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의 첫 대양 레이드가 될 '벨'의 첫 등장은 아쉬움만 남기며 종료되었다. 벨이 출현하는 에페리아 모든 서버는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의 지연 현상이 이어졌고, 제대로 된 전투도 못해본 상황에서 등장 후 1시간이 지나자 벨은 사라져버렸다.

벨은 10월 1일(일) 22시에서 24시 사이에 에페리아 1, 2, 3서버에서만 등장할 것이라 예고했었다. 방식도 누베르와 동일하게 울음이 먼저, 그리고 30분 후 등장이다. 많은 궁금증을 가지게 했던 첫 대양 레이드고, 또 운이 좋다면 벨의 심장이라는 엄청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 벨리아 마을 창고기지 앞은 이미 말 주차장


▲ 항구에 배가 이렇게 많은건 정말 처음봤다


22시가 가까워 오자 에페리아로 미리 서버를 옮기거나 배를 찾고, 파티를 구성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22시 50분. 모두가 기다리던 벨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다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벨의 등장 지역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 30분 후인 23시 20분. 벨이 등장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던 레이드는 없었다.

에페리아 2서버는 벨의 등장과 동시에 생긴 지연 현상으로 캐릭터나 배가 이동할 수도 없었고 채팅조차 힘들었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방향을 잃거나 해양 몬스터의 공격에 배나 갤리선이 난파되는 상황도 이어졌다. 결국 많은 이들이 손도 못 써보고 조난되어 다시 밸리아로 헤엄쳐 돌아가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다른 서버의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밀집해 있는 서버라 그런지 게임의 반응 속도는 빠를 수가 없었고, 지연 현상으로 인해 배에서 이유없이 떨어지거나 조작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비슷했다. 뿐만 아니라 벨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전투 중 생명력이 다시 100%로 회복하는 현상도 목격되었다. 이후 에페리아 2서버는 복구되어 벨의 근처에서 헤매고 있던 사람들이 전투를 할 수 있었으나, 정상적인 전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인원은 부족했다. 에페리아의 모든 서버 상황은 비슷했고, 결국 벨은 12시 20분에 자연사하고 만다.

▲ 벨의 퇴근 시간이 1시간이라는건 자연사할 시기에 올라온 공지로 알게 되었다


비슷한 상황은 예전에도 있었다. 가장 최근의 무라카나 귄트가 그랬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배나 길드 갤리선의 수만 해도 헤아릴 수 없는 상황에서 벨의 심장이라는 역대급 아이템을 공개했으니 많은 이들이 몰릴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재미있게 즐기고자 추가되는 새로운 콘텐츠지만, 마음 놓고 플레이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10월 1일(일)에 발생한 에페리아 서버 불안정 현상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질 예정이다.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기에 지급되는 보상이다. 어떤 보상일지는 모르지만, 벨의 전투에 참여한 이들에게 직접적인 위로가 될지는 사실 의문이다. '서버'의 상황 덕분에 벨의 얼굴조차 못 본 이들이 많았고, 벨이 나타나있던 1시간 중 제대로 된 전투를 진행한 것은 얼마되지 않아 난이도를 평가하기도 애매할 정도니까.

물론, 벨을 통해 그려지는 청사진은 나쁘지 않았다. 길드에서는 갤리선을 준비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파티를 구성하는 모습이 묘하게 낯설지만 보기 좋았다. 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역할을 정했고, 항해하는 시간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기에 충분했다. 보상 획득이라는 측면에서는 고래 수렵처럼 경쟁 콘텐츠가 되겠지만, 검은사막에서는 흔하지 않은 PVE 파티 플레이(혹은 협동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다.

벨의 다음 레이드 일정은 일주일 후인 8일에 진행된다. 다음에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배를 끌고 달려갈지 모르지만, 어떤 방식이든 개선되어 나오리라 생각한다. 똑같은 아쉬움을 두 번 겪는 일은 생기면 안되기에 꼭 그래야만 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아쉬움을 선택하는 것 처럼, 빠른 개선이 어렵다면 일정을 조금 미루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콘텐츠는 누구나 환영한다. 그리고 이에 못지 않게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정말 중요하다. 물론, 벨의 레이드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파티 플레이라는 측면에서의 가능성과 아쉬움을 함께 보여주었기에, 아쉬운 면을 고쳐가며 좋은 면만 남아있을 수 있는 튼튼한 콘텐츠로 발전해보길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