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엘리스는 자기가 르블랑에게 어떤말을 건넸을지 상상한다고 인지했지만 그녀의 머리속은 좀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머리속에 그 당시의 상황이 재현되어갔다. 과거에도 르블랑은 챔피언 지금의 모습을 띄고있었다. 곱게 손질한 머리와 허리에 걸친 검은색 장미모양의 오닉스 벨트, 지팡이의 윗부분에는 여러개의 수정이 떠있었을테고, 사이사이로 살빛이 드러나게 만든 마법사 옷은 검은 장미단에 들어간 이후부터 입고 있었던 것 같다.

'잠깐, 이 너무나도 르블랑의 외관이 떠올려져. 설마 이것은 내 머리속에서 재현되는게 아니라, 자신의 꿈을 보는것에 더 가까울지도...!'

 르블랑의 말에 집중해야할 엘리스는 최근부터 느껴진 이상한 감각에의해 그녀의 말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럴것이 그녀에게 다가온 감각은 집주인이 거울을 이용하는 장면을 보고 스스로는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렸을때와, 본인도 모르게 그림자 군도에서 꿈을 꿨을때와 같았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눈을 뜨고 르블랑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있었지만 머리속은 이미 잊혀진 그녀의 기억 그 일부를 떠올리고 있었다.

"왜 나가려하는지 간단하게 말해볼래?"

 아마도 검은 장미단을 몰래 빠져나가려다가 들킨 엘리스에게 묻는 르블랑의 대사임이 틀림없다.

"전... 제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또 엘리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과거의 엘리스는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는지 아니면 겁먹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르블랑에게 존댓말을 쓰고있었다.

'그당시의 나는 어지간히도 겁을 먹었군.'

 장면속에는 르블랑이 서서 엘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상은 엘리스의 시점에서 보여진 광경이라서 그런지 자신의 모습은 볼 수가 없다.

"어이 엘리스."
 엘리스의 눈앞에 앉아있는 르블랑의 부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또다시 눈으로 들어오는 감각이 무의미해지고 있었다. 엘리스의 눈은 죽은 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출처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영상이 그녀를 향해 재생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눈은 외부의 감각을 인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그 영상 외의 자극에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 대체 이런 기억들은 어떻게 떠올려지는것일까? 전과 같은 의문을 반복하면서 몇몇의 대화를 놓친 사이 르블랑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강제회상'을 당하는와중에 현실에서의 르블랑 웃음소리가 들려올 리 없다. 영상 속의 르블랑은 지팡이를 한번 바닥에 내리친 뒤 시원스레 웃었다. 두번째로 들은 소리였지만 처음 들었을 때와 느낌은 다르지 않았다.

"그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거지? 네 멤버들의 죽음이 네 죽음과 똑같을 것 같아서 나갈 수도 있잖아?"
"믿어주세요. 그런 생각은 없고 의도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래. 그 말은 믿지. 네가 아직도 챔피언에 대한 미련때문에 나간다는 말은 어떻게 믿으려나?"
'그런건가, 나는 그렇게도 챔피언이라는 직업에 갈망하는 것인가.'

 대화의 상대는 과거의 자신보다 한참 위에 존재하는 르블랑이었기에 엘리스의 소신없는 발언을 꼬치꼬치 캐물어왔다.

"그동안 익힌 마법을 단련해서 다시 한 번 도전을..."
"해서 될 확률은 희박하지. 내가 볼 때 넌 전투능력이 딸려서 못될거야. 알아? 그렇게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여기에서 외롭게 마법을 연구한다 해도 내가 볼 때 넌 한참 멀었어. 그런 네가 혼자서 단결? 안배운것만 못한 실력을 가진 네가 될 것 같아?"
 엘리스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르블랑이 죽도록 미웠을 것이다. 지금 엘리스가 이 대화를 들으면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는 것처럼. 챔피언으로서 말하는 것이니 업신여기는 듯한 말투가 있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챔피언이 되고 싶어했던 자신을 사정없이 밟아뭉개는 듯한 치욕감은 당시가 아닌 지금에 와서야 들었는데도 분노가 솟구치게 만든다.

