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멘에서 등장한 '격돌'
미니 게임형 기믹이나 찬성과 반대 극명
격돌 기믹이 카운터처럼 자리잡을 수 있을까?





왜 미니 게임 '격돌'은 호불호가 갈릴까?
'격돌'은 로스트아크 레이드에서는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미니 게임형 기믹이다. 미니 게임 기믹은 보스의 특수 패턴을 해결하기 위해 특수한 게임을 진행하는 패턴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제한 시간 내에 특정 키를 입력해야 하는 '아재 패턴(QTE)'이 있다. 쿠크세이튼의 마리오 기믹이나 하누마탄의 스페이스 연타도 '미니 게임'형 기믹이다.

카멘에서 시작한 '격돌'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원래도 호불호가 갈리던 패턴인데, 에키드나에 격돌이 출시되며 신규 보스 베히모스까지 격돌이 꾸준히 등장할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커뮤니티에서는 격돌을 선호하는 측과 불호하는 측의 의견이 뜨겁게 대립 중이다.


- 미니 게임의 역사

미니 게임 기믹의 시조는 오레하의 우물 '세토'의 키보드 패턴이 시작이다. 카이슈테르의 공성 병기를 최초로 보기도 하나 보통 신선한 미니 게임하면 세토가 먼저 떠오른다. 오레하의 우물 두 번째 관문 보스인 세토는 일부 패턴에서 강제 기절 후 광역 장판 공격을 가하는데, 화면에 뜬 키보드를 눌러야 기절을 해제할 수 있다. 이 패턴이 이른바 '아재 절단기'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어 현재는 키보드 패턴 대부분이 '아재 패턴'이라는 불리게 됐다. 해당 패턴은 연습용 웹 사이트가 나오거나 등장하는 키 패턴 분석 등 다양한 관점의 파훼법이 나오며 큰 화제를 모았다.

미니 게임 기믹의 가장 큰 특징은 색다른 파훼 방법이다. 무력화, 카운터, 부위 파괴라는 단순한 조합을 깨고 다양한 기믹 파훼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새로운 놀이 방식을 보여주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기존 조작 방식과 다른 파훼법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레이드의 콘셉트가 미니 게임과 닿아 있던 '쿠크세이튼'이나 '세토'에서는 미니 게임이 호평을 받았지만, 비슷한 기믹이 활용된 하누마탄이나 비아키스에서는 딱히 레이드와 관련이 없는 미니 게임 요소에 불호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호불호는 갈렸지만, 세토에서 시작된 '미니 게임'은 로스트아크 주요 레이드에 흡수되어 현재도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아브렐슈드의 키보드 감금이나 낚시 미니 게임과 유사한 일리아칸의 익수 기믹, 3관문 카멘 55줄에서 나오는 역 키보드 패턴 등 새로운 시도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 미니 게임 기믹의 시조격인 세토의 '아재 패턴'

▲ 비교적 최근에 추가된 일리아칸의 '익수'


- 유독 격돌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현재도 미니 게임형 기믹이 있는데 왜 격돌이 문제가 될까?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격돌은 로스트아크에서 처음 시도된 리듬 게임형 기믹이며, 페널티가 큰 편이다. 격돌 도중 노트를 놓치는 '배드'가 일정 수 이상 쌓이면 캐릭터가 사망하며, 중요한 공격 기회도 놓치게 된다. 리듬 게임을 못하는 '박치'라면 꽤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에키드나 뱀 격돌 실패 시 캐릭터뿐 아니라 뱀 주변 공격대원이 전부 즉사 판정의 공격을 받는다. 4-1 카멘의 격돌은 '굿'이 나온 순간 공격력 감소 구체가 등장하기에 사실상 올 퍼펙트 판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1인의 실수가 공격대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내부 외부'와 같은 특임조 기믹의 단점과 비슷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격돌은 구 프로켈, 현 일리아칸 3관문과 카멘 4관문의 내부 기믹처럼 누군가는 수행해야 하지만, "하고 싶지는 않은 기믹"이라는 점이 문제다.

격돌이 카멘만의 기믹이었다면 화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에키드나에도 연달아 등장하며 '카운터'처럼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만약, 격돌이 대중화된다면 현재의 누적 무력화를 대체하는 특수한 딜타임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베히모스에도 격돌과 유사한 컷씬이 등장해 격돌이 나올 가능성을 비췄다. 어찌 보면 레이드마다 내부 외부 식 특임조가 생기는 셈이다.


▲ 에키드나에도 격돌이 나오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 '베히모스'의 스페이스 패턴은 연출상 격돌이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다

▲ 실패 시 최소 사망, 기본 재시도라는 페널티가 문제로 꼽힌다


- 격돌에도 장점은 있다

반대로 격돌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실패하면 죽는다는 '격돌'의 단점은 로스트아크 레이드 기믹 대부분이 가진 특징이다. 무력화나 카운터가 실패해 전멸했다 해도 불만을 가지는 모험가는 극히 적다. 당장 카멘에도 격돌과 유사한 미니 게임형 기믹이 있다. '전세 사기'로 유명한 55줄의 역 키보드 패턴이다. 해당 기믹에서 감금을 풀지 못하면 안전지대로 이동하지 못해 그대로 죽게 된다. 하지만, 키보드 패턴 관련 호불호가 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격돌' 또한 일정 기간 적응기를 거치면 무난히 수행할 수 있는 기믹이 될 수 있다.

