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 말기, 부랄친구 두 명의 권유로 처음으로 마우스와 키보드로 움직이는 3D 게임을 접했다. 그 게임이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다.

방대한 세계관과 그래픽에 매료됐고, 레벨업만으로도 너무 즐거웠다. 오그리마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Cuanto tiempo’라는 길드에 가입하게 됐다. 길드장님은 “첫 길원”이라며 왕초보였던 나를 정말 많이 챙겨주셨다.

만렙을 찍은 뒤 길드장님이 “쐐기돌이라는 콘텐츠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당시 나는 귀여운 판다렌에 푹 빠져 ‘내구’라는 양조 수도사를 키우고 있었고, 길드원들과 함께 신화 던전을 하나씩 돌아다니며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글로벌에서 2단 쐐기를 가게 됐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리더라고?’

와우를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초보였던 나는 같이 가신 분들께 “저 진짜 초보예요.“라고 먼저 말씀드렸다. 파티원분들은 한 무리씩 천천히 풀링을 알려주셨고, 나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불을 내뿜으며 탱킹했다.

하지만 전멸도 많이 하고 실수도 너무 많았다. 죄송한 마음에 등이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렸고, 뒷목에서도 땀이 줄줄 흘렀다. 그날 이후 한동안은 쐐기가 너무 무서워서 만렙만 찍고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며 와우의 세계를 구경하는 재미로 게임을 즐겼다.

형상변환도 모으러 다니고, 애완동물 대전도 해보고, 업적 파티도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격전의 아제로스 말기에 ‘너만없어 티탄벼림’ 길드에 가입하게 됐다. 그곳에서는 분노 전사로 7~8단 정도의 쐐기를 무난하게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조금씩 게임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용군단에서 다시 복귀했다. 이번에는 ‘존중하는사람들’ 길드에 가입했고, 길드장님과 처음으로 디스코드를 하며 탱킹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배웠다.

예전에 해봤던 아탈다자르와 웨이크레스트 저택은 익숙했던 던전이라 자신감도 조금 붙었고, 결국 인생 처음으로 쐐기 18단까지 클리어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예전엔 2단에서도 식은땀을 흘리던 내가 18단을 깨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직도 일반 레이드나 영웅 레이드는 제대로 가보지 못했고, 공찾만 몇 번 다녀본 것이 전부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유부남이 되어 다시 아제로스로 돌아왔다.

이번 목표는 단 하나.

영웅 레이드 학원 파티를 클리어하는 것.

다시 돌아온 초보 탱커의 여정.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