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

  그렇다. 그녀가 눈을 가리기위해 내민 두 팔의 동작은 전장에서 그녀가 '고치'라는 이름의 스킬을 시전할때의 동작과 유사했다. 시전을 할 당시 손 주변에서 연분홍빛 오오라가 나타나고 그 속에서 거미줄이 튀어나오듯 날아갔다.

 두 손에서 오오라가 나타나지도, 거미줄이 쏴지지도 않았지만 3년간의 경험은 그 스킬을 무의식적으로도 시전하기에도 충분했다. 스킬을 쓰지 못하는걸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고치를 날리려는 행동이 둔기를 가리려는 모션에 묻힌것뿐이다.

 가녀린 두팔에 무거운 둔기가 작렬했고 통증에 눌려 뒤로 밀리기까지했지만 엘리스의 두 팔은 몇일동안 느끼지 못한 감각을 고통과는 별개로 인식할 수 있었다.

'느껴져. 두 팔에서 무언가가 흐르고있어. 이 흐름을 기운이라는 단계까지 모을수 있다면...!'

 새로운 감각에 신경이 분산된 덕분인지 일격으로 쓰러질법한 그녀의 체력이 기적적으로 남아있었다. 두 팔에 힘을 주기 힘든나머지 어깨가 축 쳐져있었지만, 챔피언 복장으로도 가려지거나 덮어지지 않은 등에 2번의 타격을 받았지만, 계속 도망칠 여력이 있었다.

"목숨이 아깝다면 우리에게 잡히는게 나을텐데?"
 선원이 군중의 편에 굴복하기를 바라는듯한 말을 했으나 엘리스에게는 아직 그러고싶은 마음이 없었다.

"엄마 저기 무슨일이 있는거야?"
"쉿! 집으로 들어가자."
'이 목소리...'

 엘리스는 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쪽으로 다시 달렸다. 선원을 포함한 군중들은 두말없이 그녀를 쫓아갔다. 골목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얽혀있었다. 엘리스의 눈앞에 엄마와 아이의 관계로보이는 사람 2명이 있었다.

"어?"
"엄마!"

 모자는 엘리스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내보이지 않았음에도 엘리스는 그 둘을 지나친뒤 등을 힘껏 밀어냈다. 의외의 인물에게 힘을 받은나머지 엄마와 아이는 앞으로 넘어졌고, 사물이 아닌 존재가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에 무리들은 추격을 지속할 수 없었다.

 녹서스의 어느 주택가.

 여러 무리들이 마녀를 찾으려고 눈네 불을 켜고 돌아다니고 있다. 전에 마녀가 도망쳤던 골목길도 탐색해 보았지만 행방이 묘연해진 뒤. 곳곳에서 마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람들은 각 집을 방문하는등 다소 무례한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행했다. 그리고...

"네, 본 적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발견하시면 알려주세요. 한동안 저희들이 계속 돌아다니겠습니다."

 막 사람들이 거주지 방문을 마치자 집주인은 문을 닫았다. 대체 그 마녀는 무엇때문에 이곳에 나타났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도 궁금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자신들이 노리는걸 알지 못한채 이곳으로 왔다는말을 들어보아 고립된 지역에서 오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이 들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 시간으로 따져보자면 사람들이 지나간지 10분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기에 체감이 안될 정도의 시간만 흐른것과 다름없다. 사람들이 찾으려는 마녀에 대해 궁금해하면서도 알 겨를이 없어서 혀를 차고있는 그 의 현관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노크라고 생각하기에는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였다.

'아까 사람들이 막 지나갔는데...'

"계십니까?"

 문 밖에서 낮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집주인은 문 앞에 서서 말했다.

"...있습니다만."
"죄송하지만 잠깐 그 안에 머물러있어도 될까요?"

 누군지 알 듯한 정체였다. 집주인은 말을 빙 돌려 말했다.

"아니오. 마녀가 이 주변에 돌아다닌다고 해서..."
"마녀? 지금 사람들이 쫓고있는 그 여자말하는거에요? 저도 마녀를 쫓는 무리중 한명인데 뭔가 알려주지못한 사항이 있어서 알려주려 온거에요. 은신처를 구하기 위해서 주민들의 거주지에 강제적으로 습격할 수도 있는데, 그에 대비할 방어수단을 보여주려 왔어요."

'그럴수도 있군. 집안에서 방어하는 수단이라 문밖에서 알려주기도 어렵고. 열어줘야지.'

 문밖의 사람이 하는말에 어렵지않게 공감을 한 남자는 문을 열어주었다. 문고리를 당겨서 목소리의 실체를 확인한 다음에야 남자는 자신이 순진했음을 인정할수 있었다.

