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에 찾아온 배틀로얄
보상도 콘텐츠로써의 완성도도 모두 준수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준 태초의 섬


"기나긴 기다림 끝에 태초의 섬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라고 서술해야겠지만, 사실 태초의 섬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이보다 먼저 등장했던 모코콩 아일랜드의 경우 스토리 구간은 좋았어도 반복 콘텐츠에는 다소 실망했기 때문이다. 태초의 섬은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된 섬이기도 하고 결국 즐기는 모험가가 많지는 않은 PvP 기반 섬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래서였을까? 직접 체험해 본 태초의 섬은 기대보다는 괜찮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고기반찬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잘 만든 가지튀김과 비슷한 맛이라 평하겠다. 약 30분가량 이어진 3번의 전투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고, 입장 기회가 모두 끝난 현재 더 입장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끼는 수준이다.

그냥 배틀로얄 장르의 재미가 아니냐고 한다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배틀로얄 장르로 출시된 여타 게임들과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로스트아크만의 특색을 잘 녹여냈으며, 전투 자체의 재미 외에도 보상이나 티밍 방지, 시간 제약 등 많은 곳에서 신경 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 고기반찬은 아니지만 가지튀김 정도는 된다!


제약은 크지만 완화책은 충분? 보상으로 보는 태초의 섬

태초의 섬은 프로키온의 나침반에서 확인 가능한 캘린더 콘텐츠다. 즉, 참여 시간 제약과 보상 획득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화요일과 목요일, 토요일에만 입장 가능하며 등장 시간도 하루 5~6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참여 횟수는 9회로 상당히 많다. 일정만 보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진행해보니 다양한 보완 장치가 눈에 띄었다. 우선 참여 가능 시간이다. 특정 시간이 되면 3분 내에 입장해야 하는 여타 캘린더 콘텐츠와 달리 태초의 섬은 30분의 여유가 있다. 11시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11시 30분까지 입장이 가능한 것이다. 필드 보스나 카오스게이트 등을 진행하고 와도 넉넉한 시간이다.

시간이 넉넉하다 보니 전투 한 번을 끝내고 재입장하는 것도 가능했다. 11시와 11시 10분, 11시 20분에 입장하여 한 타임에 3회 입장을 모두 소모할 수 있었다. 카오스게이트나 필드 보스 이후 태초의 섬 3회 입장도 가능한 수준이다. 심지어 여타 섬과 달리 사망 즉시 보상이 주어지므로, 빠르게 탈락했다면 전투를 끝내고 다음 전투로 넘어가도 된다.


▲ 입장 시간에 여유가 있음은 물론, 한 번에 3회 입장도 가능하다


보상도 특이하다. 최대 9회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최고 순위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므로 바로 1위를 한다면 일주일에 1번만 가도 된다. 게다가 상위권 보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얻을 정도는 아니다. 7위 정도만 해도 주요 보상은 모두 받을 수 있으므로 욕심만 없다면 해당 순위로 만족해도 된다.

이 밖에도 배틀로얄 장르에서 항상 문제가 되던 티밍을 방지하는 방법도 강구해뒀다. 진입 이후 모든 채팅이 불가능해지며 동시에 입장하는 방법도 막혀있다. 직접 테스트를 진행해보니, 20명이 다 차면 매칭이 바로 되는 방식이 아니라 충분한 인원이 모이면 각각의 방에 참가자를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입장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험가 풀이 많아져야 하므로 지금과 같은 시간 제약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운에 따라서는 티밍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길드 단위로 티밍을 진행하는 것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티밍에 대한 대처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다소 안심해도 된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시간 제약은 상당히 큰 편이며, 충분한 인원이 모이기 위해 매칭 시간도 다소 길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보상을 얻고 싶지만 상위권에 랭크되지 못했다면 목요일과 토요일, 화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태초의 섬을 가야 하며 최대 9판을 모두 진행해야 한다.

욕심을 버리면 된다고는 하겠지만 보상이 눈앞에 있는데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9판 모두 진행하더라도 개개인의 실력이나 운에 따라서는 10위 이내에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판 한 판의 소요 시간도 긴 편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큰 스트레스를 주는 섬일 것이다.


