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로스트아크를 즐기는 모험가 사이에선 '로요일'로 불리기도 한다. 각종 업데이트가 진행되는 날이기도 하며, 결정적으로 주간 단위로 구성된 각종 콘텐츠의 입장 제한이 해제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요일은 남은 일주일의 스케줄을 결정하는 날이기도 한데, 이때마다 생각나는 속담이 하나 있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말이다. 이왕 겪어야 할 일이라면 어렵고 괴롭더라도 먼저 치르는 것이 낫다는 걸 의미하는데, 가장 하기 싫은 콘텐츠를 가급적이면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도록 스케줄을 짜기 때문이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빨리 처리하자'라고 생각하는 콘텐츠는 개인적으로 리허설과 데자뷰를 예로 들 수 있다.


▲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보상으로 구성된 만큼, 반드시 소화하는 콘텐츠 중 하나다.



"뉴비 시절엔 도움이 되었던 리허설, 레벨 구간에 따라 숙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리허설과 데자뷰는 쿠크세이튼과 아브렐슈드가 업데이트되며 함께 추가된 보정 콘텐츠다. 공통적으로 해당 콘텐츠는 군단장 레이드 입장 기회를 사용하지 않고, 좀 더 낮은 난이도로 구성된 레이드이며, 클리어 보상으로 각종 성장 재료로 교환이 가능한 '표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쿠크세이튼이 업데이트되던 당시, 노말 난이도 입장 레벨을 달성하지 못했던 입장에선 리허설이 확실히 도움이되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하는 패턴이나 난이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어느 정도 해당 콘텐츠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클리어 보상으로 주어지는 표식은 '전설 각인서 선택 주머니'부터 '전설 카드 팩 선택 상자', 각종 성장 재료로 교환이 가능한 만큼, 매주 꾸준히 참여할 동기가 확실하게 부여됐다. 특히, 골드가 부족하던 시기에 전설 각인서를 확정으로 얻을 수 있던 만큼, 캐릭터의 성장에도 확실한 도움을 주기도 했다.


▲ 당장 필요 없는 보상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도움이 되는 보상을 먼저 교환하곤 한다



하지만, 쿠크세이튼 노말을 진행할 수 있는 1,475레벨을 달성하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교환 상점에선 교환하지 못한 품목이 여러 종류 있었기에, 쿠크세이튼 노말 트라이나 클리어와 병행해서 스케줄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세트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도 일부 교환 가능 품목이 남아있기도 했다.

거의 비슷한 구성을 지닌 레이드와 리허설의 특성상, 반복되는 과정 중 하나로 여겨졌기에 리허설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리허설 일정을 소화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성장에 필요한 각종 재료 등 다양한 보상 아이템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체험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노동이 되어버린다



"아브렐슈드에서도 등장한 '데자뷰', 포기하자니 좋은 보상이 딜레마를 부른다.

리허설에서 어느 정도의 필요한 보상을 수령한 이후, 리허설을 진행하는 일은 없었다. 그마저도 꼭 필요하지 않았던 수호석 결정 상자나 메넬리크의 서 카드 팩은 교환하지 않은 채로 남겨뒀다. 길게는 몇 달간의 주간 숙제 하나를 덜어냈다는 생각에 해방감을 느끼기기도 했다.

하지만, 아브렐슈드가 등장하며 쿠크세이튼과 동일하게 '데자뷰'라는 보정 콘텐츠가 등장했다. '몽환의 표식'으로 교환이 가능한 품목을 확인했을 땐 군침이 싹 돌았지만, 이내 반가운 마음보다는 걱정이 눈 앞을 가렸다. 최종 콘텐츠인 아브렐슈드 1~6관문 트라이와 데자뷰를 병행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실제로, 총 8명의 스케줄이 맞아야 하는 점과 아브렐슈드 노말 트라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첫 주차엔 데자뷰 없는 일정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이전에 경험했던 리허설과 달리 콘텐츠 경험이 역순으로 진행되었다. 노말을 클리어한 이후 데자뷰를 진행한 케이스인데, 상대적으로 더 높은 난이도의 경험이 있던 만큼, 클리어에 대한 부담감 자체는 적었다.


▲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괜찮은 보상이었다



부 캐릭터 육성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보상을 받기 위해 여전히 데자뷰 일정을 소화하고는 있지만, 썩 유쾌한 경험이 되고 있진 못한 실정이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역시 보정 콘텐츠라는 단점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 취지와 맞지 않는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도 포함되어 있다.

