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한 번 몰아치면 주변은 쑥대밭이 된다. 하지만 그 중심은 고요하다. 강한 바람과 비가 휘몰아치는 태풍에서도 끄덕 없는 그 곳을 '태풍의 눈'이라 한다.

승자와 패자가 수시로 바뀌고, 정말 사소한 부분에서 성공과 실패가 갈렸던 2013년 모바일 게임시장의 '태풍의 눈'은 바로 'CJ E&M 넷마블' 이었다. 2013년 내내 살기 위해 발버둥치던 다른 게임사와 다르게 평탄한 나날을 보냈던 넷마블. 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또, 2014년을 대비할 전략은 무엇일까? 넷마블의 작년을 되돌아보고 올해를 살짝 엿보았다.


■ 한 발 앞서 가니 거기에 성공이 있더라 - 모바일게임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다

작년 넷마블은 최고로 행복했으리라. 격변하는 모바일게임 시장 속에서도 '다함께’ 시리즈와 마구마구 2013',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로 흥행에 흥행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사업은 실패를 몰랐다.

지난 한 해동안의 실적 자료는 넷마블의 성공을 더욱 정확하게 알려준다. 1분기(931억 원), 2분기 (1,037억 원), 3분기(1,511억 원)의 전체 매출 중 모바일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특히 상반기 모바일게임 매출(1분기 499억, 2분기 600억) 1,099억 원을 기록하며, 모바일게임으로만 반년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며 모바일 업계 1위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넷마블 천하제일 시대는 1월부터 시작됐다. 2012년 12월 31일에 출시한 '다함께 차차차' 가 예상치 못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출시 7일 만에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하루 매출이 15억에 달했던 적도 있었다)에 오르고, 17일 만에 1천 만 다운로드 달성하는 등 초반부터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애플 앱스토어의 엄격한 심의로 인해 구글플레이에만 출시된 상태인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놀라운 성적이다. 그간 국민 게임으로 군림하던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의 인기가 시들해졌던 터라 시기도 적절했다.

‘다함께 차차차’의 성공으로 탄력 받은 넷마블은 계속해서 신작을 출시해 나갔다. 그 중 2월의 '다함께 퐁퐁퐁'과 4월 선보인 '마구마구 2013'은 크게 히트해 상반기 매출의 원동력이 되었다. '다함께 퐁퐁퐁’은 지속적인 게임을 추가하며 유저 확보에 힘쓴 결과 7개월 만인 9월에 드디어 천 만 다운로드 타이틀 대열에 합류했으며, 4월에 출시된 '마구마구 2013'은 모바일 스포츠게임 최초로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에 올랐다.

▲ 모바일 스포츠 장르 최초로 매출 1위를 달성한 '마구마구 2013'


하반기 역시 히트 타이틀이 쏟아졌다. 6월 출시된 ‘모두의마블’은 자사의 인기 웹보드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해 기존 유저층도 끌어왔으며, 실시간 멀티플레이 기능으로 카카오톡의 소셜 풀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신규유저 확보에도 성공했다. ‘모두의마블’은 출시 6일만에 다운로드 및 매출 1위를 기록하고 6주 간 1위 자리를 지키며 3분기 매출에 큰 힘을 보탰다.

멈출 줄 모르던 ‘모두의마블’의 독주를 막은 게임 역시 넷마블 표 타이틀이었다. 8월 출시된 ‘몬스터길들이기’는 카카오에서 흔치 않던 RPG라는 특성을 내세우며 미들코어급 유저 유입을 이끌어 냈다. 출시 이후 미들코어급 게임성에 맞는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추가해 나가며 차근차근 시장에 자리 잡은 ‘몬스터길들이기’는 국산 모바일RPG 최초로 최고 매출 1위라는 업적을 달성했으며, 201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넷마블의 2013 모바일게임 사업 전략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물량공세' 다. 개발은 잠시 접어두고 자회사와의 연계 및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보유 타이틀 수를 늘렸다. 이와 같은 사업 전략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30종이 넘는 모바일게임은 선보이며 넓은 유저풀을 확보했다.

