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서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장군과 마법사들의 피로 이루어낸 룬테라 최강의 국가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영광을 좀먹는 자들이 녹서스의 본질을 더럽히고 있었다.
그래 그날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그들의 역겨운 탈 아래의 진짜 모습을 본 순간을 말이다.
그날은 내가 북부 전선에서 돌아올 때였다. 수많은 이들이 우리 부대의 개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이런 기쁨 속에서도 나의 동료인 이미르가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왔다.
"녹서스 제1부대 소속 병사 이미르 에단 제리코 스웨인 사령관님과 잠깐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미르는 나를 골목으로 이끌었다.
"무슨 일인가 이미르?"
"일단 북부 전선에서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사령관님"
"나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따로 불러낸 건가? 본론은 뭐지?"
"사령관님께서는 북부 전선에 있느라 최근 녹서스수뇌부가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모를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미르가 주위를 한번 살피고 말을 이었다.
"다음 침략계획으로 아이오니아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오니아라면 동쪽의 섬나라를 말하는 건가? 어차피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을 왜 이렇게 주위를 살펴 가며 조심스럽게 전하는 거지?"
"그거야 사령관님께 정직처분이 내려져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정직 처분이라니... 이미르 그 이야기 사실인 건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투에서 이기고 온 사령관에게 정직처분이라니 말이다.
"아이오니아 침략 계획서에서 사령관님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그래 소식 전해줘서 고맙군. 그만 들어가 보아라."
"그러면 저는 가보겠습니다. 사령관님."
멀어져가는 이미르를 뒤로 한 채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대체 어떤 것이 수뇌부 눈에 아니꼽게 보인 것일 걸까? 내가 페릴 협곡에서 한 작전이 아군의 승리를 위해 희생시킨 것이 문제가 된 것인가? 아니면 얼음무덤가에서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물자운반을 위해 버리고 온 것이 문제가 된 것인가? 머릿속에서 여러 이유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만의 정직사유는 되지 못한다.
확실한 것을 알아내기 위하여 녹서스 수뇌부 안으로 향했었다.
녹서스 수뇌부 건물의 특징은 좁은 복도인데 이 복도를 걸을 때마다 혐오감이 들었었다. 나의 자랑스러운 조국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지만 이곳에 올때 마다 나는 그런 감각을 느껴보지 못하였다. 전쟁터에서 느끼는 넓은 감각들을 마치 이 좁은 복도에서는 제한받는 느낌을 줄곧 받곤했다.
대장군실 앞에 도착하여 노크하였다.
"제2부대 소속 사령관 제리코 스웨인 죄송하지만 물어봐야만 하는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었다.
"들어와라 제리코 스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