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정글러는 SKT T1 Bengi다.

당연한 소리를 뭐 대단한듯 읊어놨나 하겠지만
더이상 SKT T1 Bengi를 볼 수 없는 필자의 깊은 슬픔에서 우러나온 글임을 이해해주길 바람...

SKT Bengi 통산 커리어

316전 228승 88패  / 승률 72.2%
720킬 794데스 2749어시 / KDA 4.4 / 킬관여율 66.8%

2013 롤챔스 섬머 <우승>
2013 롤드컵 <우승>
2013 롤챔스 윈터 <우승>
2015 롤챔스 스프링 <우승>
2015 MSI <준우승>
2015 롤챔스 섬머 <우승>
2015 롤드컵 <우승>
2016 롤챔스 스프링 <우승>
2016 MSI <우승>
2016 롤드컵 <우승>

3위이하 커리어 및 NLB 제외하고 이정도임
롤챔스 우승 5회
롤드컵 우승 3회
MSI 우승 1회
남들은 한번 하기도 힘든 우승컵을 9번이나 거머쥔 선수..

그럼 롤챔스, 롤드컵 준우승 이상의 커리어가 있는 선수 중 벵기와 같은 시대를 보낸 선수들의 커리어를 살펴보겠다. (IEM NLB LCS LPL Kespa컵 마스터즈 올스타 등 제외)

1. Dandy

128승 67패 / 승률 65.8%

2013 롤챔스 스프링 <우승>
2013 롤챔스 윈터 <준우승>
2014 롤드컵 <우승>

2. Spirit

72승 45패 / 승률 61.5%

2014 롤챔스 스프링 <우승>
2014 롤챔스 섬머 <준우승>

3.

113승 86패 / 승률 56.8%

2014 롤드컵 <준우승>

4. KaKao

101승 70패 / 승률 59.1%

2013 롤챔스 섬머 <준우승>
2014 롤챔스 섬머 <우승>

5. LEE, Hojin

81승 42패 /  승률 65.9%

2015 롤챔스 스프링 <준우승>
2015 롤드컵 <준우승>

6. Score (정글 전향 후)

2015 롤챔스 섬머 <준우승>
2016 롤챔스 섬머 <준우승>

7. Peanut

92승 40패 / 승률 69.7%

2016 롤챔스 스프링 <준우승>
2016 롤챔스 섬머 <우승>

8. Ambition (정글 전향 후)

2016 롤드컵 <준우승>



2013 롤챔스 스프링 이후 롤챔스, 롤드컵 준우승 이상의 커리어가 있는 선수들 목록이다.
이 8명 선수들의 커리어를 몽땅 합하면?

롤챔스 우승 4회
롤챔스 준우승 7회
롤드컵 준우승 3회
롤드컵 우승 1회

벵기의

롤챔스 우승 5회
롤드컵 우승 3회
모두 넘지 못한다.

벵기 1명의 커리어 > 댄디+스피릿+카카오+ +호진+스코어+피넛+엠비션의 커리어

이것은 물론 커리어만 봤을때며, 여러가지 지표들이 일방적으로 무시당하긴 하지만
어쨋든 스포츠는 기록으로 말하는것 아닌가?

이 우승 커리어 하나만으로 그는 영구 까방권을 얻어도 할말없다.


분명 슬럼프도 많았던 선수다.
E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팀인 SKT T1의 일원인것도 커리어에 보탬이 된것도 당연히 인정한다.

하지만 그 슬럼프를 언제나,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보란듯이 극복해내고,
지금의 SKT T1을 있게 만든것엔 벵기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또한 벵기는 슈퍼스타 메이커다.

벵기와 함께한 선수들은 슈퍼스타가 되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 악마같은 커리어를 지닌 페이커가 우승컵을 밥먹듯 들어올릴 때 그의 곁엔 항상 벵기가 함께했다.

벵기가 대놓고 시팅해준 2015 SKT 탑솔 마린은, 기존의 하드쓰로워 이미지에서 탈피, 역사상 최고의 탑솔 시즌을 보냈다.

