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이야기만 하면 되는 건데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스토리니 배경이니 지껄였는지 모르겠다. 

다른 곳도 아니고 쿠로가 잘한다는 이야기를 페이커가 못한다는 이야기로 듣는 정신병자들과 쿠로가 잘하니 페이커는 못한다고 말하는 정신병자들이 동시에 활동하는 인벤인데, 그런 반응을 예상못한 내가 한심했음. 

집필속도가 늦어서 카밀이 갓 나오자마자 쓰기 시작한 칼럼이 모두가 카밀의 문제를 안 시점에서 카밀엔 문제가 있다고 뒷북을 치게 됐지만 아무튼 마무리 짓겠음.


6. 카밀의 문제를 말하기 전에

카밀이 문제가 있는 챔피언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으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음. 문제가 있는 챔피언이 무엇이며, 챔피언 디자인(외모나 스토리 말고)이 바람직하다. 바람직하지 못하다. 라는 게 도대체 뭐냐는 거지.

이 칼럼에서 말하는 '바람직함'과 '바람직하지 못함'의 기준은 내 좆대로 정한 것이 아니라 라이엇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과 공식적으론 언급하지 않았으나 현상적으로 보면 명백한 것들임. 이 기준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인은 확신하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기준으로 비평했으니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신한 1,2번 칼럼에서도 그리 한심한 발언들이 나온 걸 생각하면 좀 걱정되긴 하네.

카밀의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이유는 카밀이 강해서가 아님. 카밀이 천하에 둘도 없는 약챔이었어도 난 문제가 있다고 했을 거임. 카밀이 가진 문제는 라이엇 게임즈가 항상 언급하는 건전한 상호작용과 카운터 플레이에 관한 문제지만 이것이 상당히 독특함. 카밀의 문제는 이제까지 다른 챔피언에게 있었던 상호작용이나 카운터 플레이와는 좀 다른 문제임. 지난날 탱에코와 아지르를 떠올리게 하는 챔피언이지.

거두절미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카밀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시점까지 너프, 혹은 너프 후 리메이크가 예정된 챔피언임.


7. 카밀의 디자인.

카밀의 구체적인 스펙이나 스킬의 수치는 공식 사이트나 인벤 자료 보기 바람.

챔피언의 성능이야 여러 이유로 달라지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본 스펙과 스킬이겠지. 여기서도 주로 지적하는 건 메타라던가 아이템이라던가 하는 것이 아닌 카밀의 능력치와 스킬임.

하지만 그 전에 정말 마지막으로 게임 플레이와 상관없는, 캐릭터성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자.


7.1. 영문을 알 수 없는 컨셉.

킹스맨에 칼날 의족을 단 악역이 나온다는 건 칼럼을 쓴 후에 알았음. 라이엇 게임즈가 거기에 영향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난 모르고, 별 관심도 없음. 왜냐면 특정 영화를 봐야만 이해가 되는 챔피언 컨셉은 그것만으로도 존나 후지다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임. 그러니 그냥 카밀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음.

카밀의 어디가 첩보원이지......? 좀 이상한 질문이긴 함. 애초에 배경 설명에 최고 정보 요원=첩보원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최고 정보 요원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제대로 나와있지 않음. 사실 그게 내가 가장 크게 지적한 문제였지. 배경 스토리에 안 써져있고 만화라던가 개발자 설명이라던가를 찾아다녀야함.

그래도 뭐, 배경 설명에선 거의 설명을 안 했더라도 카밀 만화에서 묘사된 바가 있고, 챔피언 기획 해설(http://www.leagueoflegends.co.kr/?m=news&cate=devblog&mod=view&schwrd=&p=1&idx=253597&p=1#.WFk6g1WLTIU)이나 관련 단편에서 묘사된 것이 좀 있으니 첩보원이라는 단어가 가진 은밀하고 조용한 인상은 그냥 편견이고, 초인적인 힘을 가진 필트오버의 해결사라는 이미지에 집중한 것 같음.

실제 게임 역할군도 보면 주 역할군 '전사'에 부 역할군 '탱커'지. 실제 게임 플레이를 봐도 정면이나 측면으로 치고 들어가 상대 패죽이는 깡패. 왠지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라 주장하는 그게 생각남.

배경에서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는 카밀의 날렵함, 우아함, 지적임, 심문 능력과는 좀 방향성이 다르지 않나 싶음. 첩보원이란 단어에 있는 일반적인 인상과 카밀의 이미지가 안 맞는다는 게 아니라, 라이엇 공식 배경과 게임 플레이에 괴리가 있다는 이야기.

