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당연한거 같은 이야기만 하는 칼럼 3번째입니다. 앞에서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했었는지 잠시 돌아볼까요.

 1부에서는 현재 EU 조합에서 미드라이너가 갖는 비중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른 어떤 라인보다 한타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팀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키워줘야하는 존재가 되었고 미드라인에 서는 선수의 기량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2부에서는 미드가 잘크는게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며, 우수한 미드라인을 이기는 대표적 팀으로 나진 소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수한 탑 라이너 막눈 선수가 있다고 이야기했지요.

 자, 그리고 3부에서는 위에 제목에도 적었듯 나진 소드가 '미드가 강한팀'을 상대로 이기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부에서 섬머 시즌 혹은 롤드컵 4강에 올랐던 팀들을 예로 들면서 대부분 (사실상 소드를 제외한 전부)이 미드가 강하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것은 대부분의 프로팀들이 EU 조합을 플레이하고 있고, 1부에서 이야기했던 현재 유행하는 '미드에 무게를 실어주는'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팀 모두가 미드에 힘을 실어주는 식의 플레이를 하면 당연히 미드라이너의 실력에 경기의 결과가 결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4강급에는 미드가 강한팀만 남게 되었죠.

 이런 현상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나진 소드입니다. 섬머 시즌에 출전할 당시엔 창단한지 얼마 안된 신생팀이고 거기다 미드라이너 쏭 선수는 급하게 탑에서 미드로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입니다. 대중적인 미드 중심의 운영에서는 밀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소드 선수들은 섬머 시즌이 진행되면서 본능적으로 그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특히 스타 프로게이머 출신의 와치 선수와 카오스 출신의 쏭 선수가 전략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자는 나진 소드가 CLG EU 와의 대결 이후 '각성'해서 롤드컵에 진출할 만큼 강팀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3부, 나진 소드의 발전사

이 칼럼을 시작하기 전에 나진 소드의 기록들을 훑어보면서 재미있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 글은 나진 소드가 8강에 진출한 시점에서 작성된 "기록으로 미리 보는 8강전" 이란 게시물입니다.

 16강전에서 벌어진 3경기를 가지고 여러 수치를 뽑아본 것인데 8개팀 40명 선수를 대상으로 TOP 10을 뽑았습니다. 그러나 저기에 막눈 선수와 프레이 선수의 이름은 보이지 않고 간간히 카인 선수가 올라오는 정도입니다. 
 0 데스를 기록한 오션 선수가 있는 스타테일의 상대가 CJ, 제닉스 스톰, Natus Vincere 같은 약팀이었고 소드 상대는 아주부 프로스트, 디그니타스, 로망으로 한국최강 / 미국에서 좀 강함 / 우주 최강 이라서 그렇다....고 보는 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블레이즈는 GJR을 제외하면 실드, WE 라는 강팀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소드와 블레이즈 중 강팀은 분명 블레이즈였습니다.  

 잠시 이 때의 블레이즈를 설명하면, 한국의 단독 원톱이었습니다. 스프링 우승팀인데다, 해외 성적도 좋았고, 실드와 경기에서 엄청난 명경기를 보여주죠.
https://www.youtube.com/watch?v=dp19WPDYtmo&feature=plcp (클템이 해설하는 블레이즈vs실드)

 거기다 캡틴 잭이 한국 원딜 탑 아니냐? 라는 평가를 받던 시기이기도 하죠.
보호막으로 말파궁 - 플래쉬로 몰가 궁 - 수은장식띠로 우르곳 궁 - 정화로 레오나 궁 을 모두 피하는 캡틴 잭

 저 시점에서 "나진 소드랑 블레이즈가 붙으면 2:0으로 소드가 이긴다" 라고 했다간 좋은 소리 못들었을 겁니다.


그러나, 천천히, 나진 소드가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봇라인인 프레이와 카인 선수는 지금은 이즈/소나로 대표되는 선수들이지만 오프라인 예선~3,4위 결정전까지만해도 저 두 챔프가 정착되지 않았습니다. 

