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상 고급진 호텔이나 평균 이상의 숙박을 해온 그녀에게 있어서 여관에 묵기로한 소감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조그마한 방, 가정용 텔레비전, 내 키의 절반도 안되는 냉장고, 그리고 후줄근한 침구류...'

 무엇보다도 저녁을 먹지 않은 그녀에게 '직접 밥을 해먹어야한다'는 과제가 추가되었다. 비현실적인 만화에서, 판타지적요소가 가득찬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혼자서 자기몸을 관리하지 못하는 고귀한 여자'라는 클리셰가 엘리스와 딱 들어맞는 처지. 3년동안 그렇게 지내온 그녀가 하루만에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녀는 깔끔히 저녁을 포기하고 목욕을 선택했다.

'잠이 안온다...'

 그동안 체험해온 숙박시설에 비하면 질이 떨어지는 잠자리였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실제로 일어날 것같아 불안하기도 하고, 왜 이곳으로 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모르는게 한 몫하기도 하고.

'그냥 밖에 나가서 돌아다닐까.'

 한참을 뒤척인 뒤 나와서 거리를보니 낮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조명들이 거리를 채웠다. 사람들을 유혹하고 이성을 마비시키는듯한 조명은 전혀 낯설지 않았지만 지금 그렇게 치장된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간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다.

'내 정체에 신경쓰지않으면서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곳이면...'

 그녀의 눈은 구석진 건물에 장사를 하고있는 어느 공간을 향했다.

"어서오세요."
'PC방이라. 돈을 내서 주어진 시간동안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지. 주변사람들을 보니... 각자의 일이 좀 많은가보군.'

 엘리스는 자신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자찬하면서 자리 한곳을 골라서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굳이 PC방으로 들어온 또 하나의 이유는 정보수집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전쟁 학회에서 얻지못한 정보,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 여기에 와서 뭘 할것인가를 낚시꾼처럼 지루하지만 여유롭게 찾아낼 수 있을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인터넷을 켜자마자 홈페이지로 정해놓은 포털사이트가 펼쳐졌다.

'유니버스...라. 그렇지.'

 웹서핑을 많이 해본 그녀는 유니버스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자운에서, 또한 필트오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포털사이트이며 자신도 이 사이트에 계정을 생성했음을.

'최근에는 접속한 적이 없어서... 새로운 알림이나 소식같은게 있나?'

 엘리스는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당란에 기입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찾아냈다.

'...?'

 눈을 떠보니 키보드밑까지 길게 깔려진 마우스패드가 보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묵직한 기계식 키보드가, 머리위의 빛을 따라가니 12시가 넘어갔을을 알리는 전자시계가 보였다. 그리고 웹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방송이 흘러나오고있었다.

ㄴ네. 저는 지금 필트오버의 마법공학 페스티벌에 와 있습니다. 필트오버의 상징이기도 한 기술이기 때문에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이 출제는...ㄱ

"이런..."

 새벽에 PC방에서 자기시작해서 정오까지 잠을 자버렸다. 아침은 물건너갔지만 점심은 먹어야만했기에 엘리스는 자신이 가장 빨리먹을 수 있는 음식을 주문했다.

"여기 나왔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근데 저기..."
 종업원의 말끝이 기어들어가자 엘리스는 물음표를 달은채 종업원을 바라봤다.

"엘리스... 맞죠? 전 챔피언이신..."
 순간 주위, 아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종업원의 말이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지금 붉은 색 눈동자를 갖고있지도, 챔피언 복장을 하고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새하얀 피부색과 얇고 가느다란 눈썹, 화장없이도 섹시함을 부각시키는 검분홍색 입술, 일반인에게 충분히 위압감을 풍길 수 있는 삼백안과 적흑색 머리색은 엘리스만의 외모이자 특징이고, 다른사람들에게 노출되었다. 새벽엔 졸려서 상대를 신경쓸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들 깨어있는 낮이고 무엇보다 장식같아보이지만 실제로 그녀의 양 어깨와 허리에 달려있는 2쌍의 거미다리가 그녀의 정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네."

 짧은 침묵뒤에 그녀는 대답했고 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인채 자리를 떴다. 주변사람들은 수군거렸고 엘리스는 애써 그 무시한채 점심을 먹고 PC방을 나왔다.

"...여기가 엘리스가 위치하고있는 PC방입니다. 어, 저기 그녀가 나옵니다!"
'...어?'

 출입문 밖에서 들려오는소리가 딱들어도 예감이 좋지 않다. 그 짧은 시간동안 자신이 이곳에 있음이 퍼져버린 것이다. 때마침 필트오버의 축제때문에 여러 방송사들과 외신이 주목하고있는데 그들에게 또하나의 화제거리가 들어와버렸다.

'화장도 안한 얼굴이 드러나는것보다도 나에게 시선이 끌려버리면 계획대로 행동할 수가 없는데...'

 엘리스는 오래생각하는듯한 포즈를 취하고는 즉시 문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공황상태로 그림자 군도에 이송되었다고들었는데 어떻게 이곳에 온겁니까?"
"'심판의 날' 이후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계신가요?"
"여기좀 봐주세요!"
 사방에서 쏟아지는 조명과 얼굴을 향해 들이대는 마이크에 부딪칠뻔한 고비들을 겨우겨우 넘긴채 엘리스는 자신의 여관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엘리스는 여관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창문을 닫고 커튼까지 쳐서 시야를 차단했다. 그녀에게 닥친 가장 단기적인 목표는 3시까지 어느 강연에 참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거리도 거리일뿐더러 기자들에게 둘러싸이면 당장 나가도 제시간안에 도착하지 못할게 뻔한 상황.

'이렇게 된이상...'

 그녀는 다시 자신의 몸을 씼는 시간을 가졌고 새벽과는 다른 또다른 옷차림을 갖추고 배낭까지 챙겼다. 그리고 그녀는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음... 이 창문이라면 확실히 나갈 수 있겠어.'

 현관으로 통해서가 아닌 창문으로 빠져나가려는 계획! 집주인의 창고에 있는 창문으로 나가려다가 엉덩이가 껴서 나가지 못한 과거가 있었기에... 창문의 규격을 가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창문의 하단에 다듬어진 대리석이 바깥쪽으로 살짝 깔려있었고, 벽에 매달린 상태에서(...) 안정적으로 거미 형태로 바꿀 수만 있다면 건물의 옥상으로 이동해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가자!"
<계속>

 

<글쓴이의 말>

공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