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단 본인에겐
티란데를 너무 사랑해서 그가 했던 일들
몸에 남은 악마의 흔적들, 힘을 갈구하다가 저질렀던 일들, 잠시 군단을 따랐던 일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싶던 모든 것을 가진 형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모든 패배들
그 모든것이 자신에겐 지금 생각해보면 깊은 상처였을텐데

예전 일리단이었으면 제라가 그 상처들을 모두 치유하고
널 다시 멋지고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했으면 거부할 이유가 없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처가 바로 나다!'
라고 외칠 때, 일리단이 정말로 이제 성장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보통은 자신의 치부와 상처와 고통은 회피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마지막으로 형과 티란데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면,
티란데에 대한 사랑은 만년동안 그대로 갖고 있으나, 티란데에 대한 집착을 버렸고,
형에 대한 열등감과 증오 대신 형을 인정하고 티란데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사실 본인이 갖고싶은 모든 것을 가진 형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겁니다.
어릴적 부터 황금빛 눈을 가지고 태어나 고귀한 운명을 실현할거라 모두에게 기대받았던 그에게
형이라는 존재는 인정하기 쉬운 존재는 아니었을겁니다.

또한 군단에 맞서 싸우던 자신을 뭣도 모르고 공격하여 죽인 멍청한 모험가들조차
드높은 자존감을 가진 자신에게 비견하며 그 공적과 능력을 인정합니다.

<군단>에 들어서도 여전히 자존감이 너무나 높아
독선적이기까지 한 그의 행보는 변함이 없으나
그것이 오직 아제로스를 위하여, 그리고 일언반구도 없었지만
사랑하는 티란데의 세계와 티란데를 위하여 행동한다는 것은
그를 미워할 수가 없게 만드네요.

만년전 감옥에 끌려가면서
너희들이 언젠간 내 힘을 필요로 할것이다!
라며 찌질하게 외치던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네요.

덤덤히 희생을 받아들이고
이제 더 이상 남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이때까지 겪었던 모든 억울함, 패배, 좌절을 가슴속에 묻고
스스로 다가올 희생을 받아들이는 일리단이
마침내 황금빛 눈의 고귀한 운명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