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게이머는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게이머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유독 이런이런 이유로 망겜이라는 분석을 막 하고서는 재밌게 하고있는 사람들을 블빠로 몰아가는데
사실 재밌게 하는 사람은 이런 분석 자체를 할 필요가 없음 
그냥 재밌으니까
그래도 계속 이런 식의 전개로 싸움이 나니까 왜 나는 재밌게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써봄

1. 프랜차이즈와 장르의 팬
본인은 아버지 손잡고 pc방가서 디아블로2를 한게 게임인생의 시작일 정도로 디아블로라이크 arpg를 많이 즐겨왔고 골수팬임
타이탄퀘스트, 그림던, PoE, 디아블로 시리즈, 디아블로2 기반 모드, 라스트에폭 등 시장에 나온 굵직한 동종게임들은 대부분 해봤고 일부는 찍먹이상으로 인생을 갈아넣었음
디아블로라이크 arpg를 흔히 핵앤 슬래시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다른 알피지 서브장르와 비교하기 위한 특성이지 올바른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함
이런 게임들의 본질은 "반복사냥의 재미"이고 이 반복사냥을 더 재밌고 더 잘하게 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존재함
내 기준에서 디아블로4는 이 기준을 충족하되 2023년의 게임트렌드를 버무리려고 노력한 게임임

2. 변태적 성향
브레빅이 말했듯이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슬롯머신이고 이 슬롯머신을 얼마나 화려하게, 혹은 덜 슬롯머신처럼 보이게 포장하는가의 차이는 있더라도
디아블로라이크의 알파이자 오메가는 반복파밍임
퀄리티 오브 라이프, 각종 버그, 부족한 엔드컨텐츠는 누구나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외의 시스템적인 불만 - 결국 이 게임은 언제나 똑같은 짓을 계속 하는 자폐적인 무언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

던전 뻉뺑이가 금방 질리는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님
원래 이런 게임이다가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마법의 단어가 되어서도 안됨
하지만 본인이 mmo 팬으로써, aaa 패키지 게이머로써, '호쾌한 핵앤 슬래시'의 팬으로써
무언가 게임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게 있다면
디아블로라이크라는 장르란 (심지어 디아블로2의 흥행 당시에도) 원래 생각보다 마이너한 장르였고
피트, 카오스 생츄어리, 남부 쿠라스트 상자깡, 핀들런을 1000번 2000번 3000번 하던 게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함
그리고 나는 이걸 재밌게 했던 변태임

3. 체급
앞서 말한 반복사냥의 재미 측면에서 디아블로 4는 아주 잘만든 게임임
전체적인 만듦새와는 별개로 이 부분에서는 동종장르에서 최고수준으로 대기업냄새 확실하게 잘뽑힘
스킬의 타격감과 가시성, 주변 사물과의 상호작용, 사운드 이펙트와 같은 순수 사냥에서 주는 기본체급이 높음

4. 사람들
본인은 다른게임을 할 때부터 같이 게임하던 디코 친구들이 있음
아무 의미없는 퀘스트 밀기나 맵밝히기 같은 걸 하더라도 디코에서 아무말대잔치 하면서 하면 혼자할때랑은 느낌이 전혀 다름
특히 시즌스타트는 축제분위기 확실히 나서 좋음
물론 진짜 별 오징어게임 패러디한 크랩게임 어몽어스 롤같은 걸 할때도 미친놈들처럼 재밌게 하는걸 보면 디아4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지만
같이 하는 사람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재미요소가 확실히 달라짐

5. 하코
본인은 하코유저인데 하코가 소코보다 우월하다거나 무조건 더 재밌다는 게 아니라
게임에서 일어나는 모든 반복적인 일들에 대해서 무료하고 의미없다고 느껴진다면 하코가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음
죽으면 여태까지 한게 다 날라가는데 왜 하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죽음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게임을 하는 마인드셋이 달라진다는 점
무료한 게임에 긴장감 상시유지버프를 걸어주는 화이트노이즈같은 장치가 생긴다는 점에서
도전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음
디4는 죽음회피물약이랑 탈출스크롤 때문에 하코 난이도도 굉장히 낮음
같이하는 친구가 뒤지면 티배깅하는 재미는 덤

이정도가 내가 생각했을때 내가 이 게임을 재밌게 하고있는 이유인거 같고
개인적으로 재밌는 이유기 때문에 반박시 잘안들림

물론 불만도 많음
개인적으로는 맵어픽스를 지금보다 대폭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게임내에서 아무 영향력이 없고 플레이스홀더랑 마찬가지인 흰템, 파랑템, 그리고 파랑 문양들을 써먹을 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함
스킬트리는 뭐 디자인적으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쳐도 파라곤이나 아이템에서라도 더 뎁스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함
속성, 트리별로 더 확실한 스케일링 시스템을 부여하고 다양한 컨버전 메카닉이 도입됐어야 한다고 생각함
도트나 오버파워같이 특수한 데미지 시스템과 공식을 활용하는 수단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함
오픈월드를 만들어놓은 만큼 어떻게든 써먹어야 한다고 생각함
위상은 도감화해서 저장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생각함
그 외에도 빌드에 있어서 짜잘한 불만들이 많음 재밌는 ctc(시전시발동)효과가 별로없다거나 -근본- 소환트리가 성능이 구리다거나(멘델른같은 사파소환말고) 클래스에 따라 특정 스킬들은 디폴트로 강제되거나 등등

암튼 갓겜반열에 올릴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나같은 변태들의 놀이터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충분한, 어떻게든 장르적 근본은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퍼담을려는 노력을 한 흔적이 보이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밥먹고 네크키우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