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VP를 즐기는 모험가들 사이에서 지난 7월 6일 업데이트가 화제다. 기상술사 출시와 함께 PVP 밸런스 패치를 진행했는데, 여기서 'Z축'이라는 새로운 판정이 추가됐다. 기존 로스트아크의 PVP에서는 X축 Y축(가로세로 2차원)에서만 판정이 존재했고, '음파 진동' 등 극히 일부 스킬만 공중에 뜬 적에게 Z축 판정(높이 판정)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패치 이후에는 '용의 강림', '점핑 스매쉬' 등으로 공중에 떠오른 캐릭터 모두가 X/Y축으로 시전되는 스킬을 맞지 않는다.

패치 이후로는 공중에 있는 캐릭터는 발밑으로 날아오는 투사체를 통과하면서 이동한다. 기존에는 공중에 뜬 캐릭터가 상태 이상 스킬을 맞고 얼어버리거나 공중에서 지상으로 다운되는 등 어색한 장면이 많았다. 그런 시각적인 가시성을 패치로 개선한 셈이다. 문제는 이 Z축 패치가 너무 큰 변화라는 점이다.


▲ 공중 돌진 중에 상태 이상에 걸려 동상이 되는 과거의 모습



▣ PVP 한정 Z축 높이 판정 등장! 어떤 원리일까?

7월 6일 이후로 공중으로 떠오르는 대부분의 스킬(이하 '점프 스킬)들에 'Z축 높이 판정'이라는 새로운 판정이 붙었다. 아브렐슈드 5관의 기믹 중 공중에 뜨는 것으로 즉사기를 회피하듯, PVP에서도 'Z축 높이 판정' 상태인 캐릭터는 '높이 판정이 더 낮은' 모든 스킬을 무시한다.

블래스터가 발사한 '빙결탄'의 투사체를 인파이터의 '용의 강림'으로 점프한다면 높이 판정에서 우위를 가진 용의 강림이 빙결탄의 투사체를 완전히 무시하고 움직일 수 있다. 이는 투사체를 흡수하는 '무적', '회피'와도 다른데 'Z축 높이 판정'은 캐릭터가 물리적으로 높아지는 것이기에 투사체를 맞지 않고 관통해버린다. 그렇다면, Z축 높이 판정을 지닌 원거리 투사체 스킬은 있을까?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Z축 높이 판정을 지닌 스킬이 스킬의 이펙트를 관통하는 것이 확인됐다.


▲ 'Z축 높이 판정'을 이용해 투사체를 회피하는 인파이터


판정 방식은 점프 스킬의 자체 모션과 거의 동일하다. 스킬 선행 모션 - 공중에 뜸 - 낙하의 3단계 중 공중에 뜬 상황에서만 'Z축 높이 판정'이 적용되며, 선행 모션과 낙하 단계에서는 정상적으로 피격된다. 다양한 클래스의 스킬로 실험 결과 모션이 깔끔하게 분리되는 스킬이 있는가 하면, 선행 모션과 공중에 뜨는 단계에서 1~2프레임 정도 무적 구간이 존재하는 스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스킬 높이에 따른 차이로 보인다). 이 상태에서는 피격된 투사체가 관통되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린다. 상태 이상 등도 무시하고 피해도 받지 않는 것으로 보면 무적에 가까운 상태로 추정된다.

블래스터가 '다연장로켓포'를 시전하는 것을 보고 디스트로이어가 '점핑 스매쉬'로 진입한다고 가정해보자. 7월 6일 업데이트 이전이었다면 '다연장로켓포'의 '기절효과' 트라이포드로 인해 첫 탄에 맞은 디스트로이어가 공중에서 기절 상태에 빠져야 한다.

하지만 업데이트 이후로는 '점핑 스매쉬'의 Z축 높이 판정으로 다연장로켓포의 초탄을 관통하면서, 착지 지점에서 블래스터를 공격하고 피격 이상 상태로 만들 수 있다.


▲ '다연장로켓포'를 '점핑 스매쉬'로 회피하는 디스트로이어


이미지를 조금 더 천천히 돌려보면 'Z축 높이 판정'을 이해하기 쉽다. 슈퍼 아머를 얻으며 디스트로이어가 점프하기 직전까지 피격 판정이 있지만, 공중에 뜨는 순간부터 착지 직전까지 Z축 높이가 적용되어 경로에 있는 모든 투사체를 무시한다. 이후 낙하 단계가 되면 다시 피격 판정이 생성되고 낙하 직후 다연장 로켓포에 피격 된다. 단, 이전처럼 낙하 위치에 스킬을 깔아둔다 하더라도 '점핑 스매쉬'의 공격 판정과 디스트로이어의 피격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두 캐릭터가 전부 날아간다. 과거와 같은 진입기 대응이 더는 불가능한 셈이다.

