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매끄럽지 않게 수레를 타게된 엘리스는 상인이 직접 몰고가는 수레 위에 앉은채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상하단 말이야... 돈이 넘쳐나면 여기에 있는 이동수단을 구매해서 빨리 가는게 정상이지 않나?'

 그런 그녀를 상인은 이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럴법도 하다. 사람이 직접 끌고다니는 수레위에 올라타서 목적지까지 데려다달라는 짓은 사실상 민폐에 가깝다. 떠돌이 상인에게 '돈있으니 내 인력거꾼이나 되라'는 갑질. 부귀한자들의 돈지랄에 가까운 행위였다.

'왤까, 전쟁 학회에 빨리 가고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아.'

 하지만 그녀는 막상 자기가 행한 짓에 대한 생각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전쟁 학회에 가는게 상식적인 루트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았기에 당사자에겐 나름의 이유를 추리하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저기요."
"네?"
"지금 밤이기도하고, 체력보충도할겸 근방에서 자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엘리스가 수레에서 내리자, 상인은 수레에 있는 꾸러미에 손을 푹 파묻은다음 담요를 꺼냈다.

'여기에서 꺼내가라는건가?'

 그장면을 옆에서 본 엘리스는 상인이 담요를 꺼내자 바로 그곳에 손을 뻗었다.

"그쪽은 그냥 주무시죠."
"에? 전쟁 학회까지 가는데 이런 서비스 하나 없어요?"

"별도거든요. 솔직히 이런 일하려고 수레를 모는게 아니고..."

 이쯤되면 엘리스는 그냥 인정한채 맨몸으로 자야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꺼낸 말이,

"어디서 잘수 있나요?"
"여러곳이 있긴 합니다만... 일단 땅바닥이 있고, 옆에 있는 숲으로 들어가서 풀이나 바위위에서 눕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악의 서비스다.'

 하지만 상인이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니 대꾸를 할수도 없었다.

"수레에서 내려주시죠. 프로텍트를 설치하겠습니다."

 아마도 자신과 수레를 둘러싼 주변에 간이 방어시스템을 설치하는듯했다. 물론 그녀는 그 범위 내에서 자지 못한다.

'이것도 별도요금이라고 말하겠지?'

 

 엘리스는 일몰 직후의 숲은 본적이 있어도 저녁이나 밤중의 숲이 어땠는지 보지 못했다. 그녀의 활동배경의 영향도 있지만, 사실 자운에서의 활동범위엔 숲이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안간것이라해도 무방. 그렇기 때문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대해 신기하게 볼수 있다는게 장점이 되었지만.

'검푸른색 빛...'

 밤과 어둠을 의미하는 검은색, 숲의 푸르름을 의미하는 푸른색. 두 색이 합쳐져서 지금의 색을 가지고있었다. 하늘에 달은 떠있지 않았기에 숲은 푸른색보다 검은색이 더 강하게 조합돼있었다.

'바위를 찾기에는 너무 먼곳에 있는것 같으니 풀 위에서 누워야겠군.'

 주변은 어둡다못해 눈으로 인식할수있는 사물도 드물정도의 깜깜함을 가지고있었다. 가장 안전하게 잠을 취하는 방법은 상인이 설치해놓은 프로텍트의 옆에 누워있는것이지만 프로텍트 주변에는 자갈이 가득차있으므로 자기 힘든 곳이다.

 그래도 안전을 추구한다면 프로텍트 주변에서 밤을 새울수도 있지만 그녀가 공포보다는 불편함이 더 신경쓰인다면 그럴수도 있을테다.

 녹서스의 주민들에게서 느낀 무언가를 지금 느낄수 있다면 전혀 가질 수 없는 태도지만.

 

 등과 풀이 마주치는순간 차가운 무언가가 자신을 간지럽힌다는 감각이 몰려왔다. 엘리스는 눕다말고 몸을 일으켰다.

'차가워...'

 도시의 건물에서, 그리고 으스스한 동굴의 거처에서 머문 장소들과 비교하면 이곳도 맘편히 자기는 그른 곳이었다. 그렇다고 나무에 등을 대고 자는건 더 힘든 수면자세.

"아 진짜..."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한 곳을 찾지못한 그녀는 자기 자신의 머리에서 내리는 명령에 강제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히익!"
 그럼에도 느끼기 싫은 차갑고 간지러운 감각. 그녀의 눈이 일순간 크게 떠졌다. 진짜 눈뜬 상태로는 도저히 이 감각에 익숙해지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나본지 엘리스는 앞으로 엎어져서 누워보기도했다.

 밑가슴부터 허리까지 길게 노출된 살갗이 전과같은 감촉을 냈지만 뒤로 눕는것과는 달리 상체가 푹신한 무언가에 밭쳐져있다는 부드러움에 조금은 더 편했다. 마무리로 그녀는 얼굴이 풀에 파묻히지 않기위해 양팔을 팔배게모 만든다음 고개를 옆으로 돌린채 힘을 뺐다.

'자야한다, 자야한다, 자야한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날 시간이 되엇고 상인도 프로텍트를 해제한다음 수레를 정돈하고있었다.

"...그 여자는 어디갔지?"

 그런데 자신보다 더욱 이 때를 고대할법한 한명이 보이지 않았다.

'노동값은 철저히 받아내야하니까 버리고 갈 순 없고, 설령 죽여도 무일푼 상태니 소득도 없으니...'

 상인은 기다리다가 결국 이상한 여자를 찾으러 나섰다.

'...'

 엘리스가 마음먹고 숙면을 취한곳은 생각보다 멀지않았기에 상인이 그녀를 발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러나 자는태도가 좀 묘하게 어색했다.

'이 자세는 흔히말하는 해변가에서 취하는 자세인것 같은데...'

 엘리스가 잠을 취하는 자세는 해변가에서, 자신의 등을 보여주며 '이것좀 발라줄래요'라고 물으면서 눕는 자세였다.

'으음, 그런건 숲에서도 할수있는건가...?'

 뭔가 잘못깨달은 지식을 품은채 상인은 그 여자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깨에 입힌 장식물에 연결된 거미다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일어나세요. 가야죠."
"...네."

 팔베게를 풀고 일어난 그녀의 얼굴을 보자 상인의 눈썹이 잠시 흔들렸다.

'...?'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인의 손이 엘리스의 얼굴을 향해 뻗어졌다. 뭔가 이상했다. 단문형 두마디만 늘어놓은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는게 적절한 상황일리 없었다. 그녀가 놀라는 와중에도 상인은 손을 뻗어서...

 

 ...엘리스의 얼굴에 있는 개미들을 털어내었다.

<계속>

 

<글쓴이의 말>

 

음... 안써지고 쓰고도 갸우뚱하는 에피소드들이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