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게임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RPG다. 2022년 12월 점프 페스타에서 깜짝 공개됐을 당시부터 애니메이션급의 그래픽으로 생동감 있게 살린 캐릭터와 배경으로 팬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해외 CBT를 거쳐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저들에게도 어필해왔다.

이미 테스트를 통해서 검증을 거쳤고, 이전에도 IP를 훌륭하게 담아낸 모바일 게임이 국내에서 등장한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IP 기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시선은 아직도 회의적이다. 겉으로 보이는 퀄리티뿐만 아니라, 실제 게임플레이가 과연 원작에 충실한지 혹은 원작의 팬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는 게임플레이가 뒷받침됐는지 장담할 수 없던 사례들이 그간 IP 기반 게임에서 종종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 그 불안감을 기대로 바꾸었던 베테랑들이 주축이 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다시 한 번 저력을 입증해낸 느낌이었다. 호불호는 갈릴 요소가 있겠지만, IP 게임으로서의 요소뿐만 아니라 일반 게임의 기본기까지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게임명: 블랙클로버 모바일
장르명: RPG
출시일: 2023.5.25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빅게임 스튜디오
서비스: 빅게임 스튜디오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모바일로 고스란히 담아낸 원작의 세계


흔히 잘 만든 서브컬쳐 게임을 보고 '애니메이션 같다'고 말하곤 한다. 이는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연출이 애니메이션처럼 잘 갖춰져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원작의 느낌을 살렸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서브컬쳐에서 아직도 영향력이 지대하고, 가장 궁극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애니메이션'이니 그 종착점에 이를 만큼 잘 만들어졌다는 칭찬이기도 하겠다.

이미 개발 영상 공개 당시부터 해외 CBT까지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그 말에 딱 들어맞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해외에서만 공개되어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웠고, 개발진 다수가 예전에 참가했던 또 다른 작품과는 개발 환경이 달라졌기에 그만큼 IP를 잘 게임에 접목시킨 모습을 100%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가 있었다. 그렇지만 첫 튜토리얼에서부터 그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줬다.

원작 '블랙클로버'는 마력이 없지만 마법제를 꿈꾸는 소년 '아스타'와 그 라이벌 유노가 클로버 왕국의 마법기사단에 입단해 왕국과 세계를 위협하는 강적들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누구나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에서 마력이 없는 아스타가 노력과 근성 그리고 우정에 기연까지 더해지면서 각종 난관을 극복해나가는 정통파 소년만화의 구성을 담아내면서 아시아와 북미, 유럽권뿐만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 호응을 얻었다.





스토리의 큰 줄기는 정통파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작품에서는 '마법제'를 비롯해 세계관 고유 설정이 초반부터 여러 차례 등장하는 편이긴 하다. 이를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에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그 설정을 빠르게 풀어가면서 진입 장벽을 낮췄고, '블랙클로버 모바일'에서는 이 중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따라가면서 게임 내 기본적인 시스템을 설명하는 전개를 충실히 담아냈다. 그냥 훑고 지나치기 쉬운 튜토리얼을 다운로드창으로 빼면서 '마법제'가 작중 어떤 위상인지 드러내고, 아스타가 검은 폭우에 입단한 이후에는 마그나나 노엘, 바네사 등 여러 등장 인물이 부연 설명을 해주는 장면도 원작의 컷씬과 SD 캐릭터가 차근히 설명해주는 과정을 배합해서 몰입도를 높였다.

그런 맥락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려면 그만한 퀄리티로 구축한 캐릭터와 배경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이미 CBT 단계에서부터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컷씬뿐만 아니라 게임플레이 화면까지 퀄리티를 높이면서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눈길이 가게끔 했고, 수집형 RPG에서 흔히 보이는 구성을 원작의 흐름에 맞춰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면서 세계관 소개와 콘텐츠가 서로 잘 엮이도록 설계한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최근 모바일 게임 트렌드와 달리 다소 느린 감은 있지만, 원작의 흐름을 따를 필요가 있는 IP 기반 게임 특성상 이 한계를 잘 타협해서 넘어갔다고 할까.



