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푸르른 5월 날 소중한 가정에 안녕을 묻고 감사함을 전달하는 달이다. 가장 가깝게 지내고 항상 곁에 있는 가족이라 가끔 소중함을 잊고 사는 우리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달이기도 하다. 추억으로 남길만한 사진 한 장, 지친 심신을 힐링시켜줄 아름다운 여행지, 오순도순 모여 근사하고 고급 진 식사 한 끼. 마음을 표현하기에 뭐든 좋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내심 기대가 되는 건 선물일 수밖에 없다.

5일 어린이날에 이어 8일 어버이날까지. 누군가에게 멋진 선물을 준다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나를 위한 날은 없어서 그런지 괜스레 심술이 난다. 그나마 간만에 찾아온 휴일이기도 하고 타이밍 좋게 연차까지 알뜰살뜰 끼워 황금연휴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약간의 위안을.

어린이도 소중하지만 성인인 나도 소중하다. 주변에서는 '어른이날'이라고 갖고 싶은 아이템을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모습이 제법 보인다. 어린이라? 동심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은 한가득이지만 이립을 앞둔 기자에겐 '성년의 날'이 조금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진짜 어른이 된 나를 위한 선물.

한 입 베어물은 사과가 깃든 스마트폰, 농구공을 들고 폴짝 뛴 사내가 새겨진 신발, 몰입감이 끝내주는 기다란 모니터.. 줄줄이 채워진 위시리스트를 읊자면 하루로는 부족하다. 의외로 명쾌한 해답은 가까이 있다. 코로나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됐겠다, 잦아질 외근에 업무와 놀이를 동시에 책임져 줄 게이밍 노트북이 가장 절실해 보인다.

▲ 업무용으론 아직 쌩쌩하긴 하지만.. 게임까진 무리다

더군다나 시기까지 겹쳐 운 좋게도 존버를 풀기에도 매우 적절하다. 게이밍 노트북 브랜드에서 인텔 12세대 엘더레이크 CPU와 AMD 5세대 램버란트 CPU를 탑재한 최신형 모델들을 속속히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3월, 4월부터 출시가 됐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세대인 만큼 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전 세대에 비해 성능 향상이 크게 이루어졌다. 덩달아 가격도 올랐지만 출시 당시보다 조금이라도 안정화된 가격은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본 기사에서는 성능 차이나 DDR5 지원, 최신형이라는 점에서 인텔 12세대나 라이젠 5세대 CPU들을 메인으로 치지만 11세대 타이거레이크 모델도 현역 수준의 성능을 보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게임 성능 또한 발군인 라이젠 4세대 CPU가 탑재된 노트북도 추천해 볼까 한다. 어디까지나 '게이밍'에 준하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가격과 성능, 쿨링, 게임 퍼포먼스에 중점을 뒀으니 참고를 바란다.


100만 원 이하 게이밍 노트북
레노버 게이밍 3 15ACH R5 3050Ti
HP 빅터스 16-e0106AX

▲ 레노버 게이밍 3 15ACH R5 3050Ti

소개하기에 앞서, 100만 원대 게이밍 노트북은 구동하는 게임의 권장 사양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적화가 잘 된 게임의 경우, 별도의 옵션 타협이 필요 없겠지만 오픈 월드, 대규모 전투가 이뤄지는 장르의 게임이나 AAA게임이라면 잦은 스로틀링과 낮은 프레임으로 게임이 구동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21년 7나노 CPU로 발표된 코드네임 '세잔' 라이젠 5000 시리즈와 RTX 30 시리즈가 장착된 게이밍 노트북이 가성비 게이밍 노트북으로 각광을 받으며, 현재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레노버 게이밍 3 15ACH R5 3050Ti는 AMD 라이젠 5 5600H를 탑재해 6코어, 12스레드로 3.3GHz 클럭(부스트 시 4.2GHz)로 탁월한 멀티태스킹 성능을 뽐낸다. 또한, RTX 30 시리즈 중 거의 막내격이라 할 수 있는 RTX 3050 Ti가 탑재되어 영상 편집 및 스트리밍 퍼포먼스를 한 층 높였으며, 게임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성능이다.


기본적인 성능 이외에도 외관에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을 보인다. 디스플레이 양면의 베젤은 6mm로 동일한 외관에 화면은 더 넓어 보이게끔 설계했다. IPS 패널을 채택하여 최대 178도 광시야각 FHD 해상도가 적용됐다. 백라이트 LED가 적용된 키보드는 곡선형의 키캡으로 타이핑 시 정확한 타이핑이 가능하고 키캡과 노트북 프레임이 분리되어 오타를 최소화한다.

