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취!"
 수레를 이끄는 상인의 입에서 재채기가 일었다.

"누가 내 욕을 하는건가... 감기기운도 없는데."

 생각해보면 이맘때 자신에 대한 험담을 서사시로 늘어놓을법한 사람이 딱 한명 있다. 그 사람이 누군지는 상인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상인의 뒤에 가득 담겨져있는 돈을보면 나오던 재채기도 사라지고 입꼬리가 올라갈법했다. 자신이 얼마나 고생해야 이정도 돈을 버는가. 사람자체의 호감은 안갔지만 돈은 두둑히 줬다. 상인입장에서는 좋은 호갱을 만난 셈이다.

'다음에 서비스는 제대로 해줘야지...'

 수레를 끌던 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러고보니 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
 녹서스의 주민답지않게 매우 마른 체형의 미인이었다. 그런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나라를 여행해도 좋았을텐데 왜 이곳에 왔을까?

"설마..."

 

 엘리스는 가까운 식당을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류의 재구성 이후에 등장한 하나의 거대한 단체. 또한 '소환사'가 지상에서 활동하는 본거지인 이곳...에 서있는 엘리스.

'어디부터 가야하지?'

 르블랑이 건네준 챔피언 등록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이곳에 왔지만 이후부터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엘리스는 걸어가다가 낯이 익은 건물을 보았다. 건물의 생김새를 보아하니 전에 들어가서 큰 낭패를 본 그 건물이다.

'소환사에게 말을 걸어봤자 뭔가를 알아낼 수도 없고...'

녹서스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문제였다. 앞으로 자신이 보낼 5개월의 결과는 지금에 달려있기 마련이다.

"나 참. 그 생각은 누가 못하냐고. 어쨌든 적합한 곳을 찾아보자. 이곳에서 내가 필요한 건물이 한두개쯤은 있기 마련이야."

꼬르륵-

 배꼽시계가 그녀의 의지를 꺾으려는듯이 거칠게 신호를 보냈다. 이곳으로 오는동안 밥을 너무 간단히 먹어서 그런지 이번 신호는 무시할 수가 없다. 때마침 해가 한가운데에 있다. 이것은 기회다.

"배고픈데 뭘 어쩌겠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누구한테 하는 자기변명인지는 생각하지 말자. 엘리스는 주변에 있는 음식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식당은 좁은데 사람이 가득찬 곳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음식점은 물론이고 고급레스토랑같은 곳도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왜 여긴 부자들이 많은거야. 레스토랑마저도 사람이 꽉 찰 정도면 얼마나 잘 사는거지 다들?"

 이 곳에서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소환사라는걸 깜빡 잊으면 엘리스같이 바보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세계의 창조주가 돈이없어서 굶어죽는것 자체가 비참하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그녀가 지금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자기가 서 있는 자그마한 식당이다.

"주먹밥가게..."

 정오가 되기 직전에 왔는데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이걸 뜻하는 거였을까. 그래도 장점은 있다. 그녀는 일단 이곳에 정보를 얻으러 왔으니 그 건물을 향해 돌아다녀야 하는데 통상 음식점에 있으면 그럴 시간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생긴다. 음식을 앉아서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밥이나 국을 걸어다니면서 먹을 수는 없잖은가? 그러나 주먹밥같이 휴대가 간편한 식품을 먹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안녕하세요. '어머니의 주먹맛'입니다. 무엇을 드릴까요?"
"이곳에서 가장 비싼 주먹밥 2개 주실래요?"
 메뉴판은 저리가라였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고민마저 영업원에게 떠맡긴 엘리스. 영업원은 잠시 황당해했지만 바로 원하는 주먹밥을 찾아서 만들기 시작했다.

"저기... 이곳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건물이 있나요?"

"네? 여긴 전쟁 학회라서 말이죠. 그런 건물은 일일히 측정해보지 않으면 말할 수가 없네요."
 엘리스는 방금 전 자신이 말했던 질문을 바꿔보았다. 소환사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면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건물. 은신, 정보, 대중성...

'도서관?'

 그녀의 생각에 딱 들어맞는 건물이다. 이 건물을 찾기 위한 질문은 딱 하나만 바꾸면 된다.

"저기... 도서관이 어디있나요?"
'이곳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건물'을 '도서관'으로 바꾸면 이런 답변이 나올 것이다.

가령,

"이 가게 뒤를 지나서 왼쪽으로 한번 돌고 두 블럭 직진, 다시 왼쪽으로 가면..."
인데 종업원의 답변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했다.