 중심엔 검정색을, 가장자리에는 빨간색을 배색한 조합, 가슴과 배, 옆구리를 노출시킨 달라붙는 옷을 입었고 뾰족하고 긴 손, 가느다랗고 기다란 다리에 까치발과 앞꿈치 힐까지 신어서 우아한 신장을 돋보이는 사람. 갸름한 턱과 검은색 입술을 가진 얼굴을 양옆으로 둘러싼 뾰족한 투구(?). 머리뒤의 뾰족한 장식물은 삼지창을 연상케하는 날카로운 이미지를 지녔고 어깨와 허리뒤쪽에서 튀어나온 부착물은 흡사 거미의 다리 두쌍을 떠올리게했다. 그렇다. 목소리의 정체는 엘리스였다.

 남자는 서둘러 문을 닫으려했지만 필사적인 엘리스의 몸통박치기에 집안에 들어오는걸 막지못했다.

"제기랄, 제기랄! 여기있어! 여기 마녀가 내집에 들어왔다!"

"잠깐만요,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빨리와줘요! 아무나 여기있는 이 여자를 잡아주세요!"
"제발 좀 숨겨주세요..."

"입다물어! 너같으면 잡아야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줄...?! 읍!"
 집주인의 입이 막혔다. 자신의 말을 강제로 멈춘 엘리스의 행동때문이다. 엘리스는 이제 열악한 체력으로 쫓기는데 한계가왔고 자기의 말에 속아넘어가 문을 열어준사람은 이 집주인이 유일한 케이스였다. 더군다나 등과 팔에 멍이든것 같고 한쪽 무릎을 다친나머지 다리를 절고있었다. 이곳에서 잡히면 부상의 경중과는 관계없이 험한꼴을 당할게 뻔했고 그나마 할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집주인의 입을 물리적으로 막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그녀가 단 한번의 타격이나 상처를 받지 않은 부위로 상대를 덮쳐서 말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녀의 상체 전면으로 집주인을 덮쳐 입을 막게하는 수법이었다.

"?!"

 엘리스는 의외의 부위를 들이밀면서 몸을 던져 집주인을 넘어뜨렸고 상체로 얼굴을 압박하면서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읍읍!"
"제발 저를 좀 숨겨주세요. 부탁입니다."
"즐때르 그를쑤 펍쓰어!(절대로 그럴수 없어!)"

"안그럼 계속 압박한채로 질식사시킬겁니다... 지금 숨막히신거 다 알아요. 저를 숨겨주신다고해주시면 당장 몸을 뗄게요."

"드앙장 이그어...(당장 이거...)"
'잠깐, 이러다 죽으면 행복할수도...'

 집주인은 자신의 얼굴을 엘리스의 뭘로 덮친지 알고있다. 그 부위는 여자에게 있어서 크면 클수록 좋다고 평하는 부위였기 때문이다. 상체 전면에서 클수록 섹시하다고 평가받는 지방덩어리에 파묻힌것이다. 어느 한쪽의 일반적 강요라는것만 뺀다면 남자에게 있어선 정말로 행복한 행위라서 아무리 그녀를 적대시해야하는 녹서스의 주민이라도 순간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고 말았다.

"을으아써요. 그르어니...(알았어요. 그러니...)"

 그러나 집주인은 점점 숨막혀오는상황이었고 얼른 이 난관에서 벗어나기위해 엘리스를 숨겨주겠다고했다.

"감사합니다."

 엘리스는 얼른 집주인의 얼굴을 덮쳤던 상체를 뗀다음 조용히 서있었다.

'좋아. 얼른 다른 사람에게 소리를...?'

 집주인은 속내에 다른 뜻을 품고 일어서 엘리스를 바라보다

'이 사람...'

 집주인은 자기가 생각했던 마녀와 미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마녀맞아? 왜 이렇게 초췌해보이는거지?'

 몸 여러군데를 다쳐서 휘청거리는 것과는 달리 상대의 어깨는 축 쳐저있었고 눈빛에는 생존의 욕구가 절실히 배어있었다. 사악한 느낌을 뿜어낼법한 얼굴은 가련함과 '두려움'으로 가득차있었다.

'정신차려. 대체 왜 이런...'

"여기다! 여기에서 소리를 질렀다!"

 때마침 집주인의 소리를 듣고 몰려온 무리들이 거리에 있었다.

'아...'

 엘리스는 주춤거리면서 현관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를테지만 '태어나서 가장 처절하고 절망적인'표정을 담고있었다. 주민들이 집주인의 집앞까지 왔을 무렵,

"어억...?"
엘리스의 몸이 집주인의 몸에 들린채로 가장 구석진 방으로 날라졌다.

"가만히 계세요. 제가 어떻게든 할테니."
<계속>

<글쓴이의 말>

젠장할. 난 쓰레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