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딘 입장에선 2vs1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을 그가 이런 상황에 눈깜짝하나 안한다는게 자연스러워보이진 않았다. 자신과 엘리스에게 벽이 되어준 나무울타리를 올려다보는순간, 그는 말자하의 태연함의 근원을 목격했다. 광채없이 떨어지는 한 줄기의 녹색 산성액이 머리에 있는것이다!

"젠장할!"
 그는 엘리스의 팔을 잡은 다음 자신과 같이 균열 이동에 시전시켰다. 바닥에 떨어진 산성액은 떨어진 양에비해 적지않게 파였다.

"저녀석이 믿는게 뭔지 알았다 엘리스. 저녀석, 자신의 추종자들 뒤에 코그모를 숨겨놓고있었어!"

"뭐라고? 코그모마저...!"
"녀석은 마오카이가 이렇게 장벽을 치는걸 바랬다. 이 장벽이 공허교 신도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동시에, 우리도 코그모를 쉽게 노릴 수 없게 만든거야!"
 코그모 역시 공허에 소속된 챔피언이자, 말자하가 소환해낸 이계생명체이다. 귀여운 체구에 두 발로 걸어다니는 모습만 보면, 이것이 과연 공허의 생명체다운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여길 수 없다.

 엘리스는 즉시 거미 형태로 모습을 바꾼 뒤 나무 장벽을 타고올라가, 백병전의 싸움터로 뛰어들었다.



 마오카이는 수많은 공허교 신도들에게 둘러쌓인채 대치하고있었다.

"너희들이 나를 공격하는 이유는 단지 엘리스와 카사딘이랑 한패라는것뿐이겠지?"
"잘 아시는군."
"너희 종교의 우두머리는 우리를 상대하기위해 동료 챔피언까지 불러왔다. 솔직히 너희들에게 볼 일은 없고 해를 입히고싶진 않은데."

 공허교의 신도들이 일제히 등 뒤에 장비하고있던 기관단총들을 무장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속에서 들리는 장전소리는 제법 느낌있었다.

"역시... 종교란 무서운 존재인것 같지않나 엘리스? 상식적인 판단조차도 우두머리의 지시 하나로 마비시키는 위력이란..."
"발사!!!"
 마오카이를 둘러싼 모든 신도들의 총알이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날아갔다. 각자가 날아가는 방향이 한곳으로 모이는 그곳엔 성인 남성의 몸집의 2배를 가진 떡갈나무가 있었지만, 그 나무는 한 순간 분홍빛 광원만을 남긴채 사라졌고, 교점의 목표를 맞추지못한 총알들은 멈출 곳을 찾지못한채 날아가 맞은 편 신도들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단 한번의 스킬을 시전해서 마오카이는 자신을 포위한 모든 공허교 신도들을 처리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존재의 묘연한 행방에 갈피를 못잡은 나머지 신도들. 그들은 뒤쪽에서 불어닥치는 충격파에 대책없이 당해나갔다.



 마오카이의 맹활약이 벌어지고있는 싸움터 반대편에 발을 디딘 엘리스. 인간 형태로 모습을 바꾼 뒤 주변의 신도들을 쓸어버리면서 코그모의 위치를 파악하려는 그녀의 계획은 어처구니없게도 신도들의 얼굴을 목격함으로써 무산되었다.

"커크, 데이브, 조쉬, 어빙...?!"

 자신들에게 총칼을 겨눈 자들은 모두 거미교들의 신자였었다.

"우리들의 이름이 네 입에서 나와서 기분이 매우 더럽군 마녀!"
"우리들이 바친 돈으로 호위호식했으면서, 정작 열렬한 신자들의 목숨을 앗아가?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위해!!!!"
 그녀는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사라짐으로써 지난 3년동안의 사건들을 완전히 기억하고있다. 그러기에 저들을 구슬리거나 설교를 함으로써 저들의 눈에 자신을 향한 존경을 담았던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신을 우러러보던 그 눈빛은 어디가고 마녀를 죽이겠다는 살기만 담겨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야말로 할말을 잃을 지경이었다. 자신이 과거에 행한 짓을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단지 싸움의 승리만을 위해서 저들을 무자비하게 죽일거라는 생각은 과분한 기대일 뿐이다.