오프라인 예선 : 코르키/알리, 시비르 /타릭
16강 : 그브/알리, 시비르/잔나, 그브/ 레오나
8강 : 그브/ 레오나, 그브/타릭
4강 : 그브/레오나, 코르키/ 알리 (8월 24일)
3,4위 결정전 : 이즈/룰루, 코르키/타릭 (이 때가 8월 31일)

 하지만 이 뒤로 대표 결정전(9월14일 시작)부터는 이즈+소나 행진이 이어집니다. 심지어 카인 선수는 롤드컵 대표 선발전에서 LG-IM이 두번 소나 가져갔을 때와, TPA가 소나를 밴 했을 때 한번을 제외하면 롤드컵 대표 선발전~8강까지 전부 소나만 합니다.  그브or코르키나 이즈나 비슷한거 아닌가? 그브 너프로 이즈했나? 라고 생각 할 수 도 있지만 이즈+소나는 이전의 조합과 비교했을 때 명확한 컨셉이 있습니다. 
 바로 '라인전에서의 공격' 입니다. 아마 원래 소드의 봇 라인은 블레이즈 봇 라인이 하듯 한타에서 서폿이 보호하고 원딜이 카이팅하는 것을 목표로 픽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소드와 자신들의 장점은 넓은 장소에서 하는 대규모 한타가 아니란걸 깨닫고, 안전하고 적극적인 딜교환이 가능한 이즈+소나로 옮겨갑니다. 

정글인 와치 선수는 새로운 챔프 픽은 없었지만, 롤드컵으로 오면서 주특기 녹턴과 쉬바나의 픽이 많이 줄었습니다. 대신 마오카이, 스카너의 픽이 늘고 리신을 조금씩 시작합니다. 이런 픽의 변화는 목표가 명확합니다. 자신이 캐리하기보단 라인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플레이를 하겠다는 것이 보입니다. 클템의 스타일과 비슷하지만 CLG EU의 스누페 선수를 보고 배웠을 수도 있겠네요. 물론 정글러의 유행이 CC위주, 초반갱 위주로 흘러간 것도 있습니다. 

탑인 막눈 선수는 2부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넘어가겠습니다. 기존의 자신이 잘하던 챔프 + 지금 핫한 챔프 + 새로 나온 챔프 모두 다 잘 다룹니다.

그리고 이제 가장 중요한 선수가 나옵니다.

Ssong, 그의 팀파이트

Ssong 선수의 주챔은 이블린/ 오리아나 정도가 현재의 인식입니다만...이전 경기 픽을 보면 갖은 챔프가 다 나옵니다. 
그라가스, 카서스, 애니비아, 오리아나 같은 핫한 챔프부터 몰가, 라이즈, 아리 같은 기존 강캐, 심지어 다이애나, 미드 케넨도 소화했습니다. 최근엔 이블린, 카타 같은 새롭게 리메이크된 챔프도 놓치지 않죠.

사실 이건 새로운 게임, 새로운 포지션을 '배우는' 선수에겐 상당히 부담스럽고, 비효율적인 챔프 폭입니다. 하지만 쏭 선수는 계속해서 다른 챔프를 시도해보고, 팀에게 있어 '최적의 챔프'를 찾는 노력을 계속합니다.


이전에 나진 소드 인터뷰를 보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챔피언이 있는데, 팀에서 특정한 스킬/조합을 필요로 해 
익숙하지 않은 미드챔피언을 해주길 원한다면, 쏭 선수의 선택은?


MakNoon
쏭 형은 다 소화할 수 있어요. (웃음)

SSong
사실, 제가 보통 먼저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웃음)
프레이 선수가 잘해줘서 미드가 캐리할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게 아무래도 좋죠.
그래서 새로운 전략이나 유틸리티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먼저 제안하곤 합니다.

만약 실제상황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챔피언이 없도록 평소에 열심히 연습해두겠습니다. (웃음)


저 말이 막눈 선수의 농담이 아니었죠. 진짜로 필요하다면 어떤 픽이든 하고 그걸 대비해 연습한 것이 보입니다. 그에게 단 하나 부족한 것, 그건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준비는 끝났다, 이제 승리하자!

이로써 소드의 각 라인 기본 지침이 완성됩니다.

탑 : 막눈 : 1:1에선 압도하고, 2:1도 불사한다. 일단 상대 탑을 박살 내고 미드-한타 순서로 지배한다.
미드 : 쏭 : 넓고, 얕게. 한 챔프를 골라 캐리하기보다 캐리는 탑에 맡기고 최소한의 뎀딜과 미드의 유틸성을 취한다.
정글 : 와치 : 라인에 힘을, 가능하면 막눈에게 실어준다. 여의치 않으면 봇듀오와 함께 상대 봇을 산산조각 내다
봇 : 프레이&카인 : 가능한 안전하게, 하지만 딜교환은 확실하게. 탈출기가 있으면서 포킹이 가능한 챔프로 솔킬을 노리고, 상대 정글러를 회피한다. 상대 정글러가 탑만 조지면 우리 정글러와 함께 상대 봇을 거덜낸다.

