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카이가 혼자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언데드와 상대하고있는동안, 어느 곳에선 두 부류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쪽은 일대일 정면대결이었으며, 다른 한쪽은 이 정면대결의 시간을 늘어뜨리려는 방해공작과 이를 압도할만한 힘을 가진 카사딘의 싸움이다.



 요릭이 제아무리 구울들을 불러내서 수를 불려봐도 카사딘의 검격 한번을 버티지못하고 쓰러져나갔으며, 카서스가 끊임없이 스킬을 시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동제약이나 시전범위가 명확하게 한정된 스킬 특성상 공간 이동을 쉴새없이 쓰고있는 카사딘을 맞출 수 없었다.

"정말 강한 상대군... 우리의 목적은 엘리스의 회수, 녀석은 반드시 헤카림에게 져야한다. 우리가 끈질기게 물고늘어지지않으면, 목적이 이뤄질 수 없다!"
"그럼... 그걸 써볼까? 물론 챔피언이기 때문에, 마음에 걸리는 행동이긴 하지만..."

"물불을 가릴땐가? 어서!"
 3차원이란 입체성을 면밀하게 사용하는 상대에게 밀리던 그들은 그들에게도 리스크가 작용되는 극약처방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쓰레쉬는 랜턴을 숲 가운데에다 던졌다. 길게늘어진 사슬때문에 바닥에 떨어지는게 정상이었던 램프는 공중에 낮게 뜬 채 연두빛을 발산했다. 그리고 연두빛속에서 원형 충격파가 숲으로 퍼져나갔다.

"...?!"
 생자에겐 보이지 않는 망령들을 이용해 강제로 영혼을 빼앗아가는 스킬. 루시안의 반려자인 세나의 영혼을 거둔 결정적인 기술이자, 이를 알았던 루시안조차 당할뻔했던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가진 스킬이다.


 그러나 카사딘에겐 예외였다. 루시안의 약함을 뜻하는게 아닌, 차원이 다를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지닌 카사딘에게도 이런 수법이 통할거라고 여겼던 쓰레쉬의 안이함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랜턴의 수상한 움직임에 본능적으로 구체를 쏘아 스킬의 시전을 저지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구체가 '채널링' 스킬을 끊는다는걸 모르고 시전한건가?"
 카사딘의 스킬 중 하나인 '무의 구체'는 전장에서 시전 동작을 계속 유지해야하는 '채널링'스킬을 끊을 수 있는 효과를 지녔다. 공허의 힘을 지닌 그의 강함을 얼추 감안해보면, 있지도않은 구체의 효과가 추가되기는커녕 전장에서 약화된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설이 더 그럴싸하다.

"제길, 총공세다!"
"힘의 파동!"
 비장의 패가 손쉽게 뚫려서 당황한 틈을 타서 카사딘은 세 챔피언에게 검을 휘둘렀다.


 '힘의 파동'.

 그것은 카사딘의 오른손목검에 장착된 검을 호를 그리면서 휘둘러 마법에너지를 뿜어내는 광역스킬. 그러나 팔이 휘두르는 범위의 한계때문에 뛰어난 광역스킬이라 평할 순 없다. ...그러나 이 평가는 단일 시전을 원칙으로 싸우는 전장 내에서 통하는 얘기다. 힘의 제약을 받지않는 전장 밖, 다중시전이 가능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카사딘의 또다른 필살기라고 여길 수 있다.

 카사딘은 '힘의 파동'을 시전할 때 좁은 간격으로 균열 이동으로 잘게 쓰면서 원형으로 돌았다. 즉, 넓은 각도로 시전할 수 없는 한계를 공간 이동기와의 콤보를 이용해 원 안쪽에 있는 쓰레쉬와 카서스, 요릭을 향해 스킬을 사방에서 시전했다는 뜻이다.

"크으으어억!!"

