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What's up" by 4 non Blondes





"이왕 흙탕물에 손을 담갔다면, 그중 최고가 되리라"

- 검은 바트 (1682-1722)











"쿨럭"

불로도 불사도 결국에는 인간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불멸의 해적이라 믿어져왔던 검은수염도 이렇게 피를 흘리며 쓰러지지 않는가.

선장은 갑판의 선측에 기대어 앉았다.

편하게 자세를 잡고 앉은 그의 입에서는 피와 함께 실소가 새어나왔다.

"으흐흐흐... 아하하하"

웃을때마다 선장의 가슴에서는 옷 위로 피가 스며나왔다.

선상에는 연막이 가득했고 그 뒤로는 수많은 그림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손에는 총과 검을 들고...

순간 그림자 하나가 붉은 액체를 튀기며 쓰러지고 그 너머로 그의 니그로 부관의 모습이 보였다.

아프리카의 용맹한 추장이였던 그는 한손에는 카틀라스,

한손에는 머리가 반토막나 늘어진 선원 하나를 멱살로 잡아들고 수십의 그림자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아무리 용맹하다고 하나 숫자가 중과부적으로 얼마 안되어 그 또한 해병들의 손에 쓰러질것이다.

선장이 무릎에 늘어져있던 팔을 올리려 하자 손에 육중한 쇠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의 손에는 피스톨이 쥐어져 있었다.

쥐어져 있다기보다 손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이 옳을 정도로 그는 팔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걸로 뭘 하려고 했더라...?'




................




최악이라는 악명, 오명을 1년만에 카리브해의 역사에 가로새긴 그가 처음부터 해적을 동경했던건 아니였다.

여느 바닷사람과 다름없이 가난함에 찌들어 몸값을 팔듯이 무역선으로 바다에 나왔고,

여느 해적선원이나 다름없이 일하던 배가 나포되어 해적선에 편입된 그였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를 잡아끌듯이 편입한 해적선장이 특이한 자였다는 점일까.

"선장, 이게 뭐요!?"

여느때처럼 호니골드 선장의 선상에서 티치는 선장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칭얼대는 어린아이를 귀찮아하듯이 호니골드는 그의 게으른 눈을 서류로 돌리며 말했다.

검은 수염이 사방으로 뻗친 티치와 그의 가지런하고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이 대조적이다.

"또 뭔가 곰돌이 에드군."

티치는 고슴도치처럼 뻗침 수염을 곤두세우며 성을 냈다.

"어째서 아까 그 상선을 몽창 털어버리지 않은게요! 돈이 남아 도는거요?!"

"자네는 그저 배부른 귀족놈들의 크루즈가 배아픈것뿐 아닌가?"

능청스런 호니골드의 핀잔에 티치의 수염은 더더욱 곤두섰다.

"썩을 귀족놈들 좀 털어먹는데 어디 문제될게 있소?!"

"그럼 썩을 귀족놈들 좀 털지 않는데 어디 문제될건 있나?"

"이 배배꼬인 망할 꼰대가!"

"쾅"

티치가 거구를 이끌고 선장실의 문을 닫으며 나가자 호니골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호니골드 선장은 최근의 약탈에서 선원들의 모자만 모아서 돌아왔다.

호니골드의 선원들은 대체로 그것에 만족한듯 했지만 티치는 그렇지 못했다.

티치가 선장에게 성을 내는것은 이번일로 인한것만이 아니였다.

1714년 프랑스와의 전쟁이 끝나자 영국정부는 그들을 위해서 싸워왔던 사략해적들을 쓸모없는 늙은 사냥개마냥 내버렸다.

전쟁의 결과로 생겨난 수많은 식민지와 부를 분배하는데 내부에서 갉아먹는데만 바빴던 귀족들에게 사략해적들까지 챙길 여유가 있을리 만무했고,

그 결과 사략해적들은 그들의 전공에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하고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호니골드의 경우가 특히 그런것이여서 그와 함께 싸워온 티치는 항상 불만이 가득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런던으로 쳐들어가 귀족들의 목을 따버리고 싶은 그였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티치는 호니골드의 덤덤한 태도에 더더욱 화가 치솟는 것이였다.

"우아아아아악!!!!"

자신의 성질에 못이겨 밤바다를 향해 괴성을 질러대는것이 언제부턴가 티치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선상에서 티치에게 감히 대들 선원은 없으니 모두들 그러려니 참으며 잠을 청할 뿐이였다.

"툭툭"

티치는 그의 등을 뭔가로 치는 사람이 있어 돌아보니 호니골드였다.

호니골드는 손에는 술병을 들고 전의 능청스러운 웃음으로 그에게 술을 권했다.