"그래요. 설령 제가 운좋게 이 곳을 빠져나간다 해도 당신은 훌륭한 챔피언이라서 절 죽일 수 있겠죠."

 영상속의 엘리스가 하도 분해서 그런지 한번 되받아치긴 했는데 말투를 들어보면 이미 르블랑과의 말싸움은 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 때 죽이세요. 제가 챔피언도 못돼서 땅바닥에 원이나 그리면서 찌질하게 살아갈 때."
"귀찮아. 싫어. 왜? 근거가 부족해. 무엇보다, 날 설득하지 못해. 그래, 챔피언이 되려는 이유는 다양해. 하지만 네 말은 날 감동시키지 않았어."
 무력으로 싸워도 이길 수 없을 상대였고 말로써 결판을 내려고 해도 낼 수 없는 상대다. 엘리스는 영상속의 자신이 완벽한 청자가 된 걸 보고 한탄했다. 과거의 자신이 초인적인 힘으로 르블랑을 쓰러뜨리는 것 이외의 반전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는 너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말한것도 아니고,"
 과거의 자신이 르블랑에게 반말을 하자, 그 장면을 지켜보는 엘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네 눈건강을 위해선 깔끔하게 죽이는게 나을지도 몰라."
"..."
"날 죽여도 좋으니까 비켜. 설령 악취미로 내 몸을 하나하나 없애버린다고 해도, 이 목숨이 붙어있는한 난 저 문밖으로 한발짝이라도 움직이겠어."
 

 자기만 보이는 영상은 제멋대로의 타이밍에 사라졌고 그녀의 눈에는 다시 르블랑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르블랑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고 있었고 그 이야기는 엘리스가 회상했던 후반부까지 진행돼있었다.

"검은 장미단같은 비밀단체에서 탈퇴는 곧 죽음을 의미했거든. 그 때 네가 말싸움에서 밀리다가 나에게 한 말이 압권이었는데 뭐였더라..."
"나는 너에게 동의를 구하려고 말한것도 아니고, 네 눈건강을 위해선 깔끔하게 죽이는게 나을지도 몰라."
"그래, 잠깐...?"

 르블랑은 자신이 까먹었던 대사를 상기시켜준 엘리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찰나의 시간이 지나자, 감사의 표시따위는 집어치운 르블랑이 엘리스를 희한하게 바라봤다.

"뭐야...너? 이미 알고있잖아?"
"내 과거와 연관이 되어있는 사람이나 장소에 있으면 기억이 돌아오는 것 같아. 하지만 과거의 나와 연관된 사람이나 장소를 알리가 없잖아?"
"음..."

 르블랑은 불규칙적인 기억의 회상을 이해하려는듯 고개를 억지로 끄덕였고,

 과거의 너는 그 한마디로 네 모든 각오를 다졌지만 내가 볼때는 하나의 발악에 불과했어. 당시 네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심하게 흔들렸고, 몸도 부들부들 떨었는데... 참 어이가 없었던게 그당시의 너는 죽여보라고 말하면서 죽는걸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허접쓰레기에 불과했..."

 순간 르블랑의 새까만 겉옷이 그녀를 탁상 가운데로 끌어당겼다. 그녀가 끌린 방향에는 이를 악물고 눈썹을 찌푸린채 겉옷을 잡아당긴 엘리스가 있었다. 과거의 자신에 대한 모욕적인 평이 순간동안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킨뒤 분노를 일으켰다. 아주 짧게 당황한 르블랑이었지만 이후 그녀의 말투는 전과 다름없없다.

"어이어이, 그래도 네가 이렇게 내 멱살을 잡아당길수 있음은 그때의 널 살려줬기에 가능한거야. 궁금하지 않아? 왜 내가 널 살려줬는지?"