 그는 '힘의 파동'을 한번 시전하는데 '균열 이동'을 수십번 시전해 여러번 원을 그리면서, 사방에서 골고루 에너지를 뿜어냈다. 막기도 버거운 카사딘의 공격이 사방에서 작렬했으니, 제아무리 세 언데드 챔피언이라도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면 오랫동안 뻗어있으라고, 언데드들."

 하루에만 3번에 걸쳐 크게 싸운탓에 평소보다 못한 몸상태. 일순간 정신을 잃으면 꺼져버릴듯한 손목검. 그러한 몸을 이끌고 카사딘은 고개를 돌려 근방에서 일어나고있는 또다른 싸움을 바라봤다.

 피격을 각오하면서 돌진하는 유령기사와, 근접전을 거부하면서 독을 뿌리고 날리는 거미 여왕을.



 근접전으론 헤카림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엘리스는 끊임없이 거리를 벌리면서 손바닥에 고여오르는 독액을 던져댔다. 하지만 이에 신경을 쓰지않는건지 참고있는지 헤카림의 질주는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도망을 치기보다는 거리를 벌리는 목적으로 움직이던 엘리스의 움직임에 어느덧 허점이 생겨, 자신의 등 뒤에있는 나무기둥에 부딪치고 말았다.

'아차!'

 ...하는 순간에도 헤카림의 창은 망설임없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사소한 실수로 위기에 빠진 그녀의 앞에 창날을 옆으로 튕겨내는 가지많은 보라색 손목검이 나타났다.

"카사딘!"

 엘리스를 죽일 만큼의 힘이 들어간 창에 맞서 그녀를 지키려는 힘으로 휘두른 검. 수비적인 움직임이었을진 몰라도 엘리스는 자신의 앞에 튀어나와서 지켜준 챔피언의 뒷모습을 봤을뿐인데도... 가슴이 뛰었다.

'이 마음은... 마지막으로 신도들을 잡아먹으러 그림자 군도의 동굴로 들어갔던 때?'

 거미에게 잡아먹힐 운명에 불과했던 신도를 벗어나진못했지만, 안타까울 정도로 순수했던 그의 신앙심을 보고 총애 그 이상으로 근원적인 마음을 품었었다. '설마'라고 하면서도 묘하게 두근거렸던 그 느낌은...


캉- 카캉-

'!'

 회상에 가까운 감상에 젖은 그녀를 깨운건 자신의 앞에있는 카사딘과 헤카림의 칼싸움에서 튀어나온 요란하고 맑은 맞부딪침이다.

"일어나라 엘리스! 싸우는거다! 힘들게 둘이서 같이 싸울 순간을 만들었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
'둘이서...?'

 그녀를 일깨우려고 소리치면서 말한것치고는 묘하게 정나미가 드는 단어선택지하며, 힘차면서도 다정한듯한 설득. 아마도 그는...



 공간이동으로 사각에서 가하는 공격을 하다간 이를 무시하고 눈앞에 있는 엘리스를 죽일까봐 카사딘은 그녀의 앞을 벗어나지못한채 헤카림과 맞섰다. 그는 최초로 한 합을 겨루는 순간, 엘리스의 앞에 나타나 헤카림의 앞에 마주선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 언데드 유령기사에게 지지않을 힘이 있으면서도 검을 휘두르는 자체가 무모하고 의미없다고 여길 정도의 위압감에 저항하지 못한 채.

 그런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거미 한 마리가 뛰어올라 헤카림의 허리부분의 갑옷에 이빨을 내리쳤다. 한방에 부서지지않았지만 헤카림은 신경쓰는걸 넘어 일종의 통증을 느끼는듯 소리를 질렀다.

'때는 지금!'

 카사딘은 즉시 에너지를 모아 붉은색 검으로 변화시킨 뒤, 헤카림의 신체부위를 잇는 부위의 갑옷들을 향해 팔을 오른팔을 휘둘렀다. 헤카림이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창을 한바퀴 돌리듯 휘둘러도 엘리스와 카사딘은 각자의 몸놀림으로 공격을 피한뒤 공격을 멈추지않았다.

