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딘과 말자하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의 시체가 널브러져있었다. 네 다리와 몸통이 붙은채 죽거나 둘로 나뉘어져 죽은 상태를 포함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있는데, 수 합을 겨룬 것 치고 두 챔피언의 상태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크으...'

 달리 말하자면 썩은 아귀에게 크게 당한 이후의 카사딘이 말자하에게 유효타를 한번도 못 날렸다는 말. 두 챔피언 모두 공허의 기운을 이용해 스킬을 시전하지만 말자하와는 달리 카사딘은 검에다가 에너지를 담은 채 싸우는 암살자의 특징도 있기에 아주 길게 합이 이뤄지면 카사딘이 밀리는 상황. 그리고 공허교의 신도들의 가세나 바깥에 있는 엘리스와 마오카이의 전황을 알지 못하기에 나무 울타리가 유지되도록 싸워야만했기에 배경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저 떡갈나무와 거미 여왕을 매우 신경쓰면서 싸우는군. 나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담았으면서 저 둘을 신경써서 싸울 정도로 그들은 소중한 존재였나?"

"싸움에 말을 걸다니, 집중력이 흐트러졌군."
"천만에, 흐려진건 네쪽이다. 흐어어!"
 말자하가 한쪽 손을 치켜올리면서 기합을 주자 울타리 안의 지역뿐만 아니라 항구 전체의 지대에 원형 지대를 생성되었다.

"이걸로 네 동료들도 내 스킬의 피해를 입는다. 어떤가, 조심스럽게 싸우던 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기분이?"
 카사딘은 목에서 끓어오르는 증오를 내뿜은 채 얕은 바닷가로 공간이동해 무의 구체를 발사해댔다. 말자하는 손하나 까딱도 안한 채 구체가 날아오는 방향에 한 무리의 공허충들을 생성해내 총알받이로 받아냈다. 말자하가 스킬을 시전하자 카사딘이 공중에 떠 있는 공간의 양끝에서 두 개의 문이 소환되고 가운데에 있는 카사딘을 향해 에너지를 쏘았다. 카사딘은 가볍게 피했고, 그의 근처에있던 애꿎은 배만 두 동강이 났다.


 바닷가의 공중에서 육지로 착지하자 그를 기다린 수많은 공허충들이 들이닥쳤다. 4족보행에 위로 길쭉하게 생긴 얼굴을 지닌 생물들은 그의 움직임을 간파해낸듯 달려들었으나 자의로 각성된 그의 손목검이 수평선을 긋자 무참히 썰려나갔다.

"정정당당히 맞서라 말자하! 저 둘이 아이오니아로 가는걸 막는 것보다 우선시되는게 있을텐데!"
 말을 외친 뒤에 말자하의 등 뒤로 이동한 카사딘은 그의 몸뚱아리를 2등분낼수있는 검을 내리쳤다.


 카사딘의 검은 말자하가 소환해낸 문에서 발사한 탄도체에 막혔다. 두 탄도체가 합쳐져 하나의 선으로 만들어지자, 황천의 검을 활성화시킨 카사딘의 검을 휘게 만들 정도의 방어력을 구사했다.

 그 광경을 눈앞에서 목격한 카사딘의 반응이 조용할리 없었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에너지의 충돌로 인한 마찰음보다 그 반응이 클 순 없었다.

"재앙의 환상."
 카사딘의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지면서 힘을 줬던 전신에 이상이 생겨버렸다. 공격은 커녕 싸움에도 집중할 수 없는 정신으론 말자하의 일격을 뿌리치거나 피할 수 없었다. 자운에서 엘리스를 넉 아웃시켜버릴 위력을 가진 응축된 보라빛 정수가 말자하의 두건속에서 나왔다.

"으어억!"
 자신도 공허의 힘을 가지고있기에 마법데미지의 일부를 상쇄시킬순 있으나 이미 카사딘의 체력은 싸움의 이전에 이미 절반 이하의 수준이었다. 혼자서 이를 끊기엔 무리였다.



 그렇게 보여진 판단은 틀리지 않았지만 말자하는 예언자답지않게 마오카이의 고치와 엘리스의 거미줄에 간단히 스킬이 끊겼다.

"우리도 합류하겠다!"
 바닷물에 젖어 무거워진 모래들이 마오카이의 등장과 함께 먼지처럼 일어났다. 엘리스는 인간 형태로 나무 울타리에 붙으려했지만 실패한채 간신히 착지했다...


'거미 형태로밖에 벽에 붙어있을 수 있지는 않을텐데...'

 거미 여왕이란 칭호에 걸맞지않게 인간 형태에선 거미를 연상시킬 기동력이 너무 부족한 생각이 들었다.

'피하는 방법을 익힘으로써 내 숨겨진 힘을 일깨워야한다...'

 수련당시에 리신이 본론을 흐려놓은채 조언했던 적이 있었다. 말자하의 '무의 지대'가 지속적으로 발동되고있는이상, 자신은 이 공격을 피하면서 동시에 카사딘을 도와야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손에 익지 않은 마력만이 그녀의 몸을 흐르고 있다.


"지금이다 카사딘! 말자하가 거미줄 속에서 꼼짝못할때를 노려라!"
"하지만..."

 같은 원천의 힘에의해 휘어져버린 카사딘의 검은 사용자의 투지가 흔들리듯이 전과같은 위엄을 발산하지 못했다. 발밑에서 따끔거리는 수준 이상의 고통을 계속 받고있는 엘리스는 말자하에 향한 사적인 감정이 아닌 이후의 일들에 대해 궁리를 하고있었다.