 엘리스는 궁금했다. 그러기에 불타오르는 분노가 그녀의 가슴속에 존재한다해도 손에 힘을 뺐다.

"빌어먹을 년..."

"허접쓰레기라는 발언은 좀 심한것 같군. 어쨌든 네 목숨이 지금까지 연장된 이유는 바로 그때의 네 표정이었어. 네가 집주인의 나를 만났을때 보인 그 표정.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데도 불구하고 너의 눈빛에는 생기가 없었어. 그 눈빛은 내가 널 살려줘서 검은 장미단을 빠져나간다해도 알아서 자멸할게 뻔했지. 그래서 난 이런 제안을 했어. 네가 1년안에 챔피언이 되면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한 살려주겠다고말이야."
"조건이 이상한데, 왜 죽인다는 조건을 안걸었어?"
 르블랑은 피식 웃었다. 엘리스는 이 말 속에 있는 다른 뜻에 대해 경계했다.

"챔피언의 힘도 갖추지 못한 너를 내가 못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 엘리스. 그 조건은 블라디미르, 스웨인도 알고있어. 이후 내가 리그에 입문한지 1년이 지나도 너는 챔피언이 돼지 못했고 결국 나는 블라디미르와 스웨인과 같이 너를 찾아 죽이려고 했는데... 녹서스에서 너를 찾아볼수가 없었어. 한낱 녹서스의 국민이 다른 나라로 삶의 터전을 옮기기는 쉽지 않거든. 그렇다고 남의 나라에서 너를 찾기에도 비효율적이라고여겨 널 죽이길 포기했지. 그런데 1년 뒤에 네가 챔피언이 되어서 나타났어. 그당시의 기괴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색기넘치는 마녀로 변해있었지. 이름도 얼굴도 바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나는 너에게서 느껴지는 흑마법이 검은 장미단에서 익혔던 주문임을 알아차렸지. 분명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지도 않았고 챔피언으로 당당히 등극했기에 결국 널 죽이려는 계획은 무산되었지. 그런데 지금의 너는 리그 역사상 최초의 전직 챔피언이란 타이틀 하나만 가진 채 인생의 실패자급으로 몰락했지. 그리고 넌 네게 온거야..."

 르블랑의 말을 다들은 엘리스는 자기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생각했다. 과거의 자신을 고의적으로 살린 목적은 이런 순간에 죽이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그로부터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의 그녀는 과거의 자신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퇴화해버렸다. 그녀가 자신을 죽일만한 이유가 다시 생겼음에도 자신의 기억상실때문에 그 사실을 까먹은채 르블랑에게 온 것이다.

"오지마."
 나름대로의 상황판단이 끝나자마자 엘리스는 의자를 박차고 즉시 싸움에 임할 자세를 갖췄다. 르블랑은 일어나지 않은 채 그녀에게 손을 들었다.

"엘리스."
"지금 내가 진정해야 하는 이유를 대봐."
"아직 내 얘기는 끝나지 않았어."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라서 말이야."
"그 당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너와 만난건 사실이야. 하지만 생각해. 널 죽였으면 이방인으로 변장했거나 집주인으로 만났을 때 죽였어. 지금도 블라디미르는 어딘가에서 널 잡기 위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고. 지금 그는 우리 둘이 같이있다는 사실을 몰라. 이정도쯤 되면 너와 내가 1대1로 대면하게 된 것은 목적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그 말을 믿어야 하는 이유는?"
 머리 속의 영상을 봐서 그런지 엘리스도 르블랑의 말투를 다소 따라하는 느낌이 없지않아 든다. 엘리스는 르블랑의 말을 믿을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할수 있을정도의 힘을 가진 챔피언이고, 더욱이 그녀는 사람을 밥먹듯이 속이는 환술사다.