보정으로 진행되는 리허설, 데자뷰의 특성상 캐릭터의 스펙에 따라 클리어 시간에 큰 차이가 생기진 않는다. 오히려 보정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부 직업을 포함한 조합이 더 중요해지기도 한다.

리허설과 데자뷰의 업데이트 취지는 어느 정도 '체험'에 초점을 맞춰 등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세 번째 군단장 '광기군단장 쿠크세이튼'이 업데이트되며 공개된 공지에선 리허설 콘텐츠를 '좀 더 낮은 난이도로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숙련도를 높이실 수 있는 콘텐츠'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도에 맞게 체험 단계가 유효한 구간도 있지만, 반대로 전혀 유효하지 않은 구간도 있기 마련이다. 단계적으로 숙련도를 높일 필요가 없는 일부에겐 이러한 체험 콘텐츠는 딜레마로 남게 된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해당 콘텐츠에서만 획득이 가능한 재화로 교환 가능한 품목이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또한, 반복되는 횟수 역시 문제로 작용하기도 한다.


▲ 원정대 단위 교환 물품 기준으로 리허설은 약 17주, 데자뷰는 약 18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리허설, 데자뷰 콘텐츠의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리허설/데자뷰를 진행하지 않고 보상을 받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다만, 보다 더 효율적인 것을 찾고, 웬만하면 손해를 보기 싫어하는 RPG 게이머의 특성상, 이러한 선택을 하는 건 더욱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데자뷰나 리허설처럼 상대적으로 보상의 값어치가 높을수록 이러한 선택지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결국, 입장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리허설과 데자뷰 콘텐츠가 '체험'이라는 취지에 맞게 작용하느냐에 대한 부분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일리아칸부터 카멘까지 총 2개의 군단장 레이드가 새롭게 업데이트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군단장 레이드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된 체험 콘텐츠가 추가되고,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보상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다. 리허설, 데자뷰의 모든 보상을 획득한 이후 기다리고 있는 건, 앞으로 나올 새로운 군단장 레이드의 보정 콘텐츠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 앞으로 나올 일리아칸과 카멘 군단장 레이드에서도 보정 콘텐츠가 등장할까?



사실 입장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고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인 만큼, 모든 모험가가 만족할만한 대안을 제시하긴 어렵다. 다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피로감에 대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먼저, 리허설과 데자뷰는 보정 콘텐츠인 만큼, 진척도가 더디게 느껴진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관문별 플레이 시간은 10분 안팎이지만, 체감되는 시간은 그 이상이다. 근본적으로 재미가 없어서 그렇다는 의견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재미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보정 자체가 일종의 페널티처럼 느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물 세트 효과나 카드, 보석, 트라이포드 등 캐릭터 스펙에 큰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가 적용되지 않기에, 족쇄를 주렁주렁 차고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쉽게 지울 수 없기도 하다.

윗 단계인 노말이나 하드에선 당연하게도 유물 세트부터 카드까지 다양한 요소가 적용된다. 리허설과 데자뷰가 출시된 취지가 단계적으로 숙련도를 올리는 연습의 일환이라면, 이러한 요소(유물 세트, 트라이포드 등)들도 사실 리허설과 데자뷰에 포함되어 있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제한적인 스펙의 적용이 재미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보정 콘텐츠의 단점과 더불어 진행 자체의 간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리허설이나 데자뷰를 플레이하면 콘텐츠 자체가 무겁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관문 자체가 많은 것도 큰 영향을 주지만, 각 관문별로 이동 시 꼭 보게 되는 컷신이나, 잡몹 구간 등에 소요되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체험'이 목적이라면 이처럼 무겁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들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주간 단위로 1주차엔 1~2관문, 2주차엔 3~4관문을 플레이하는 식으로 피로도를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공통적으로 리허설/데자뷰를 묶어 한 번만 보상을 획득하게 하는 식의 대안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포기하기 아쉬운 보상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부분은 더 높은 난이도의 군단장 레이드의 보상으로 주어지는 재료를 이용해 일정 비율 표식으로 교환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 등의 대안이 있기도 하다.


▲ 비율은 고려해야 하지만, 해당 재료를 표식으로 바꾸는 것도 괜찮은 대안 중 하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