달빛만 비추는 어두운 갑판위에 두개의 그림자가 술병을 마주하고 나란히 앉았다.




.............





"......"

"......"

선상에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무음의 정적이 깔렸다.

'갑자기 전투가 중단된것인가?'

적선의 선측을 타올라가며 티치는 생각했다.

"쿵"

갑판에 올라서자 포격의 진동이 갑판에서 그의 몸을 따라 올라왔다.

호니골드의 배에 있었을때와는 달리 이제 선장의 코트를 입은 티치였다.

스카보로호의 갑판은 백병전과 총격전으로 어지럽다.

그러나 티치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정적뿐이다.

영국 군인복장을 한 선원 둘이 총검을 앞세워 달려들자 티치는 카트라스를 뽑아 그들의 총검을 동시에 쳐내고

그들의 자세가 흐트러진 사이에 다른손으로는 피스톨을 뽑아 그중 한명의 얼굴을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다른 한명의 엉거주춤한 선원은 배를 밀듯이 걷어차서 층계 아래로 떨구어버렸다.

그 순간 그의 귀를 따라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티치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적선을 기어올라오며 포성을 바로 옆에서 견디던 귀가 망가진것이다.

건너편 그의 배인 앤호에서의 포격이 곧 이어졌고, 티치가 서있는 스카보로호의 선미가 포격에 기울어졌다.

그 순간 스카보로호의 갑판의 백병전은 순간 멈추고, 티치도 균형을 잡으려 몇발 물러서다 돛줄을 붙잡고 멈췄다.

"망할 꼰대 이럴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

적선 한가운데에서 백병전을 벌이며 티치는 강한 사령탑을 지휘하던 호니골드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호니골드는 작년 카리브총독 우디스 로저스와 만나 대사면을 수락하고 그와 결별한 차였다.

영국 정부에서 베풀듯이 내려준 대사면은 티치의 분노에 어울리는 일이 아니였다.

생각의 고리를 마무리지을 틈도 없이 티치의 얼굴을 향해 샤베르가 하나 날아들었다.

티치가 칼날을 피하며 피스톨자루로 그 병사를 내려찍는 순간 그의 눈에 키를 잡고있는 조타수 옆에 서있는 선장이 눈에 들어왔다.

갑판에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적선의 선장은 직접 싸우기보다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고함지르고 있었다.

'대영제국 해군전함 스카보로호가 겨우 해적선원 수십으로 이렇게 어지러워질줄 알았겠나.'

스카보로호가 수백의 선원인데 비해 앤호의 해적선원은 수십에 불과했다.

스카보로호의 선장이 티치에 대해 방심한것도 무리는 아니였을것이다.

티치는 선장의 입장을 1초간 생각하고는 오른손에 들고있던 카트라스를 전력으로 선장을 향해 내던졌다.

카트라스는 공중에서 몇바퀴 돌더니 무게중심이 있는 칼끝쪽으로 스카보로호 선장의 미간을 관통했다.

선장이 갑판으로 굴러떨어지자 조타수는 비명을 질르며 손을 놓았고, 순간 적선의 지휘계통은 마비되었다.

스카보로호의 키가 마구 돌며 배가 다시 요동치자 티치는 돛줄을 잡으며 난전을 향해 소리쳤다.

"전원 퇴각한다! 접현을 끊어라! 앤호로 돌아가라!"

"아이아이!"

티치 자신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있는힘을 다한 괴성에 모든 해적선원들이 응답하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티치는 피스톨을 새로 하나 뽑아 팽팽하던 돛줄을 끊고 그것을 타고 그의 앤호로 뛰어들었다.

"접현을 끊는다! 포격을 퍼부으며 퇴각한다!"

재빠른 프리깃급의 앤호는 조타가 휘청거리는 스카보로호의 선측을 돌아 선미에 포격을 퍼부으며

그대로 바람을 타고 전장으로부터 멀어져갔다.




.............




1718년은 그의 해였다.

어느새부턴가 그에게는 검은수염이라는 별명이 따라붙고, 악마의 자식이라는 악명이 카리브를 떨쳤다.

수없이 많은 신대륙과 아프리카 연안의 항구들을 약탈한 후 티치는 앤호를 버리고

이제는 슬루프 한척, 어드벤쳐호와 19명의 선원만으로 카리브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간 수많은 격전을 거쳤고 무고, 유고와 상관없이 수많은 선박과 마을을 약탈했다.

그는 호니골드와는 정 반대로 모든것을 남김없이 약탈하곤 했다.

많은 오랜 동료들이 얼마되지 않는 시간에 사그러져갔고, 또 많은 새로운 동료들이 생겨났다.

많은 전장을 거치며 생겨난 전리금은 아까지 않았다.

