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조용히 모니터에 비춰진 책을 닫았다. 코로나크의 코멘트를 본 직후의 반응과 대조하면 그녀는 많이 차분했다. 딱히 내용상 반전이라 할 것도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지금까지 얻은 그럴싸한 정보는 모두 코로나크에게 있는 상태.

"자, 용건은 끝났으니... 이곳에서 어떻게해야 슬기롭게 나갈수 있는지 좀 고민해봐야겠군."

 자신의 뒤에 있는 문을 열면 그 즉시 소환사와 마주칠 것이다. 처벌은 피할 수 없지만 엘리스의 여정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한다.

 

 '여정...이라.'

 지금까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써왔던 단어일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에 와서 이 단어가 그 당시와 같은 느낌을 줄리는 없었다. 그런데 여정조차도 그녀에게 있어서 침묵을 없애주지 못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자기 주변에 늘 맴돌고 있는 침묵을 여정자체가 채워줄리 만무했다.

"하... 이래서 동료가 필요한 것이구나... 소속상으로 인해 암묵적으로 맺어진 유대따위가 아닌, 서로... 아니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동료말이야. 아니, 그건 친구인가? 아니면 애인이라는 것이 그런 역할을 해주나?"
 동료, 친구, 애인. 이 세가지는 모두 엘리스라도 알고는 있는 단어들이다. 가끔은 기분전환을, 가끔은 힘겨움을 같이 나누는, 가끔은...

"하... 르블랑도 결국 그런 의미에서 내 옆에 있어주지는 못했구나."
 그림자 군도를 떠난 이후 줄곧 느껴졌던 외로움과 사람과의 대화 사이사이에 부적절하게 껴져있는 침묵은 그녀에게 진정한 동료가 없기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이제 엘리스를 향해 손을 내밀어주거나 말을 건넬 상대는 없다. 르블랑이 있다해도 그녀 외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적으로 여기는 녹서스에 가는 것도 무모한 짓이다.

"일단 적절한 목적지를 정해볼까?"

"음성지원시스템으로 전환."

 그녀의 귀는 자신이 어떤 혼잣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정도로 청력이 돌아와있었다. 그것도 완벽히 돌아온것은 아니지만.
ㄴ전환했습니다. 원하시는 정보를 말해주세요. 짧게 말할수록...ㄱ

'뭘 검색하지?'

 그녀는 자기주변에 맴도는 침묵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 방법을 찾고자 했으나 어떻게 검색을 해야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 이번 여정에서 자신의 기억을 되찾을만한 분명한 방법은 여기에 없다. 그러기에 그녀는 자신의 동료가 되어줄법한 챔피언을 먼저 생각했다.

 

 이블린.

 

 그렇게 자주는 아니지만 그림자 군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다. 그림자 군도를 빠져나온지는 꽤 되었지만 전장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므로 만나서 설득시키면 자신의 편에 서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동안 가깝게 지낸 사이라고는 할 수 없을만큼의 거리감이 존재하고 설령 없다해도 그녀의 편으로 서는걸 거부할 시 즉시 싸워야할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챔피언들을 생각해보았다. 르블랑은 전에 했던 말로 추정하건대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동료의 역할을 맡기에는 버거울 것 같다.

 

 블라디미르는?

 

'미쳤나보구나 내가... 녹서스 주민들을 선동한 녀석과 동료가 될 생각을 하다니.'

 바로 단념. 그리고 몰려오는 후회감.

"아, 이럴줄 알았으면 다른 챔피언들과 친하게 지낼걸. 원흉밖에 돼지 않는 신만 섬기느라 이게 뭐야..."
 덤으로 후회까지.

 

"좋든 싫든 어딘가로 가야해. 녹서스와 그림자 군도로 가는건 거의 자살행위라고 봐. 그럼..."
 고민하던 엘리스는 마침내 검색을 했다.

"자운 근황."
ㄴ검색 완료. 검색 결과 27902건. 최신, 뉴스기사를 중심으로 검색했습니다.ㄱ

 

여전히 환경오염 주범국가 자운, 그러나 의장은 별다른 입장 없어...

요 근래 보이기 시작하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

'심판의 날' 이후의 거미교... 몰락 그 이상을 달리다

'심판의 날.'

 엘리스의 일상이 무너진 그 시기를 매체에서는 '심판의 날'이라고 수식했다. 그 단어를 엘리스가 좋아할리가 없었지만 그녀는 애써 그런 감정을 억누르고 기사를 들여다봤다.

 내용은 뻔했다. 재판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자 거미교신도들은 자기들의 희망이 단순한 사기극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엘리스에 대한 반감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그런 뻔한 패턴 말이다. 물론 그녀의 추종자중 열렬한 지지자들은 여전히 엘리스를 지지했지만 엘리스는 매체에서도, 자운에서도 종적을 감춘 뒤라 그들의 지지층은 점점 얆아져갈테다. 그녀는 조용히 기사를 닫았다. 동시에 그 거미 여왕은 자운으로 돌아가는 것 역시 자살행위라는걸 깨달았다.