리메이크 이전 그라가스가 떠오르는데 그라가스는 칭호부터 술취한 난동꾼에 배경도 주조가를 겸하는 술집 단골이었고 스토리 개편 이전에도 이후에도 저돌적인 면모를 강조했지만 실제 게임에선 술통으로 포킹하는 극딜 마법사였지.

여러 정황으로 생각해볼 때 챔피언 디자인 팀과, 만화 팀과, 스토리 팀이 다르거나 협업이 안 됐거나 그냥 제각기 자기 취향을 밀어붙였거나 등등. 최소한 스토리 담당은 배경을 집필할 때 인게임 카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건 확실한 것 같음. 챔피언 기획 해설을 보면 카밀은 게임 내에서 맡을 역할이나 특정 스킬이 아니라 챔피언 컨셉을 먼저 정하고 짰다고 하니 어쩌면 스토리가 실제 스킬 디자인보다 먼저 있었거나, 혹은 스토리 자체를 도중에 캐릭터 설정이 바뀌더라도 대응하도록 무난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겠지.

아무튼, 챔피언 배경와 인게임의 괴리가 여태 한두 번 있었던 일도 아니고 실제 게임과 밸런스와는 별 상관이 없으니 이제 진짜 게임 플레이만 얘기함.

카밀의 첫째 문제는 당연히 이거임.


7.2. 과적.


스킬 과적

그럼 이제는 스킬 “과적” 문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들로부터 전사형 탑 챔피언에게
생존기나 라인 클리어 스킬, 이동기, 폭발적인 공격력, 지속적인 공격력 등 여러 기술이나 능력을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들었습니다.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질문을 
반대로 해 보는 겁니다. 폭이 아주 좁은 능력을 가진 챔피언이 상대의 스킬이 가장 광범위하고 길이가 긴
라인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쳐야 할까요? 이런 라인에서 제 몫을 하려면 그 집중된 능력 하나에 더욱 더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결국 이 챔피언은 다시 대박 아니면 쪽박인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카밀의 문제를 한번에 설명함과 동시에, 그에 답변하는 카밀 디자이너의 답변임. 저게 공식 답변이라니 정말 개소리죠 시파.

카밀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너무 많아.

이건 인벤 카밀 칼럼(신챔피언 나오면 으레 하는) 베스트 코멘트만 봐도-

환타오렌지(2016-12-21 19:17:50)

이속증가, 공속증가, 보호막, 2단 돌진, 벽넘기, 가두기, 평타캔슬, 고정피해, 최대체력피해, 현재체력피해, 흡혈, 둔화, 기절, 밀치기

이 모든 것을 카밀이 가지고 있음.



원문보기: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고, 카밀이 왜 강한가? 카밀 디자인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문제임.

근데, 카밀보다 딜 잘 나오는 챔피언 솔직히 많음, 카밀보다 탱 잘 되는 애들도 많음, 원딜 잘 무는 챔피언도 많고, 탱커 잘 잡는 애들도 많음. 카밀이 스펙이 좋다지만 카밀보다 스펙 좋은 챔피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카밀 궁극기가 정말 사기라지만 사실 한타 파괴나 딜러 척살이나 카밀 궁보다 좋은 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애도 많음, 기동성, 라인전, 지속딜, 폭딜, 라인 푸쉬 뭐든간에...... 아무튼 카밀보다 뭔가를 잘 하는 애들은 많음.

허나 카밀은 그걸 다 하는데도 그 능력들이 딱히 평균에서 뒤떨어지지 않음. 카밀은 정말 어떤 상황이든지 나름 대처가 가능함. 그리고 팀에서 탑에게 요구하는 뭔가를 해달라고 할 때 그냥 할 수 있음. 카밀이 못하는 건 룰루 등 서폿형 챔이 가지고 있는 지원 능력이랑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광역 딜링 같은 걸 빼면 없는 것 같아. 근데 그건 어차피 탑 브루저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능력이 아니라 다른 애들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별 상관없음.

사실 카밀 디자이너의 답변이 아주 이상한 건 아님. [상대 스킬폭이 가장 광범위한 라인에서 1인분을 하려면 그 라인에 가는 챔피언에게도 다양한 능력을 지닌 스킬을 줘야 한다.] 나름 이해할 수 있는 디자인 원칙임.