'힘이 있을때와 없을때의 대우가 다른건 그림자 군도의 녀석들과 똑같아. 그녀석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너를 믿을 수는 없어!'

 르블랑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히 말을 걸었다.

"납득이 안가는군 엘리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말을 모두 믿었으면서 왜 지금은 믿지 못하는거지?"
 대화의 흐름이 끊겼다. 르블랑의 말을 듣고보니 엘리스도 자신의 이중성을 의식했다. 기억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요청하던건 그녀의 말을 믿겠다는 암묵적인 전제를 한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의 생명과 관련되있다고 판단하자마자 르블랑을 적대시하고있다.

"왜 네가 믿고싶지 않은 말은 믿으려 하지 않는거냐고."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모두 조작된 거라고 생각..."
 엘리스는 즉석에서 변명거리를 만들다가 말았다. 이런 하찮은 변명으로 르블랑을 납득시킬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넌 사람을 믿어야해 엘리스. 물론 그 믿음에 배신당하기도 했지. 네 신에게서, 같은 소속의 챔피언들에게, 그리고 초면에 널 도와준척하면서 너를 적대시했던 그 어부까지. 하지만 너는 집주인으로 변해있었던 나를 믿어줬어. 끝까지 자신의 편을 들어줄거라고, 자신을 주민들에게 넘지기 않을거라고. 그렇게 믿었기에 그 상황에서도 나를 살리는데 우선을 둔거 아니야?"

"그건..."
"너의 태도가 불합리하다고 평하진 않겠어. 확실히 아무도 믿지 않으면 배신당할 일은 생기지 않아. 하지만 동시에 너는 배신당하는게 무서워서 믿는걸 포기한다면 넌 다른사람에게 신뢰받을 기회도 포기하는거야. 너에게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어. 네가 날 믿지 못한다면 너에게 남는것은 무엇이 있을까?"
 

 때로는 옳은소리를 더 듣기 힘든 경우가 있다. 그 경우는 상대의견의 수용을 뛰어넘어 자기의 신념을 바꿔야할 때 더욱 심화된다.

'상대를 믿어...?'

 그녀에게 믿음은 지금까지 아무런 이득도 안겨주지 않았다. 신에 대한 믿음은 제쳐놓더라도 '동료'라는 이름으로 연관된 그림자 군도 챔피언들은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을정도로 무의미했다. 그나마 녹서스에서 만난 집주인에게서 편안함을 느꼈지만, 실상 그는 자신을 잡으려는 블라디미르와 같은 일행인 르블랑의 위장 캐릭터였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엘리스는 무엇부터 믿어야 하는걸까?

'믿지 않을 수 있다. 전력을 다해 여기서 빠져나가고 르블랑이 말해준 얘기를 모두 부인하면 간단해.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나는 몇시간동안 녹서스에서 뭘 한거지? 정말 저 말을 부인해서 나는 뭘얻을 수 있을까?'

 없다. 없다... 그런데 왜 믿고싶지 않을까. 자존심이 상해서였을까?

"용기를 가져 엘리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 하지만 잃는걸 두려워한다면 넌 절대로 무언가를 얻을 수 없을거야."

 르블랑은 엘리스에게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말이 그녀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길 바랄 뿐이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엘리스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모르겠다. 하지만, 집주인의 호의가 르블랑의 호의와 같다면, 르블랑이 대하는 태도가 집주인이 대하는 태도처럼 거짓없는 진심이라면...

"그래. 믿어보지."

 엘리스는 고민끝에 결정했다. 집주인이었던, 아니 집주인인 동시에 르블랑인 그녀를.

"분명 나를 잡으려면 블라미디르와 협력해서 행동하는게 더 쉬웠을거야. 그런데 어째서 이런짓을 벌인거지?"

"바로 그때의 네 표정이었어. 네가 검은 장미단을 떠날 그 당시의 표정과 똑같은 상태의 표정. 그 표정은..."

