된 NHN엔터테인먼트는 바로 모바일게임 개발 및 퍼블리셔로서의 역량 강화, 한창 개발 중이던 PC MMO '에오스', '아스타'의 정식 서비스를 철저히 준비하며 생존욕구를 드러냈습니다.

성과는 Good. 첫 실적발표부터 좋았습니다. 8~9월의 2개월 간 매출은 1천 억 원을 웃돌고, 영업 이익은 253억 원을 기록해습니다. 여기에 모바일게임 '포코팡'이 크게 히트했고, PC MMO '에오스'와 '아스타'가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등 호재가 이어졌습니다. 현재 NHN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과 모바일, 브랜드 인지도 강화 및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4개 회사로 재분할을 추진하는 등 발빠르게 체질을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바로 지난 4월 넥슨이 조이시티(구 JCE)의 지분 14.73%를 311억 원에 매각하며 1년 6개월 만에 최대 주주자리를 포기했다는 소식입니다. 넥슨에서 독립한 JCE는 지난 6월에 사명을 '조이시티'로 변경하며 올 해만 해도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 4종을 개발하며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넥슨이 매각한 지분을 인수한 스카이레이크는 다수의 모바일게임 업체에 투자한 경력이 있는 펀딩 기업으로, 조이시티의 내년 모바일게임시장 공략에 큰 힘이 될거라 예상됩니다.




8. 좀 걱정하긴 했는데, 그래도 나름 잘 했어…지스타 2013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13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부조리한 규제에 반대하며 국내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보이콧 하는 등 초반부터 여러모로 삐그덕대긴 했는데요. 부산시청 소속 사무관과 K-IDEA 남경필 회장 및 전병헌 e스포츠협회장 등 정치계 인사들이 번갈아가며 국내 게임사들에게 지스타 참여를 독려할 정도로 개최 전 분위기는 축 쳐졌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무난한 출발을 보였습니다. 지스타 개막 첫 날 관람객 수는 3만 2787명으로 전년 대비 12%정도 감소한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작년 지스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위메이드와 네오위즈를 비롯해 엔씨소프트, CJ E&M 넷마블,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B2C관에 불참한 것을 감안한다면 감소폭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주말(토요일)이었던 3일 차 관람객 수(6만 8266명)는 작년보다 7천 명 정도 더 증가해 그래도 지스타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B2C는 2012년에 비해 움츠러든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볼거리는 많았습니다. 넥슨은 작년 지스타에서 선보인 '페리아 연대기'의 신규영상을 공개하며 게이머들의 기대감을 부풀렸습니다. 다음(DAUM) 역시 2014년 정식서비스를 준비 중인 MMO '검은 사막'을 선보였습니다. 블리자드 역시 블리즈컨에서 공개한 신작 AOS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을 비롯해 '하스스톤' 과 '디아블로 3' 및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신규 확장팩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확 가라앉은 분위기였습니다.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B2C와는 다르게 B2B는 호평 일색이었습니다. 32개국 380개 업체가 참여한 B2B는 1,026부스(작년 대비 41%↑)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이에 지스타 사무국은 벡스코 신관 전체를 B2B관으로 사용해 전시관 규모를 확장했습니다. 유료 입장객도 전년 대비 66.3% 더 많아진 1,397명을 기록했고, 전시기간 내에 1억 8553만 달러라는 최고의 수출 계약 실적을 터트리기도 했죠. 라그나로크로 유명한 김학규 PD의 '트리오브세이비어' 를 비롯해 B2B에서만 볼 수 있던 타이틀도 있었습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글로벌 게임 허브의 장으로 성장한 지스타, 시작은 좀 불안했지만 그래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며 국내 최대 게임쇼의 위상을 보여줘 다행입니다. 내년에는 게임업계에 몰아닥친 한파가 좀 사그라들어 B2C, B2B모두 화려해 진 지스타를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9. 무지개 색 총 공격이다! 떴다 하면 신기록, 외산 대작 풍년



올해는 유난히도 외산 대작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블리자드는 2종의 신작 타이틀과 함께 디아블로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신규 확장팩을 공개했고, 모두가 고대하던 기대작 'GTA 5'도 9월 출시되어 게임업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여기에 PS3 타이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도 출시되어 해외 매체들의 극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 밖에 '어쌔씬크리드 4', '배틀필드4', '심시티' 등 인기 시리즈의 후속작들도 속속들이 등장했습니다.