저게 궤변이 되는 이유는 탑라인의 스킬이 광범위한 건 탑챔 하나하나가 전부 광범위한 스킬폭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개개의 탑챔이 각자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데 그게 겹치는 부분이 적기 때문임. 여태 아무리 다양한 능력을 가진 챔피언이라도 정말 모든 상황을 대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진 않았음.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하나에 특화되어 있어서 그걸 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고 단순한 능력밖에 없는 애들은 그걸 아쉬운 대로 상황에 맞춰서 써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나갔지.

근데 카밀은 그냥 할 줄 아는 게 많으니까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거임. 본인은 상당히 조잡한 디자인 방식이라고 생각함.


7.3. 각자 둬도 나쁘지 않은 스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밸런싱 원칙 첫째. 하나만 할 수 있으면 그걸 엄청 잘해야하고, 다양한 걸 할 수 있으면 그 각각의 능력은 어딘가 뒤떨어져야한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카밀의 스펙은 상당히 어정쩡해야함. 안 그러면 그냥 다재다능한데 세기까지 한 사기 챔피언이 되니까.

......그래서 지금 카밀이 사기 챔피언인 거임.

카밀들 스킬은 그냥 각각 봐도 객관적으로 좋음.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가를 설명하자면.


1) 그냥 수치가 훌륭하다.

패시브가 한쪽만 막는다곤 하지만, 비슷한 패시브인 말파이트나 바이의 것보다 수치가 딱 2배 높음. 다른 스킬들도 마찬가지, 나름대로 조건이 붙어있긴 한데 그걸 감안해도 그냥 수치가 높음.

기본스펙도 엄청나게 높지. 공격력, 체력, 체력 재생, 방어력. 전부 상위권. 다양한 능력이 있으면 스펙이라도 좀 낮게 줘야 하지 않나? 적어도 체젠이 높다는 건 이해가 안 됨. 원래 롤은 지속적인 체력 회복기나 실드기가 있으면 체젠을 낮게 줘서 밸런스를 맞추는 편인데 카밀은 실드도 있고 회복기도 있는데 체젠도 24위임. 공격을 시종일관 맞을 수밖에 없는 뚜벅이 챔피언도 아닌데 이 체젠이 말이 됨? 아트록스, 야스오보다 낮아도 되고, 리븐 정도로 낮춰도 상관없어.

그 둘과는 다르게 마나 챔피언이긴 하지만 카밀은 마나 소비량도 낮음. 마나통도 적긴 하지만 마나 소비량과 마나통이 둘 다 적다는 말은 마나템의 체감효율이 높다는 말과 같아서 광휘의 검이나 빙하의 장막 등 빈약한 마나템만 사도 스킬을 아주 널널하게 쓸 수 있다는 말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지.


2) 탱커잡는 스킬이 3개나 된다.

사실 브루저에게 탱커잡는 스킬 있는 게 문제는 아님. 본인도 지난날 뚜벅이 칼럼에서 '전사 챔피언은 탱커를 잡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하기도 했고.

허나 그건 딜러를 못 무는 애들한테 한 말이었음. 카밀은 정말 사거리가 긴 돌진기가 있잖아. 딜러 척살하라고 만들어 놓은 궁극기도 있고. 헌데 계수만 봐도 눈 돌아가는 Q엔 고정 대미지, 외곽에 맞으면 체력도 차고 느려지기도 하는 W엔 최대 체력 비례댐(심지어 계수 있음), 그냥 절대 못 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유틸을 지닌 궁극기엔 현재 체력 비례 대미지가 무려 마댐으로 붙어있지.

최주력기인 Q에 고정피해 변환능력이 있는 건 아무래도 좋음. 브루저들 평타 강화기는 원래 사기고, 그게 주력기면 좀 사기로 만들어도 괜찮음. 궁극기도 명색이 궁극기니까 있어도 됨. 근데 서브 딜링기, 유틸기이며 가장 마지막에 찍는 스킬인 W엔 왜 체력 비례댐을 단 걸까?


3) 필요한 스킬에 필요한 능력이 붙어있다.

타 챔피언의 경우 이 효과가 이 스킬에 붙어 있지 말고 이 스킬에 붙어 있으면 어땠을까...... 하는 스킬들이 좀 있음. 액티브 패시브 나눠진 계열이나, 부가효과가 그렇지.

만약 카밀 스킬들의 부가효과가 지금의 형태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붙어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사기라고 불리진 않았을 거임. 위에서 말한 걸 예로 들면 Q 2타가 상대 체력비례 대미지를 추가로 주고, W가 외곽의 적에겐 대미지의 일정 비율이 고정 대미지로 들어간다던가. 아니면 E를 맞춘 적에게 현재 체력비례 마댐을 주고, 궁극기를 키면 공속이 증가한다던가.

