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는 끔찍한 악몽에서 깸으로써 위기를 벗어난듯한 표정을 한채 상체를 일으켰다. 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보았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다는게 좋지 않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위해 방으로 들어온 리신은 엘리스가 있는 자리에서 전과는 다른 기운을 의식하고 말을 건넸다.

"일어났소."
 따뜻하게 대해오지는 않아왔던 그였지만 지금은 그녀를 적대시할 때의 말투와 가장 비슷한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리신. 저, 어제 일은 미안했어. 너무 화가 치밀어올라서 당시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지 몰랐거든."
"그대는 어제까지 이곳에서 줄곧 누워있었소. 말하려는 날이 10월 9일이오?"
"그런데? 오늘이 10월 10일 아니야?"
"10월 13일이오. 그대는 약 3일동안 정신을 잃고 누워있었소."
"뭐라고? 이번에는 뭣때문에 쓰러졌던거야? 아... 수련을 하러 이곳에 왔는데 이 방에서 누운채 시간을 보낸 날이 하루이틀 차원으로 있는것도 아니고...!"

"꿈을 꾸었소?"
 앞뒤 맥락이 전혀 맞지않는 질문이었지만 엘리스는 일단 대답을 하고 놀라워하면서도 궁금해했다. 자신이 꿈을 꾼 사실을 어떻게 알고있는지에 대해서. 리신은 그녀의 대답을 하는 대신 밖에 있는 카사딘과 마오카이를 불러왔다.

"답을 얻고싶으시면 일단 소인이 묻는 말에 대답부터 하시오. 그 꿈의 내용을 모조리 말하시오. 아마 하나도 빠짐없이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테니."

 엘리스는 자신의 꿈에서 꾼 하나의 일련된 이야기를 말했다. 한 여자의 삶에 대한 전부를 꾼 그 내용. 그리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리신에게 물었다.

"이게 내 자기중심적인면이 그럴싸하게 결합된 하나의 이야기일뿐이지? 그렇지?!"

"아니오 엘리스. 그대가 꾼 꿈의 내용들은 정확히 그대의 과거에 대한 기억들이오."

 

"말도 안돼... 어째서 그런 중요한 내용을 꿈으로 설명되어야 한거야!"
"그것이 알고싶으면 일단 고백해야할게 있을거요 엘리스."
"...뭐라고?"
"시치미를 뗄 생각은 마시오. 10월 9일에서 10월 10일로 넘어가는 그 시기는 아이오니아에서 쓰는 태음력을 기준으로 보면 그날은 음력 27일에서 28일로 넘어가는 날, 그믐달이 뜨는 날이었소. 태양의 양과는 상극인 달의 음조차 가려진 어둠의 시기에 그대는 자신의 숨겨놓은 힘을 조절하지 못해 정신을 잃었소.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알것이오. 솔직히 말하시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어째서 그대의 몸속에 있을 수 있었소?"
 평소에 비해서 너무 분위기를 잡는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제멋대로인 판단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리신의 옆에 서있는 카사딘과 마오카이의 자세가 공격하지만 않았지 충분히 위압감을 주는듯했다.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못해 바닥난 체력이었지만 지금상황에서 먹을걸 달라는 요청만큼 바보같은 소리도 없기에, 엘리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소환사들이 했던 행동들로인해 청문회 이후의 그녀에게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전쟁 학회의 클래스 S 자료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엘리스는 그림자 군도 소속 챔피언들에 대한 정보만 얻은게 아니었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에 대한 정보도 찾아봤던 것이다. 그 기운이 어떤 느낌인지는 자신과 같은 군도 소속의 챔피언들의 힘과 영향력을 생각해봐도 알수있지만 그게 과연 확실히 정의된 기운이었는지 궁금해서 본게 전부였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에대해 서술된 페이지의 맨 아래에는 마법사가 직접 이 기운을 불러내는 마법진이 그려져있었다.

 '이 마법진은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이 가진 기운을 통상 수준의 마법사가 가질법한 지식과 역량으로 가상의 트리거를 만들은 것이며, 이 마법진이 실제로 결과가있는가에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명시되어있었다...만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은 이상 까먹게 냅두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엘리스는 자신의 계정을 향해 메일을 작성할 때 이에 대한 정보도 같이 입력해서 필트오버에서 잊었던 정보를 다른 것과 같이 되찾아낼 수 있었다. 혹시 이 마법진을 쓸 일이 생기지 않길 빌면서...라고 빌면서.