먹고 마시고 놀고 섹스하고 약탈하고 죽이고 죽고

그 모든 무절제와 쾌락이 곧 해적의 인생 아닌가.

티치는 멀리 쫓아오는 메이너드 대위의 레인져호를 잠시 바라보고,

또 눈을 돌려 전투를 목전에 두고도 취기에 흔들리는 자신의 선원들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한 순간 바람처럼 살다가면 되는것을 뭘 그리 애쓰는가'

오직 자유와 쾌락만을 위해 살았던 그에게는 바다에 나와서도 그 많은 억압과 체재에 갇혀사는 해군들의 모습이 우스울 뿐이였다.

백인들의 특징은 흑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자신들은 자유롭다 생각하나 결국 자신들또한 노예라는것은 모르는것이다.

티치는 그의 옆에서 레인져호를 바라보던 그의 절친한 니그로 부관에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약 전세가 불리해지면 적재에 있는 탄약으로 배를 폭파시켜주게"

부관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티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티치는 고개를 돌려 그들의 어드벤쳐호의 선미로 다가오는 레인져호와 메이너드 대위를 바라볼 뿐이였다.

그리고 두 선박이 충돌하기 직전 그는 양손에 피스톨을 뽑아들었다.

'그래... 한 순간 바람처럼... 그러나 이왕이면 폭풍으로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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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티치 (1680~11.22.1718)

일명 검은수염, 영국출생으로 추정.

카리브의 해적들 중 가장 악명높았다.

호니골드 선장의 배에서 해적을 시작한 그는 1717년 최초로 보스턴 트리뷴지에 소개되었다.

당시는 호니골드가 해군과의 전투에서 승리, 그 전투에 크게 활약한 티치에게 나포한 배를 위임했을 때이다.

호니골드는 26포문의 프랑스 노예선, 프리깃 '콩코드'호를 나포, 전투에서 활약한 티치를 선장으로 임명한다.

티치는 콩코드호를 40포문으로 재무장하고 선명을 Queen Anne's Revenge (앤 여왕의 복수) 로 바꾼다.

그 이름은 Queen Anne's War, 즉 스페인왕위계승전쟁에서 나온것으로 보인다.

(티치는 그 전쟁에 참전했으며, 그 전쟁으로 인한 프랑스나 영국에 대한 복수심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같은해 호니골드는 대사면을 수락, 영국 정부로 돌아갔으나

티치는 대사면을 거절, 그 후 2년간 아프리카와 카리브를 왕복하며 해적을 계속한다.

대부분의 다른해적들과 다른점은 티치는 배뿐만이 아닌 해안의 마을, 항구들도 약탈했다는것이다.

군함또한 기습, 약탈하였으며 그가 영국해군의 전열함 스카보로호와 격전을 벌인것은 유명하다.

1718년 5월 북미 남캐롤라이나의 찰스톤항구를 봉쇄, 출항하는 함선을 5척 나포하였으며,

인질을 잡고 몸값으로 구급상자를 요구, 구급상자가 전달되자 인질의 옷을 모두 벗긴뒤 해방한다.

그는 약탈시 술, 음식, 가구, 의복 등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져갔으며 그것으로 인해 악명이 더욱 높아진듯 하다.

그러나 그의 악명에 비해 살인에 대한 기록은 전무.

찰스톤항구 봉쇄 후 얼마 안되어 그는 '앤 여왕의 복수'를 좌초시켜 자신의 선원들을 무인도에 버리고,

(이는 전리품을 독점하기 위한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 '앤 여왕의 복수'호는 1996년 미국 북캐롤라이나주 연안에서 발견되었다.)

그후 슬르푸 Adventure호로 항해하며 카리브 근해와 강유역을 약탈한다.

근해, 혹은 강에서 항해하는 그를 잡기위해 전열함을 보낼 수 없었으므로

영국정부는 그의 목에 100파운드의 현상금을 걸고 2척의 슬르푸를 고용한다.

1718년 11월, 검은수염과 20명가량의 선원들은 영국해군장교 메이너드대위가 이끄는 슬르푸들과 교전,

큰 피해를 입혔으나 결국 검은수염은 전사한다.

검은수염 사후 그의 목은 참수, 영국 서부의 도시 바스에 효시되었다.






자료참조:

http://www.piratesinfo.com/biography/biography.php?article_id=96

http://www.piratesinfo.com/biography/biography.php?article_id=39

http://en.wikipedia.org/wiki/Blackbeard

http://www.ah.dcr.state.nc.us/sections/maritime/Blackbeard/default.htm

http://www7.nationalgeographic.com/ngm/0607/feature6/index.html



해적열전 지난편보기

1편: 기습의 달인- 검은바트


2편: 무책임 선장 벤자민 호니골드


3편: 어리버리해적 에드워드 잉글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