"뒤에 있는데요..."
 

 엘리스는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르블랑이 내게 챔피언 등록증을 줬다는건 아마도 이걸 최대한 활용해 보라는거겠지.'

 생각을 간단히 마치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마녀 한명의 힘으로는 꿈쩍도 움직이지 않을법한 문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 대국의 도서관조차도 반입이 금지된 금서들이 한 곳에 채워져있는 이곳에서, 엘리스는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문은 자동문이었다. 서둘러 주먹밥 하나를 먹으면서 들어가려 했는데 문 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레이저가 가동된 듯한 소리는 나중에 빛으로 형상화되었고 엘리스의 몸 곳곳을 빛으로 쏘았다. 잠시후 들려오는 안내음

ㄴ음식물 반입 금지입니다.ㄱ

 10층이 넘는 책장,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기계들은 그런 자들의 바람에 호응해주듯이 분주히 작동한다. 어느 누구도 떠들지 않지만, 떠들지 않게 규제해주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 문을 열자마자 정면에서부터 이어지는 일자형길. 그 길의 끝에는 또다시 문이 있다.

'생각을 정리하기엔 딱 좋은 곳이네.'

 전쟁 학회 도서관에 처음 방문한 엘리스의 첫느낌이었다. 리그에 입문한 이후로 단한번도 오지않은 곳이다.

'리그에 입문하기 전에는 이곳에 들어왔을까?'

 앞을 향해 걸으면서 가볍게 생각한것에 그녀의 무릎이 움찔했다. 지금의 자신으로선 답을 구할수 없는 물음이었다.

"흥, 그럴리가..."

소리를 죽이면서 사람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이사이를 둘러보는 엘리스. 그러나 지나간 시간에 비해 얻은 것이 없었다. 잠시 한숨을 쉰 다음 그녀는 도서관의 내부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정문 입구로 이동했다.

"클래스 C, 클래스 B, 클래스 A, 클래스 S... 도서관을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자료실은 클래스 제로인가."
 5개의 클래스로 나누어져있는 자료실. 전쟁 학회는 일반인들도 찾아와서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마련해놓았다. 자신이 원하는 책만 분명히 정해놓으면 빠른 시간내에 찾을 수 있는 정보력쯤은 갖추고있을테다.

"흠... 세계의 모든 책들은 이곳에 모아놓았겠지."

'그럼 각국에서 금서로 지정한 금서도 이곳에 있다는건가. 한번 봐야겠군.'

 클래스가 제로인것과 자신이 원래 온 목적과는 별개의 검색이므로 그녀는 주변에 있는 기기에게 도서 검색을 했다.

ㄴ어느 책을 찾으십니까?ㄱ

"금서목록."
ㄴ... 찾았습니다. 검색권수, 41권.ㄱ

"41권이라... 전 세계의 금서목록을 모은것 치고는 좀 적지않나?"

 기계음이 알려준 정보에 살짝 실망한 엘리스는 그 41권을 하나하나씩 확인해보기로했다.

"...아, 소설 이름이었구나."

 '...어쩐지 표지마다 삽화가 그려져있어서 이상하다싶었다.'해서 자신이 요청한 검색창으로 눈을 옮겼더니 '본문 검색'이 아닌 '책 검색'이라는 옵션에 마크가 되어있었다.

 

 클래스 C 자료실 입구.

 챔피언이기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최하위 랭크를 뜻하지만 제로와는 하늘과 땅 차이의 격차가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엘리스가 찾으려는 정보가 클래스 C에 있을리 없었다.

'잠깐, 난 지금 챔피언이 아니잖아?'

 CLE 25년이 끝날때까지 그녀는 챔피언이 아닌 일반인으로 취급된다. 챔피언 등록증도 청문회 이후로 보이지 않았다.

ㄴ이곳에 들어가려는 챔피언께서는 챔피언 등록증을 찍어주시거나 '소환사에게 직접 인증요청'버튼을 눌러주십시오.ㄱ

 하지만 아직까지는 느슨한 검열단계였다. 엘리스는 안심한채 남의 등록증을 꺼내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바로 정면에 놓여진 또다른 자료실을 향해 걸어갈 길이 만들어졌다.

 B까지는 본인의 랭크이기 때문에 아무런 제약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엘리스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클래스 C 자료실은 타 현관문처럼 챔피언 등록증만 찍으면 들어갈 수 있었고, 클래스 B 자료실은 등록증을 검출기에 넣어서 위조여부에 대한 확인을 받아야 했다. 이제부터는 그녀의 힘으로 갈 수없는 자료실이 남아있다.