점프형 스킬의 낙하 - 피격 판정과 스킬의 공격 판정 순서는 스킬마다 다른 것으로 보인다. 거의 대부분의 점프형 스킬이 낙하와 동시에 피격이 발생, 최소 러브샷을 노릴 수 있지만, 스킬 간의 우위나 피격 이상 면역 - 경직 면역 차이에 따라 점프형 스킬을 과거처럼 받아치는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


▲ 낮은 프레임으로 보면 14발의 투사체 중
착지 지점의 3발만 맞은 것을 알 수 있다



▣ 공/방 구도의 대격변... Z축 패치가 화제인 이유

"이번 PVP 밸런스 패치에서는 공방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증명의 전장 한정으로 Z축 높이 판정이 모두 적용되도록 개선하였고 일부 클래스 스킬의 판정 높이도 이러한 개선에 맞춰 함께 조정하였습니다.(중략)이후로는 이번 PVP 밸런스 패치 및 높이 판정의 변화 등에 따른 지표들을 꾸준히 살피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 보완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7월 6일 개발자 노트

7월 6일 개발자 노트를 읽어보면 Z축 판정은 여러모로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공방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 붙기 때문이다. 로스트아크의 PVP는 '진입'과 '방어'에서 많은 교환이 일어난다. '디스트로이어'와 '호크아이' 등 극단적인 상성을 예로 들면, 진입과 방어에서 거의 모든 싸움이 일어난다고 봐도 될 정도다. 공격자가 '진입'을 위해 스킬(점핑 스매쉬)를 사용하면, 그 스킬을 보고 적절한 반격이 될 수 있는 스킬(크레모아 지뢰)로 진입기를 받아치는 것이 패치 이전 공방의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Z축 높이 판정 스킬의 추가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점프형 진입기'를 가진 클래스가 상대방의 원거리 투사체를 무시하면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머너가 '마력의 질주'처럼 강력한 견제기를 시전 중이라도 디스트로이어가 '점핑 스매쉬'의 무적 판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일방적으로 서머너를 넘어뜨리거나 최소 서로 날아가게 만들 수 있다.

기존처럼 점프 스킬을 보고 즉시 상태 이상 스킬을 날려 대응하거나 착지 위치에 스킬을 깔아둬서 피격 이상을 유발하는 플레이가 불가능해졌으며, 피격 이상 면역과 상태 이상 공격이 함께 존재하는 워로드의 '카운터 스피어', 창술사의 '절룡세' 정도가 아니면 사실상 점프 공격을 방어하거나 러브샷을 유도하는 정도의 공방만 가능해졌다.


▲ Z축 높이 판정으로 시전자의 공격권이 한층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PVP 밸런스의 구도가 완전히 변하게 됐다. 각 클래스별로 가진 점프 스킬의 여부도 달랐기 때문에, 기존에 PVP를 즐기던 모험가들 입장에서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좋은 판정의 점프 스킬을 가진 클래스는 상대적으로 상향을 받았지만, '서머너'처럼 점프 스킬이 없는 클래스는 상대적으로 하향을 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점프 스킬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응 불가성 때문이다. Z축 높이 판정 상태인 캐릭터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 기존 PVP에서 최고의 판정은 반격기와 각성기, 일부 아이덴티티 시전 중에 따라붙는 '상태 이상 면역 + 피격 이상 면역'과 스킬에 붙는 확률형 회피 정도였다. 이런 특수한 스킬이 아니라면 상대 공격에 대해 반격이 가능한 것이 일반적이다. 약경직 - 강경직 - 피격이상 - 상태이상 순으로 스킬 간의 상성 구도가 있기 때문이다. 피격 이상 면역인 '인듀어 페인'을 보고 상태 이상 스킬인 '데몬 비전'을 사용해 반격하는 식이다.

하지만, 무적의 'Z축 높이 판정'이 추가되면서 구도가 바뀌게 되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최고 수준 면역기인 '피격 이상 면역'도 뛰어넘는 무적 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발동과 판정을 얻는 과정도 쉽다. 무엇보다 Z축 높이 판정 스킬은 대응이 불가능하다. 상대를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스킬이 없기 때문이다. 점프형 스킬의 선행 모션을 캐치해서 공격하거나, 낙하 위치를 짐작해 러브샷을 감수하며 반격하는 것이 현재는 유일한 대응 수단이다.