블리자드가 공개한 신작은 게이머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PAX EAST에서 신작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엄청난 MMO가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TCG '하스스톤' 이었죠. 하지만 실망도 잠시, 남녀노소를 사로잡는 캐주얼한 게임성과 블리자드의 색깔을 적절히 고아내어 블리자드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몇 개 더 얹어줬어요. 블리자드 타이틀의 등장인물이 총 출동한 신작 MOBA 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을 공개하고, 디아블로 3 확장팩과 WoW 확장팩 역시 올해 공개되어 게이머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트렸습니다.

'GTA 5'를 빼고 2013년 대작 라인업을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완성도 높은 샌드박스 게임이라 인정받는 GTA시리즈의 후속작을 다들 목 빼고 기다렸고, 그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굉장했습니다. 막강한 자유도와 멀티 주인공 체제라는 색다른 시스템, 잘 짜여진 시스템 구성 등 흠 잡을 게 없었죠. 개발비 2,800억 원이라는 소식도 엄청났는데, 24시간 만에 3배가 넘는 8,600억 원을 거둬들이며 게임 역사를 순식간에 갈아치웠습니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에서도 'GTA조선', 'GTA서울', GTA경성' 등 몇 차례에 걸쳐 패러디했을 정도입니다.

올해 최다 GOTY(Game of the year)를 받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를 비롯해 특색있는 스토리가 일품인 '바이오쇼크: 인피니티', '어쌔씬크리드 4'나 '심시티' 등, 2013년은 그야말로 대작 풍년이었습니다. 내년도 올해만큼 행복할 듯 합니다. PS4와 Xbox ONE 등 차세대 콘솔 기기의 출시와 맞물려 2014년에도 여러 대작 타이틀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으니까요!




10.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공, 해외 진출한 국산 게임



외산 게임의 무지개색 총 공격에 국내 게임사들도 강력한 맞수를 뒀습니다. 전세계 게임 시장에 강한 한류 열풍이 불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은 중국으로, NHN의 '테라'는 북미로 진출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국내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윈드러너'와 부산의 조그마한 개발사에서 만든 '포코팡'은 일본 스마트폰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중국에서 블소는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 맞춘 추가 콘텐츠와 4종의 중문 지원, 세밀한 음성 더빙 등 중국 공략을 철저히 준비한 결과, 11월 말 95대 규모의 서버로 시작한 중국 서비스는 일주일 후 90여 대의 서버가 추가로 붙을 정도로 이용자가 증가했습니다. 중국 거대 게임사로 현지 시장에 빠삭한 텐센트마저도 "서비스 첫 날부터 다운로드 수 및 신규 회원 수, 동시접속자 수 모두 신기록을 세웠다" 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인기 서버는 일찌감치 포화되어 예정 대기 시간만 6개월이라는 믿지 못할 메세지가 뜨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MMORPG '테라' 는 북미에 진출해 만족스러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초반의 정액제 수익 모델에서 더 큰 매출 상승을 위해 지난 2월 부분유료화 모델을 도입해 매출이 5배 이상 증가하고 200만의 유저 수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북미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전장 콘텐츠 강화, 북미 버전 스토리 추가 등 꾸준히 현지화를 진행하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모바일게임의 성지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 국산 게임이 큰 인기를 끈 사례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른 러닝게임 '윈드러너' 는 일본 최대 소셜플랫폼 라인(LINE)을 통해 일본 시장에 진출, 2개월 만에 일본 앱스토어 매출 1위와 구글플레이 매출 2위를 기록했습니다. 구글플레이 매출 1위가 월마다 8,600만 달러를 긁어모으던 퍼즐앤드래곤을 감안한다면 꽤 괄목할만한 성과입니다. 부산의 신생 개발사 트리노드에서 개발한 한붓 그리기 퍼즐 '포코팡' 역시 일본에서 날고 기던 타이틀입니다. 한국 출시 이전에 일본 마켓에 서비스되며 월 사용자 1천 만 명을 기록했고, 그 유명한 퍼즐앤드래곤을 제치며 7월 중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