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 지 3개월 된 신입이 있었음
회사가 학력은 그리 크게 안 봐서 받아보니까 고졸임
그동안 여러 군데 전전하면서 자격증도 따고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애라
그런지 일머리도 좋고 사회성도 서글서글하니 괜찮았음
아직 군대 안 갔다와서 조금 걸렸는데 대표님이 뽑겠다 하니 뭐 그런가보다 했음
착하고 성실하고 근태도 좋음
애가 밝아서 의외라고 생각했던 부분인데 어릴 때 어머니가 남자랑 눈 맞아서 집을 나갔고
여동생이랑 같이 아버지랑 있다가 아버지도 돈 벌러 나간다고 했다가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아버지는 잠적했다고 했음
그래서 할머니 집에 맡겨졌는데 할머니는 그래도 애들 불쌍하다고 거둬들여 키우셨음
애가 일찍 철이 들어서 공부도 잘하고 교내 외에서 상도 타고 했는데 대학 입시도 포기하고
할머니 용돈 드리고 동생 공부 시키겠다고 일찍 부터 알바 하면서 일하다가 좋은 분이 소개해 주셔서
이 회사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잘해주고 싶은 마음도 컸고 아는 내에서 일도 알려주고 그랬는데
걔가 일한 지 3개월 지나서 회식을 했었음
걔를 좋게 보는 사람들이 어리고 귀여운 구석도 있고 하다 보니 술을 좀 따라줬나 봄
술을 받아 마시다가 부장님이 걔한테 "니 요새 회사 생활은 좀 어떻노? 힘든 거 없나?"
이러니까 "없습니다." 몇번 그러다가
그래도 재차 물으니
군대 영장이 나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부장님이 "어? 니 부모님 안 계신다고 하지 않았나? 니 앞으로 와 영장이 나오노?"
이러니까
"아 예 근데 어무니 아부지 다 살아계신다고 면제가 안된다고 해서요... 할머니 지금 아프시고 동생도 지금 고등학생인데 얘만은 대학교 보내고 싶은데 지금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면서 목소리 떨리기 시작하더라
이러니까 회식자리 분위기가 가라앉음 곳곳에서 곡소리 나고 에휴 소리가 나오고 있고
그 씩씩하던 애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데
대표님하고 사람들이 한번 씩 나가서 담배 물고 한참 있다 들어오고
그렇게 회식 자리가 파해지더라고
기분 존나 착잡하네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