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바나스에 대해선 할 얘기가 정말 많고 생각해 둔 것도 많지만 일단 그냥 쭉 적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바나스를 그저 악할 뿐이라고, 이기적이라고 오해하고 그렇게 욕하곤 합니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밝혔듯이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블리자드는 실바나스가 악하게 보이는 걸 즐기고 있고, 이로 인해 일부는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렇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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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바나스는 변할까 변하지 않나.. 이 얘기는 에필로그에서도 언급됐지만 초반부에도 실바나스의 입으로 언급됩니다.
실바나스의 동기, 싸우려는 이유도 확인할 수 있죠.

실바나스는 안두인이 보낸 편지를 읽습니다. 이미 발췌된 그것과 똑같은 글입니다. 안두인이 이산 친지 상봉을 제안하죠. 그리고 실바나스는 생각합니다. 

소년 왕의 계획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는 여전히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군. 오, 물론 그렇지. 알레리아, 실바나스, 베리사 모두가 그 증거다.
하지만 좋은 쪽으로 변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안두인은 그렇게 보지 않을 것이다.
왜 그녀는 이렇게 화가 났을까? 강아지는 늑대보다도 훨씬 더 그녀를 더 열받게 했다.
그녀는 다시 편지에 집중했다.


변한다는 이야기는 몇 번 더 나옵니다. 포세이큰이 되는 '변화'에 대해서죠. 변화라는 건 참 애매한 단어입니다.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포세이큰이 된 존재가 여전히 과거 인간이었던 모습을 간직한 걸 보고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좋아하는 모습도 나옵니다. 
실바나스도 이런 점에서 변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서도 언급됐지만, 실바나스는 여전히 하이 엘프 시절, 쿠엘탈라스를 지키던 그 모습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백성들을 지키고, 누구보다 아끼고 있죠.
하지만 실바나스는 변했습니다. 냉혹해졌고, 사고방식은 하이 엘프 시절과 달라졌죠. 실바나스의 속마음은 소설 전체에 굉장히 많이 드러나기 때문에 다 쓸 수는 없고, 직접 보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

한편 안두인은 실바나스가 포세이큰을 죽이는 걸 보고 실바나스는 변할 수 없는 구제불능의 존재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장면을 다시 보면 이렇습니다.

황폐의 의회 소속 한 포세이큰은 딸을 만나고 계속 함께 있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칼리아를 이용하려 합니다. 칼리아는 정체를 숨긴 채 황폐의 의회 수장인 벨신다=엘시와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노련한 역사가였던 파르퀄은 그녀가 칼리아임을 간파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축복해달라며 칼리아를 부른 후 때가 되었다고 합니다. 칼리아는 무슨 소리인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파크퀄은 준비하라고만 말한 후 또 다른 가족인 펠스톤 형제에게 다가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얼라이언스 요새로 몰래 다가갑니다. 그제서야 칼리아도 상황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엘시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합니다.

실바나스는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곧바로 간파합니다. 하지만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내지는 못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눈여겨 보던 벨신다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감지합니다. 그리고 실바나스는 배신자가 나왔다는 걸 알아차리죠. 일부가 얼라이언스 요새로 다가가지만 고의는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바나스는 확인하기 위해 후퇴하라는 뿔피리를 울립니다.
그 때 칼리아가 정체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들판에 있는 인간과 포세이큰에게 얼라리언스 요새로 가자고 부추깁니다.
실바나스는 메네실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거의 이성을 잃습니다. '안두인이 이런 교활한 계획을 생각해내다니. 자신이 안두인을 바보라고만 생각했던 것인가.' 그리고 오래 전 죽었어야 할 칼리아가 실바나스의 백성들을 얼라이언스로 데려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은 아니었습니다. 칼리아는 배신하려는 포세이큰을 구하려고 그랬던 거지만, 그녀의 행동은 멍청했습니다. 왕실 후계도 아니었던 칼리아는 정치에 대해 배울 필요가 없었기에,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게 끔찍한 결과를 불러왔습니다. 그레이메인조차도 칼리아를 보고 저 여자가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소리지르고, 안두인 역시 칼리아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포세이큰이 배신하려 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황폐의 의회 수장인 벨신다-엘시는 실바나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칼리아의 도움 요청도 거절합니다. 자신은 로데론이 아닌 언더시티의 주민이며, 어둠의 여왕을 따라야 한다고.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후퇴하라고 소리칩니다. 안두인은 칼리아를 죽인 실바나스와 대면합니다. 실바나스는 칼리아를 데려온 안두인을 비난하며 자신은 정당한 일을 했다고 말합니다. 먼저 약속을 어긴 건 안두인이니까요. 안두인은 자신은 진짜 선의로 했을 뿐이라고, 배신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실바나스가 자길 공격하면 얼라이언스는 보복할 것이라고 하죠. 
그리고 안두인은 이런 실바나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백성들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지 못하죠. 실바나스 역시 안두인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실바나스는 철권으로 통치했고, 안두인은 연민으로 통치합니다. 실바나스는 백성들에게 일반적으로 사랑받지 못하고, 안두인은 사랑받는 지도자죠. 그렇기 때문에 실바나스의 절박함을 안두인은 이해하지 못하고, 안두인의 속 편한 마음을 실바나스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또 안두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서스입니다. 안두인 뿐만 아니라 얼라이언스는 아서스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직 실제로 겪은 포세이큰만이 알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메네실에 대한 실바나스의 분노 역시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비포 더 스톰과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사람들은 실바나스를 참 많이 비난하고 있습니다. 얼라이언스 팬들은 실바나스를 이용해 호드를 비난하고, 호드 팬들은 실바나스를 보고 얼라이언스 편애라고 스토리진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건 이미 블리자드도 어느 정도 예견했을 겁니다. 볼진은 이미 말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고...

