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호들갑도 유분수지. 무시하며 레이드나 가려는데 상인의 낯빛이 심상치 않다.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니었나? 이쯤 되자 이쪽도 덩달아 기분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대체 뭔데? 서머너가 뭐 어쨌다고?



"이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확실히 교감 서머너겠지?"

"어? 어어. 각인이 교감이였던 년이지."

"특성은 어떻게 되는가??"

"이제 신속이 1750을 조금 넘었어. 보품 둘둘이 보통 1800을 넘기니까 우리한테는 고랭지 배추나 다름없..."

"이런 미친!"



농담이 재미가 없다지만 욕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사람 무안하게.



"극신속 교감 서머너라고?"



그런데 상인은 내 농담에 놀란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보게. 정신 차려. 아직 레이드를 출발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추방을 하란 말일세."

"추방이라니? 그러다가 사사게 올라갈텐데?"

"이런 멍청한! 자네는 서머너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모르긴 왜 몰라. 늘씬하고 예쁘고 오래 살고 딜 잘 넣고... 생각해보니 잘 모르긴 하네.



"호들갑 그만 떨고 왜 그러는지 말이나 좀 해줘봐. 대체 왜 그러는데?"

"하아. 알겠네. 내 쉽게 설명해줌세. 기본적으로 극신서머너들은 스킬을 난사한다네."

"그거야 나도 알지."

"자. 그럼 잘 생각해보게. 극신 교감 서머너가 마나가 충분하겠나, 당연히 부족할 것이야. 그렇다면 서머너가 슈르디의 트포를 무엇을 찍겠나, 당연히 마나회복 트포를 쓰지 않겠나?"

"어... 진짜?"

"내가 거짓말을 왜 하겠나. 거기다가 자네 파티의 직업이 어떻게 되는가? 악몽을 쓰면서 끝마를 중요하게 여기는 전태 워로드와 서폿 도화가, 그리고 점화를 쓰는 자네가 있는 조합 아닌가? 가뜩이나 도화가랑 같이 다니면 끝마 컨트롤도 어려울텐데 거기에 서머너를 받겠다고?"



듣다보니 식은땀이 흐른다.



"아무리 극신서머너라고 해도 우리 파티에 도화가가 있어. 해우물에 마나회복 트포까지 쓰면 마나가 딸리진 않을텐데 굳이 자신의 딜을 포기하면서까지 마회 트포를 쓸까?"

"일부러 쓰는걸세.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일부러 써? 대체 왜?"

"로생에 권태로움을 느끼는 게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던 거고."

"그렇다고 자신의 딜트포를 포기해?"

"성정이 좀 변태적인 서머너일수도."



그러니까, 상인의 말은 어느 변태적인 서머너가 로생의 권태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미삼아 트롤을 자처했다는 소리였다.

그게 말이 되나? 하도 어처구니가 없는 바람에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찻잔에 담긴 홍차가 식어가는 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내가 문득 드는 생각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문제없지 않아? 오늘은 화요일이고 레이드 숙제를 빼야하는 그 년은 무슨 수를 써도 나한테 반항하지 못해."

"자네는 상인을 안 해서 다행이야. 그런 머리 수완이면 일 년 안에 패가망신 했을 테니."

"그건 또 뭔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하. 알겠네. 자네는 원대렙 300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냐?"

"그야 로아에 찌든 로악귀가 아닌...?"



어, 잠깐만. 제아무리 바쁘다고해도 원대렙 300의 로악귀가 화요일까지 숙제를 안뺐다고?



"끽해봐야 원대렙 100대들도 금방 빼는 쿠크숙제를 화요일까지 안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아직도...?"

"아까 말했지 않은가. 자네를 가지고 노는 거라고."



섬칫 어깨가 떨린다. 내가 파티에 받아준것만으로 고맙다고 말하던 서머너가 사실은 나와 워로드를 투사딱으로 만들려고 가지고 노는 거라고?

말도 안 돼.

그래.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저 상인은 나를 골려주기 위해 헛소리를 하는 게 틀림없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먹다 남은 가로수길을 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