사람들은 페이커가 롤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고 말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벵기는 페이커와 동일한 커리어를 지녔지만, 슬럼프가 더 길었으며, 후보선수로 밀려났던적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말인 즉, 벵기는 최소 현재까지의 롤 역사상 최고의 선수 2위임에는 분명하다.



난 이제 걱정된다.
벵기는 피지컬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스스로 캐리판을 만드는 게임이 많은 선수도 아니다.
그는 항상 팀원을 우선으로 생각했으며, 팀의 승리를 위해 그 누구보다 아버지처럼 헌신했던 선수다.

벵기가 이번에 해외리그로 간다면 여타 S급 선수들이 그랬듯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할것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캐리형 정글도 아닌 그가 팀적인 수준이 낮은 해외리그로 갔을 때의 플레이는 어떻게 되겠나?

그 때가 되면 몇몇 분탕러 및 안티들이 분명 벵기의 앞전 커리어를 싸그리 무시한 채, 그동안의 벵기는 SKT T1 팀빨, 페이커빨 이었다며 벵기의 커리어를 욕보일게 뻔하다.
'SKT T1 팀빨'이 누구때문에 생긴건지, 페이커와의 영혼의 듀오가 누구였는지를 잊은 채.


난 벵기가 정말 고맙다.

부끄럽지만 나도 2014년 롤챔스를 볼 때, 벵기의 플레이를 보고 남들따라 변기라 욕했던적이 있었다.
어떤 선수를 욕하든 나쁜건 똑같지만, 더군다나 팬의 입장에서 이렇게 위대한 선수를 그렇게 모욕했다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벵기는 다시 비상했다.
모두가 욕할 때, 모두가 퇴물이라고 할 때도, 팀과 팬이 자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가 언젠지 아는 선수였다.
나는 톰톰벵벵벵으로 유명한 그 경기를 아직까지 잊지못한다.
톰에게 완전히 주전자리를 뺏긴 채 시즌을 보낸 그가, 팀이 2패로 몰린 상황에서 등판한다? 분위기 반전은 되겠지만 분명 불안했다.
최근 경기감각도 떨어졌을 터, 심지어 그는 대회에서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렉사이를 픽한 후, 게임을 하드캐리했다.
난 이 경기를 본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벵기가 되었다.
이 비상은 우연이 아니고 이후 롤드컵 때 까지 더 협곡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그야말로 협곡을 지배했다.

벵기는 다시 잠깐의 슬럼프가 왔다.
나 포함한 팬들은 또다시 그를 의심했다.
바로 올해 롤드컵 때의 일이다.
당시 벵기는 솔랭도 그저그렇고 그 부진하던 블랭크보다 부진해서 못나온단 소리가 있었다.
심지어 한 풀 꺾이긴 했지만 벵기에게 가장 약한 '캐리형 정글'메타였다.
그 상황에서 그는 코치진의 밴픽미스로 어쩔 수 없이 고르게된 니달리.
자신이 솔랭에서도 선호하지 않고, 대회에서 처음 사용하는 니달리로 게임을 하드캐리했다.
이 모습은 1년 전 톰톰벵벵벵을 보기 전 벵기를 의심했던 팬들이 또 한번 의심을 품자, 다시한번 일침을 날린 셈이었다.


나는 이제 더이상 그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는 SKT T1에 있었기에 최고였고,
SKT T1은 그가 있었기에 최고였다.

SKT T1은 매번 그래왔듯 또다시 멤버의 변화를 겪는다.
벵기가 빠지는 이 변화는 여느 때 보다 큰 변화가 될 것 같다.
이제 SKT T1의 정글은 4년여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는다.
이 자리가 피넛이 될지, 블랭크가 될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지 전혀 모르지만
벵기보다 잘할 수도, 또는 못할 수도 있다.
누가됐든 난 팬으로써 당연히 더 잘하길 바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SKT T1의 새 정글이 피넛이 된다한들 벵기를 잊지 못할것 같다.
흑염룡과 함께 수많은 소설의 주인공이 된 그를.

이제 SKT T1팬으로써 벵기를 놓아주고 그의 인생 2막을 응원할 때가 된것같다.
어딜가든 잘되는 모습 보길 기원하겠습니다 배성웅선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