근데 아니야. 카밀의 부가효과는 정말 이 곳에 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에 있음.


4) 이미 좋은 스킬에도 좋은 효과가 붙어 있다.

E는 정말 좋은 이동기임. 일단 재밌는 스킬이고(쓰기에) 돌진 거리도 길고, 들어갈 수도 있고 뺄 수도 있고, 방향조절도 자유자재. 부딪힌 챔피언을 기절키는 능력도 있지.

이렇게 좋은 갈고리 던지기 스킬에 깡뎀 250에 총 공격력 계수 0.75의 강력한 대미지를 달아준 이유를 난 모르겠음. 대미지까진 봐줄 용의가 있다 이거야. 적 챔피언을 향해 도약할 경우 공속 증가는 대체 뭐임? 공속 증가가 5렙 기준 80% 증가에 갓 찍은 1렙에도 40%가 증가함. 반대급부로 카밀의 공속 상승치는 낮은 편이지만, 기본 공속은 사실상 2등인데다가 적 챔피언을 향해 도약하는 건 그리 어려운 조건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이 증가량은 터무니없이 높은 거지. 게다가 카밀은 공속 증가가 없이 qwer 스킬만으로도 딜링 능력이 꽤 괜찮은 챔피언임. q 쿨이 아주 긴 것도 아니어서 지속딜도 나쁘지 않음. 대체 왜? 디자인이 비슷한 바이는 3타를 때려야 공속이 30~50%가 증가하는데.

W도 마찬가지. 둔화와 체력퍼댐은 이해하는데 흡혈도 붙어있음. 심지어 흡혈량도 가한 대미지 비례라 꽤 높음.


5) 궁극기.

궁극기는 정말 제정신으로 만든 스킬이 아님. 카운터 플레이가 불가능한 스킬은 가능한 지양하기로 하지 않았나? 근데 대체 이런 궁은 왜 만든 거임?

카밀이 지역 밖으로 나가면 해제된다. 대상은 나가지 못하는 거 빼고 다 할 수 있다...... 이게 카운터 플레이가 가능한 거고 대응 여지가 있는 건가? 롤에 상대를 넉백시키는 스펠이 있었다면 아주 사기는 아니었을지도 모름. 근데 아님. 카밀이 딜량이 좀 약한 퓨어 탱커형 챔피언이었다면 모르겠다. 근데 그것도 아니야. 적어도 그 외의 부가기능이 없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근데 쓰는 순간 주위의 챔피언들을 더 날려버리네. 심지어 이건 딜러 뿐만 아니라 탱커 잡는데도 정말 좋음.

굳이 이렇게 강한 효과를 지닌 스킬을 만들 거면 타게팅이 아니라 논타겟으로 바꾸고, 착지 지점을 보여준 다음 약간의 선딜 후 착지. 그리고 거기 적중된 모든 적이 구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타격받은 애들은 현재 체력 비례 마뎀을 입는 식으로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음. 그러면 구역 밖으로 절대 못 나가는 강력한 디버프가 걸리더라도 '아 내가 카밀 궁을 못 피해서 카밀에게 처맞는구나' 같은 생각이 들었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아트록스 Q 강화판처럼 만들었어야 했음.


7.4. 서로가 서로의 단점을 커버하는 스킬셋.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밸런싱 원칙 둘째. 어떤 약점이 있으면 다른 부분이 그만큼 강해야하고, 어떤 특출난 강점이 있으면 다른 부분이 모자라야 한다.

근데 카밀은 스펙과 스킬에 약점이 있긴 한데 다른 스킬의 강점이 그 약점을 커버해서 궁극적으로 약점을 딱히 꼽을 수가 없는 챔이 되어버렸음. 아니면 그 약점을 보완할 방법이 어디 따로 있던가.

1) 일단 좋은 기본 스펙이 어정쩡한 탱킹기와 라인유지력을 보완하지.

2) 리븐 야스오 등의 적절한 타이밍에 딜교하지 못해 손해를 보면 그걸 복구할 방법이 거의 전무한 챔피언과는 다르게 딜교에서 손해를 좀 보더라도 체력을 쭉쭉 회복하는 스킬이 있음. 보다 비슷한 말파와 바이도 이건 못함.

3) 라인전 센 챔피언들, 혹은 단일 대상 궁을 가지고 있는 챔피언들이 한타 때 미묘해지는 것과는 달리 궁을 쓰면 진형이 와장창 붕괴되는 효과가 있음.