 마오카이와의 첫대면을 한 결과는 실망스러우면서도 당연한, 실패였다. 여러 나뭇가지와 크고작은 돌에의해 크게 다친 몸을 회복할 방도도 당시 그녀의 마력으론 어림도 없었고, 마오카이를 놓치면 차선책을 계획하지못한 엘리스의 앞날이 더욱 깜깜해질거라는 생각이 온몸이 쑤시는 와중에도 뚜렷히 들었다. 그녀는 절박했다. 그러기에 다시 어리석은 행동을 하기로 했다. 다번 마오카이를 만나기위해 서둘러 체력을 회복시킬 방도를 찾아야만했지만, 필트오버의 동산에서 뭘 할 수 있는가.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머리속에 각인시킨 그 마법진을 그려서 발동시켰다. 효과는 정확했다. 그녀는 마법진 속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소리를 또다시 들을 수 있었다.

ㄴ오랫만이구나 엘리스. 너라면 나를 절실히 필요하게 생각해 이렇게 다시 만날 때가 올거라 믿었다.ㄱ

 그 존재의 정체는 거미의 신임에도 전과같은 신을 향한 존댓말이나 유일무이한 신도에게 내리는 말투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젠 네 뜻대로 놀아나지 않을걸, 썩은 아귀... 라고 말하고싶지만, 지금 당장 네 힘이 필요해. 그러니, 너를 받아들여서 다시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다시 얻어야만 해."

ㄴ하하하! 어떻게 말하든 결국 넌 나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군! 좋아. 어디한 번 발악해보라고. 하지만 신중하는게 좋을걸?

"지금 이 시기를 놓칠 순 없기때문이야! 나의 편에 서줄 누군가를 만들기위해서라면, 제아무리 날 갖고놀았던 너의 힘이라도 쓸 수밖에 없다고!!!!"

 그렇게 말하긴했지만 엘리스는 예전의 자신처럼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온전히 받지않고 자신이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힘만 수용했다. 그래서였을지, 아니면 어차피 상성때문인지는몰라도 그녀가 마오카이를 이길 가능성은 체감보다도 훨씬 낮았다.


 

 썩은 아귀도 자신의 힘을 부분적으로 수용한걸 알고 끊임없이 자신을 받아들이라고 엘리스를 설득해왔다. 그녀는 그 신이 하는 말을 모조리 부정하는 척했지만 그가 가진 힘이 곤경에서 벗어날 해결책과도 같다는걸 알았기에 남몰래 군도의 기운을 사용해왔다. 그 때마다 변해있던 그녀의 붉은색 눈동자는 곁에 있는 모두가 의구심을 품을만했다.

 

 대나무 숲에서 자신을 노리는 모기들에게서 방어하기위해서, 그리고 카사딘과의 대련에서 화가 극으로 치밀었을 때 사용했었고, 칭란 마을에서도 그녀는 썩은 아귀에게서 받은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사용했다. 쓰지않을거라면서 소리쳤지만 막상 생존이라는 욕구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극에 달하니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임에도 할 수밖에 없었다. 칭란 마을의 주변에 무수히 많은 새끼거미들을 포진시켜서 그들이 근방의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먹잇감을 잡아먹어서, 얻는 에너지를 자신의 생명력 회복으로 쓰게 만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전장에서 거미 형태로 있을 때 쓰는 스킬, '광란의 질주'였다.

 기운을 적극적으활용한 덕택으로 가졌던 그 괴물같은 회복력때문에 일반인의 경우엔 죽고도 남을 상황에서 사경을 헤메는 꼴이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으며, 리신조차도 치료를 방관한 상태에서 1달동안의 재활치료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10월 9일의 밤. 있을 수 없는 생각이 일시적으로 들었다. 자신과 카사딘이 느끼는 기분이 처음으로 같은 시기가 생겼다. 서로가 말을 아끼면서, 공격적으로 대했지만 그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으며, 그로인해 카사딘에 대한 적대감이 풀어졌었다.

 

ㄴ너는 녀석을 끝없이 증오해왔다. 앞으로 그렇게만 하면 된다 엘리스...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를 아직까지도 버리지 못한게 너의 약점이다!ㄱ 

 

 하지만 그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그림자 군도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가장 약해진 틈을 노린썩은 아귀가 엘리스의 안에 잠들어있던 군도의 기운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려버렸다. 그래서 그녀는 쓰러졌던 것이다.

<계속>

 

<글쓴이의 말>

 

조만간 엘리스에 대해서 마지막 설정보충이 들어가겠군요. 이로써 그녀와 관계된 직접적인 떡밥은 대부분 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