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캄캄한 동굴 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주변 곳곳에 맴도는 사악한 기운들이 그 쪽으로 향했지만 잠시 후에 들리는 총성에 의해 사라져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 때마다 동굴 속은 찰나의 시간동안 빛으로 가득차고 다시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그렇다. 빛은 총성이 울릴 때마다 나오는 것이다.  그 때마다 얼핏 보이는 거너의 모습은 엄청난 포스를 뿜어낼법한 외모를 지녔다. 총구도 없는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두 정의 총이 그의 장비었다. 얼굴에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검은 피부색과 순결함을 상징하는 백색 전투복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 위압감을 풍기는 이 사람은 쉴틈을 주지 않고 달려드는 마물들이 달려들 때마다 레게머리로 길게 땋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적을 쓰러뜨려나갔다.

 이 남자가 바로 한 챔피언에게 파트너의 영혼을 뺏긴 이후 그림자 군도에서 거주한다는 남자이다.

 

 그 남자는 루시안, 챔피언이다.

 

 루시안은 자기의 아내가 영혼을 뺏긴 뒤 전쟁 학회에서 며칠동안 밤낮을 세우면서 상대 챔피언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했고, 그 이후에 챔피언으로 선택받은 뒤 언제나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전장에서 활동을 했다. 그랬던 그가 마음을 잡고 언젠가부터 그림자 군도에서 녀석을 찾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지 벌써 반년이 더 지났다. 찰나의 빛으로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단 하나.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으로 화를 낼 수 있는 대단한 사람.'

 언데드 몬스터들을 모조리 처치했는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그 챔피언은 찾을 수 없었다. 그 챔피언의 이름은...

'쓰레쉬...녀석이 나타나지 않겠다면 이곳의 언데드들을 모조리 소멸시켜버리겠다. 그래도 괜찮은 거냐.'

 속마음으로 독백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 속 사악한 기운들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들은 루시안을 향해서가 아니라 다른 지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언데드 사냥꾼인 그가 이런 부산스러움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동굴 전체에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루시안은 아무런 반응 없이 웃음소리가 멈추는 걸 기다렸다. 웃음소리가 무안함이라도 느껴서 저절로 멈추기를 바라는 듯했다. 끔찍한 웃음소리를 어딘가 모르게 절도있게 끊어서 들려주는 생물체가 천천히 만행을 중단했다. 루시안은 흐름의 방향을 향해서 고개를 돌린다음 중얼거렸다.

"나오셨군."

"날 불렀나."
아까와는 달리 꽤나 가까운 거리에서 적은 울림소리가 들려온다. 오른손에는 낫을, 그리고 왼손에는 등잔을 지녔고, 이 세상사람이 아니라는걸 온몸으로 보여주는 망령. 간혹 경망스러운 사람들이 쓰레쉬의 외모를 연두빛 해골머리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사실 수박 겉핥기 식의 묘사에 불과하다. 생전에 악명높은 간수로 활동하다 죄수들에 의해 죽었다 되살아난 쓰레쉬의 모습은, 알수없는 위압감마저 풍겨내서 실제 형상보다 더 사악해보인다. 루시안과도 대체로 비슷한 위압감을 풍겨내서 그런지, 이 두 챔피언의 색깔만 제외하고 비교한다면 이 둘은 마치 거울속의 자신을 보고있는듯했다.

"드디어 나와주셨군. 넌 내가 왜 이곳에 머물러있는지 알고 있나?"

"그야 물론이지. 네녀석의 마지막 무용을 펼칠 시간을 준 것 뿐이다."

 동굴의 깊숙함과는 별개로 또다른 울림소리가 지옥의 간수의 입안에서 나왔다.

"그렇게 생각하셨군. 덕분에 이곳의 마물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감사를 표하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이다."

"감사하군."

"자, 이곳까지 온 이유는 서로 알고있다. 네녀석이 직접 여기에 왔다는 것은 승부를 받아들이겠다는 뜻. 무기를 들어라... 네녀석."

 루시안은 한손에 쥐어진 총 한정을 쓰레쉬의 몸통을 향해 거누면서 말했다.
"크크크... 친절하군 루시안. 그나저나, 이곳에서 겨루기에는 결투장이 너무 비좁고 어두워서 너에게 불리할텐데... 밖에서 겨루는 건 어떤가? 그쪽이 나에게 핸디캡을 작용시켜서 너의 승률을 올릴 수 있지 않겠어?"