물론 탈도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게임을 내놓아서인지 몇몇 게임은 표절 의혹에 휘말리거나 완성도가 낮아 지적받는 등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넷마블이 2013년 한 해 동안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을 선도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모바일게임 업계에 '넷마블'이라는 세 글자를 깊게 각인시킨 그들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 모두의 마블과 몬스터길들이기로 하반기도 휩쓸었다



■ 도전했으나 성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 온라인게임분야에서의 고전

넷마블의 2013년 온라인게임 사업을 정리하려니 눈물이 나온다. 모바일 사업과 비교하면 더더욱 슬퍼진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기록한 성과는 너무나 눈부신 데 비해, 온라인게임 성과는 너무도 작다. 대략 열 종 가까이 되는 신규 온라인게임 중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넷마블의 두 게임사업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바일게임 분야에 너무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성장했을 수도 있는데, 모바일게임만 편애하니 엇나간 게임들도 여럿 있다.

▲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흥행 성적은 좋지 못한 MMORPG '모나크'


MMORPG '모나크'의 경우 대규모 부대전투라는 특색은 갖췄지만, 부실한 세계관과 밋밋한 그래픽으로 초기 유저의 흥미를 끄는 데 실패했다. 액션RPG '마계촌 온라인'은 고전 명작의 현대판 재해석이라는 강점을 내세웠지만 부족한 콘텐츠와 무리한 과금 유도로 유저의 반감을 샀다. 스팀 그린라이트에도 선발된 적 있는 '건즈 2'는 정작 국내에서 기 한 번 펴보지도 못하고 12월 31일부로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넥슨에게 흡수 당한 서든어택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선보인 FPS게임 '하운즈' 역시 초기 유저의 대부분이 떠나는 등 썩 유쾌한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넷마블은 포기를 모르는 근성의 게임사다. 2013년의 마지막까지 힘을 내고 있다. 12월 31일에는 계사년 마지막 신작 '브릭포스'를 선보였다. 이 게임은 캐주얼 UCC(User Created Contents) 슈팅게임이라는 다소 신선한 장르로, 유저가 직접 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같은 날, 브릭포스의 오픈과 더불어 MMORPG '엘로아' 의 공식홈페이지와 영상을 공개하고 1차 테스터도 모집하며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심기일전한 넷마블의 첫 2014 온라인게임 '브릭포스'


■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다 - 2014년, 재도약을 꿈꾸는 넷마블

2014년 온라인 시장은 예년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다. 검은사막과 블레스, 이카루스 등 국내 대형 개발사가 오랜 시간 닦고 광낸 MMO타이틀이 연내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조용했던 대규모급 게임들도 연내 CBT를 예고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모바일 시장도 다를 게 없다. 작년부터 개발되던 미들코어급 게임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한 발 앞서 달릴 수 있는 시기였지만, 올해는 시장의 정착기이기 때문에 예측보다는 개발력, 운영력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온라인·모바일 모두가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2014년, 넷마블에게 필요한 것은 작년과는 다른 전략이다. 작년처럼 시장을 앞서 달리는 것에 집중하기 보다는 개발력과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쌓아가며 뒷심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현재 넷마블은 '브릭포스'를 비롯해 '엘로아', '퍼즐앤나이츠', '미스틱파이터', '월드히어로즈 온라인', '파이러츠' 등 2014년 PC온라인게임 사업을 책임질 6종의 타이틀을 출격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6종의 라인업이 FPS, RPG, 퍼즐, 액션, 매니지먼트 및 전략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어 게임성만 좋다면 넓은 풀의 유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에 대한 작년의 집중력만 유지한다면 온라인과 모바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 2014년 상반기를 강타할 넷마블의 6종 온라인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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