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경미참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님.

고스펙 유저가 딜 밀어주고, 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깨고, 그 대가로 경매를 양보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꽤 합리적인 거래처럼 보임.

근데 조금만 이상하게 생각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미참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누군가 경매에 입찰했을 때 사람들이 화내는 이유다.

그 사람이 클리어를 방해했나?

아님.

보상을 뺏었나?

아님.

오히려 입찰가가 올라가면 나머지 사람들은 골드를 더 받는다.

그런데도 욕을 먹는다.

왜?

딱 하나다.

원래 어떤 사람이 싸게 먹기로 되어 있던 물건을
싸게 못 먹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미참을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도와주고 보상을 받는 문화”

라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보면 훨씬 단순하다.

강한 사람이 파티를 모집한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 경쟁자들에게 말한다.

“경매 들어오지 마세요.”

그러면 경쟁자가 사라진다.

그리고 자신은 경매 물품을 최소한의 경쟁으로 가져간다.

이상하지 않나?

보통 경매에서 참가자끼리

“우리 서로 입찰하지 말고 저 사람한테 싸게 넘깁시다”

라고 하면 그걸 아름다운 상부상조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런데 앞에 ‘딜을 밀어준다’는 한마디가 붙는 순간
우리는 갑자기 그걸 당연한 권리처럼 받아들인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싫으면 경미참 파티에 안 들어가면 되잖아?”

맞다.

그런데 그 말은 경미참이 정당하다는 설명이 아니다.

그냥 경미참이라는 관행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 파티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한번쯤 물어봐야 할 건 그거다.

도대체 언제부터
‘딜을 많이 넣는다’는 것이
경매 물품을 싸게 살 권리까지 의미하게 됐는가?

게임은 그런 권리를 준 적이 없다.

잔혈을 먹는다고 경매 우선권이 생기지 않는다.

스펙이 높다고 다른 사람의 입찰 버튼이 비활성화되지도 않는다.

경매창이 열리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버튼이 뜬다.

그게 시스템이다.

우리가 그 위에 이상한 계급 하나를 만든 거다.

강한 사람은 입찰해도 되고,
약한 사람은 입찰하면 욕을 먹는 계급.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그 계급을 만든 사람이 스마일게이트도 아니라는 거다.

우리 스스로 만들었다.

우리 스스로 입찰 버튼을 두고도 누르지 않기로 했고,

우리 스스로 누른 사람을 비매너라고 불렀고,

우리 스스로 누군가에게 경매 우선권을 만들어줬다.

생각해보면 꽤 우스운 일이다.

경매에서 가장 비정상적인 행동이
경매에 참여하는 행동이 되어버렸으니까.

나는 이제 경미참에서 누가 입찰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욕할 생각이 없다.

입찰 버튼을 누른 사람이 경매를 망친 게 아니다.

그 사람은 그냥 경매를 한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누르지 않는 게 당연하다”

고 믿어온 건 아닌지 생각해볼 때가 됐다.

경매창에서 입찰하는 사람을 욕하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해보자.

그 버튼은 왜 거기에 있는가.

그리고 정말 누군가에게 양보하는 것이 당연한 시스템이었다면

왜 게임은 아직도

당신에게도 똑같이

「입찰」

버튼을 보여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