'클래스 A.'

 제로, C, B 자료실에서도 챔피언에 대한 정보가 있었지만 내용은 극히 부실했다. 가령 제로는 챔피언 리스트만 나열되있는 책자가 있었고, C에서는 챔피언들이 전장 내에서 등록된 스킬까지 적혀있는 정도? 클래스 B는 전장 내 챔피언들의 공략법이 적혀져있는 도서가 챔피언별로 있었지만, 지금의 엘리스는 전장 활동이 금지된 상황이라 무쓸모나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별 볼일 없이 클래스 A 자료실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섰다.

 

'경고. 이 앞의 자료실 내의 서적은 대출이 불가능하며, 뒤 자료실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자료신의 정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누설할 시 서환사에게 엄중처벌을 받습니다.'

 그리고 간판 밑에 있는 삽입구. 아마도 챔피언 등록증을 요구하는 것 같다. 엘리스는 르블랑의 등록증을 끼워넣었따. 삽입구는 등록증을 흡수하듯 빨아들였다. '삑'소리가 들리고 문의 잠김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지만 넣은 등록증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ㄴ넣으신 등록증은 자료실을 나오지 않는 한 회수할 수 없습니다. 회수하시려면 삽입구 옆의 버튼을 눌러주십시오.ㄱ

 C 자료실부터는 챔피언에 대한 서적으로 가득찬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 덕분에 엘리스는 자신이 알고싶어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품고 돌아다녔다. 이 정도의 자료실이면 챔피언들의 전체적인 특성을 적어놓은 책들이 있으리라.

"아~눈아파..."
 엘리스는 책 하나를 골라서 정독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책은 말자하에 대한 내용이었다. 자운에서 싸웠을 때 진 것도 있고 재판에서 이겼기 때문에 신경쓰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1시간이 넘도록 정독하고 있는걸 보면 얼마나 집요한지 알 것 같다. 녀석이 공허교라는 종교를 만드는 이유도, 그리고 녀석의 출신이 공허라는 것도...

"그나저나 이젠 내걸 찾아야겠지?"
책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챔피언 관련 서적이 많다보니까 글자만 읽을 줄 알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말이 진짜라는걸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그녀는 자신에 대한 책을 몇 분만에 찾아냈다.

서두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엘리스 : 단편 소개]

엘리스의 황홀한 미모와 우아함 뒤에는 가차없는 포식자의 어둡고 무자비한 본성이 숨겨져 있다. 그녀는 거미 신의 은총을 빌미로 무자비하고 교활하게 맹목적인 먹잇감들을 유인한다. 인간의 면모를 버리고 사악한 존재로 거듭난 엘리스는 우매한 자들을 희생양 삼아 엄청난 힘과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의 거미줄에 걸려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희생된 이가 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엘리스 : 장편 소개]

순진한 어린양, 탐욕에 눈먼 자들이여, 그대가 엘리스의 사악하면서도 우아한 카리스마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이미 그녀의 먹잇감이나 다름없다. 그녀가 몸속 깊숙이 감춰두었던 거미줄을 꺼내 그대를 유인하고, 속박하고, 목숨을 빼앗을 때까지... 모든 것은 너무나도 빠르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뭐? 그녀의 정체를 폭로하고 싶다고? 미안하지만 그대가 그녀의 어두운 비밀을 알아차렸을 때쯤엔 그대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밀회는 언제나 어두운 방에서 이루어졌다. 엘리스가 신화 속 거미 신의 말씀을 전하면 맹목적인 신도들은 신의 은총을 갈구하며 화답했다. 그들은 그녀의 생명력을 동경했으며 그녀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하고자 했다. 엘리스는 거미 신의 성소로 순례를 떠날 때마다 가장 독실한 신도만을 골라 동행을 허락했고, 선택받은 신도들은 기쁨에 취해 목적지까지의 위험하고 불편한 여정을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쫓아가곤 했다. 이윽고 신비의 땅 그림자 군도에 다다른 순례자들은 엘리스의 안내에 따라 거미줄로 뒤덮인 어두운 동굴 속으로 인도되었다. 거미 신의 성소로 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엘리스의 신도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여사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천천히 우매한 군중을 향해 뒤돌아섰다.