 쓰레쉬는 루시안의 진지함을 비아냥조로 대답하면서 자신의 강함을 교묘하게 표현했다. 루시안은 낮고 무거운 말투를 유지한 채 전보다 더 격하게 반응했다.

"아니,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여기에 온게 아니다 쓰레쉬. 당장 결착을 짓잔 말이다!"

 정화의 사도는, 그 아량속의 비아냥을 자각하면서 남은 한손도 원수를 향해 겨누었다.
"흠... 싫다면 억지로 하게 만드는 수밖에."
 쓰레쉬는 자신의 등잔과 사슬로 이어진 낫을 공중에 휘두르다가 동굴의 출구쪽으로 날렸다. 루시안은 이를 공격을 감행하는 걸로 이해하고 총을 쏘기 시작했지만, 쓰레쉬는 탄환을 피하면서 사슬을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네녀석!"

고함소리와는 상관없이 쓰레쉬는 루시안의 시야에서 빠져나갔다. 녀석은 싸움 이전에 상대방을 한번 골려먹는데 성공한 것이다. 언제나의 원수였지만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생각할 시간은 없지만, 목적은 있겠지.'

루시안은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쓰레쉬가 날아간 곳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동굴 밖.

끈질긴 추격 끝에 다시 조우한 루시안과 쓰레쉬. 쓰레쉬도 지금은 전과 달리 여유를 부리지 않고 루시안을 응시하고 있다. 주변은 그림자 군도의 분위기 그대로 푸르고 생명력이 넘치는 나무대신 시들고 먼지로 뒤덮인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있었다. 바람이 일자 낙엽과 먼지들이 힘없이 휘날린다.

"이건 그녀를 위한 복수다."
"좋으실대로. 그러고보니, 동굴에서 본 네 녀석의 얼굴에 뭔가가 씌어져있었는데, 나와 상대하기 위해서 낀 '디바이스'인가?"

 말을 나누다가도 바로 싸움을 시작할 법한 상황에서도 쓰레쉬는 상대방의 장비에 대한 신경을 쓰는등 여유를 보였다.

"이걸 말하는 건가. 용케도 알아내셨군."

 루시안은 자신의 손으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건드렸다. 그러자 루시안의 한쪽 눈에 걸쳐져있던 기기가 푸른 빛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ㄴ장비를 해제합니다.ㄱ

 

 특유의 무뚝뚝한 디지털 안내음이 이어진 뒤 기기는 루시안의 손으로 위치를 옮겼다.

"하지만 이건 너를 위해서 장비한게 아니다. 네녀석의 느낌은 그 날 이후로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늘 느낄 수 있거든. 그러니, 더이상 이 기기는 필요가 없겠군."

 루시안은 자기 손에 들려있는 디바이스를 옆으로 내던질 준비를 하면서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는 알고있다. 이 기기를 내던지는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녀석은 디바이스를 던지려 할 때 사슬을 휘두를 것이다. 그 순간부터는 누가 상대를 더 먼저 타격하는데 성공하느냐에 따라 다른 싸움의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그 랜턴속에서 지켜봐줘, 세나.'

 루시안은 디바이스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쓰레쉬가 던진 사슬이 자기에게 날아오고있음을 인지했다. 디바이스가 짧은 시간동안 허공을 비행하다가 삭막한 땅에 불시착을 하게된 순간, 결투의 시작을 알리기라도 하는듯 최초의 총성이 숲에 울려퍼졌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루시안

 

원작 : 챔피언이 되기 이전부터 루시안은 자신의 아내 '세나'와 언데드 사냥꾼의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나 쓰레쉬에 의해 세나는 쓰레쉬의 랜턴에 같혀버렸고, 사실상 아내와의 이별을 맞게 된 루시안은 룬테라 대륙의 언데드를 모두 멸하겠다는 결심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안식을 위하여 계속 싸워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정보에 의하면, 그의 소속은 데마시아입니다.

 

팬픽(현 작품) : 이 작품에서는 드물게 단 하나의 설정변경없이 작중 초반의 시기에 출현했습니다. 드디어 원수인 쓰레쉬와 붙는군요. 다만 작중 초반부터 원수와 붙는 자의 수명은 그리 길진 않겠죠? 대결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있으니까요.

 

<글쓴이의 말>

 

너무 오랫만에 쓰다보니까 초고가 아닌 수정본을 쓰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하 이럼 안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