▲ 캐릭터, 배경, 연출 다 디테일까지 힘을 싣는 한편


▲ 지나가는 파트나 월드맵은 캐주얼하게 표현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최적화까지 살렸다

이런 구성은 모바일이라는 기기의 한계에서도 최대한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원작에서 주요 스토리가 전개되는 구간인 하지 마을이나 킷카 마을, 검은 폭우 아지트나 던전 등은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중간중간 콘텐츠로 이동하는 구간인 월드맵은 SD의 느낌으로 가볍게 담아내는 등 콘텐츠 연계를 위한 편집과 함께 그래픽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잘 적용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월드맵 곳곳에 낚시나 탐사 등을 넣어두면서 단순히 캐릭터의 작중 행적만 그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소소한 재미 요소도 더했다.

다만 여타 게임과 달리 행동력을 소모해서 스토리를 미는 방식이 아닌 '티켓'을 별도로 소모해서 스토리를 진행하는 점, 그리고 육성 콘텐츠는 행동력을 소모하는 이중적인 구조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다보면 빨리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니던가.

이는 아마 티켓이 충전되는 사이에 사이에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행동력을 소모해서 다음 이야기까지 무난히 넘어가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성장이 막혀서 자의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라 티켓이 부족해서 타의적으로 다음 이야기를 못 보고 콘텐츠로 넘어가는 구조는 평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게임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더라도, 유저들의 반응이 마이너스일 수 있는 요소인 셈이었다.



턴제 RPG의 기본기에 원작의 느낌을 살리 시스템의 보완


만화나 애니메이션 IP 기반의 게임은 흔히 캐릭터에 의존하는 게임, 심하면 '캐릭터만 보고 한다'는 자조 섞인 말을 듣곤 해왔다. 이는 그간 만화나 애니메이션 IP 기반 게임이 IP의 핵심이 되는 캐릭터와 세계관 구현에 집중한 나머지, 장르의 기본기나 문법까지도 일부 포기하면서 퀄리티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게임플레이에 집중한 나머지 원작의 설정을 다소 다르게 적용하다가 팬들의 지탄을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딜레마가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원작을 모바일 턴제 RPG로 해석한 '블랙클로버 모바일'도 그런 말을 들을 우려가 있었다. 흔히 말하던 원나블 3대장 시절에 주류였던 1:1 구도가 아닌, 그 이후 소년만화 작품들이 주로 채택하는 다수 대 다수 혹은 몇몇 아군이 협력해서 강력한 적을 물리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클로버'는 마력이 없는 아스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마법이 있는 세계관을 그렸기 때문에 더욱 난관이 닥칠 수밖에 없었다. 흔히 생각하는 원소 마법뿐만 아니라 각종 특수한 마법의 연계로 강적을 공략하는 과정은 다양한 유저층에 맞춰서 간소화한 모바일 턴제 RPG로는 미처 다 표현하기 어려워보였기 때문이다.

그 난관을 엄밀히 말해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모두를 100% 만족시킬 정도로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 모바일 턴제 RPG 유저층에게 익숙한 틀 안에서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담아내는 구성을 선보이고자 했다. 특히 원작에서 자주 보이는 실시간 협동 전투의 양상을 턴제 RPG에 전략 요소로 녹여내기 위해 고심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턴제 RPG에서 이미 한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와 협동 공격을 하는 요소는 이제는 크게 낯설지는 않다. 그런 시도를 보였던 게임들이 이미 여럿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이를 모든 캐릭터에 다 적용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사실 굉장히 위험한 선택이기도 했다. 수집형 RPG 특성상 원작에서 나오지 않은 캐릭터 조합도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서로 적대적인 관계의 캐릭터도 팀으로 편성될 때도 있지 않던가. 원작 팬 중에서는 그 연계를 그려낸다는 것 자체가 꺼려질 여지가 있었다.