▲ 큰 보상은 아니라지만, 포기하기에는 또 아까운 상황이다


재미는 어떨까? 콘텐츠로 보는 태초의 섬

단순한 참가만으로 모든 보상을 얻을 수 없다 보니, 여타 PvP섬과 달리 모든 모험가가 자연스레 상위권을 노리게 된다. 보상 측면에서 보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콘텐츠로 보면 충분한 목표 의식이 되기도 하며, 경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치기도 하다.

태초의 섬에 진입하면 1분 동안 4개의 스타팅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전투 스타일도 달라질 수 있는 데다가 누가 어느 지역을 선택했는지 캐릭터 머리 위에 표시되기 때문에 경쟁자가 없는 지역을 차지하기 위한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지역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중앙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페널티지만 이를 잘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 전투 지역에 도착하기 전부터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지역을 이동하고 나면 모든 모험가는 기본 무기인 프라이팬을 지니고 시작한다. 이를 사용하여 상대 참가자를 3회 처치하면 업적을 달성할 수 있긴 하지만,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업적은 아니다. 따라서 미니맵에서 무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빠르게 이를 획득해야 한다.

무기를 획득하고 나면 파밍의 시간이다. 주변의 랩터를 처치하거나 서플라이 팩을 파괴하여 무기 업그레이드 부품과 배틀 아이템을 획득해야 한다. 서플라이 팩이 잘 눈에 띄지 않기도 하고 언제 수풀에 숨은 상대 참가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한다.


▲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파밍은 필수


시간이 지나면 타이니 넥스, 넥스 사우르스와 같은 강력한 공룡이 등장하기에 기회만 되면 사냥해봐도 나쁘지 않다. 사냥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타격만 해도 부품을 얻을 수 있다. 살아남는 것이 목적인 곳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해질 필요가 있다.

마력장은 총 5페이즈에 걸쳐 줄어들며 최대 10분가량 전투를 벌이게 된다. 마력장 외부에 위치할 때의 페널티도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중후반에는 강제로 전투를 진행하게 되어 파밍이 불가능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적 모험가를 처치할 경우 적이 지니고 있던 무기와 배틀 아이템을 모두 획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버프를 받아 생명력과 회복량이 증가하고 이동기가 강화되기도 한다.


▲ 타이니 넥스를 처치하거나 잠든 넥스 사우르스를 깨워도 좋다


전반적인 전투 감성은 나쁘지 않다. 초반 파밍 구간부터 후반의 전투 구간까지 긴장감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결국 생존이 중요하기 때문에 PvP 실력보다는 눈치싸움이 중요해진다. 무기 업그레이드 시 새로운 스킬이 개방되고 대미지도 상승하므로 시간이 지남에 따른 성장 체감도 큰 편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배틀로얄 장르 특유의 존버 메타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초반에 적 모험가를 처치해도 얻는 이득이 크지 않고 생명력을 채울 수단이 적다 보니 자연스레 전투를 최대한 피하게 된다. 아직은 긴장감이 느껴지겠지만, 시간이 지나 태초의 섬에 반복해서 오게 된다면 이러한 존버 메타에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 승리를 위해서는 존버가 답? 전투 시작 후 시간이 꽤 지났지만 많은 모험가가 생존해 있다


또한 PvP를 이야기할 때 밸런스가 빠질 수 없다. 프라이팬을 제외하면 4개의 무기가 존재하는데, 사실 각각의 밸런스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크래시 해머는 대미지도 높은 데다가 스턴을 걸 수 있어 후반부 결전 상황에서 매우 강력해지며, 크리티컬 보우는 조준 난이도가 높긴 하지만 큰 단점이 없어 전천후 무난하게 활용 가능한 무기다. 이에 반해 인페르노는 경직 공격은 강력하지만 쿨타임이 길고 여타 스킬의 효과가 아쉬우며, 버스터 캐논은 다루기가 상당히 어려운 무기라 평가받는다.

물론 각각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인페르노나 버스터 캐논이 약하기만 한 무기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투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거나 무기에 어울리는 배틀 아이템을 챙기는 식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험가들의 숙련도가 오르면 평가가 역전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무기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으므로 상황은 동등하다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태초의 섬은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줬다. 물론 개개인의 취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메인 콘텐츠가 아닌 서브 콘텐츠로써 이 정도의 완성도는 흠잡을 수 없을 정도다. 다만 변수가 많지 않다 보니 전략 전술이 고착화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로 남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업데이트나 AS 패치가 필요할 것이다.


▲ 지금의 모습을 앞으로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