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원기옥의 낭만으로 시작한 기공이었습니다.
내공이 부족해서 스킬이 잠겨도, 금강선공이 아니면 기믹도 제대로 못해도 재밌었습니다.

"내가 금강 타이밍을 더 치밀하게 미리 설계하면 되는거니까"
"대신 내가 딜을 더 잘 넣어주면 되는거니까"
"원기옥 딜몰이로 전략적인 강점이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오히려 도전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러다 빌드 깎는게 너무 즐거워서 극신 노각 지배 세맥도 정말 즐겁게 했습니다.
역천과는 다른 빠르고 뭐든 가능했고, 빌드만 잘 깎으면 그 어떤 직업보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게 너무 재밌었어요.
오히려 어려워서 더 도전의식이 들었고, 그만한 리턴이 어느정도 있다고 생각되어서 즐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앜패가 들어오고, 더욱 다양해진 빌드에 처음엔 즐거웠습니다.
특치 3여벽/특신 3내난/1싸 역천/극특 세맥/현타 세맥/극신 세맥

다들 각기 다른 매력들이 있었고, 하나하나 연구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물론 원기옥의 메리트는 점점 사라졌고, 극신도 예전과 같은 메리트는 없었지만, 이 부분은 손봐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빌드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초각성기와 초각성스킬이 들어오고, 역천의 원기옥을 손봐줄거라고 생각했던, 제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아크그리드가 들어오고 기존의 금강선공을 활용하는 극신세맥이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새로 출시되는 레이드들이 하나 하나 무력이 중요한 레이드로 바뀌었습니다.
더퍼하면서 정말 매일 힘들었습니다. 고정 공대원들에게 미안하고, 울 것 같았습니다.
무력은 간신히 1인분 할까 말까고, 그마저도 무력이 필요한 순간에 운기조식이면 아예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금강선공을 조절하면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그걸 위해 10초 가량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1관 언령 "타올라라"나 협카 후 쉴드 까는 패턴은 답도 없습니다. 예상하기도 힘들고, 운기조식이 겹치면 그냥 7명에서 기믹을 하는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게다가 더퍼를 트라이 할 당시 무력에서 더 절망했던건,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적수는 개선 전이라서 충분한 딜 포텐을 띄울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 어떤 빌드로 바꿔도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과거엔 "원기옥의 낭만" 때문에, "빌드를 깎는 재미" 때문에, "전략적 강점" 이 있어서 버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원기옥은 남들 초각성 스킬보다 약한 범부가 되버렸고, 빌드를 깎던 극신 세맥은 없어졌고, 보스는 예측 할 수 없는 기믹을 줘버리고, 딜몰이의 전략적 강점 또한 없어졌습니다.
그렇다고 딜이 확실하게 상위권이다! 할 수도 없죠. (개인적으로 중위권보다 약간 더 높은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기공이 약해서, 기공이 불편해서 싫은게 아닙니다.
약해도 됩니다. 불편해도 됩니다. 근데 그만한 강점을 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약하지만 원기옥의 전략적 활용해서 전략적인 강점을 가진다던가,
불편하더라도 확실한 리턴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었어야 합니다.

매 레이드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면서, 금강 타이밍을 원기옥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운용하는 것에 비해,
불편한 조작감을 안고 가면서 플레이를 하는 것에 비해, 가져가는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겁게 기공을 즐기시는 분들에게는 징징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치만 너무 답답하고, 어디라도 이런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서 정리했습니다.

꼭 기공사 좋은 개선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저는 기공사가 다시 낭만을 찾는 날 돌아오겠습니다. (기공은 이제 고급 배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