 자비없는 파괴력을 담은 검이 헤카림의 다리부분과 상체부분의 갑옷을 부수는데 성공하고, 앞으로 마무리 일격만 담으면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헤카림의 몸을 망가뜨리기에 이르렀다.

"흐아아아!...억?!"
 카사딘의 손목검, 오른팔뿐만아니라 전신이 마비되듯이 얼어붙었다. 차갑도 둔감해진 피부를 아프게 어루만지는 날카로운 도구의 소리. 전보다도 더 강한 힘을 담은 낫과 사슬이 날아온 방향의 끝엔, 쓰레쉬가 서있었다.

"크아...사딘!!!"
 어딘가 살짝 울려퍼지는 발성으로인해 뭉게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미 형태의 엘리스가 말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카사딘의 상체에 헤카림의 창이 휘어지듯 다가와있었다.


 용케 '균열 이동'을 써서 헤카림의 공격에 치명타를 피하는데 성공했으나, 카사딘은 이 직후에 평소보다도 호흡이 무거워지고 가빠지는 체감을 극복하지못한채 비틀거렸다. 서서히 돌아오는 전신의 감각을 이용해 상체를 보자, 간발의 차이로 몸은 무사하나 호흡기와 마스크를 잇는 호스(?)가 끊어졌음을 알았다.

"쓰...레쉬!!!!"
"하하하. 랜턴 속의 영혼을 수십개 흡수했지. 압도적인 공격을 받고 쓰러지면서도 끝까지 이악물고 일어서는 근성을 가진 바보들의 영혼들을! 역시... 그런 녀석들이 있기에 영혼을 모으는데 재미를 느꼈지!"

 쓰레쉬는 사슬을 당겨서 낫을 던질 준비를 하고있었다. 카사딘은 갈수록 호흡이 거칠어짐에도 쓰레쉬를향해 걸어갔다.

"난 한번 죽은 몸이다. 다시 죽을 순 없다고. 공허의 방랑자. 이런 나에게 아직도 죽이려고하는건...가!!!!!"

 쓰레쉬가 카사딘을 향해 낫을 던지자, 카사딘은 그 낫과, 랜턴을 이어주는 사슬까지 단 한번의 공간 이동으로 피하면서 쓰레쉬의 코앞으로 다가갔다.

"크아아아!"

 그리고 오늘 두번 다시 낼 수 없을 정도의 힘으로 쓰레쉬의 얼굴에 검을 꽂아박았다. 그리고 기합을 내면서 쓰레쉬의 몸통째로 검을 사선방향으로 치켜들은 뒤, '무의 구체'를 '쏘아올렸다'. 검에 박힌 쓰레쉬의 몸이 구체의 데미지를 받음과 동시에 아이오니아의 어딘가로 저 멀리 날아갔다.

"죽일 순 없어도 '이탈'은 시킬 수 있지...!"
 무거운 과제를 하나 해결한 카사딘은 다시 엘리스를 찾기위해 몸을 돌렸다.



 아니, 찾는다는 말은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몸만 어느정도 돌려도 그는 엘리스를 볼 수 있을 거리에 있으니까.



 하지만, 그 엘리스를 본 모습이 카사딘이 보고있는 그대로라면...



 엘리스는 헤카림의 창에 배가 관통당한채 공중에서 떨듯이 매달리고있었다.


"엘리스!!!!!!!!!!!!!!!!!!!!!!!!!!!!!!!!!!!!!!!!!!!!!!!!!!!!!!!!!!!!!!!!!!!!!!!!!!!!!!!!!!!!!!!!!!!!!!!!!!!!!!!!!!!!!!!!"

<계속>


<글쓴이의 말>


한창 싸우고있는중인데... 엘리스, 순간동이었지만 정신못차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