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블리츠크랭크! 여기를 봐줘요!"
"로켓손!"

리그가 끝난 날이면 어린 아이들이 내 이름을 외친다. 그들에게 나는 '슈퍼히어로' 다. 리그의 모든 영웅들은 팬을 보유한다. 가장 인기있는 음악가인 소나 부벨르부터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요릭까지. 정치적 지도자이긴 하지만 자르반4세와 제리코 스웨인은 인기가 없는 것 같다. 나는 챔피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블리츠크랭크! 내 영웅!"

아이들은 고함을 질렀다. 리그에 온 이후 누구도 나를 고철덩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지성체이다. 어린 아이들을 향해 손을 뻗자 다들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행복하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2>
 사람들은 그녀를 싫어한다.

"살인기계인형 오리아나야!"
"와. 무섭게 생겼는데!"

리그가 끝난 날 그녀가 걸어나오면 너도나도 손가락질을 한다. 물론 그녀의 곁에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다. 흥미와 신기함에 소리를 지르기는 하지만 대중의 얼굴에는 꺼림찍함이 가득하다. 오리아나는 끼릭거리며 걸어간다. 그녀는 즐거워보인다. 물론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끼고 있었다.

"오리아나! 살인기계!"

몇번 외치던 사람들은 곧 사라졌다. 다른 챔피언이 나올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광경을 보다 머리를 긁었다. 금속판으로 이루어진 머리가 가려워서는 아니다. 그저. 그런 생각을 했다.

저건 아닌데.


<3>
"당신은 가장 완벽한 기계인가요."

오리아나가 억양이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 나조차도 그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알지 못한다. 내 창조자는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는 나를 인간 이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그러나 오리아나의 창조자는 그다지 훌륭한 과학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에게는 결함이 많았다. 그녀는 오직 주입당한 지식만을 기억하고 되뇌었다. 오리아나가 배운 새로운 지식은. 리그의 챔피언들을 죽이는 것 뿐이었다. 오리아나와 연결된 소환사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오리아나의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내 목소리 역시도 기계음이다. 기계와 기계의 대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명체처럼 말을 통해 소통한다. 오리아나는 고개를 까딱였다.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건 무슨소리죠."
"세상에는. 더 완벽한 기계들이 많습니다."

가장 완벽한 기계란 무엇일까. 수많은 과학자들은 편의를 위해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점에서 나는 기계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나는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는다. 내게도 늘 결함은 존재했다. 그녀는 내 말을 계속 생각하는 것 같았다.


<4>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영혼이 있나요."

처음 나는 간단한 말밖에 하지 못했다. 블리츠크랭크 걸어간다. 누구도 내 소유가 아니다. 나는 스스로 학습하며 배워나갔다. 이제는 사람들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복잡하고 철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세상에 내가 배워야할 지식은 많았다. 하지만. 내 영혼의 존재는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곤란해졌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고저없는 목소리로 말한 오리아나가 끼릭거리며 제자리에서 춤추었다. 구체는 그녀의 일부이며, 기억장치이다. 또한 어느정도의 판단능력을 가지기도 했다. 구체는 오리아나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였다. 가장 완벽한 기계. 영혼이 있는 기계. 그녀가 그렇게 묻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오리아나는 말했다.

"감정을 가지고 싶습니다."


<5>
 구체에 담긴 옛 기억과 인공지능과는 별개로, 오리아나 스스로도 지식을 흡수해나갔다. 그들은 말했다고 한다. 블리츠크랭크는 영혼과 지성을 겸비한 가장 완벽한 기계야. 그 이야기는 오리아나를 비난하기 위해 나왔다. 나는 우울해졌다. 내 목소리는 건조한 기계음처럼 들린다.

"그들은- 당신을 모욕했습니다."
"어째서인가요."

그녀는 정말 모르겠다는듯 대답했다.

"나는 살인기계인형입니다."

오리아나에게 그 사실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사람들이 오리아나를 손가락질하고 비난해도 오리아나는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녀는 단순하게 내가 가진 것들을 배우면 자신 또한 사람들 사이에 섞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리아나는 끼릭거리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오리아나와 비교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녀만의 장점이 있었다. 내 어떤 점이 누군가를 하찮게 만드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6>
"이렇게 돌아다니면 영혼이 생기나요."

그녀는 내게 물었다. 내게는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존재했다. 창조자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나는 인간의 지식과 기적같은 우연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리아나에게는 공감능력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 학습해야했다. 나는 물었다.

"저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습니까."
"비명을 지르네요."

아이들은 즐겁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놀았다. 오리아나의 눈에 비친 그들은 비명을 지를 뿐인 것 같다. 나는 그녀가 표정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표정. 아니. 사람들은 거짓 표정을 짓는다. 오리아나에게 그런 개념은 너무 어려울 것이다. 나는 습관처럼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왜 그녀를 도와준다고해서. 나는 오리아나의 영혼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7>
"쓸데없는 짓을 하고있다지."

내 창조자는 누구보다도 여린 사람이었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나를 만들었으나, 성과를 빼앗기고 좌절해 육체를 기계로 바꾸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세심하고 상냥했다. 이제는 알고 있었다. 나는 대답했다.

"그녀는. 나쁘지 않습니다."
"너와는 달라."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제각각 다릅니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혼자 들떠 웃는 것도 그저 오리아나의 특성일 뿐이다. 세상 모든 생명체들은 존중받아야했다. 그녀는 살아있다. 비록 기계장치라 할지라도 그녀는 세상의 일부였다. 그녀가 누군가를 해치지 않았는데, 왜 섬뜩하게 느껴진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받아야하는가. 창조자는 나를 가만히 보다 한 마디를 던지고 리그의 대기실로 들어갔다.

"제법 많이 자랐구나."

이상하게도 그 말에 마음이 조금 들떴다.
 
 
 
 
==========
 
 친구한테 써서 보내줬는데 롤 인벤에 올리라고 말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