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엘리스의 탈출을 보조해주는것 자체가 말도안돼는 행동이었지만 고민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녀와 같이있었다고 의심받는바엔 차라리 그녀의 편을 들어온대로 행동하는게 더 편하다.'

"거의 다 뚫었다! 그냥 문을 부숴버려!"

"우리가 성공하면 마녀를 잡는거다! 가자!"
 엘리스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그녀가 있는 창고의 문을 부숴가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사람들이 접근하려고 했다. 집주인은 그들에게 주먹을 바쁘게 날리면서 대항을 하고 있었다. 엘리스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람들은 집주인이 예상치 못한 주먹에 당황했다.

"이봐, 정신차려! 왜 우리를 공격하는거야?"
 집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는 엘리스의 편을 들어주기로했고 이 행동 역시 '마녀에게 홀렸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당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쥐어잡으며 생각했다. 허벅지때문에, 정확히는 엉덩이때문에 창문으로도 나가지도 못하니 유일한 방법은 창고의 문을 열고 저 많은 사람들을 뚫고지나가야한다.

'주민들은 무기로 무장하고있을거야. 그 무기를 뺏어서 위협하며 나가는수밖에...! 그럼 무기를 뺏을법한 수가...'

 고통과 출혈로 제대로 뜰 수 없었던 엘리스의 눈이 차츰 떠졌다. 그녀는 곧장 그 창가로 움직인다음 무장한 사람들을 응시했다.

'보통 위급하거나 다급할때의 긴장과 집중력으로 사람은 기적을 발휘하지! 이 상황이라면, 나도 스킬을 써서 내 몫을 해낼수 있을거야!'

 엘리스는 고개를 뒤로 젖힌다음 입안의 독을 뿜어내려는듯 상체를 앞으로 내질렀다.

"신경독!"

 비장함을 가지고 나선 엘리스였지만 아쉽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상체와 얼굴을 들이밀며 입을 벌리고 독을 쏟아내려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계획은 막혀버리고 말았다. 얼굴을 들이미는순간 목에서 끓어오르는듯한 기운을 느꼈지만 그것은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마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쏴버려!"

 그녀의 의도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창문밖의 사람들은 그녀가 있는 집의 창문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쐈다.

"챔피언님!"
 그때 집주인이 엘리스의 앞에 나타나 의자를 들어 화살을 막아냈다. 화살은 의자의 좌판에 부딪치듯 박혔고 그 일부는 좌판을 뚫어버릴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했다. 받침을 잡고 막았기에 망정이지 에이프런이나 좌판을 잡았다면 부상을 당했을게 뻔했다.

"집주인님, 그 의자의 등받이부분을 제거해주세요."
"방법을 찾은겁니까?"
"그 다음 좌판에 박힌 화살들을 반대방향으로 뚫어서 박아주세요."

 집주인은 엘리스의 말만 듣고서 의아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한 의자의 모습을 떠올려보고선 무슨말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아아, 임시변통으로 검차(*)를 만드는거군요?"

 

* 고려시대때 거란족의 침입을 막기위해 만들었으며 수레의 전면에 설치된 방패에 검을 꽂아 만든 무기. 작중에서는 등받이부분을 제거한다음 좌판에 화살을 꽂아만듬.

"...? 그게 검차라는건가..."



 집주인은 다른 녹서스 주민들에비해 근육질이거나 전사의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심혈을 기울여 엘리스의 부탁대로 임시 무기를 만들었다.

"좋아요. 창문을 짐들로 막아주시고, 이제 문밖으로 나가서 저를... 지켜주실수있나요?"

"그러죠."
 엘리스는 순간 망설이는듯한 어조로 집주인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어렵지않게 수락했다. 엘리스는 그 태도에 대해 말하고싶었다. 녹서스 주민들도, 심지어는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들조차도 갖지않은 친절함의 이유를 알고싶었다. 이곳을 벗어나면 집주인과 같이있을 시간이 없음을 알기에, 선원들의 친절함에도 무덤덤했던 그녀는 집주인에게 물었다.

"저기 집주인."
"네."
"왜 저를... 도와주시는거죠? 왜 저들처럼 저를 적대시하지 않고, 왜 이 지경까지 몰렸는데도 제 옆에있는건가요?"

 집주인은 한동안 말이없었다. 엘리스는 그래도 그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창고문이 부서지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창문으로 끊임없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만약 제가 그쪽의 몸을 먼저봤으면 고혹을 느꼈을테고 그쪽의 이름을 먼저떠올렸으면 적대시했을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당신의 얼굴을 먼저봤습니다. 두려움에 떨고있으며, 고통스러워하지만 무감정한 표정을... 그 모습에 연민을 가진나머지 저들의 옆에있지않고 당신의 편을 들어왔습니다. 바보같이..."

"..."

"그래도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당신의 옆에 서있을겁니다.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전 당신의 편입니다."

 엘리스는 가슴이 벅찼다. 그는 그녀가 3년동안 만나온 사람중에서 가장 멋진 남자였다. 그가 베풀어준 자비와 자상함에 감동했다. 자신을 신뢰하고 옆에 있어준다는 진실함에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 엘리스의 머리에서 대사 하나가 떠올랐다. 이런때 상대에게 말할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자 보답인 그 문장. 청문회 이후 그녀가 생각하지 않았던, 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그 문장.

 

 그 문장은,

"고마워요."

 집주인은 그말을 듣고선 눈을 몇번 깜빡이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같이, 갈까요?"
<계속>

<글쓴이의 말>

초고에도, 재고해서 다시쓴 수정판에서도 집주인은 녹서스에서 엘리스에게 가장 따뜻하게 대해줄수 있는 사람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부분의 글을 두번쓴 입장에서 참 훈훈한 장면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