격돌은 특수한 미니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질적이긴 하나 트리시온 연습장이 있어 연습할 수 있고, 레이드 내부 기믹처럼 특정한 숙련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응하면 누구나 가능하다. 현 레이드의 격돌은 반응 속도와 연습의 문제이지 리듬적 요소가 적기도 하다. 본격적인 리듬 요소가 들어가는 격돌은 4관문 카멘의 4-1, 4-3 격돌 정도다.

격돌은 '보스와 힘을 겨룬다'는 점에서 앞선 미니 게임과 다르게 꽤 의미 있는 기믹이기도 하다. 에키드나 2관문 왕 에키드나의 격돌이 대표적이다. 공격대원 한 명이 에키드나의 광역 공격을 막아내며, 힘을 겨루는 공격대원 뒤로 안전지대가 만들어진다. 보스와 힘을 겨루며 공격대를 지킨다는 격돌 취지에 맞는 멋진 장면이다.


▲ 사실 본격적인 리듬 요소가 들어간 격돌은 4관문 정도다


격돌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MVP 영향력이다. 딜러 캐릭터가 격돌을 잡을 경우, 중요한 파티 공격 타이밍에 열외가 되며 그만큼 MVP 지분을 잃게 된다. 3관문 카멘의 1, 2격처럼 보호막 상태이면 모를까 다른 격돌 패턴의 보스는 모두 체력이 노출되어 있기에 격돌 시간만큼의 딜량이 고스란히 MVP에 반영된다.

3인에게 버프를 주는 서포터가 격돌을 잡을 수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파티에서 가장 약한 딜러가 격돌을 담당하게 된다. 공개 파티에서는 일부 클래스가 강제로 격돌을 잡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분명 보스를 상대로 힘겨루기하는 멋진 기믹인데, MVP 기여로 인해 '잔혹한 혈투사'를 노리는 딜러라면 꺼리는 기믹이 된 셈이다.

격돌의 공격 타이밍이 제법 긴 편이기에 서포터의 버프 안에 고화력 스킬 피해를 가할 수 있는 캐릭터의 주가가 높아지는 문제도 있다. 정해진 타이밍에 고정된 보스를 상대로 피해를 가하기에, 캐릭터 조작 능력보다 단순 DPS가 높은 캐릭터가 유리한 구조다.


▲ MVP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격돌의 단점 중 하나


- 대안은 없을까?

일차적인 대안은 비교적 간단하다. 격돌 패턴을 빼면 된다. 격돌과 비슷하게 호불호가 갈리며 사장된 패턴이 있는데, 바로 키보드 연타 패턴이다. 이 패턴은 하누마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 모험가들의 의견을 의식했는지 거의 지양되는 모양새다. 하누마탄의 리메이크로 등장한 '시련 하누마탄'에서조차 키보드 패턴이 빠졌을 정도다.

격돌을 모두 하고 싶은 기믹으로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격돌에 참가한 인원에게 격돌 시간을 만회할 수 있는 큰 이득을 주거나, 격돌을 선호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격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MVP에 영향이 갈 수 있는 요소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카멘처럼 격돌 때만 보호막을 부여하거나 에키드나의 뱀을 MVP에 계산되지 않는 보스 이하 소환물로 바꾸면 간단하다. 격돌을 잡더라도 대미지 손해가 나지 않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다. 왕 에키드나의 격돌이 좋은 사례다. 왕 에키드나는 기본적으로 받는 피해 감소 상태라 피해가 들어가지 않고, 격돌 중에 계속 공격이 이어지기에 파티원들이 격돌을 기다려야 한다.

격돌 상황을 공평하게 바꾸는 방법도 있다. 비아키스의 패턴처럼 여럿이 동시에 격돌을 진행하거나 실패 페널티를 합산으로 부여해 일정 수치까지는 봐주는 식으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발탄에서 시작해 로스트아크 주요 기믹으로 자리 잡은 '카운터'가 비교 사례다. 카운터 패턴과 격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상에 있다. 카운터 기믹의 경우 성공 시 메시지 등을 통해 내가 해냈다는 느낌과 보스의 그로기라는 두 가지 이득을 볼 수 있다. 1인의 기여가 공격대 전체의 이득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현재의 격돌은 누군가가 해야만 하는 숙제의 느낌이 강하다. 보스와 겨룬다는 영웅적인 느낌의 기믹이 강화되면 카운터처럼 좋은 기믹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


▲ 보스와 겨룬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왕키드나 격돌 패턴

▲ 격돌과 유사하지만 8인이 동시에 각자의 화면에서 진행하며
실패 기회도 여유로웠던 비아키스의 아재 패턴

▲ 카운터는 쳤을 때의 짜릿함이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