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공식에서 새로 리메이크된 제이스와 빅토르의 배경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여 가상의 설정을 첨가했어요.









필트오버 마법공학대학 1

두 천재





연구동 지하에 위치해 있는 카페테리아오늘도 필트오버의 진보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학 소속의 석학들이 넓은 테이블들 여기저기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고 있었다자신의 연구 경과나 학계의 새로운 이슈 등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지만 오늘따라 화제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있었다.


"들었어우리대학 연구동에 자운인이 들어왔대."


여기저기 웅성거리는 가운데 또 다른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말을 꺼내자 다른 이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자운인이라니 말도 안 돼다른 데도 아니고 여긴 필트오버 마법기계공학 대학이라고필트오버의 엘리트라고 해도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야."


그가 말하는 어조에는 이곳에서 일한다는 강한 자부심이 묻어나 있었다.


"나도 그 얘기 알아그게 자운 대학에서 옮겨왔다는군무려 스탠윅 교수가 특별 제의를 했다고 하던데."


다른 친구가 자신이 들은 내용을 첨가해 주자 일행들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그 스탠윅 교수가정말 모를 일이네도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스탠윅 교수가 데려왔다면 보통내긴 아니겠지그러고 보니 학장에게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할 새 얼굴이 있다고 들었어저번에 짐 싼 에일러가 있던 곳 있잖아거기가 걔의 개인 연구실이 될 거랬어오늘 아마 출근했을 텐데.”

그럼 점심 먹으러 안내려왔을까?”


일행은 혹시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려 못 보던 얼굴을 찾아 카페테리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망할.”

갑자기 한 명이 욕지거리를 하며 고개를 원위치로 돌려놓았다.


무슨 일이야?”

하필 이 시간에 내려오다니왕재수 제이스랑 눈이 마주쳤다고!”


그 말을 듣고 그의 뒤로 시선을 돌리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훤칠한 키의 제이스가 보였다세련되게 빗어 넘긴 어두운 색의 머리가 살짝 헝클어져 있었다뭔가 또 다른 실험에 몰두해 밤샘이라도 한 건지 평소보다 조금 더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여느 때와 다름없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는 채였다그를 잘 아는 연구실 동료들은 그 미소를 볼 때마다 얄밉다고 느꼈다이윽고 곁에 다가온 제이스는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동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걸었다.


이봐호프만뭘 그리 두리번거리고 있던 거냐.”


호프만은 내키지 않았지만 그에게로 눈을 돌렸다. “안녕.”


들었을지 모르겠지만마법기계공학 쪽에 새로 자운인 하나가 특별 발탁되어 들어왔대서.”

특별 발탁된... 자운인?”


이 기이한 단어 조합에 제이스는 눈을 찡그리며 되물었다어떤 연구들은 더러 다른 이들과 같이 진행하기도 하지만제이스는 솔직히 다른 사람이 들어오든 나가든 별 관심이 없었다어차피 중요한 연구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었고 모든 쓸모 있는 아이디어는 자신으로부터 나오기 마련이었으니다른 사람이 있어 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 참오늘도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모양이군그럴 시간 있으면 공부를 좀 더 하는 걸 추천하지마지막으로 발표했던 네 논문은 정-말 형편없었거든."


제이스는 피식 웃으면서 커피 자판기 버튼을 누르기 위해 돌아섰다지금 하는 실험의 결과가 거의 막바지에 와 있기 때문에 낮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점심에는 각성제 한 잔으로 적당히 때울 생각이었다딸칵 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커피액이 추출되기 시작했다. "으음이 향기좀 살 것 같군," 제이스는 방금 전까지 대화했던 상대 같은 건 벌써 잊었다는 듯이 느긋하게 퍼지는 커피 향을 맡으며 잠깐 동안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제엔장저 밥맛없는 녀석."


호프만은 제이스의 뒤통수를 보며 이를 갈았다곁에서 지켜보던 다른 동료들이 그를 다독였다.


네가 이해해라제이스 성격엔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거 알잖아.”

웃기지 마, ‘필트오버 제일의 천재’ 마법기계공학자라고 해서 잘난 척 하는 걸 다 받아줘야 한다는 거야우리 모두 충분히 머리가 좋다고.”

그렇다기보다는 어차피 말싸움해도 지니까...”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호프만은 결심한 듯 제이스를 불렀다.


이봐제이스동력 장치 개선에 관한 내 논문이 대체 뭐가 문제야학장들도 모두 내 이론은 수용 가능하다고 했다고.”


피곤해진 제이스는 한 손에 커피 잔을 든 채로 덜떨어진 동료를 쳐다보았다.


몰랐나거기엔 중대한 결함이 있어.” 그는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쪼개어 설명을 해 줘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무슨 소리야내가 직접 실험해 본 결과로 다 확인했는데깔 거면 제대로 된 반론을 해보라고.” 호프만은 불안했지만 내심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제이스는 결국 하는 수 없이 설명해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네 이론대로라면 실제 동력원은 두 단위로 쪼갠 마법 수정을 이용하지서로의 회전각을 이용해서 동력 공급에 시너지를 내려면 회전각과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해.”

내 논문을 제대로 읽었다면 고정된 회전축과 정밀 센서를 이용해서 수용 가능한 오차 범위 이내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건 알겠지천재 씨.”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지하지만 넌 다른 변수는 생각 안 해봤나본데.”


다른 변수호프만은 말문이 막혔고제이스는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두 개의 수정간섭 현상으로 인한 파동 에너지 유실네가 쓴 공식대로 이걸 사용하기엔 감마값의 분포가 너무 커잠깐의 지연 현상이나 외부에서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는 순간 이 장치는 끝이라고누가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폭탄을 쓰고 싶어 하겠나.”


대답은 되었지 하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제이스에게 호프만은 자신이 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놓은 게 있었다면 받아칠 수 있었겠지만, 자신은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런 엄청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실험에 들어갔던 날 만약 실수라도 있었다면... 비록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작은 인공 마법수정이긴 했지만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을 터였다호프만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 문제라면


그 때뒤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유실되는 값을 계산해서 한쪽의 회전율을 낮출 수 있어.”


언젠가부터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청년은 여기 있는 누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군데군데 흰 머리가 섞인 힘없는 검은 머리칼과 마른 체구를 가진 청년은 동그란 보안경을 목에 걸고 간편한 마법공학 실험복 차림새였다호프만과 그의 친구들은 그가 바로 소문의 자운인이라는 것을 확신했다제이스에게 중요한 것은 물론 그런 자잘한 게 아니었다.


수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겠나?” 제이스가 물었다.


물론아마라스 산출법으로.” 청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얇은 판이나 와이어를 사용해 일시적으로 상호작용을 완충시키는 거지그렇게 한다고 해도 최소한 1.0125배의 효율은 낼 수 있어.”

마디점을 측정해서 말이지?”

바로 그거야.”


두 청년은 서로를 마주보고는 입가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먼저 소리를 내어 웃은 쪽은 제이스였다.


하하이야기가 통하는 상대잖아.”


제이스는 한바탕 웃어젖히더니 별안간 상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거 갑자기 즐거워지는군난 제이스다?”


새로 온 청년은 제이스가 내민 손을 보고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네가 제이스?" 


필트오버와 자운의 두 천재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스탠윅 교수님께 이야기는 들었어내 이름은 빅토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