'말자하 정도의 마법사에 필적할만한 힘을 가진 챔피언이 지금으로선 카사딘밖에없는데... 아!'

"카사딘, 네 검에 다른 기운의 마법을 흡수할 수 있어?"
"가능할지도 모른다. 공허의 힘덕분에 어느 정도의 마법데미지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으니, 그 효과를 공격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을수도... 잠깐만, 무슨 생각을...!"
"나 역시 말자하에게 쌓인게있지만 너에게 내 몫까지 맡겼어. 녀석에게 맞설 수 있는 일행이 우리들중엔 너밖에없잖아. 마오카이?"
"알겠다. 거들어주지."
"카사딘, 손목검을 해제한 다음에 우리 둘의 마력을 너에게 건네줄게. 그걸로 녀석에게 한방 먹여!"
 카사딘은 오른팔을 상체로 들어올리면서 검을 거두었다. 손목에 달린 장비 밑으로 검이 빨려들어가자, 엘리스와 마오카이는 정신을 집중해 카사딘이 받아들이기 쉬운 형태로 마력을 생성해보냈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엘리스는 카사딘에게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섞인 마력을 어딘가에 있을 공허석으로 전달하고있었다. 마오카이는 눈을 감고있어서 이를 몰랐지만 카사딘은 생성된 마력의 정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마력을 전해받은 카사딘은 우렁찬 기합을 내지르며 팔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이후 원심력에 이끌리듯이 튀어나온 밤색 검이 튀어나와, 자신의 마력으로 풀어냈을법한 거미줄에 아직도 갇혀있는 말자하의 심장을 뚫었다.


 몸을 뚫은 검을 빼내 무장을 거두자, 그제서야 거미줄에서 쓰러지다시디피 빠져나온 말자하가 나왔다. 동시에 빌지워터의 항구밑바닥에 깔렸던 무의 지대도 사라졌다.

"설마... 그 사람들을 무찌르고 코그모까지 이긴건가 마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못한채 말자하가 중얼거렸다.

"아니, 무찌를 수 없었어. 하지만, 코그모는 죽었어."
"! ...그동안 네가 가졌던 마력만큼만 보호막을 설정했었는데 뚫을정도라면, 거미 마녀 네녀석이 녀석을 죽이는게 불가능하진않겠지."

 말자하의 머리말에 카사딘이 다가왔다.

"두 챔피언의 마력을 합해서도 널 죽이기엔 부족했나보군. 하지만 그 상태로 감히 공허를 받아들이라는 설파는 못하겠지."

"하하하. 공허의 힘을 목격하고 받아들인주제에 그것에 반하는 이단이 할말은 아니잖나?"
 카사딘의 왼주먹이 말자하의 뒤통수를 향해 매섭게 내려갔다. 땅바닥에 다시 얼굴이 파묻혔음에도 말자하는 고개를 들어서 공허의 이단자를 응시했다.

"날 죽이지도 못했으면서 어떻게 공허에 맞서싸울수있는지 기대되는군. 일단, 네게 동료가 생긴것에 대해선 축하해주지. 아니... 동료는 한명밖에 생기지 않았군."
"무슨...?"
"그리고..."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말자하가 말을 거는 다음 상대가 누군지는 그녀는 이미 알고있었다.

"거미 마녀, 녀석이 죽은걸 봤나?"
"의식마저잃은채 쓰러져있는걸 봤는데."

 말자하는 순간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그 녀석이 어떻게 죽는지는 전장에서 봐왔을텐데 아직도 그런 실수를 하나?"

"!"
"!"
"!"

 말자하의 몸은 보라색 파동물결로 변했고, 어느샌가 나타난 보라색 아공간으로 빨려들어갔다. 엘리스를 포함한 두 챔피언 모두 그 공간속으로 뛰어들어 녀석을 쫓을 생각은 하지못했다.


 나무 울타리를 뚫고온 이상상태의 코그모에 신경이 쏠렸기 때문에. 보라색 액체를 혀에서 내뿜으며 분홍빛 육신을 띈 채 돌진하는 모습에 그들은 어떤 자세를 취할지 판단하지 못했다.

 카사딘의 앞에 몸을 던진 엘리스를 제외하면.

'!'

 그리고 엘리스의 앞에서 코그모는 자신이 쓰러진 이후부터 몸에서 일으켰던 화학적 반응을 반경 몇 m 내로 증폭시키면서 자폭했다.

"엘리스!"
<계속>


<작품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원작vs팬픽 설정 비교>


코그모




원작 : 코그모는 이케시아라는 황무지에서 공허에 의해 갑자기 출현한 존재입니다. 호기심에 의해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려 하는 포식자의 특성이 있습니다. 코그모가 내뱉는 침엔 부식성 분비물입니다.


팬픽(현 작품) : 이전 버전의 설정을 가져왔습니다. 그래봤자 테두리는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공허 출신 설정은 맞지만 말자하가 코그모를 리그에 참여시켜서 말자하와 친하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이는 말자하가 코그모를 싸움에 같이 나타난 것과 연관되었습니다... 작품 전개상 가장 약체화된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그도 그런게, 원작 게임에서나 설정상 코그모가 파괴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는것과는 달리 방어적인 면모는 언급되거나 보인적이 없었기 때문이어서 딱히 이곳에서 보충하거나 묘사를하기엔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최종보스도아니어서딱히 보정넣기도 그랬지만 물론, 방어력 제로의 스펙으로 고작 그림자 군도소속의 챔피언 둘에게 일방적으로 다굴맞아서 죽는 전개도 썩 자연스럽진 않지만요.팬픽설정이 더 길게 작성된 얼마안되는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