다음 순간, 엘리스가 두 팔을 머리 위로 쭉 뻗자 그녀의 등에서 거미처럼 생긴 기괴한 다리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챈 추종자들은 필사적으로 동굴 입구를 향해 달려갔지만, 그녀가 뿜어대는 마법의 거미줄을 피할 순 없었다. 이렇게 먹잇감을 묶어놓고 나면 엘리스는 동굴 속의 어둠을 향해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크고, 징그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언데드 거미 괴물이 기어 나왔다. 튼튼하고 뾰족한 다리가 괴물의 육중한 몸통을 받치고 있었다.

희생자들의 속절없는 비명이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괴물 거미는 엘리스의 추종자들을 산 채로 잡아먹었다. 식사를 마친 괴물에게서는 더 이상 그 어떤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고 엘리스는 놈에게 다가가 정체불명의 액체를 채취했다. 그녀가 자신이 채취한 액체를 들이켜면, 온몸을 타고 소생의 기운이 흘러 넘쳤다. 엘리스는 이렇게 자신의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한 후 다시 추종자들에게로 돌아갔고, 순진한 추종자들은 순례길에 올랐던 신도들이 거미 신의 신성한 집에 머물고 있다고 믿었다. 이제 그녀는 또 한 번 달콤한 약속의 말을 늘어놓는다. 곧 다음번 순례를 떠날 것이라고. 거미 신이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노라고! 

"진정 신심이 깊은 자는 거미의 포옹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노라." - 엘리스

"이상한데,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았어."
책에 적혀있는 자료만으로는 엘리스의 과거행적이나 기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거미교 활동을 하면서 신도들을 어떻게 잡아먹었는지에 대한 장면만 적혀있었다. 문제는 엘리스가 3년간의 사건들을 모두 기억하고있기때문에 생각보다 더욱 쓸모없다는 것.

"그럼 이제 남은 것은 S 자료실인데..."
챔피언 등록증으로 A 자료실까지는 들어왔지만 이제는 A 자료실에도 용무가 없었다. 그녀는 책을 춴래 자리에 꽂아넣었다.

ㄴ클래스 S 자료실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홍채검사 혹은 '소환사에게 직접 인증요청'버튼을 통해서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 검사를 시작하시겠습니까?ㄱ

"어..."
 기진맥진해가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끔 못을 박는 듯한 안내문이었다. 아무리 별 수를 다 써도 르블랑의 홍채까지 흉내낼 수는 없다. 이제는 변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좌절하는 도중,

"아~ 심심해."

 정식으로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인지 가리지도 않고 엘리스는 몸을 숨겼다. 그제서야, 몸을 숨긴 뒤에야 말소리의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그곳에는 평범한 남자 두 명이 서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고랭크 챔피언 이상이 아니고서야 들어올 수 없는 구역인데? 신챔피언이 평상복으로 차려입고 오기라도 한건가?'

이만하면 자신의 안위보다는 상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찼겠다, 엘리스는 책장 사이로 몸을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쯤되면 서재 사이로 얼굴을 볼 수 있겠...'

"요즘 신규챔피언들은 좀 어떤가 더글라스?"
'더글러스?'

 최근에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 것 같다. 곧장 최근에 만난 사람들의 이름들을 되짚어가는 엘리스의 머리.

'르블랑, 블라디미르, 집주인, 우리들, 헤카림, 이블린, 요릭, 카서스, 레드필드, 더글라...'

띵-

'소환사?'

 이방인도 아닌 소환사가 클래스 A 자료실에 왔다. 그렇다면 엘리스가 그들을 맞대면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 그와중에 소환사들과 정확히 눈까지 마주쳐버렸다. 그녀가 본것처럼 소환사도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저 곳에 우리가 뭘 더 꽂아넣었나?"
"내 생각도 그런데, 더글라스. 한번 가보자."

 숨은그림찾기에서 뭔가를 발견한 사람처럼 소환사들이 반응을 했다. 책장을 하나 두고 엘리스와 두 명의 소환사가 마주칠 것 같은 지금, 그녀는 심각한 고민을 가졌다. '소환사와 어떻게 마주칠거냐'같은 것이 아닌 '어떻게 피할것이냐'같은 류의 고민을. 하지만 일단 책장 주위를 빙 돌아오는 소환사 두 명에게 시선을 줄 기회를 주면 안된다.

'일단 거리를 벌리자. 뒷편의 책장으로 이동하자... 하지만 난 어떻게 해야하지?'

<계속>

 

<글쓴이의 말>

 

네이버에 '금서목록'이라고 쳐보니까 정말 장편소설 딱 하나만 나오더군요. 그 작가분 외에는 아무도 '금서목록'이란 단어를 제목에 넣지 않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