▲ '드레드노트'처럼 체공 시간이 긴 스킬은 유사 무적기로 사용 가능



▣ "새로운 진입 장벽" vs "근거리 딜러 상향이다" Z축 패치를 둘러싼 논란

이렇게 강력한 Z축 높이 판정의 추가로 현재 PVP 프리 시즌은 혼돈의 시기를 맞고 있다. '패치 완전 롤백'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신속 750 패치처럼 적응하면 괜찮아질 문제'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다만, 대응 불가능한 판정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래도 현재는 프리 시즌 기간이기 때문에 개선 패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장점 : 근거리 딜러들의 확실한 공격권 상향, 추격전이 가능해졌다

현재의 PVP, 특히나 섬멸전의 구도는 '대미지 감소' 효과를 가진 서포터의 스킬에 맞춰 공세와 수세를 반복하는 그림으로 대결이 진행된다. 따라서 버프가 없을 때는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고, 유리할 때는 확실하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기동성 높은 캐릭터들이 주류 캐릭터로 득세하고 있다.

이번 Z축 높이 판정으로 인해 '스카우터'처럼 도주기가 막강한 원거리 캐릭터를 잡기 힘들었던 근거리 클래스들의 간접 상향이 이뤄졌다. 점프 스킬을 이용한 확실한 진입으로 기존 서포터 중심의 방어적인 포진을 쉽게 붕괴시킬 수 있고, 1:1 상황에서 추격도 용이해졌다. 밸런스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점 : 보다 직관적인 스킬 이펙트

Z축 높이 판정이 생기기 이전에는 스킬 판정이 비직관적인 경우가 많았다. '음파 진동'에 뜬 캐릭터는 다른 스킬을 맞지 않는데, '용의 강림'을 시전 중인 인파이터는 여러 스킬을 맞고 돌진기가 쉽게 끊겨버린다. 공중에 뜬 캐릭터가 공중에서 피격 이상 면역 스킬을 맞고 지상에 꽂히는 장면은 여러모로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Z축 패치와 동시에 점프 스킬 한정으로 판정이 그럴듯하게 변했다.

점프 회피라는 기존 PVP 구도에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기믹이 생겨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결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


▲ 패치 이후 대응하기 까다로워진 창술사의 '유성강천'


단점 : 클래스별 유불리가 갈린다

점프 스킬은 상태 이상 스킬처럼 모든 클래스가 골고루 가진 스킬이 아니다. 근거리 딜러 중에서도 쓸만한 점프 스킬이 없는 캐릭터가 있는가하면, 원거리 캐릭터 중에서도 '호크아이'처럼 우수한 점프형 스킬을 가진 경우도 있다. 심지어 아예 점프형 스킬이 없는 '서머너' 같은 클래스도 있다. '점프 수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점프' 스킬을 가졌더라도 실전에 쓰일 만큼 판정이 좋은 스킬은 드물다. '유성강천'이나 '리프 어택'처럼 공격자가 극단적으로 유리해지는 스킬이 있는가 하면, 점프 도중 피격 판정이 긴 스킬도 있다. 같은 점프 스킬이라도 스킬의 판정과 무적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클래스에 따라 최악의 패치가 되거나 적절한 상향이 되기도 한다.

단점 : 대응이 불가능한 Z축 판정 스킬들

기존에는 적 캐릭터의 진입 스킬을 피격 이상 면역, 상태 이상 스킬을 이용해 반격하거나 스킬을 깔아두는 식으로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Z축 이동기를 이용해 진입하는 딜러의 공격을 차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격+상태 이상 스킬을 동시에 지닌 창술사나 워로드 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최소한 러브샷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프어택'이나 '유성강천' 등 점프 후 착지점을 판단하기 어려운 스킬들은 시전자가 지나치게 유리해진다는 의견이 많다. 기존에는 캐릭터가 올라간 자리에 스킬을 쓰는 식으로 카운터가 가능했지만, 이제 공중에 뜬 창술사와 워로드는 무적 상태다.

Z스킬을 가진 캐릭터의 공격권이 강해지면서 클래스에 따라서는 반격할 스킬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듀어 페인을 사용한 디스트로이어' 같은 캐릭터를 상대로 도망가는 것 말고는 선택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Z축 스킬은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PVP 최고의 무적 판정이라는 상태 이상+피격 이상 면역은 조건도 한정적이고 스킬에 따라 대미지는 입을 수 있는데, 그보다 훨씬 간단하게 발동할 수 있으면서 모든 스킬을 무효로 만드는 Z축 스킬은 리스크 대비 리턴이 너무 높다. 과거 호크아이의 이동베기 등에 있던 '확률 회피'가 과하다며 트라이포드를 하향 조정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단순히 진입 스킬의 성능을 올려주는 것은 판정이나 시전 속도 개선 등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Z축 높이 판정처럼 '상태이상 면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적 판정이 생겼다면, 반격할 대응의 여지는 주어야 할 것이다. 기공사의 탄지공처럼 대공 판정이 가능한 스킬을 추가하는 식으로 클래스별로 반격이 가능한 스킬을 줄 수도 있었다. 이번 업데이트가 공/방 구도 개선으로 새로운 재미를 주는 것은 좋지만,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 Z축 상태인 적을 요격할 수 있는 '대공기' 등의 반격 수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