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응?"

"가, 같이 달의요정세일러문에 가입하지 않을래?.. 여, 연말 특전 때문에.."

모르는 길드에 함께 가입하자고 말 할 만큼 친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함께 가입 하고 싶은 느낌이 들어서 부끄럼을 무릅쓰고 질문했다.

"혹시 데이트 신청?"

태연하게 되묻는 예리.

"다, 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연말 특전 때문에.."

"흐음.. 내가 같이 가줬으면 하는구나.. 좋아."

예리의 구슬이 굴러가듯 깨끗한 목소리가 긍정의 답을 주었다.

"아, 북궁에게 들키면 재밌겠다."

"... 그럼 오는 토요일 7시에 이 피시방에서 보자."

특유의 요염한 미소를 띄우는 예리를 애써 외면하며 만날 장소를 정하고는 피시방을 나섰다.


*****

"..."

예상보다 볼일이 오래걸려서 허겁지겁 달려와 피시방 입구에 도착하고 보니 해가 저물어 있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9시를 훌쩍 넘긴 상태였다.

'예리는 먼저 갔겠지..'

"거짓말쟁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약속을 잡아놓고 늦었네? 후후.."

뒤를 돌아보니 베시시 웃으며 묘한 눈빛을 보내는 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근처 카페같은 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밖에서 기달렸는지 긴 머리카락의 끝이 땀에 젖어 뭉쳐있었고 여자아이의 향긋한 향수냄새와 땀냄새가 섞인 오감을 자극하는 야릇한 향기에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아, 아니.. 어쩌다보니.."

"길드 가입할 시간도 늦은 것 같은데.. 저기서 자고 가자."

예리의 하얗고 가느다란 손가락의 끝엔 보랏빛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문러버스 모텔이 위치해있었다.

"모텔..?"

함께 모텔을 간다니.. 땀을 흘려 흐트러진 예리의 모습과 함께 모텔을 떠올리니 컴퓨터 하드디스크 속 최홍규 폴더의 선근 영상이 눈 앞에 재생되는 듯 했다.

"변태."

"..."

"아니야?"



*****

"우후후.. 나랑 같이 자길 바라는구나."

크리스마스 같이 기념일 시즌도 아닐터인데 남는 방이 하나밖에 없었다. 방을 하나밖에 구하지 못한 것이 거짓이 아님을 예리에게 설명하고 다른 곳으로 갈지 물어보자 예리는 묘한 미소를 띄우고는 괜찮다며 장난을 쳤다.


...


"나 먼저 씻고 올테니까 훔쳐 보면 안돼..?"

"아, 안본다니까!"

"후후.. 사실 봐도 좋아."

"...안봐..!"

"후후.."

기다란 속눈썹을 감으며 빙긋 웃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예리에게서 시선을 떼고 어두운 창 밖을 보았다.
자동차들의 시끄러운 경적 소리가 들려오며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들이 보였다.

예리가 들어간 욕실에선 물소리와 함께 그녀의 콧노래가 들려왔다.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이상한 생각이 들려는 것을 애써 털어내고는 창밖을 보던 중 핸드폰으로 보았던 달의요정세일러문의 홍보 포스터가 올라와 있던 게시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

"뭐해?"

...!

벌써 샤워가 끝난 건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예리가 눈에 들어왔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샴푸 냄새와 비누 냄새, 그리고 예리 특유의 상큼한 향기가 코를 자극해왔다.

그저 일반 모텔에서 쓰는 싸구려 샴푸향일텐데.. 묘했다.

그보다 언제 갈아입을 옷을 챙겨온거지..?
청자켓을 입었던 아까와는 다른 루즈한 핏의 검은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약간 헐렁하게 입은 듯 보이는 옷이라
넥 부분이 헐렁해서 보이는 하얀 쇄골에 절로 눈이갔다.
검은 색 티셔츠와 대비되는 뽀얀 피부라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변태."

"응..?"

"음흉해."

"미, 미안해.."

더듬거리며 사과하는 나에게 예리는 대답대신 킥킥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더 보고싶어?"

"..뭐?"

"옷에 가려진 살같은거?"

평소의 감정이 절제된 듯 차가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과는 다르게 즐겁다는 듯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아, 아냐..."

"저질러버려."

"..뭘?"

"날 보면.."

"..."

"만지고 싶고.. 야한짓 하고 싶잖아..?"

"..."

"마음에 걸리면.. 술이라도 마실래..? 후후.. 난 마시지 않은 게 더 좋지만.."

"자, 잠시 나갔다올게.."

도망치듯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모텔 근처 공터의 벤치에 앉아 밤하늘을 보며 방금 전의 예리를 상대로 욕정할 뻔 했던 것을 떠올렸다.

...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어 시간을 확인하니 한시간 정도가 흘렀다.

'이제 예리도 그냥 자고 있겠지..'

디스플레이가 꺼져 어두워진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달의요정세일러문 가입을 위해 천천히 피시방으로  걸어갔다.

******

조용조용한 길드, 《달의요정세일러문》에서 새 길드원을 모집합니다.

풀을 뜯으면서 살기도 하지만 길드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거점전도 진행합니다.

물론 일반채팅, 서버채팅, 월드채팅 등에서 어그로를 끄는 것은 No!!
필드나 채팅에서 먼저 시비를 거는 것도 No입니다!

숙련된 생활 장인들에게서 팁을 얻을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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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을 위한 가문명은 아래 포스터에서 확인하시고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