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주먹싸움보다는 스킬을 사용하는데 쓰였던 손이지만 그렇기에 지금은 평소보다 더 약해보였다.

'제기랄...'

 자신의 무력함에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어째서 스킬도 쓰지 못하는 상태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러면 차라리 몰래 들어갈 방법을...'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의 시선 저 끝에 감시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긴장으로 가득찬나머지 수없이 깜빡인 눈이 일순간 안정을 찾은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렇다. 이렇게 보안이 철저히 유지되고있는 이곳에서 엘리스가 왔다는 사실을 숨길수는 없다.

'신경독, 고치... 거미 상태로 변할수는 있지만 스킬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면 오히려 인간상태로 있는게 낫다. 하지만... 르블랑의 등록증으로 온 이상 르블랑이 변장했다고 치부하면 안되나?'

 그러면 소환사가 '감히 우리들 앞에서, 하필 그 모습으로 다니다니. 좀 불쾌하군.'이거나 '우리들 앞에서까지 환술로 속이려 하는건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게 어떤지?'라는 말을 할테고 거짓말이 들통날시 바로 잡혀버린다.

'정신... 내 스킬은 마력을 통해서 사용된다. 그 마력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방법이 없지만 그 마력을 활용하지 못하는것뿐이라면, 인위적으로 끌어내는수밖에 없어. 그 수단은...'

 그녀는 떠올려냈다. 청문회 이후로 자신이 온힘을 쏟아서 무언가를 하려했던 시기를. 스스로가 생각했던 그 이상의 기운은 어디서 나왔는지를.

'그림자 군도에 있는 내 동굴에서, 그리고 녹서스에서 도망칠때.'

 생각만해도 가슴을 쥐어잡을듯한 분통함과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지금은 그 상황들과 마찬가지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인식시키면, 나는 일시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위해 잠재적인 힘을 쓸 수 있다...는건가.'

 엘리스는 떠올렸다. 가정했다. 자신이 소환사에게 꼼짝없이 갇혀서 이곳에서 봤던 정보들의 기억을 잃거나, 그림자 군도로 이송되는 가능성있는 미래를. 그리고 그곳에서 5개월을 보내야만 한다는 무력한 나날을.

 

 싫어. 그렇게 지내고 싶지 않아.

 나는 알고싶어.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그리고 답을 얻고싶어.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막는다.

 

 그림자 군도의 녀석들도, 녹서스도, 위법적인 행동임을 감안해도 소환사마저 내 바램이 이루어지는걸 막는다.

 끌어오른다. 그들에게 강한 적대심이. 반발심이, 열의란 것이, 그 원천에는 나 자신이 무모한 행동을 하도록 이끌 '그것'이 있어.

 소환사 두명은 서재의 틈에서 그동안엔 느끼지 못한 다른 존재가 있다는것까진 눈치챘다. 하지만 그 존재가 막상 장소에 가보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였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는순간 자신이 왔던 서재의 뒷편에 전에없던 색깔이 있을을 알아차렸다. 검은색과 빨간색. 그리고 그 색들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내면서 여러색을 번갈아 보여주다가 흰색이라는 색마저 보여줬다.

'뭐야, 인간형 챔피언이었군.'

"비록 우리가 이런 존재라해도 우리와 대면하는걸 기피할정도로 몸을 피할 이유는 없는것 같다 챔피언. 모습을 드러내지그래?"
"뭐? 책이 아닌 챔피언이었어?"
 그에 비해 완전히 둔감한 감각을 가진 소환사는 그와중에 반문했다. 책틈으로 보이는 3가지 색을 지닌 존재는 서재의 한쪽 끝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그들에게 모습을 보였다.

"어, 너는..."

"놀라셨습니까."

 그들에겐 반전이었지만 정작 당사자에겐 아무런 반전거리도 되지 못했다.
"... 여기에 오는건 금지되어있을텐데 엘리스."
"제가 엘리스의 외양을 하고있다고해서 보이는대로 믿으시면 곤란하죠. 저는 분명 제 등록증을 넣고 여기까지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럼 왜 우리에게 그 여자의 모습을 한채 서있는거지? 우리 둘은 그 여자의 청문회를 담당했다. 우리들과 마주친것까지는 우연이라해도 그 여자의 형태를 한 상태에서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밖에 없죠. 하지만 좀 궁금해지더군요. 이 모습을 가진 그녀석은 녹서스에있는 저를 찾아왔거든요."
"뭐?"
 두명의 소환사는 처음듣는다는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긴 놀랄수밖에 없죠. 그여자는 제게 말했죠.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빠져나간 이후의 자신이 얼마나 무력했는지, 녹서스에 왜 왔는지. 하긴, 믿기지 않았어요. 그렇게 무력한 여자가 군도에서 빠져나왔다니. 정말 주인공 보정을 받은 챔피언같지 않나요?"
"..."
"처음듣는다는듯한 표정을 짓는군요.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신분이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지...?"
"거기까지는 답해줄 이유가 없는듯하군. 어쨌든, 자네의 랭크는 여기까지다. 리그에서 기록해놓은 챔피언의 배경은 여기에도 있어."

"알겠습니다."
"뭐, 잠깐 놀려왔는데 굳이 챔피언이 있는곳에서 쉬기는 좀 그렇군. 어쨌든 우리는 나가보겠다. 가자, 레드필드."
"그러지."

 엘리스는 소환사 둘이 낮은 랭크의 자료실로 이동하자마자 배를 잡고 웃었다. 스킬없이도 어찌어찌 소환사들의 말로 분위기를 잡는데 성공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내 본모습을 확인하라고 말하기전에 내가 녹서스에 갔다는 사실을 먼저 말해버렸지. 그래서 화제를 돌리긴 했다만... 어째서 그들은 몰랐던거지?"
 다만 소환사들의 반응에 대해선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왜 그들은 자신이 녹서스에 갔다는 사실을 모를수가 있는건가?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다면 나름의 최면(?)을 통해서 뜻밖의 각성을 이뤄내서 소환사를 교란시키는 행위를 해보려했으나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스킬을 아예쓰지못한게 아니라 '불발'했다는게 관건이다.

'위험한 새끼거미로 거미폭탄을 소환하는것까지는 성공을 했는데 문제는 거미들이 내 말대로 듣지를 않아서 어딘가로 가버렸...'

 그 순간 엘리스의 등뒤에서, 정확히는 S 랭크 자료실이 있는 방향에서 폭음과 폭풍이 발생했다.

<계속>

<글쓴이의 말>

 

화려하게 쓰고싶은 부분이었으나 스킬을 못쓴다는 페널티로 인해 결국 밋밋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