'말자하... 설마 노린건가!'


 아이오니아에서 에지가 한 말이 떠올랐다. 자운에서 자신의 만행을 폭로한 책이 발간되었다고. 그 책의 여파가 어떨지는 말하지않아도 서로가 알고있었다. 이 상황은 그 여파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이는 코그모에게 향하는 길의 걸림돌 그 이상으로, 자신에게 겨눈 총구앞에서 목숨을 유지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


꼴사납게 죽어갈 자신의 모습을 가리기위해 팔을 들어올려는 자세를 취하자, 두 갈래에서 일어난 폭발이 그녀의 손으로 물리칠 수 없는 자들을 처리했다. 원하는 지점에서 자유롭게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스킬을 구사한 자는 엘리스의 편에선 단 한명밖에 없다.

"정신차려라 엘리스! 흔들리면 넌 말자하의 의도대로 되는거다!"
"하지만 저 사람들은..."
"알 것 같다 엘리스! 너의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 수단이 어떤건지 예상을 못하진 않아! 하지만 여기서 죽음을 자처하는것은 네 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것에 불과해! 너는 살아남는걸 택했다 엘리스. 그럼 너에게 속았던 사람들과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달라진 네 모습을 보여주는게 저들에게서 살아남아야하는 이유지 않겠나!"

 마오카이의 힘이 달린 설교는 엘리스의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녀의 머리만큼은 마오카이의 논리에 설득되었고 방황하는 가슴을 대신해 바쁘게 신호를 보냈다.


'너에겐 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 스킬이 있다. 차마 저들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면, 그것만 쓰면서라도, 코그모를 찾아내야한다!'

 마오카이가 엘리스에게 말하지못한 생각으로 들리겠지만, 이것은 엘리스의 머리에서 내린 가장 합리적이면서 이성적인 판단이다.



 엘리스는 사방을 뛰어다니면서 정찰을 했다. 물론 구 거미교 현 공허교 신도들과의 접전은 피할 수 없었으나 거미줄로 묶으면 그만이었다.

'저 사람들은 공격대형도 아닌것이 둥글게 뭉쳐있네...?'

"마오카이! 알아냈어!"
 마오카이는 엘리스의 손짓으로 위치를 파악한다음 주먹을 내리쳐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간발의 차로 신도들은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마오카이의 공격에 휘말려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방어병이 없어진 그 자리에, 엘리스와 마오카이가 공동으로 찾던 목표가 서있었다. 코그모는 엘리스와 마오카이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있음을 두눈으로 똑똑히 보고있음에도 한발짝도 움직이지않았다. 오히려 공격대상이 알아서 사정거리에 들어와준다는 심정이었는지 세 발가락이 달린 양 발을 땅에 고정시킨뒤 땅에 무언가를 뱉어냈다. 굴릴수록 크기가 불어나는 눈덩이와는 대조적으로 녹색 액체덩어리는 앞으로 흘러갈수록 크기가 작아져갔다. 하지만 그 진액은 한번 밟거나 당하면 이동에 심각한 차질을 미치게 만드는 능력을 갖고있으며, 엘리스와 마오카이도 이를 알고있었다.

 질주의 방향을 조금 틀면서 전진하려는 엘리스의 움직임은 칼리스타에의해 입은 부상으로인한 경미한 통증으로인해 굼떠졌다. 탄식을 내려는 틈도없이, 그녀는 위와 앞에서 자신을 향하는 수많은 산성침들을 마주해야만했다. 회피라는 선택이 없는 강제적인 근성을 요구했지만 상대는 말자하가 공허에서 소환해온 생명체. 수많은 산성액들이 날아오고있다는것도 문제였지만 하나하나의 위력또한 예상을 뛰어넘을것은 불보듯 뻔했다.

 엘리스는 양팔을 들어 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돌린다음 눈까지 질끈 감았다. 마오카이가 육탄으로 저 공격들을 모조리 받아주기엔 그역시 반격은 꿈도 못꿀정도의 타격을 입을게 뻔했다.

