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업데이트의 방향이 만족스럽지 못한 패치가 진행되면 여론은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때마다 '망조의 짐승'이라 불리는 '칼엘리고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 이는 로스트아크에서 일종의 밈처럼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 1에 대한 경험이 없는 만큼, 칼엘리고스가 어째서 망조의 짐승으로 불리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이번에 칼엘리고스가 망조의 짐승으로 불리게 된 이유를 알아보려 한다.


▲ 칼엘리고스가 '망조의 짐승'이라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칼엘리고스의 최초 등장은 시즌 1이다. 정확한 등장 일자는 2019년 4월 10일인데, 이때 등장했던 칼엘리고스는 가디언 토벌 5단계의 마지막 가디언으로 등장했다. 3단계 가디언인 '칼벤투스'의 강화판 가디언인 만큼, 일부 패턴을 공유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난이도 면에선 당시 그 어떤 가디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악랄함을 자랑했다.

기존 '칼벤투스'와 마찬가지로 광폭화(환뇌룡화)가 존재하는 보스였는데, 한번 광폭화에 들어가면 무수한 광역기와 즉사에 가까운 대미지를 선사했기에, 파티를 순식간에 전멸시켰다. 특히, 광폭화 상태에선 일부 패턴이 보고 피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전조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빨랐다.

이러한 칼엘리고스의 광폭화는 강제로 진행되는 패턴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의 유예를 두는 방법이 있었지만, 광폭화 자체를 스킵하는 방법이 없었다. 광폭화를 해제하기 위해선 '황금 뇌운' 버프를 활용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4명이 범위 안에 있어야 공략이 가능했다.


▲ 현재의 칼엘리고스도 다른 가디언에 비하면 토벌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패턴 자체가 위협적이고 '황금 뇌운' 버프는 랜덤한 대상으로 부여됐기에, 광폭화 패턴 시 한 명이 칼엘리고스의 어그로를 끄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를 '드리블러'라 불렀는데, 이러한 역할이 필요한 이유는 칼엘리고스가 어그로 대상이 없을 시 '황금 뇌운' 버프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리블러가 칼엘리고스를 상대로 어그로를 끌며 버티다가 '황금 뇌운' 버프가 들어오면, 남은 3명과 함께 '은신 로브'를 사용해 칼엘리고스에게 근접하는 식으로 공략이 이루어졌다. 이미 정공법으론 파훼가 불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흔히 '억까'라 불리는 불합리한 패턴이 다수 등장하기에 난이도가 높았고, 파티원간이 호흡 역시 중요했다.

'황금 뇌운' 버프로 황금 뇌전을 두 번(총 8회) 적중시키면 그로기 이후 부위 파괴를 할 수 있었다. 부위 파괴에 성공하면 칼엘리고스의 광폭화를 해제할 수 있었는데, 부위 파괴 수치마저 빡빡했고,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어 원래라면 사용하지 않는 부위 파괴 용도의 스킬을 기용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세팅으로도 부족한 파괴를 메꿀 수 없던 일부 클래스는 파티 지원마다 거절의 고배를 들어야 하기도 했다.

이러한 드리블이나 광폭화 저지 이외에도 부족한 공략 시간도 발목을 잡았다. 극악의 패턴을 파훼하며 얼마 없는 딜 타임을 활용해야 했고, 배틀 아이템의 여유가 없어 '신호탄'을 들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에 지체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 아브렐슈드 2관문의 내부 딜러처럼, 특수 임무 수행에 필요한 인원을 따로 모집해야만 했다


이처럼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 칼엘리고스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선사하며 많은 모험가의 원성을 사고 있었다. 난이도가 높고, 클리어가 어렵기만 했다면 사실 '망조의 짐승'이라는 칭호까진 붙지 않았을 것이다. '레이드 즉시 완료' 기능이 추가되기 전까진 말이다.