 저는 라인전을 1:1 대결이 2군데와 2:2 대결이 1군데에서 벌어지고 이 세곳 중에 하나를 정글러가 방문해서 싸우는 형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텍사스 홀덤 포커에 가깝다고 보는데, 라이너들은 오픈되어 있는 패고 정글러가 손에 있는 패입니다. 자기가 상대보다 높은 패라고 생각하면 헤즈업을 걸어 승부를 내고, 아니라고 판단되면 손해를 감수하고 조용히 죽어있습니다.
 유희왕 같은 TCG로 치자면 각 라인이 '공격표시' 와 '수비표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할까요?

 소드의 '공격 표시'는 탑과 봇에서 주로 나옵니다. 


예선전 포함한 섬머 통계에서 소드의 탑과 봇이 둘 다 5위권 내에 있습니다. 카인 선수가 먹은걸 합치면 더 올라가겠죠?

미드는 '수비 표시'로 놓고 버팁니다. 사실 라인전에서 더티파밍이 대세인데다 쏭 선수는 웬만큼 밴해도 상대와의 극상성을 피할 수 있습니다. (가끔 다른 라인 지원을 위해 극상성을 픽하지만 이건 의도한 경우)

이렇게 되면 상대 정글러는 탑-미드-봇 중에 어딜 공략해도 곤란해집니다.

미드를 공략하면 탑, 봇이 망하면서 스무스하게 게임이 망합니다. 그냥 막눈 선수 내려와서 드래곤 한타를 열면 끝입니다.
탑을 공략하면 봇이 망하기 시작합니다. 이즈+소나로 툭툭 건드리다가 상대 정글러가 다른데서 보이면 바로 승부를 걸어서 킬을 따내버립니다. 그리고 와치 선수가 뒤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막눈을 망하게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봇을 공략하면 소드의 봇은 수비표시로 전환되고, 소드의 정글러와 미드가 함께 탑 타워에 다이브를 해서라도 탑을 박살내버립니다.

이후 소드는 막눈 선수가 솔로 플레이로 상대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드래곤 먹는 상대를 2:4로 덤벼서 2명 잡아낸다거나 (4강, vs CLG EU전) 잭스로 상대 블루에 침투하거나, 1:1로는 막을 수 없는 니달리로 스플릿 푸쉬를 한다거나(3,4위 결정전 vs 블레이즈전).

그리고 가능하면 상대 뒷덜미를 잡거나 이쪽이 파고드는 형태로 한타를 엽니다. 막눈 선수는 가능하면 파고 들어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대 미드나 원딜을 노리고 프레이 선수는 들어오는 상대 딜탱을 카이팅하는데 집중합니다. 충분히 거리 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막눈에게 잡힌 원딜이나 미드가 쓰러지면 이후는 프레이 선수의 세상이죠.

이렇게 한타까지 해서 승리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I. 와치선수의 정글 + 막눈 선수의 탑이 충분한 화력을 내야한다
 -> 쉔+쉬바나 혹은 녹턴+말파 했다가 딜 부족이 온적이 있죠. 그래서 와치 선수가 탱키하게, 막눈 선수가 딜을 갑니다
II. 프레이 선수가 탈출기를 쓰며 피하는 동안 쏭 선수가 들어오는 상대를 견제한다
 -> 특히 앰비션 선수가 원딜을 잘 노리는데, 여기서 밀리면 한타를 집니다
III. 좋은 포지션, 원하는 상황에서 싸울 수 있게 막눈 선수가 혼자 맵을 흔들 수 있도록 크거나 이니시가 가능한 캐릭이 있다.
 -> 말파, 이렐로 한타를 시작하거나 쉔, 잭스, 니달리로 흔들거나 


이 전술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블레이즈 입니다. 3,4위 전에서는 기존 자신들의 전술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라는 느낌이었지만 이후 대표선발전에서 막눈 컨트롤에 실패하면서 패배합니다.
CLG EU의 경우 4강전에서는 프로겐의 폭발적인 성장과 이어지는 원딜의 활약으로 승리하지만 프레이+카인 선수가 발전하면서 롤드컵에서 패배를 내주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소드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으론 소드가 승리한 팀들에 대한 개별 분석과 소드를 이긴 TPA의 전술에 대한 분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P.S> 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면 추천 한번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