'전장 외에서 만나거나 가까이 지낸, 아니 살아온 챔피언이라고는 그림자 군도소속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동료에 신경을 쓰지 않을수는 없다. 동료라는 존재의 유무는 단순한... 의미는...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식처같은 존재를 만들어주는...게...

 쉽게말해 심심함을 없애주면서 자신의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게 엘리스가 생각하는 동료다.

"어쩔 수 없지. 처음부터 시작해보자. 음성지원 시스템으로 전환... 그림자 군도 챔피언."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결과는 뻔했다. 검색 결과는 자신을 포함해서 8명...

ㄴ검색 완료. 검색 결과 9건. 9명의 챔피언이 검색되었습니다.ㄱ

 엘리스의 예상을 뒤덮는 알림이었다.

"뭐지? 나, 헤카림, 쓰레쉬, 모데카이저, 칼리스타, 카서스, 요릭, 이블린... 이렇게 8명 아닌가?"

 이쯤되면 아무리 자기 소속인 그림자 군도라해도 자세히 보고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엘리스는 스크린을 내려서 검색된 챔피언 목록을 살펴보았다.

"...어라?"

 

 그녀의 앞에 굳건히 닫혀있었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3명의 소환사가 있다는것만 인지한채 엘리스의 몸은 그대로 무릎을꿇린채 주저앉혀졌다. 몸이 으스러지지 않을 정도의 압력을 조절해서 그녀의 몸을 압박하는듯했다.

"여기서 볼것은 충분히 다 봤나? 엘리스."
 '네'라는 대답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압박속에서 고개를 끄덕일수도 없는 상황에서 소환사의 질문이 들려왔다. '대답은 정해져있고 너는 대답하기만 하면 돼'라는 형식보다 더욱 강압적인 면모였다.

"네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어차피 우리의 처벌은 정해져있다는걸 너도 알고있잖나?"
'...당연히 이 공간에선 나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생각도 간파당하고있었을거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된다면 나는...'

 있을법한 경우였지만 없기를 바랬던 경우까지 생긴이상 엘리스는 더이상 물러날 공간마저 사라진 셈이 되어버렸다.

'집중하자, 집중해... 어떻게하면 여기에서 본 정보들을 잊지 않을 수 있는지!!!'

"소용없다. 우리가 네 머리를 조작하는거 하나를 못할것 같나. 이곳에서 본 정보들을 모두 잊어라.'

 소환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금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었던 그녀의 머리속이 새하애져갔다. 그녀에게 있어서 머리속이 말끔해진다는 느낌이 이렇게 불쾌할 적은 없었다. 여기서 생각했던 것들이 사라지고, 거미 여왕이 답답해했던 이유도, 소리없이 내지른 고함의 원인도 모두 흔적없이 사라져갔다.

'안돼... 나는 어떻게...'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엘리스 中

 

원작 : 34화에 적어놨습니다. *참고 : http://blog.naver.com/darkkhan2012/220958581127

팬픽(현 작품) : 챔피언으로서 리그에 입문하기 전 단계인 '리그의 심판'에서 소환사는 엘리스의 어두운 기억을 알아내지 못합니다. 동시에 엘리스는 소환사들의 심문을 가볍게 통과합니다.
그리고 엘리스가 전장에 등록할 스킬 메커니즘이 소환사들의 의도와 딱 부합했기에 리그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이 제시한 스킬들로만 전장에 스킬을 등록시킨 챔피언'으로 이목을 끌었죠.
엘리스의 챔피언 관리자이자 리그의 심판 이후 그녀를 자세히 조사했던 소환사 '코로나크'가 말하길, 엘리스는 그림자 군도에 있는 거미 신 '썩은 아귀'에게 지배당해왔습니다.
*추가로 작중에서 엘리스가 하는 말을 살펴보면 자신이 모시는 신의 이름을 모르는걸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엘리스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해서 조종하기보다는 '기생'에 가깝다고 평했습니다. 왜나하면 썩은 아귀는 '거미의 신'이기때문에 엘리스를 조종한다고해도 인간으로서 대인관계나 사회성은 떨어질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때문이죠. 그래서 인간의 감정을 익혀나가기위해 엘리스의 정신 일부만 조종해왔습니다.
이를 코로나크는 '정신 기생'이라 평했고, '기생'이라는 말그대로 썩은 아귀의 '정신 기생'이 풀린 이후 엘리스는 무감정 상태가 됩니다.
그래도 여러 난관이나 사건을 통해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었죠.
 
이미 눈치챘겠지만 사실 이 팬픽의 화 제목은 그 화에서 엘리스가 느낀 주요 감정입니다.
그렇기에 엘리스의 여정이 계속될수록 그녀가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종류는 보다 다양해지겠죠.
 
하지만 엘리스에게 있어서 정말로 느끼기 어려운 감정은 무엇일지...클리셰에 따르면 알 사람은 알고있겠죠
 
<글쓴이의 말>
 
'컨트롤러에 역량에 따라서 장기말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해진다...'
...는 상식 하나로 '정신 기생'이라는 설정을 만들어냈습니다.
솔직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왜 하필 '감정'을 익혀나갔는지는 차후에 밝혀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