칼엘리고스가 등장한 뒤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난이도에 대한 원성이 자자했던 탓일까. 로스트아크는 업데이트를 통해 '레이드 즉시 완료' 기능을 추가했다. 어떻게 보면 극악의 난이도에서 오는 피로감을 덜어줄 일종의 편의성 업데이트로 바라볼 수도 있었지만, 적용된 콘텐츠가 당시 최종 콘텐츠라는 점이 문제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아브렐슈드 하드 5, 6관문에 즉시 완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 하드 아브렐슈드를 클릭 한 번에?...


레이드 즉시 완료 기능의 추가는 로스트아크가 아닌 다른 게임의 유저에게까지 소문이 전해질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났다. 그도 그럴 것이, 모바일 게임처럼 특정 콘텐츠를 즉시 완료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유료 재화로 대체된 레이드 즉시 완료에 대한 우려는 향후 로스트아크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불거지며,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또한, 칼엘리고스의 버스 방식 등 다양한 문제가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고, 모험가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물론, 해당 기능 자체가 적용되었던 범위가 더이상 확장되지 않았고, 3티어 장비의 등장으로 가디언 토벌의 재료가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중요도가 낮아졌다. 결과적으로는 가디언 토벌의 무게감이 덜어지며, 어느 정도 선택 요소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사용률은 점차 줄어들었고, 논란의 불씨 역시 작아지게 되었다. 결국 '레이드 즉시 완료' 시스템은 등장한지 78일 만에 폐지가 결정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 당시 최종 콘텐츠를 크리스탈로 해결할 수 있었던 '즉시 완료' 기능


일명 '즉시 완료권' 사태 이후 우스갯소리로 '무덤'이라고 불리는 '낙원의 문', 욘 대륙이 등장하며 진행된 하드 리셋 등 다양한 악재가 이어졌고, 로스트아크를 꾸준히 플레이한 모험가들에겐 그리 좋지 않은 추억으로 자리를 잡게 된 모양이다.

이후 칼엘리고스는 시즌 2에 들어 새롭게 리메이크가 진행되었고, 6단계 가디언 토벌에 다시 등장했다. 시즌 1에 비하면 난이도 자체는 양반이었지만, 직전 가디언이 쿤겔라니움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상대적으로 어려운 난이도로 출시된 느낌이었다.

칼엘리고스는 아브렐슈드 계승 장비 재련에 필요한 재료를 드랍했고, 새로운 장신구인 팔찌를 획득할 수도 있었기에 하루 2회 수확이 중요한 가디언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특히, 유물 팔찌의 경우 랜덤으로 옵션이 부여되는 특징을 지녔기에, 중요도는 더 높았다.

하지만, 유물 팔찌가 출시된지 불과 2달 만에 상위 등급의 고대 팔찌가 등장하게 된다. 기존 장비의 유통기한이 이렇게까지 짧은 경우는 흔치 않았고, 랜덤으로 옵션을 띄워야 하는 팔찌 특성상 기존 유물 팔찌에 비용을 투자한 모험가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물론, 이외에도 일부 팔찌 효과가 부여되지 않는 현상 등이 겹치며, 여론은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몇 차례의 공지를 통해 옵션이 부여되지 않던 문제가 있던 유물 팔찌의 전량 복구가 진행되었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유물 등급의 팔찌를 고대 등급으로 승급하는 기능이 추가되며,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 유물 팔찌 전량 재지급 및 승급 기능 추가가 진행되었다


예상치 못하게 출시된 고대 등급의 팔찌는 사실상 하누마탄과 상위 단계의 카오스 던전, 아브렐슈드 하드 난이도가 출시되며 발생한 문제지만, 왜인지 모르게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건 칼엘리고스였다. 사실 즉완권 사태도 해당 시스템이 등장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었던 것이지만, 당시 최종 콘텐츠에 칼엘리고스가 있었기 때문에 '망조의 짐승'이란 오명을 산 것으로 보인다.

간혹 '망조의 짐승'이 칼엘리고스라는 것은 억측이라는 의견을 볼 수 있었는데, 일련의 사건들을 살펴보니 칼엘리고스의 입장에선 억울한 면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앞으로 등장할 시련 칼엘리고스를 이야기하며, 여전히 밈으로 칼엘리고스를 '망조의 짐승'으로 표현하고 있기도 한데,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 칼엘리고스가 사건의 범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