 갑자기 르블랑의 모습이 집주인으로 변한뒤 말이 이어졌다.

"두려움에 떨고있으며, 고통스러워하지만 무감정한 표정을... 그 모습에 연민을 가진나머지 저들의 옆에있지않고 당신의 편을 들어왔습니다. 바보같이... 그래도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당신의 옆에 서있을겁니다.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전 당신의 편입니다."

 엘리스는 대사조차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르블랑의 환술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더이상 그녀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동정에서 시작되었지만... 진심이었어. 집주인때와 같았다니...'

 

"너를 도와주려고 하는데, 넌 기억을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지?"
"뭔가를 알아내야 이런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거든."
"태도에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지. 그런데 하나 물을게. 그 기억을 찾아서 뭐하게?"
"뭘 하다니, 새로운 삶을..."
"그러니까 기억을 되찾는데 성공했을 때 정확히 무얼 할거냐고. 설마 다시 그림자 군도로 돌아가서 거미 여왕으로 재림하는건 아니지?"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르블랑이 예상하는 '설마'가 엘리스의 목표...는 아니지만 정말 막연한 계획을 세운건 맞다. 엘리스는 자기가 그림자 군도를 빠져나온 근본적 이유를 알고있지 못하는 것 같다.

 엘리스의 시야에 자기를 향해 날아오는 물체가 포착되었다. 그 물체를 손으로 잡아낸 뒤 정체를 확인했다.

"네 기억을 되찾는걸 목표로 하기에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을 거야."

"챔피언 등록증? 이런걸 왜..."

"엘리스."

 청자는 고개를 들었다. 청자는 르블랑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또한 왜 그녀가 자기에게 챔피언 등록증을 넘겨주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네가 원하는 기억을 찾을 때는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전에 기억을 찾는 동안,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될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선택이 너를 위한 선택이라면, 주저하지마. 다시 일어나."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청자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엘리스는 생각했다.

"고마워. 마음을 바꿔줘서."
"여기까지야. 이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것. 등록증은 그 '여정'을 끝낸 다음에 줘."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제는 이곳을 벗어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비록 그녀가 원하던 동반자가 되어주지 못한 르블랑이었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최선의 도움을 주었을 거라고 믿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그녀는 문을 향해 걸어나가고 있었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미련인걸까.

"엘리스."

 문이 있는 쪽으로 발을 내딛던 그녀의 몸짓이 멈췄다.

"너에게 있는 침묵을 없애주지 못해 미안하다."

 말이 끝난 뒤 다시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엘리스는 방을, 녹서스를 나갔다.

 

 엘리스가 나간지 몇 분이 지난 뒤였다. 그녀 입에서 이런 말이 새어나온다.

"맞다. 녀석에게 이것도 알려줘야 했는데..."

 잠시 후 르블랑에게 감추는 푸른 빛이 등장했다. 르블랑을 덮은 그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서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으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 여정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일이 있겠지, 키데아 엘리스."

 다만 누가 변신한 주체이고 바뀐 대상이 분간하기 힘들었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엘리스 上



원작 : *요릭 리메이크와 동시에 엘리스의 스토리가 바뀌었습니다.

수백년전 엘리스는 녹서스의 전통있는 명문 키테라 가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그녀에게 수많은 청혼이 들어왔고 그녀는 자번 가문의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삶을 사는것도 잠시, 자번 가문의 남편은 녹서스 상류층의 웃음거리로 전락당했고, 이를 견딜수 없었던 남편은 어떤 결심을 합니다,

 엘리스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남편은 엘리스의 와인잔에 독을 탔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해독을 조건으로 엘리스의 권력을 자신에게 주고 사회활동을 그만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엘리스는 남편의 품속에 해독제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한뒤 칼을 숨긴채 뉘우치는 척하며 그에게 다가갔고, 마침내 해독하는데 성공합니다. 남편을 죽이고 예상대로 그의 품안에 있는 해독제를 넣었으니까요.

