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제목은 거창하게 써놓기는 했지만 그냥 흥밋거리 애깁니다.

 

블러드 엘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하이 엘프와 블러드 엘프를 서로 비교한다면

 

이 세력들 자체를 옛 세력과 새로운 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은 블러드 엘프 내에서조차

 

신세력과 구세력 간의 대립은 조금씩 그려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요.

 

 

 

일단 현재의 블러드 엘프는 표면적으로는 삼두정 체제를 취하고 있습니다.

 

섭정인 로르테마르를 필두로 대마법학자 롬매스, 순찰대 사령관 할두런 브라이트윙.

 

물론 이 중에서 실질적인 의사결정의 권한을 가지는 것은 로르테마르이구요.

 

그리고 정규군의 구성은 사실상 이들 셋과도 어느정도 밀접한 연관을 지닙니다.

 

블러드 엘프의 정규군은 혈기사단과 전투마법사들을 포함한 마법사들, 순찰대원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전투 사제와 같이 기타 범주에 속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이 중 섭정이 전체적인 지휘권을 갖는다하면 혈기사단은 불성 이후로 존재감이 떨어진 리아드린이,

 

마법사들은 롬매스가, 순찰대원은 할두런의 관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눈여겨 볼 대립은 바로 혈기사와 순찰대입니다.

 

 

아시다시피 혈기사는 블러드 엘프의 역사 내에서는 새롭게 떠오른 신흥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사제들이 성기사가 되었듯, 므우루로부터 힘을 갈취한 블러드 엘프 사제들이 성기사가 되었고

 

이는 기존에 신성한 빛을 섬기던 블러드 엘프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블러드 엘프 사회 내에서 최고의 정예 요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최초로 자원해 혈기사가 된

 

리아드린은 작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혈기사들이 뜨게 되면서 반대로 소외되어버린 세력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었고 그것은 바로 순찰대였습니다.

 

 

혈기사단이 생기기전까지만 해도 블러드 엘프, 정확히는 하이 엘프였던 이들의 군체계는 이 순찰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쿠엘탈라스 곳곳의 원정순찰대 오두막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랜 세월을 아우르는 엘프의

 

역사 동안 이들 순찰대원들은 트롤에 맞서, 오크에 맞서, 그리고 결국은 스컬지에 맞서 싸웠던 군대였습니다.

 

스톰윈드의 정문에 동상까지 만들어진 알레리아 윈드러너 역시 순찰대원이었고 현재의 밴시 퀸 실바나스나 섭정인

 

로르테마르 역시 순찰대원의 일원이었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엘프 사회 내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던 순찰대는 혈기사단의 창립 이후로 조금씩 그 자리를

 

빼앗기게 됩니다.

 

우선 혈기사라는 존재 자체는 사실상 신식 무기와 같은 존재로 인지 되었을 겁니다.

 

당장 게임 내에서 성기사와 사냥꾼을 비교하는 것은...세월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설정 상으로

 

새롭게 등장한 혈기사단은 훨씬 더 쓸모있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순전히 그것이 새로운 군대와의 격차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쿠엘탈라스가 아서스에 의해 침공당하던 당시 수도 외곽의 경비를 맡고 있었던 원정순찰대원들은 태양샘의 타락

 

이후 끔찍한 마력 중독을 겪었고 수도로부터는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고립되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순찰대원들 중 대부분은 일반적인 블러드 엘프와 달랐던 사고관, '죽을지언정 산 것의 마력을 흡수하며 살진

 

않겠다'라는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고 이들은 결국 하이 엘프로 남을 것을 택하게 됩니다.

 

아마도 어쩔 수 없이 블러드 엘프가 되기로 결심한 순찰대원들 역시 그 방식에 대해서 떳떳함을 느끼지는 않았을 겁니다.

 

반면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블러드 엘프 사회는 혈기사단으로 대표되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섭리를 깬다'라는 것으로

 

종족의 사상이 급속하게 변하기 시작했고, 어찌보면 기존 엘프들의 명예를 대표하던 순찰대원들은 하루 아침에

 

종족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지 않는, 조금은 이상한 존재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물론 여전히 순찰대는 블러드 엘프의 정규군에서 중요한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쉽사리 무시될 수 없는 존재들이긴 하지만

 

이들이 갖던 위상은 혈기사단에 밀려 어찌할 수 없이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되어버린 거죠.

 

 

실버문 도시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몇 가지의 대립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로 앙숙인 성기사 직업 상급자와 사냥꾼 직업 상급자, 그리고 블러드 엘프 경비병(아마도 혈기사인)들에게 사냥꾼

 

직업 상급자를 찾으면 희안하다는 듯이 되묻는 반응, 잔재했던 원정순찰대 오두막과의 대립 등...

 

또한 전체적으로 혈기사단에 입단하고 싶은 지원자 수와 순찰대가 되고 싶은 사람의 수도 급격한 차이가 생긴 것

 

같은데 이것은 사냥꾼 직업 상급자가 하는 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당신과 같이 제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라는 식으로요. 과거에 날리던 직종이었으나 현재는 아무도 되고 싶지 않은 직종이 되어버린것일까요.

 

사실 W2만 하더라도 하이 엘프의 엘프들은 기존 게임의 레인저(애초에 순찰대원이 Ranger의 번역이니)와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W3의 나이트 엘프 아처들처럼요. 심지어 W2에서는 Elven Druid들도 아주 잠깐 언급이

 

되었습니다.(이는 후에 W3가 나오면서 나이트 엘프들의 얘기로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만...) 현재의 블러드 엘프들이

 

가지고 있는 도시적인 이미지랑은 상당히 동떨어진 존재들이라는 것이죠. 블러드 엘프 초반지역 영원노래 섬의

 

NPC들도 언급하듯, 본래 엘프들은 자연과도 상당히 친화적인 존재였지만 현재는 통제를 잃어버린 자연들과

 

싸우고 있죠.

 

 

 

 

 

다행히(?) 이런 모습은 불성이 종료되고 태양샘이 복귀되면서 블러드 엘프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명예를 어느정도

 

되찾은 시점부터 조금씩 바래지긴 했습니다.(어찌보면 태양샘이 복구되어 다시 먹고 살만해졌으니 명예를 다시 찾기 시작한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오히려 불성 이후부터 블러드 엘프들이 모습을 보일 때 혈기사들이 가지는 비중은 점차 없어졌을 정도입니다.

 

리치왕의 분노 때는 달라란 내의 호드 세력인 선리버와 같이 블러드 엘프 사회 내의 마법사들 쪽에 좀 더 촛점이

 

맞추어졌고 대격변의 줄아만에서는 원정순찰대원들의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에서 할두런이 은빛서약단으로 대표되는

 

하이엘프의 순찰대원들의 도움을 받는 모습이 나옵니다.

 

판다리아의 안개에서 천둥의 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오히려 순찰대원들의 활약을 더 자주 볼 수 있구요.

 

어찌보면 불성이라고 하는, 연관되는 좋은 시나리오가 있었던 시절 한정으로 혈기사들의 부각은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는데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이 혈기사에 대해서 다시 언급할 수 있을 거라고 하니 그들의 위치를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