'죽는건가...'

 순간 아무생각도없이 머리속이 하얘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많은 산성액이 그녀를 덮쳤지만 한 차례 공격을 일방적으로 당한 처지에비해 그녀의 상태는 양호했다. 그녀의 양 팔을 감싸준 검은색 팔목보호대와 장갑이 흔적도없이 녹아내렸고 그녀의 뒷머리의 일부가 닳아버리듯 없어졌지만 그녀가 살아있다는것 자체가 반전이었다.

"늦지않아서 다행이군."

 목소리에서부터 안심했다는 말이 들려오는 마오카이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자 그제서야 자신과 마오카이가 있는곳뿐만아니라 항구전체에 펼쳐진 마법진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이 진안의 공간이 자신과 마오카이를 감싸주는 소용돌이를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복수의 소용돌이... 그래 맞아. 피해량을 감소해주는 효과가 있었지. 제아무리 이러한 효과가 있다고는하지만 코그모가 지닌 위력과 일방적인 공격에 당했던걸 생각하면...'

 엘리스는 방금 전까지 가졌던 결의를 조금 더 붍태웠다. 오른쪽 윗팔에 남겨진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는 한이있더라도 초점을 유지하고 코그모에게 다가가야했다. 한쪽 팔만 있는 힘껏 휘저으면서도 진액을 빠져나와 달려오고있는 그녀의 모습에 여유로움을 잃은듯한 코그모는 발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딜 가려고!"
"어딜 가려고!"
 엘리스와 마오카이가 동시에 말했다. 마오카이는 전장에서 사용하지못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낮게 뛰어오른다음 두꺼운 장갑으로 땅을 내리치자, 강의 물결처럼 나아가는 나뭇가지 벽이 생성되었다.

 엘리스는 마오카이의 스킬을 통해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지를 생각한 다음 앞으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의 위에 올라탔다. 앞으로 굴러가듯이 나아가는 나뭇가지위에서 다시 달리자, 엘리스는 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코그모에게 다가갈수 있었다.


 엘리스의 신경독이 코그모에게 적중되고, 나뭇가지 벽이 코그모를 속박하는 순간, 그녀는 나뭇가지의 흐름에서 벗어난다음 거미 형태로 변해서 독이빨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공격하는 와중에도 반격당하지않으려고 코그모의 안면부위에 다리 하나조차 얹지않은채 상대의 몸 곳곳에 이빨을 박아넣었다.

 코그모는 일순간 고막이 찢어질듯한 비명을 지른다음 생존욕구에서 비롯한 괴력으로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거미를 뿌리쳐냈다. 넉백에 침착하게 대응하지못한 거미는 뒤로 굴러갔다. 코그모는 나무 장벽 너머에있는 말자하에게 달려갔으나, 그 방향에는 있지도않았던 마오카이가 자세를 갖춘채 꿀밤을 때리듯 주먹을 날렸다. 마오카이는 코그모의 진로에서 제압함과동시에 가시돋친 혀 에서 액이 나오지않도록 입을 틀어막는데 힘을 기울였다. 사정없이 머리를 때려눕히는 광경이 지속되자, 코그모의 상태는 패배를 넘어선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멀리서 신경독을 뿜으며 다가오는 엘리스도있고, 순수한 완력으로 공격을 봉쇄한채 연속으로 펀치를 날리는 마오카이의 덕택도있지만, 정말로 이 챔피언의 존재에 한 획을 그을 기회가 다가왔다.

"으어어어어!"
마오카이는 코그모의 가시돋친 혀를 잡아서 크게 휘두른다음 엘리스에게 던졌다.

"엘리스!!!!"
"알았어!"
 2vs1의 성공적인 콤비로 두 챔피언은 혼자선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이 챔피언의 숨통을 건드릴 수 있었다. 엘리스의 손안에 나타난 작은 새끼거미가 공중에서 날아오는 코그모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한차례의 폭발이 일어났다.

<계속>


<글쓴이의 말>


연재가 계속 밀립니다... 죄송합니다. 오랫동안 연재한 나머지 의욕을 잃은걸까요? 그건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