4) 푸쉬력이 모자라다지만 하필 히드라, 거드라, 선파, 얼건 등등 푸쉬에 도움 주는 템이 가장 많은 전사 챔피언임.

5) 스킬을 적절한 타이밍에 쓰지 못할 경우 손해를 보는 타입의 챔피언인데 마나 소모량이 기가 막히게 적어서 딱히 손해가 크지도 않음.

6) 흥했을 땐 한타 때도 그냥 막 들어가 딜러 잡고 나오는 챔피언인데 망했을 때도 앞의 탱커 때리면서 딜러 보좌하는게 아주 큰 손해가 아님.

7) 원할 때 접근할 수도 있고 접근전도 센데 W라는 좋은 스킬 덕에 견제도 되고 무조건 들어갈 필요도 없이 적당히 거리 두면서 파밍, 딜교도 가능함.

기타 등등.......

아무튼, 사실 이게 카밀의 본질적인 문제임. 강점은 아무래도 좋아. 너프하면 됨. 근데 디자인상 내재된 약점이 없어. 일절 없음. 있더라도 그걸 죄다 보완 가능함. 카밀 개발자는 전사형 챔피언에게 다양한 능력을 줌으로써 다양한 결과를 낼 수 있게 한다고 답변했지만, 문제는 그게 너무 과도해서 카밀은 어떤 상황이 오건 나름의 결과를 내버리는 챔피언이 되버렸다.

그래서 다음 문제가 생김.


7.5. 끔찍한 상호작용.

카밀에겐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음. 하지만 상대하는 입장에선 끔찍해. 라인전은 물론이거니와 게임 플레이에서 한없는 절망을 느낌.

상대하면서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대응책이 있긴 함. 각각의 카운터 플레이 방식도 있긴 하고 약점도 있음.

허나 그 상당수는 어떻게 노릴 수 있는 게 아님. 주요한 예를 들자면 카밀 실드는 물리나 마법 한 쪽의 피해만 막지만 그런 걸 알고 있다고 한들 롤에서 챔피언 피해유형을 바꿀 수 있는 방법 따윈 없음. 심지어 카밀 실드는 카밀이 맞을 때 발동하는 것도 아니고 때릴 때 발동하는 거라 더욱 그렇지. 궁극기 시전 시 타게팅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그 답없는 궁극기도 피할 수 있지만 그걸 알아도 가렌이 갑자기 피즈처럼 검으로 물구나무 선다거나 자크가 젤리 웅덩이로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모든 스킬이 다 조건부고 조건 충족 시 엄청난 이득을 주기 때문에 라인전에서 카밀을 상대하는 입장에선 카밀이 뭘 할지 언제나 눈여겨 봐야함. 근데, 언제라도 스킬을 쓸 수 있는 카밀이랑 언제라도 스킬에 대응해야 하는 상대 입장이 같음? 후자가 압도적으로 힘들단 말이야. 조건 달린 스킬로 라인전 하는 애들은 적어도 그 조건이 하나였음.

W랑 E는 그나마 그럭저럭 마나소모량도 있지만(카밀 마나통을 생각하면) 라인전에서 가장 맞지 않아야 할 Q는 마나 소모량이 25밖에 안 됨. 그리고 W든 E든 실수로라도 직격당했다간 무지막지한 손해를 보게 되지. 특히 내가 말린 상황에서 그럼.


8. 결과적으로.

가장 크게 짚을 건 이거임. 상성을 지우려고 다양한 능력을 준 건데 오히려 상성을 타게 됐음. 현재 카밀의 카운터로 꼽히는 몇몇 챔피언(판테온 등)을 보면 특징이 있음. 카밀이 뭘 하든 개의치 않을 정도로 세고, 하나만 잘한다는 거임. 유연성을 극도로 높인 카밀과는 정반대지. 라이엇이 지양하는 그것과도 정반대임.

정말 골때리는 일이지만 필연임. 스킬들에 온갖 다양한 능력을 주고, 조건을 덕지덕지 붙인 결과 스킬의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초반에 '그냥 센' 애들을 상대로 답이 없어졌음. 조건을 충족하기 전에 밟히고, 조건을 충족하려고 해도 밟혀서 못하고, 심지어는 조건을 충족해도 밟힐 수 있음. 지금이야 카밀이 OP라서 그나마 괜찮다 생각되는 거지 수치 너프 들어가면 더 심하게 밟힐 거임. 그 결과. 라이엇 게임즈에서 그렇게까지 막고 싶어했던 게임 시작 전부터 라인전 결과가 정해지는 현상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이 워낙 OP라 그렇지 카밀은 망하면 할 게 없어지는 타입의 챔피언임. 라인전 흥망에 아주 민감하단 거지.

