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숨을 잠시 가다듬은 뒤 눈을 떠서 자신이 있는 공간에 대한 분석과 회상속 장소를 일치시켰다. 고개를 바로들어 돌려보면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칠흑같은 공간이었으나 들어올려서 보이는 것을 전하는순간 내용은 달라진다. 천장가까이서 내려비추는 푸른빛 여럿이 그녀를 가리키고 있는 장소는 그녀가 6개월 전에 왔던 그곳이다.



"청문회를 시작하지. 엘리스. 6개월 전에 자네가 벌였던 행위에 대해서 물을테니 거짓없이 답하게. 거미교의 가치관은 어떤건가?"
"이 종교를 믿는 독실한 신자들을 순례길에 올려서 그림자 군도에서 잡아먹고, 영원한 미모와 생기를 얻는 것입니다. 그들이 믿으면 갈 수 있단 거미교의 천국은 보통 종교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실체는, 썩은 아귀에게 부분적으로 조종당해서 만들어낸 그 존재가 만들어낸 부산물이었습다."
"그렇군. 지난 번보다는 명확하고 깔끔한 답변이었다. 그럼 묻지. 6개월 전에 벌어진 무력충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있나?"
 엘리스는 들이쉬던 숨을 잠시 멈췄다. 속마음까지 훤히 비춰주는 수정구있는 이상, 그녀는 거짓없이 진심으로 답해야만한다. 맹목적이었던 썩은 아귀에 대한 충성, 돈과 명예로 가졌던 오만함이 말자하의 언변에 굴하자 튀어나온 분노. 그것이 엘리스의 답이었다. 그녀는 이들을 모두 말한다음, 한 마디를 덧붙였다.

"모두, 저의 실책이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청문회를 진행하는 더글라스와 레드필드는 수정구의 판독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서로를 둘러보고 고개를 끄덕인 두 소환사는 새로운 질문을 했다.

"여러 곳을 돌아다녔군 엘리스? 그림자 군도, 녹서스, 필트오버, 아이오니아, 그리고 자운까지. 무엇보다 같은 소속의 챔피언인 그들이 일으키는 해로윙을, 너는 목숨을 바쳐서까지 그것을 막는데 앞장섰고, 동시에 그들과 맞서싸웠다. 어째서 그랬지?"
 그 질문은 6개월간의 여정을 통해 얻게된 나름의 교훈과 그동안 지녀온 가치관에 대한 물음과 다름없었다.

"제가 저질렀던 짓이 얼마나 무겁고 비난받을 일인지 알기위해 저는 스스로를 학대해왔습니다. 동시에 이를 그만두고 앞으로의 삶과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해로윙을 막기위해 그림자 군도에서 아이오니아까지 날아가서 막은 것은 저때문에 일어난 일을 해결해야겠다는 마음때문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그림자 군도 소속의 탈퇴인가, 혹은 챔피언을 그만두려는건가?"

 뭔가 한 단계를 건너뛴듯한 물음에 엘리스는 즉답을 꺼려했다. 세계의 지배자인 그들이 모를거라곤 생각하지않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오는건 피하고싶었다.

"챔피언은 힘있는 자들을 세상의 안전을 위해 따로 모아논 집단이라는 사실을 잊지말도록. 강한 능력자일수록, 그 대상은 챔피언으로 속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는것도말이야.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강력한 힘을 지닌 너도 예외는 없다는것만 알아두다고."
"..."
"6개월동안 헛된 꿈을 꾸었더군.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할 때가 왔다."
 


 '다시 그림자 군도로 되돌아가는건가'라고 엘리스가 좌절할 때,

"그러나,"
 그녀의 입장과 노력을 어느정도 반영한 판결이 내려짐을 내려듣고선 만감이 교차한 표정을 지었다.

"잊고있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것과, 공허 소속의 코그모를 마오카이와 같이 처리했다는 점을 감안해 그림자 군도 소속에서 녹서스로 옮겨주겠다. 그리고 르블랑과 블라디미르, 스웨인이 속한 검은 장미단과의 관계도 우호적으로 처리함을 밝힌다. 이쯤이면 만족하겠나 엘리스? 6개월동안 행했던 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알겠습니다."
"...청문회를 끝내지."

 지난 번과는 달리 이중으로 봉인된 엘리스의 과거를 알아챈듯한 불편함을 지울 수 없었기에, 무엇보다도 마오카이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엘리스에게 바랬던 미래를 맞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엘리스는 법정을 나선 뒤 다죽어가는 노인이 낼법한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스와는 다른 쪽의 출입문으로 법정을 빠져나온 레드필드는 한 소환사를 찾아갔다. 소환사 중에서도 우두머리인 자리에 있는 베사리아 콜민예 상임위원에게.

"아, 레드필드군. 내가 말한대로 청문회를 집행했나?"
"그렇습니다."
"그럼 왜 날 찾아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엘리스의 여정을 감안해서 판결을 내린 결과로만 보면, 그녀는 더이상 사람들을 잡아먹는 마녀와 요부인 거미 여왕의 컨셉을 벗어나는 챔피언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째서 그녀의 소속을 녹서스로 옮긴겁니까? 그것도 챔피언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알리라고 한뒤에...?"
 베사리아는 레드필드의 말을 끝까지 듣고선 지금까지 옆으로 돌려앉았던 몸을 바로잡아서 그를 응시했다. 푸른색 로브를 뒤집어썼기에 얼굴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여성 특유의 가늘고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모르는건가 레드필드? 엘리스에게 내리는 일종의 보상은 사실 보상이 아니란걸."
"무슨...?!"
"확실히 그림자 군도 세력과 적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6개월동안 엘리스는 썩은 아귀에서부터 얻은 힘과 미모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림자 군도로 되돌려보내 현상을 유지하려하면 오히려 요릭같은 그림자 군도의 컨셉에 알맞지않은 중도파만 늘어날 뿐이지. 게다가 엘리스의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는 거대거미는 여전히 살아있지않나? 그 거미가 있는 한, 엘리스는 사람을 또 잡아먹어서 젊음을 유지할거야."