▲ 원작에서 선보인 콤비네이션은 물론이고

▲ 원작대로라면 상상도 못할 조합이지만

▲ 게임 내에서 다양하게 조합을 짤 수 있도록 합격기를 구성했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합격기를 전 캐릭터에 기본 탑재한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좀 더 많은 경우의 수와 전략성이라는 카드로 그 이유를 충분히 입증해냈다. 통상 모바일 RPG에서 일반 공격 - 기본 스킬 - 필살기의 세 요소에 '합격기'라는 추가 선택지를 단순히 더한 정도가 아니라, 어떻게 캐릭터를 조합하고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TCG의 요소도 가미되면서 전략성에 깊이를 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턴제 RPG에서는 중요한 디버프, 버프 스킬 활용을 전개할 창구가 하나 더해진 셈이라 적절한 시기에 스킬을 카운팅하면서 공략해나가는 묘미가 있었다. 더군다나 캐릭터 육성도 레벨, 진급, 등급 상승, 재능, 스킬 강화, 스킬 페이지 각성, 장비 성장 등 세분화되어있는 만큼, 그에 맞춰 설계된 여러 콘텐츠를 최선의 조합을 찾아서 공략해나가는 재미가 더해진 셈이었다. 그에 맞춰 그러면서도 원작에서 서로 인연이 있는 캐릭터끼리 편성했을 때는 특별한 연출과 효과를 더한 '인연 합격기'로 바뀌면서 보는 재미와 시너지 두 가지를 살렸다.




▲ 스토리 티켓을 소모한 이후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 캐릭터 성장 요소과 할 것을 다각도로 마련했다





만화, 애니메이션 IP 기반 모바일 게임은 지금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지만, 원작 팬의 요구와 게임성 둘 다 충족시키는 작품은 드물었다. 개발, 서비스 기간이 짧은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소위 '양산형'에 겉만 IP를 입힌 조악한 게임의 출시 빈도도 높다보니 한동안 유저들이 믿고 거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미 한 차례 원작 감성과 게임으로서 기본기 둘 다 담으며 호평을 받았던 개발진은 또 다시 '블랙클로버 모바일'로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그래픽, 연출, 컷씬, 성우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모바일 턴제 RPG의 라이트한 구조 위에 장비와 스킬 세팅, 합격기의 조합을 더 깊이 파고 들면서 원작의 협동 전투의 느낌과 전략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모바일 턴제 RPG 특성상 원작의 다양한 마법 효과를 라이트 유저에게 친숙한 일반적인 형태로 간소화시켰지만, 턴제 RPG 특유의 버프-디버프 활용 전략으로 방향성을 갖추면서 전략의 묘미와 익숙함을 고루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 말이 '블랙클로버 모바일'이 완벽한 게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현 트렌드보다 다소 템포가 느리고,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슥 지나갔을 때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유난히 더 잘 보이는 게임이다. 힐러나 탱커 등 특정 클래스 비율이나 밸런스 같은 유형은 사실 원작을 충실히 담아내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IP 게임 대부분이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문제긴 하다.


그렇지만 PVP가 있는 만큼, 스킬페이지나 캐릭터 밸런스 문제는 유저들이 좀 더 무게를 두고 볼 여지가 있다. 특히 스킬페이지는 여타 게임의 아티팩트와 유사한 시스템인 것에 비해 등급별로 효과가 상당히 차이가 크고, 최근 일각에서 문제되고 있는 '전용 장비' 같은 느낌이 더해질 수 있어 조율이 필요해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소 느린 콘텐츠 해금 과정에 복잡하게 설계된 게임 구조 때문에 캐릭터 성장이 빠른 편이 아니라서 초기에는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겠지만, 여러 콘텐츠를 수행하면서 누적되는 차이가 벌어질 염려는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개발진에서도 인지해서 임시방편으로 여러 보상을 제공하고 개발자 노트도 올렸으니, 장기적으로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여기에 빠르게 파악하기 어려운 UI/UX, 실패했을 때 재화 환급이 없거나 웨이브가 넘어가면서 버프가 초기화되는 등 다소 올드한 구성도 다소 마음에 걸렸다. 트렌드를 따르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편의성이나 각종 기능적인 측면에서 여러 고민 끝에 발전해온 요소들을 수용하지 않은 것들이 썩 좋게만 느껴지지 않을 여지가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해도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원작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이미 하고 있지 않을까 싶고, 원작을 보지 않았더라도 원작을 찾아보게 할 매력이 있는 타이틀이다. 물론 아직 IP 기반 모바일 게임이 좋은 모습을 보인 사례가 적은 만큼 다소 다가가기 어려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좋은 예시를 보여준 이들이 지금도 계속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앞으로는 달라지지 않을까. 빅게임 스튜디오는 물론이고 여기에 합류하지 않고 남아있는 개발진 역시도 또 다른 IP 기반 게임을 잘 빚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 IP 기반 게임이 단순히 팬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확고한 장르로 정립할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