그리고 그 다음. 판테처럼 극단적인 챔피언은 대회에 잘 안 나온다는 건 알 거임. 대회에선 유연하고 단점이 없는 챔피언을 선호하지. 아지르, 탱에코. 얘들은 다재다능하고, 단점이 없거나 단점이 있어도 대회 환경에선 커버가 가능해서 계속 쓰일 수 있었음. 카밀과 비슷하지. 그러면 겪을 일도 비슷하단 추론이 가능하지.

카밀은 솔랭에서도 대회에서도 도저히 쓸 수가 없어질 때까지 너프당할 거임.

왜냐면 라이엇 게임즈는 새로운 기능을 주는 거랑 수치를 떨어트리는 건 정말 좋아하는데 기능을 빼는 건 정말 싫어하거든. 그러니 수치를 깎을 거임. 기본 스펙, 스킬 공격력. 그리고 늘리는 것도 있지. 쿨타임과 마나소모량, 스킬 시전 시간.

그렇지만 그런 소규모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 근본적인 디자인의 문제거든. 결국 본질을 빗겨난 너프를 계속 먹으면서도 대회엔 계속 나오다가 결국 핵심적인 뭔가(딜량?)가 기준 미달이 되서 쓸 이유를 딱히 찾을 수 없게 될 거임. 그냥 다른 무난한 챔피언으로 대체되겠지. 혹은 너프를 계속 먹이기 전에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작은 리워크를 단행하던가. 아지르와 에코가 딱 이런 수순을 밟았음.


9.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여러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라이엇이 자신들의 철학과 이상 놀음을 하느라 현실을 무시했기 때문이겠지. 라이엇이 강조하는 자신들의 철학은 이런 게 있는데.

9.1. 선택지.

현재 라이엇은 선택지를 강조함. 무조건 골라야 하는 절대적인 선택지='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저가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것.

'탱커 서포터가 필요한데 뭘 해볼까. 알리스타? 타릭? 탐 켄치? 브라움?' 같은 식으로 하는 역할은 같으나 그걸 어떻게 하는지는 조금씩 달라서 각각의 챔피언을 픽할 이유(개성과 재미)를 주고 더 나아가 유저가 그 역할군과 플레이 스타일 자체에 유저가 애정을 가지게 하는 게 목적임. 굳이 챔피언 뿐만 아니라 룬특이나 아이템 같은 작은 부분도 그럼. (원딜을 개편할 때 한 말이 '원딜은 템트리와 플레이 스타일이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것 같아 개편한다.' 같은 식으로 말했었고. 사실상 정답이 있는 현재의 룬 시스템을 싫어한다고도 했었음.)

그래서 공식적으로 탑, 정글, 미드, 원딜(봇 모데로 약간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서폿의 고정된 게임 형태를 인정했음. 도타처럼 개성적인 영웅을 만들려고 하기보단 챔피언을 플레이 스타일(역할군) 별로 묶어서 생각하거든. 대신 각각의 역할군의 스펙트럼은 넓혔음. 옛날엔 탑에 브루저, 정글 탱커, 미드 마법사, 서포터는 유틸 서폿 뭐 이런 식으로밖에 없었는데 마법사형 짤챔 탑솔, 정글 원딜(킨드레드), 정글 서포터(아이번). 미드 원딜, 정글 가는 암살자, 딜링형 서폿. 각각의 역할군의 중간쯤 끼어있는 애들과 원하는 역할군을 선택할 수 있었던 룰루 등. (부연하면 룰루가 끊임없이 너프된 건 그저 세기 때문이지 자기 라인을 안 갔기 때문이 아님.)

그래서 라이엇 게임즈는 챔피언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일을 하지 않는 걸 되게 싫어함. 옛날로 넘어가면 AP트린, AP 마이, AP 렝가 등등이 그렇고, 지금은 탱에코 같은 경우가 그렇지. 특정 역할군을 가정하고 장점과 단점을 부여했는데 그 틀에서 벗어나면 건전한(라이엇 기준) 게임 환경을 해치거든.


9.2. 카운터 플레이.