 

그러나 독으로 인해 얼굴이 망기진 뒤라 외모가 곧 권력이라 여긴 엘리스는 은둔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베일을 쓴 어떤 여인이 흑장미 인장을 주고선 '백색 부인'(= 아마도 르블랑)이 재능을 높게 사줄거라고, 다시 온전해질거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외모를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여긴 엘리스는 흑장미란 조직에 들어갔고 백색부인과 조우, 백색부인에게서 어떤 거래를 맺습니다.

그림자 군도에 있는 뱀 형태의 단검을 찾아주면 외모를 되돌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그녀는 백색부인의 말을 따랐고 그림자 군도에서 단검을 찾아내서 잡아냈으나 거미신이 엘리스의 어깨에 독이빨이 박힌 나머지 앞으로 쓰러지면서 단검에 심장을 찔립니다.

그러나 단검속의 마력이 혈관을 타고 거미 신의 독과 합쳐지더니 그녀의 피부와 외모를 전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어줬습니다. 대신 독성을 완전히 막지 못한 나머지 등에 거미다리가 피부를 뚫고 자라났지만요. 어쨌든 엘리스와 거미 신은 똑같은 힘을 나눠가진 공생관계가 되었습니다.

 

백색 부인은 단검의 마법이 언젠가는 사라질것이라고 당부했으나 엘리스는 단검을 돌려주고 둘은 새로운 거래를 맺습니다.

흑장미 조직은 거미신에게 바칠 사람을 제공하고, 엘리스는 그림자 군도의 유물을 바치는걸로요.

팬픽(현 작품) : 이전 스토리를 바탕으로 적용했습니다.

엘리스는 자신의 종교(*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작중에선 거미교라고 명명)를 만들어서 신앙심이 충만한 신도들을 골라 자신의 양분으로 삼습니다. 엘리스는 그들을 그림자 군도로 끌고가서 신도들을 먹는 거대 거미의 먹잇감으로 주고 그 생물에게서 나오는 액체를 마심으로써 자신의 몸에 젊음과 생기를 부여합니다.

*이전 스토리에서 엘리스가 운영하는 종교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없었으나 설정상 종교활동이 자유로운 자운에만 거미교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자운에서 일어난 무력충돌의 책임을 받고, 청문회에서 신의 배신때문에 우위를 점하지 못해 중죄처벌을 받았습니다.

그 내용은 종교활동 영구금지와 6개월동안 챔피언 자격 박탈.

*특히 챔피언 자격박탈은 원작에서도 없던 일이고 팬픽 세계관에서도 유일무이한 처벌입니다.

이후 그녀는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이라면 누구나 가진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잃고, 엘리스의 신이 간섭했던 3년동안의 모든걸 기억하는 대신 리그에 입문하기 이전의 기억이 없음을 알게됩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이중 기억상실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3년동안은 1차적 기억상실, 3년 이전의 기억은 2차적 기억상실.

녹서스에서 만난 르블랑에게 챔피언이 되기 몇년 전의 자신에 대한 얘기를 듣습니다.

그 얘기에 의하면 지금의 외모와는 생판 다른 모습을 가진 상태로 검은 장미단(*사실상 상기에 명시한 흑장미단)에 들어왔으나 챔피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검은 장미단을 벗어났습니다. 그리고 2년 뒤, 엘리스는 리그에 입문하여 챔피언이 됩니다.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밝혀질듯 합니다.

더럽게 자세하다 주인공 보정이 확실하다

<글쓴이의 말>

 

전에도 말했듯이 공식 스토리가 바뀌지 않았으면 르블랑과 블라디미르간의 동맹관계의 떡밥을 '사실 엘리스는 검은 장미단이었다'라는 오리지널 설정이 통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그놈의 수험생 오리지널 설정과 공식 설정이 바뀌다니...ㅠㅠ

 

그리고 이번화 분량이 너무 긴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