실바나스의 마음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정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블리자드 역시 의도적으로 실바나스를 모호하게 그리지만, 비포 더 스톰을 비롯해 그녀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곳이 분명히 있고, 그녀의 비틀린 사고방식을 이해하게 된다면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실바나스는 포세이큰을 진심으로 아끼고 있습니다. 포세이큰은 그녀의 자식들입니다. 실바나스는 어머니처럼 포세이큰을 아끼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할 때 정상적인 어머니는 아닙니다. 실바나스는 자기 자식들에게 집착하고 있죠. 이미 실바나스는 자신의 백성들을 한 번 빼앗겼습니다. 실바나스는 포세이큰들이 사라질까봐,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떠나갈까봐 너무나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실바나스가 언데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입니다. 실바나스는 과거 아서스에게 죽고 노예가 되었을 때, 언데드가 된 것을 저주했습니다. 하지만 언데드로 지내면서 생각이 달라졌죠. 자유로운 포세이큰은 생전의 고통에서 벗어나 수많은 것을 얻게 됐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또 겪을 필요도 없고 잠도 잘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자신이 원하던 것을 그대로 추구할 수도 있죠. 실바나스는 다른 인간들이 이런 걸 이해하고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그래서 포세이큰을 더 만드는 것은, 인간을 삶의 고통에서 해방하고 선물을 줌과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포세이큰을 더 강한 세력으로 만드는 의미를 갖게 되죠.

그래서 실바나스는 황폐의 의회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견해를 가진다는 것에 충격 받습니다. 그들은 이전의 생을 그리워하고, 그 중에는 진짜 안식을 취하길 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실바나스는 이렇게 자신의 백성들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에게 독설을 퍼붓기도 합니다. 생전의 이들은 포세이큰을 괴물로 생각할 뿐이라고,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그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건 오직 자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간과의 만남이 포세이큰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도 몰라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돌아갈 수 없는 이전의 삶을 그리워하게 될까봐..

그리고 실제로, 상봉하는 날 포세이큰들은 사랑했던 이들에게 배신당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배신당하고 돌아온 이들을 보고 실바나스는 너무나 슬퍼하면서도 기뻐합니다. 너희를 사랑하는 건 자신 뿐이라는 걸 확인하게 된 기쁨에 실바나스는 그들의 마음을 후벼파지만, 포세이큰들 역시 실바나스의 사랑을 이해합니다.

실바나스는 앞서 말했듯이 포세이큰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호드를 위한 마음까지 더해서 스톰윈드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호드는 강인하기에 군단과의 싸움으로 인한 피해에서 얼라이언스보다 더 빠르게 회복할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얼라이언스는 인간을 결집시킬 지도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바나스는 안두인을 무시하고 있죠. 평화밖에 모르는 순진한 소년이니까요. 안두인 로서, 레인 린, 바리안 린 같은 지도자가 없는 지금이 호드가 공격할 적시라고 본 것입니다. 그렇게 재빠르게 스톰윈드를 쳐서 호드에게 승리의 기쁨과 보상을 누리게 해 주고 싶어했죠. 이건 호드를 위한 일입니다. 그리고 실바나스는 인간들의 시체로 포세이큰을 더 만들 수 있죠. 실바나슨는 다른 호드의 구성원, 그리고 다른 호드의 수장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자신에게 맞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죠. 실바나스가 선을 넘지 않는다면 바인조차도 호드에 충성을 계속 다할 테니까요. 바인을 비롯한 호드의 지도자들은 실바나스가 스톰윈드를 공격해 시체를 되살릴 생각이란 걸 간파할 거라는 건 실바나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드에게 승리를 안겨준다면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바나스는 지금의 평화가 승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두인이 국왕이라면 정말 평화가 이뤄질 수도 있죠. 하지만 수십 년 후에는? 백 년 후에는? 안두인은 결국 죽고 다른 이가 지배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소설에서 안두인이 생각했던 계승자는 겐이었죠. 정말 겐이 얼라이언스를 이끌게 된다면 호드는 생존할 수 있을까요? 결국 호드의 미래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텔드랏실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스톰윈드 공격을 생각했던 시절엔 아제라이트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제라이트가 드러나면서 목표가 변한 것이겠죠. 게다가 스톰윈드 공격보다 텔드랏실 공격은 더욱 호드를 위한 일입니다. 스톰윈드는 포세이큰 확보라는 실바나스의 생각이 결부된 장소이지만, 텔드랏실은 순전히 호드를 위할 수밖에 없는 공격 목표였죠. 그리고 전쟁이 시작되기 전, 최소한의 피해로 끝낼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본 것입니다.

참고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와우 세계관에서 전쟁은 참 애매한 개념입니다.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다르죠. 지금도 와우에서는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싸우고 서로 죽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전쟁이 아니죠. 서로 군대가 충돌해도 전쟁이 아닙니다. 사실상 전쟁은 전면전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실바나스는 그런 전쟁을 막기 위해 나이트 엘프를 공격하고, 말퓨리온을 죽인 후, 텔드랏실을 확보해 칼림도어를 차지하려 한 것입니다.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호드를 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실바나스의 속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