타 게임 이야기를 해서 미안한데. 초창기 롤은 도타와 아주 비슷했음. 대놓고 베끼거나 영감을 받은 것들은 당연히 많았고 지금 롤에선 생각하기 힘든 강력한 타게팅 CC기나 사기적인 스킬들도 많았음. 물론 롤이 도타 표절이라는 건 아니고! 도타가 더 나은 게임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옛날에 그랬다는 거임.

해보면 알겠지만 도타는 되게 상성이 극심한 게임임. 스킬에서 타게팅 스킬들과 오오라 계열 등 '대처할 수도 없고 카운터 플레이 방법도 없는' 스킬이 많은 것도 있지만 각각의 캐릭터들이 각각의 사기적인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밸런스가 맞는 형태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 놈의 장점이 다른 애의 단점을 찌르는 형태가 안 나올 수가 없거든.

롤은 그것과는 반대 노선임. 롤 매칼게에서 재밌는 비유를 본 적이 있는데, [라이엇 게임즈가 바라는 롤은 격투게임이다.]  라는 거임. 챔피언마다 각각 개성이 있고 플레이 스타일도 다르지만, 결국은 라인에 서서 상대와 마주하고 서로 상호작용 하면서 상대 피를 깎고 CS를 먹으며 더 잘하는 쪽이 상대 피를 다 깎아서 죽이거나 CS를 많이 먹어서 이기는 게임.

그래서 대처할 방법이 없는 스킬을 계속 배제해왔음. 그리고 상호작용이 없는(혹은 재미가 없는) 타게팅 스킬과 오오라 등을 배제하고 스킬의 효과가 운에 좌우되는 것도 계속 배제했지. 솔직히 플레이의 개성은 미묘해지지만 스킬이 작동하는 방식을 다소 복잡하게 만들어서 대신 개성을 부여했음. (이건 개인 의견이지만, 도타에 비해 구체적인 캐릭터성과 스토리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봄.)


9.3. 행동 우선.

오오라랑 타게팅 스킬을 없앤 건 단순히 건전한 카운터 플레이 때문은 아님. 그 두 스킬의 경우 유저가 뭔가를 하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내가 잘 해서 이기는 건지 스킬이 사기라서 이기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는 인상도 줌.

롤은 플레이어가 챔피언을 '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음. 그래서 그런지 롤은 도타에 비해 상대를 약하게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지 못하고 그 강도도 비교적 약함. 영구적으로 약하게 하는 기술은 아예 없지. 그나마 있던 디버프도 죄다 없애거나 슬로우 등으로 변경했음. 슬로우로 대표되는 이동 방해 기술은 거꾸로 넘쳐나지만 그건 AOS에서 뺄 수가 없는 요소기 때문에, 그리고 침묵 등에 비해 상대가 어떻게 약해졌는지 직접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사실 CC도 도타와 비교하면 그렇게 정도가 세지 않고, 챔피언들의 CC는 계속 약해지는 추세임.

CC나 디버프가 챔피언을 '하는' 즐거움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한 것 같음. 움직일 수 없는 CC는 말할 것도 없고 디버프는 거는 입장에선 상대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체감이 안 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자기가 약해진 게 확연하게 보이거든. 대신 롤에선 영구적으로 강해지는 스킬이나 자기 버프는 딱히 적지 않음.


카밀에게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 알겠지? 이런 것들이 지금 카밀의 문제를 만들었음. 이런 일념을 가지고 게임을 개발했다면 상관없지만 이미 있었던 게임에 이런 철학을 적용하면서, 이런 철학으로 챔피언을 만들면서 문제가 생긴 거임.


10. 이상과 현실의 괴리.

카밀은 라이엇의 의도와 철학이 심하게 뒤틀려버린 결과물이라고 생각함. 내가 카밀을 실패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 챔피언의 스킬셋이 너무 좋아서 다른 챔피언들을 묻어버리기 때문에, 스킬들이 지저분해서가 아니라 라이엇이 그렇게 말해온 자신들의 의도와 철학을 제대로 관철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그들 철학의 문제가 드러난 결과물이기 때문임.

1)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디버프들과 CC기를 다 빼고 슬로우만 왕창 늘린 결과 이동기가 없는 챔피언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음. 침묵이 적어진 환경에선 스킬들의 쓸모는 한없이 늘어나는데, 평타의 경우 실명이 적은 환경이더라도 둔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근거리든 원거리든) 결국 논타겟 스킬놀음으로 귀결됨.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신챔을 만들 때 이동기를 주려고 노력하지.