저장 장치와 메모리는 PCIe SSD(NVMe) 256GB, 8GB 싱글 기본 구성이며, 듀얼 슬롯을 지원하여 사용자 기호대로 듀얼 SSD와 메모리로 확장할 수 있다. 단, 2.5 HDD(혹은 SSD) 슬롯이 추가 NVMe 슬롯과 겹쳐 HDD + SSD 구성을 원한다면 기본 탑재된 NVMe SSD에 추가로 HDD 구성을 할 수밖에 없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가격은 온라인 쇼핑몰 기준으로 93만 원.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최대 지원 주사율이 120Hz이며, 밝기 250cd/㎡로 약간 낮은 수준이다.

높은 주사율이나 밝은 화면을 따진다면 HP 빅터스 16-e0141AX를 고려해 보자. 위 레노버 게이밍 3 15ACH R5 3050Ti와 CPU는 동일하나 RTX 3050 Ti보다 한 단계 낮은 RTX 3050을 탑재했으며, 최대 지원 주사율이 144Hz, 밝기는 300cd/㎡이다. 그래픽이 낮아져 제품 가격도 8자가 보인다. 가격은 온라인 쇼핑몰 기준 89만 원.

▲ HP 빅터스 16-e0106AX



150만 원 이하 게이밍 노트북
HP 빅터스 16-d1111TX
ASUS TUF Gaming A15 FA507RC-HN025
ASUS TUF Gaming F17 FX707ZE-HX028
레노버 LEGION 5i 15IAH7 I5 3050Ti PRO

▲ HP 빅터스 16-d1111TX

이쯤 되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먼저 소개할 제품은 12세대 CPU에 DDR5가 적용된 게이밍 노트북, HP 빅터스 16-d1111TX이다. 사실 이 제품은 출시 이후 99만 원이라는 상당히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최근 110만 원까지 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최신 12세대 CPU에 DDR5을 경험해 보기에 분명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임은 틀림이 없다. i5-12500H (2.5GHz) 12코어(4P+8E)로 굳이 12세대 '찍먹'이 아니더라도 그 퍼포먼스가 수준급이다. 또한, RTX 3050가 탑재되어 위에서 말했듯이 고사양 게임만 아니라면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성능이다.

신제품인 만큼, 전작 대비해서 쿨링팬이 개선됐다. 팬블레이드 수가 2배 많아졌으며, 더욱 촘촘해져 내부에 그래픽카드의 양쪽 히트파이프를 달군 열을 3면 환풍구를 통해 효과적으로 배출한다.

DDR5 램은 4800MHz 8G 한 장으로 구성됐다. 날이 거듭할수록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이니 메모리 확장은 시간을 갖고 조금 더 지켜보는게 좋아보인다.

▲ ASUS TUF Gaming F17 FX707ZE-HX028

지금까지 가격에 따른 제품 선택이 이루어지는 타협을 봤다면, 이번에는 가격을 올려 성능 향상 체감을 맛보도록 하자. ASUS TUF Gaming F17 FX707ZE-HX028는 출시 당시 150만 원 대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으나 최근 134만 원까지 떨어져 그야말로 12세대 게이밍 노트북 가성비의 선봉장에 서 있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성능과 외관의 AMD CPU 노트북을 찾는다면 ASUS TUF Gaming A15 FA507RC-HN025를 고려해 보자.

본 제품은 인텔 i7-12700H (2.3GHz), RTX3050 Ti가 탑재됐다. 앞서 소개한 HP 빅터스 16-d1111TX의 CPU가 i5-12500H인데, 12600H를 거쳐 12650H, 12700H 총 세 단계의 등급 상승과 더불어 더 많아진 코어와 스레드 수, 높아진 클럭 및 RTX 3050 Ti 그래픽카드를 생각하면 "야 그거 살바엔 돈 더 보태서~"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 제품의 장점을 또 하나 꼽자면 쿨링이 되겠다. 최대 4개의 팬과 5개 히트파이프 그리고 2세대 안티더스트로 강한 쿨링을 제공한다. 특히 ARC FLOW FANS로 불리는 에이수스 TUF의 기술은 공기의 흐름을 최대화하기 위해 두께와 팬 블레이드 배치를 교차했으며, 공기역학을 고려해 공기 흐름을 최대 13%까지 상향시켰다.