"그, 그런..."
"그리고 엘리스가 아이오니아에서 리신에게 수련을 받았던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라. 그녀가 받은 육체중심적 수련은 개인적인 수양에 국한될 뿐이고 앞의로의 비전이나 삶의 계획과는 멀었다. 진짜로 새로운 삶을 살려고 했다면, 감정을 되찾는데도 신경을 썼다면 그녀는 아이오니아에서 리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게 아니라, 마오카이와 카사딘의 협력없이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생활을 해야했었어."

 레드필드는 베사리아 상임위원의 말을 알아들으면서도 이에 숨겨진 무언가가 있음을 눈치채고 조심스레 되물었다.

"그럼, 엘리스에게 내렸던 모든 보상은, 그녀의 배경과 스토리를 개편하려는 일종의 단계였단 말입니까?"
"그래~ 우리들은 이 세계에서 일어날 전쟁을 막는 것도 있지만, 우리에게 속하기 위해선 그에 어울리고 걸맞는 각각의 개성이 필요하잖아? 엘리스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컨셉의 캐릭터이지 않아? 그런 여자에게 진짜 애인이 생긴다는 것도 좀 그렇고."
 레드필드는 말문이 막힌 채 온몸을 떨더니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상임위원에게 인사한 뒤 그 공간을 박차듯 움직였다.

"썩은 아귀가 왜 엘리스에게 '정신 기생'을 시도했는지 아나? 썩은 아귀는 다른 생명체중 유일하게 독심술을 지닌 거미의 신이다. 그런 거미의 신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숙청당한 그는 거미가 아닌 인간으로서 최고의 존재가 되고자 했지. 그래서 자신의 육신으로 삼으려던 엘리스에게, 인간의 감정이 사회성의 바탕이 된다고 믿었기에 그녀에게 '정신 기생'을 건 거다.'


'어떤 의지를 갖고있든간에, 그들은 우리가 원하는 의도에 부합하게 길들어지고 만들어져야하는건가... 엘리스.'

 최근에 소환사의 직책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어딘가로 종적을 감춘 코로나크의 마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는듯한 탄식을 짓고선, 레드필드는 엘리스의 이름을 조용히 되새겼다.



 청문회에 흑막이 존재함을 알아차린 엘리스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자신이 생각한 가설로 대입해서 나름의 추리를 시작했다. 사실, 실제로도 그녀가 한 추리는 숨겨진 진실과 맞아떨어졌다.


 엘리스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자기소개를 하듯이 독백을 시작했다.



"내 이름은 엘리스. 나는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이다. 발로란 대륙의 평화를 위해 소환사가 만든 세력인, 전쟁 학회가 만든 직업이다.


나는 그림자 군도로 불리는 유령과 망령의 땅에 속한 거미 여왕으로 있었다.


나 자신의 젊음과 미모를 위해, 내 신의 명을 받아 만든 '거미교'의 신도들을 잡아먹는 행위를 벌였던 학살과 죽음의 나라이다.


그러나 자운에서 거미교와 공허교 신도들 사이의 무력충돌이 일어났고, 나는 전쟁학회에서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후에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잃게 된 것이다.


그림자 군도의 뒤틀린 숲에 있으면서 내가 따랐던 거미의 신, '썩은 아귀'.


말자하의 언변과 세력으로부터 나를 구해낼 방법이 없었던 썩은 아귀는 청문회에서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나를 배신해서 청문회를 망치고 그림자 군도로 강제적으로 송환받게 만든 것이다.


ㄴ저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없는 기억까지 떠올릴 필요는 없다.ㄱ


​누구도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제거되는 결과를 예측하진 못했지만,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들은 내가 그림자 군도를 떠나지 못하게했다.


내가 원하든, 그러지 않든.


나는 그곳에서 간신히 탈출했지만,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잃은 나는 완전히 무력해졌다. 마력부터 시작해 기억과, 감정까지 잃었던 상태였기에...


그 때 검은 장미단의 명을 받은 녹서스의 주민들은, 해안가에 도착했던 나를 죽이려 들었다.


썩은 아귀와 소환사에의해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닥쳐오는 난관에 온몸으로 견뎌내야했다.


나를 적대하는 세력들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 내편에 있어주고 도와줬던 챔피언들도 있었다.


그로인해 여러 감정들을 되찾았고, 나는 달라졌다. 강해졌고, 감정적으로 민감해졌다.


그러나 내가 여정을 계속할수록, 나를 도와준 챔피언들은 점점 위험에 처해갔다.


리신과 마오카이, 카사딘과 함께 감정을 되찾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나는 수없이 절망했다.


일단 나에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아군측에 있는 카사딘부터 썩은 아귀에게 세뇌당해 죽일 뻔했다.


마침내, 난 해로윙에서 나를 그림자 군도로 데려가려는 헤카림과 맞섰다,


그의 공포로인해 한번의 죽음을 경험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찔렀다.


드디어,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챔피언을 그만두면서 과거에 행했던 악행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또다시 챔피언의 지위를 가진 채 거미 여왕으로 살아갈 나를 목격한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完>


<글쓴이의 말>


후기에 간략하게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