2) 확정적 딜링 능력을 없애고 상호작용을 강조하면서 공격력과 방어력은 아무래도 상관없어지고 유틸리티를 최고로 치는 환경이 됐음. 이동기, CC기, 버프기...... 그것이 적으면 무조건 도태되니 신챔을 만들 때도 리메이크를 할 때도 유틸리티에만 치중하게 됨.

3) 그런데 정작 유틸리티만 추궁하니까 유틸 없이 하나만 잘하는 챔피언들이 상성을 무지막지하게 타게 됐고, 라이엇이 그렇게 바라는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멀어짐. 그래서 하나만 잘 하는 챔피언들에게 무자비하게 너프를 때려서 자신들이 원하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이상향에서 그냥 배제함. 그리고 '모든 챔피언을 복잡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라는 나름 합리적인 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그냥 영원히 나쁜 상태로 방치함.

4) 챔피언을 하는 재미에만 집중하다보니 만들 때 상대하는 입장에서 별 생각을 안 하고 약점에 신경 쓰지도 않음. 그 챔피언이 뭘 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뭘 할 수 없는가. 뭐가 약점인가도 아주 중요함. 같은 신챔이어도 아이번은 스킬셋도 단순하고, 스킬 자체에 내재된 장단점이 명확함. 더 거슬러 올라가서 클레드, 탈리야, 아우렐리온 솔, 진, 일라오이...... 확실한 장점만큼이나 확실한 단점을 주는데도 노력을 많이 했지. 카밀은 유난히 어떻게 하면 이 챔피언을 확실히 좋다고 느끼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제작자의 고심이 많이 느껴지는데, 어떻게 하면 이 챔피언에게 확실한 약점을 부여할까? 같은 고민은 느껴지지 않음. 그냥 안이하게 조건만 늘렸음.

개발자들의 근본적인 사상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솔직히 카밀의 문제가 다음 챔피언에서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힘듬.

(그리고 그것과 별개로 1~4번이 공통으로 죽이고 있는 챔피언 역할군이 뚜벅이 전사임. 뚜벅이 전사가 라이엇에게 받는 푸대접은 지난날 뚜벅이 칼럼에 많이 설명했으니 굳이 한탄하지 않고 넘어가겠음.)


11. 마지막으로.

이 칼럼에서 처음 말한 게 뭐였던가. 챔피언의 배경 설정과 스토리에 쓸데없는 부분이 많다. 왜 이렇게 챔피언 배경 설명이 늘어지는가.

누군가는 마음에 든다고 함. 난 이런 것도 마음에 든다. 뭐. 남의 의견을 무시할 생각은 없음.

하지만 이 얘기를 하고 싶음. 글을 못 쓰는 사람은 글재주가 없어서 글을 짧게 쓰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같은 내용을 담더라도 더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짧게 쓴다는 것. 그럼 긴 글이 어디서 나오는가? 글을 못 쓰는 사람이 글을 잘 써보려고 할 때 글이 길어지더라.

롤에서 줄어드는 건 없음. 늘어나기만 함. 챔피언도 늘어나고 있고, 아이템도 늘어나고 있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설명도 계속 길어짐. 스킬의 부가효과도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고, 원래 단순했던 것도 복잡하게 만들지, 챔피언 대사 와 배경 길이조차 매 번 신기록이 갱신됨.

라이엇 게임즈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문제는 해결했지 않느냐.' '우리의 철학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방식이 마음에 든다.' 뭐. 게임사의 철학을 무시할 생각은 없음.


많이들 착각하는 거지만 복잡한 방식의 해결책은 누구라도 내놓을 수 있음.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효과를 붙이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참 많지. 일단 길게 설명하면 잘 설명될 거라고 막연히 믿는 졸필처럼. 

하지만 자세한 설명이 오히려 글의 이해를 방해하고,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은 것들이 오히려 문제가 되지. 문제시되는 건 분량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것의 조잡함임. 그러면 그걸 간단하게 만드는 해결책이 필요해지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보다 적은 것처럼 문제를 간단하게 만드는 해결책은 정말 내놓기 힘들지.

분명 조잡함을 문제시하고 있는데 많음을 문제시하고 있는 걸로 알아듣는 이곳에서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말하자면 내가 무시하고 있는 건 남의 의견이 아니라 의견의 멍청함임.

마지막으로 글 못 쓰는 사람의 장황한 칼럼을 읽어준 모두에게 감사. 롤챔스 스프링 시작하고 프로의 메타를 볼 수 있거나, 대규모 패치가 있으면 새로운 칼럼으로 돌아오겠음.