IPS 패널, 144Hz 주사율을 지원하며, TUF 브랜드답게 밀리터리 등급의 내구성을 갖춰 외부 충격에 강하며, 진동, 습도 및 높은 온도에 특히 강한 게 특징이다. 그래픽카드 대비 권장 사양이 낮은 게임을 즐긴다면 최대 주사율이 한 단계 높은 165Hz를 노려보는 것도 좋은 선택. 150만 원 이하 165Hz 제품은 레노버 LEGION 5i 15IAH7 I5 3050Ti PRO가 유일하다.

▲ HP 빅터스 16-d1142TX

▲ 레노버 LEGION 5i 15IAH7 I5 3050Ti PRO



200만 원 이하 게이밍 노트북
ASUS ROG STRIX G17 G713RM-LL121
에이서 니트로 5 AN515-45 3070
HP 오멘 16-b1031TX

▲ ASUS ROG STRIX G17 G713RM-LL121

슬슬 데스크탑 성능의 자리를 넘보는 가격대까지 왔다. 200만 원 이하 게이밍 노트북은 단순 성능 상승뿐만 아니라, 특화된 기능으로 차별화된 게이밍 성능을 추구하는 노트북을 여럿 뽑아봤다. 먼저 소개할 제품은 ASUS ROG STRIX G17 G713RM-LL121이다. 22년 2월에 발표한 램브란트 라이젠 6000 시리즈 프로세서의 6800H(3.2GHz) CPU가 탑재된 모델이다. 젠3+ 아키텍처 기반 설계와 6nm 공정으로 전력 효율이 향상되었으며, PCIe 4.0 인터페이스와 DDR5를 지원하는 게 강점이다.

또한, RTX 3060, 17인치 크기, 240Hz 주사율과 QHD 해상도(2560*1440), 짜잘한 스트릭스 LED 감성까지 하고도 155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이지 '혜자'스럽다고 표현될 수밖에 없다. TUF Gaming F17 FX707ZE-HX028도 그렇고, 에이수스가 확실히 17인치 노트북 맛집이긴 한가보다.

한 가지 더, 나는 CPU 급을 한 단계 낮춰서라도 그래픽 사양을 더 높여야겠다면 에이서 니트로 5 AN515-45 3070가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AMD 전 세대인 세잔 5800H(3.2GHz)이지만, 비슷한 금액대에 RTX 3070이 탑재되어 있어 왠만한 메인스트림급 구성 데스크탑과 견주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비록 작년에 출시한 제품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다. 출시 당시에는 약 180만 원이었지만, 현재는 신제품이 159만 원으로 가격에 대한 부담이 적다.

마지막으로 HP 오멘 16-b1031TX 제품이다. 8GB 메모리 두 장으로 듀얼 채널 DDR5 16GB을 구성하였으며, 여분의 NVMe PCIe SSD 슬롯에 추가적으로 저장 장치를 장착할 수 있다. CPU와 GPU는 각각 i7-12700H(2.3GHz), RTX 3070인데, TGP가 95로 타 노트북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가 높게 나오는 것을 보면 효율이 꽤 잘 나오는 편에 속하는데 확실히 가격대가 높다 보니 돈값을 하는 제품인 것 같다.

▲ 에이서 니트로 5 AN515-45 3070

▲ HP 오멘 16-b1031TX



마치며
이제는 할인만 하면 완벽해

인텔의 CPU 시장 독주를 끊고 마법을 부리던 AMD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노트북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발열, 전력 효율, 멀티 코어 부문에서 놀라운 성능을 입증하는 등 작년만 하더라도 인텔에게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 떨어진 듯 움직여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이러한 위기가 인텔에게 자극이 되었는지 12세대를 발표하며 뒤처진 입지를 다시 한번 굳게 다졌다. 인텔이 12세대에서 보여준 전작 대비 성능 향상과 높은 전성비 그리고 고성능 고전력 저효율 코어(Performance Core)와 저성능 저전력 고효율 코어(Efficient Core)가 합쳐진 하이브리드 구조를 택하면서 모든 코어를 사용하여 효율적으로 작업을 처리하는 퍼포먼스는 실제로 사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어쨌든, 소비자 입장에선 그들의 경쟁이 그저 즐거울 뿐이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5세대 램브란트 CPU는 과연 어떨지. 슬슬 존버를 풀어야 하나 싶지 않다. i5-6600U, GT 940M가 탑재된 낡디낡은 노트북. 게임은 고사하고 외형이 삭을 대로 삭아 언젠가는 바꿔야지 했던 날이 벌써 몇 년이 됐으니까 말이다. 선물에는 타이밍이 없다. 깜짝 선물은 언제든 환영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다가오는 5월 성년의날은 나를 위한 게이밍 노트북으로 지갑을 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